프랜차이즈 갓 1130화
262장 뉴 밀레니엄 삼한시대 (5)
식량과 전기.
국가의 존속을 유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
현대인은 둘 중 어느 것 하나만 없어도 살 수 없다.
지금 수영그룹은 식량과 전기를 주려고 한다.
크게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앞으로 중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윤태호 차수는 눈앞에 훤히 보였다.
"무선 전기라는 게 위험하지는 않은가? 전자파라든지."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전자기파 형태로 쏘아 보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파 교란이라든지, 전파차폐 같은 방식으로 막을 수도 없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데, 전파 형태가 아니라면 어떻게 무선으로 전기를 보낸다는 거지?"
「원리는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
"좋아…… 그런데 내가 들어보지 못한 걸 보면 무선 전기라는 기술이 굉장한 극비인 거 같은데."
「네, 대외비입니다.」
"그런 비밀을 나한테 공개해도 상관없는 건가?"
「중한 전체에 무선 전기를 공급하려면 통치자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죠. 비밀은 지켜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당연하지만, 윤태호는 설사 무선 전기 공급이 어그러진다 해도 비밀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식량이라는 명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니.
'…….'
그는 무선 전기가 쫙 깔린 중한의미래를 한 번 상상해 보았다.
모든 전기 인프라가 뿌리부터 송두리째 바뀔 것이다.
송전탑이나 송전선은 필요 없을 테니.
도시에 전기 케이블을 매설하거나, 전봇대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그냥 건물이나 주택마다 중앙전기 장치를 하나씩 두꺼비집 대신 달아놓으면 그만이다.
당연히 필요가 없어진 송전탑이나 전봇대 같은 것은 모두 철거될 것이다.
송전탑에 들어가는 철근, 그리고 송전선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합금을 회수해서 재활용해야 하니까.
귀중한 자원을 가만히 놀려둘 수는 없으니.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중한의 산업기반이 회복되더라도, 발전소를 짓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발전소를 지어봤자 송전선이 없는 상황이니.
그냥 계속 무선 전기를 받아서 쓰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고, 이득이다.
언젠가 식량은 자주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기만큼은 절대로 수영그룹 아래에 묶여 있게 되는 것이다.
널리 휴대전화가 쓰이는 한국의 일반 가정집에서 유선 전화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그런데 송전망을 연결하지 않으면 인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위장용 수소발전기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착오를 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숨겨야 하는 비밀은 아닙니다.」
"극비는 아니다? 그래서 대외비라고 했던 거군."
「무선 전기가 공개되더라도 아쉬운 것은 우리 수영그룹이 아닙니다. 한국의 정부와 전기생산기업들이 곤란해질 뿐입니다.」
"……."
「도시 중앙전기장치 하나면 개성공단 전체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 평양도 마찬가지로, 도시용 공급장치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이미 깔려 있는 도시 전선망을 서둘러서 해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 건설되는 도시에는 불필요한 전선망을 설치하지 않을 것이다.
무선 전기를 받아들이면, 중한은 절대로 수영그룹을 배신할 수 없는 입장이 된다.
말 그대로 완벽하게 종속된다.
수틀리면 언제든지 셧다운을 시켜버릴 수 있으니.
"핵탄두보다 더 무서운 전기로군."
「하지만 기존 전력망과는 비교도 티지 않을 정도로 편리하죠.」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야. 노예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황제의 노예는 웬만한 귀족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법입니다.」
윤태호 차수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불쾌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굶어 죽느니 전부 뒤엎자고 일어났던 게 아니던가.
그때의 절박함에 비하면, 지금의상황은 너무나도 좋다.
"알겠네. 앞으로 우리 중조선에 원활한 전력 공급을 부탁하겠네."
「수영그룹에 해가 되지 않는 한, 전기는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겁니다.」
"공짜는 아닐 테고, 전기 요금은 어느 정도로 해줄 텐가?"
「1kWh당 99원으로 판매하겠습니다. 단, 중한의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요금을 받지 않겠습니다. 최소 5년은 보장합니다.」
"5년 보장이라…… 그렇게 짧은 시일 안에 우리 중한이 정상화가 되리라 생각하는가?"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5년 안에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그럼 더 연장을 해드리겠습니다. 뜯어낼 것이 없는 곳에서 무리하게 수금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러니 그 비싼 쌀과 고기를 마음껏 내주는 거겠지. 한국정부도 못하는 것을."
***
평양 시민들은 과거 북한에서도 특권층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전이 발발함과 동시에 김씨 정권과 함께 함경도로 이동했다.
지금 평양에 살고 있는 주민들 숫자는 얼마 되지 않으며, 토박이가 아니라 타지역에서 비어 있는 평양으로 들어온 이들이었다.
평범한 주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윤태호를 따라 내전을 일으킨 군인들이었다.
윤태호가 평양을 점거하자마자 한 것은, 바로 미처 챙기지 못한 귀금속 등 값나가는 물건을 모조리 챙긴 것이었다.
사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팔아서 국가재건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군인이나 장교들 중에서 몰래 압류품에 손을 대는 인물이 나오면 족족 즉결처분을 해버렸다.
처형자가 여럿 나오자 그 뒤로 부하들은 절대로 압류품에 손을 대지 않았다.
평양에 눌러앉은 군인 및 주민들은 이렇게나 많은 금과 보석이 있었을 줄 몰랐다며 분개했다.
그 분노는 평안도와 함경도에 눌러 앉은 김씨 왕조 세력에 대한 증오와 투쟁심으로 변했다.
아무튼 전기가 끊어진 터라 평양은 저녁만 되면 캄캄한 어둠에 잠기곤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늘 꺼져 있던 가로등 전체에 환한 불이 들어왔고, 주택마다 밝은 조명을 내뿜었다.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자 주민들은 당황하면서도 좋아했다.
"이거이 어떻게 된 거입네까? 전기 끊어진 거 아니었습네까?"
"날래 텔레비죤이나 켜보라우."
군인 등 주민들은 서둘러서 TV를 켰고, 윤태호의 대변인의 대인민 선언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인민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는 주요 도시에서 전기를 마음껏 사용 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이 모든 것은 수영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해 준 덕분입니다. 앞으로 5년간, 인민 여러분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근데 남사스럽게 왜 남조선 말을 하고 있네?"
"앞으로 수영그룹 회장님이 북한에서 큰 사업을 벌이실 텐데, 당연히 우리부터 말투를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난 어제부터 남조선 말투를 익히기 시작했네."
"지금 당신 말투가 요상한 건 알고 있네?"
하수영은 전기를 5년간 무상으로 주기로 했다.
하지만 윤태호는 일반 주민들과 기업, 상인들로부터 전기 요금을 적게나마 받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 재정을 확보해야 국가 재건을 노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평양과 개성은 도시 중앙변전장치에 중앙전기장치를 다는 방식이기에, 일반 주민들은 무선 전기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
변전소에서 일하는 기술자들도 송전망을 복구했거니, 하고만 생각했다.
***
회담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제 사절단은 다시 휴전선을 통과해 남한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중한과 사절단은 아직 중요한 안건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경제 지원이다.
중한 국가재건에 한국이 과연 얼마만큼의 경제 지원을 해주느냐.
경제 지원의 대가로 중한은 얼마만큼 내주느냐.
가장 큰 안건이기에 제일 마지막으로 밀린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200조 원의 차관과 매해 20조 원의 무상지원을 바랍니다."
박상필 총리는 최섭곡이 한 말에 속으로 신음부터 흘렸다.
한국이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 너무 금액이 높다.
특히 매해 20조 원의 무상지원 별도라니.
'100% 차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관은 가능하겠습니다만, 20조원의 무상지원은 어렵습니다. 차라리 차관 액수를 더 높이고 무상지원을 축소하는 게 어떨지요?"
"지금 공화국은 당장 돈 들어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인민들을 위한 생필품, 유류, 물자 구매에 들어갈 고정지출을 생각해 주십시오."
"그거야 저희도 알지만."
"차관은 재건사업에만 쓰여야 합니다. 고정지출을 남조선이 해결해 주지 않으면 차관의 일부가 그 고정지출을 메꾸는데 들어갈 겁니다. 재건 사업이 더뎌지게 됩니다."
최섭곡의 주장은 나름 논리적이었다.
"그 대신 우리 중한은 확실하게 김가놈 세력을 견제하겠습니다. 총알받이 비용이라 생각하면 남조선 입장에서도 그리 부담은 아닐 겁니다."
이미 휴전선 인근에 배치돼 있던 부대는 전부 북상을 시작했다.
휴전선 인근에 남은 중한 세력은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 병력 정도였다.
줄다리기 끝에 지원 금액이 정해졌다.
250조 원의 차관, 그리고 매해 17조 원의 무상지원.
또한 모든 지출 내역은 기재부에서 파견한 TF팀이 상주하여 감시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안건까지 마무리 짓자, 최섭곡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았다.
"고맙습니다. 우리 공화국은 절대로 대한민국 정부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허허, 별말씀을요. 우리는 한민족아닙니까.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식량 플랜트 구축만 완성된다면…….
대기업들이 중한으로 들어가서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으리라.
박상필 총리는 부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했다.
"참, 이건 조약과는 별개로 소소한 부탁인데 말입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우리가 평양을 차지하면서 로동당도적놈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귀중 품을 전부 모아두었습니다. 이걸 처분해서 현금화하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음, 양이 얼마나 됩니까?"
"어림잡아도 50조 원은 넘을 거 같습니다."
"전부 현물이지요?"
"그렇습니다. 죄다 금이나 보석, 장신구, 뭐 그런 것들입니다."
"50조 원이 넘어가는 양이라면 한번에 처리하기는 곤란하고, 시간이 꽤나 걸릴 거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한 번 알아보지요."
그때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나섰다.
「우리 수영그룹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괄매입 해줄 수 있습니다.」
"오, 그게 정말입니까?"
최섭곡은 화색이 돼서 반문했다.
「그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말씀하시지요. 뭐든지 시행하겠습네다. 아니, 시행하겠습니다."
「중한의 중앙은행 역할을 우리 수영사채가 맡고 싶습니다.」
순간 박상필 총리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원래 중앙은행 역할도 한국이 가져오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나간 듯하여 망설이다가 결국 회담 내용에서 빼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최섭곡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색하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우리 공화국은 지금 은행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서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굴려야 하나 고심이 많았습니다. 2,700조 원이 넘는 현금 자산을 가진 수영사채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국 정부의 지원금도 한 푼도 새지 않게 알뜰하게 관리해 드리겠습니다. 단 1원도 저의 전자적 추적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박상필 총리의 안색이 보이지 않게 일그러졌다.
열심히 힘내서 상을 다 차렸는데, 옆에 앉아 있던 수영그룹이 메인 요리를 접시째 홀라당 들고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