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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28화 (1,128/1,270)

프랜차이즈 갓 1128화

262장 뉴 밀레니엄 삼한시대 (3)

최섭곡 대장은 과감하게 일정을 변경했다.

주민들을 최대한 불러모아, 고기 잔치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주민들은 저마다 크고 낡은 솥을 들고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비쩍 마른 해골같지만, 다들 눈빛만큼은 밝았다.

'갑자기 고기 먹으면 탈 나서 죽는거 아니야?'

'괜찮을까?'

사절단 대다수는 그런 걱정을 했다.

사람이 너무 오래 굶으면 소화 능력이 약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는 것은 기본이고, 정말 죽기도 한다.

「신두를 꾸준히 섭취했다면 소화능력은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그렇게 장담했고, 최섭곡 대장도 크게 웃으며 잔치를 열었다.

주민들도 오랜만에 고기를 먹는다며 너무 기뻐하고 있어서, 차마 더 이상 말리진 못했다.

여기저기 솥이 걸리고, 물이 끓었다.

해동은커녕 냉동된 고기를 그대로 잘라서 끓는 물에 던져 넣고, 그대로 익혀내는 단순한 요리였다.

그냥 냉동고기를 물에 삶은 것.

사절단원들은 평소라면 절대 입에도 대지 않을 단순한 요리.

하지만 굶주림이 일상인 주민들에게는 무엇보다 귀한 진수성찬이었다.

잔뜩 쌓인 냉동 컨테이너에서는 끝도 없이 고기가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볼보 트럭들이 쉼 없이 왕복하며, 컨테이너를 내려놓고 있었다.

텅텅 빈 컨테이너는 트레일러에 싣고 다시 가져가기도 했고.

분위기가 분위기이다 보니, 국무총리도 잔치에 어울리며 삶은 고기 접시를 받았다.

그리고 흥에 취한 최섭곡 대장을 은근슬쩍 찔러 보았다.

"먼저 이산가족의 상시만남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서로 간에 이동은 못 하더라도 언제든 판문점에만 오면 연락할 수 있고, 또 만날 수 있게 말입니다."

"그러시지요."

"핵탄두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협동으로 수거했으면 합니다만."

"귀국하실 때 그냥 가져가시지요. 제가 미리 실어두라 하겠습니다."

"귀 정권의 정확한 군사력과 탄약보유 현황을 알고 싶습니다."

"그건 우리도 아직 다 파악을 못했는데. 아예 상주 군무관을 파견하시지요. 그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지 않겠습네까?"

"장사정포를 비롯해서 모든 군사력을 귀 정권 영토의 최북단으로 북상했으면 합니다."

"얼마든지요."

"화폐는 우리 대한민국의 원화를 도입했으면 합니다만."

"안 그래도 물물교환 체제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교환할 물자조차도 없었지요."

"휴전선 일대는 경계선 앞뒤로 앞으포 우리 국군에서 관리했으면 합니다."

"그리 하십시오."

무슨 말을 해도 그저 오케이, 오케이만 돌아온다.

기분이 좋아서 즉흥적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뱉는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최측근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그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덤덤한 그들의 표정은, 최섭곡이 이미 정권 차원에서 결정된 내용을 말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국무총리는 욕심이 생겼다.

상대는 긍정적인 입장에서 완전히 무장을 해제하고 투항을 한 상황.

지금이야말로 가장 최저가에서 장기우량주를 잔뜩 매수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땅, 땅이다. 땅은 백 년이든 천 년이든 배신하지 않는다.'

영토에 대한 것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모든 것을 흔쾌히 오케이하고 있지만, 이것만큼은 국무총리도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이제 새 정부를 열었으니, 우리 대한민국과 협조해서 국토를 체계적으로 개발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간산업 말씀이시군요. 당연히 우리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네다. 우리야 남조선의 국토경영전략을 따르기로……."

'됐다, 됐어!'

국무총리는 속으로 회심의 함성을 외쳤다.

땅 주인이 권리 위에서 꿀잠을 자려고 하니,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쳐서야 되겠는가.

철도와 도로, 다리, 산업단지, 주거지역, 관광지 조성 등등 땅에 관련된 모든 사업을 이제 송두리째 먹을 수 있으리라.

물론 상대가 서운해하지 않게 적당히 챙겨주고, 그 대신 한국의 자본가 등 기득권들도 충분한 꿀을 뽑아먹으면 된다.

거기에 자신의 이름도 슬쩍 끼워 넣는 것쯤은 얼마든지…….

「최섭곡 대장 각하.」

그때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갑자기 끼어 들었다.

국무총리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최섭곡의 시선이 단숨에 안드로이드 프리덤에 돌아갔다.

그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0순위교섭 대상자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었으니까.

"경청하겠습네다, 프리덤 각하."

'프, 프리덤 각하?'

이제는 아예 로봇을 하수영 대하듯이, 아니 하수영의 오른팔을 대하듯이 아주 깍듯하다.

하수영이 나타났다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엎드려 절이라도 할 기세다.

「우리 수영농장은 농장, 축사장, 양식장 등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식량플랜트에 관한 전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당연히, 너무 지극히 올바르신 말씀이십네다."

「식량 플랜트 구축이 끝나기 전까지, 토지를 놓고 우리 수영농장과 무관한 제3자와는 그 어떤 권리설정도 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잘 이해를 못 했습네다. 모자란 저에게 자세한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땅 가지고 다른 사람과 복잡하게 얽힌 게 있으면, 식량 플랜트 사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아! 그렇군요! 완벽하게 이해했습네다."

「식량 플랜트 사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전 국토의 대장부를 '깨끗하게' 남겨두셔야 합니다.」

"알겠습네다. 수영농장에서 됐다고 할 때까지는 가로수 한 그루 심지 않겠습네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단지 미래의 방해가 없었으면 할 뿐입니다.」

"그럼 가로수 한 그루, 전봇대 하나를 심더라도 수영농장의 허락을 득하고 실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국무총리의 표정이 와장창 무너졌다.

수천조 원, 아니, 수경 원이 넘어갈지도 모르는 초대박 국토 신개간 사업이 눈앞에까지 왔다가 저 멀리 날아가려 한다…….

***

원래 개성공단 전력은 한국전력에서 담당했다.

공단 폐쇄 이후, 전력 공급은 완전히 끊어졌다. 송전망 또한 파괴되었다.

다시 전력을 공급하려면, 새로이 송전망을 연결해 줘야 한다.

송전망 복구를 위해서는 하수영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최섭곡 대장이 전봇대 하나도 허락을 받고 심는다고 했으니까.

물론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그렇게 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언제 든 하수영의 말 한마디면 송전탑이 죄다 뿌리 뽑힐 수 있는 상황이 열린 것이다.

국무총리는 측근 수행원을 불러서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자네, 이걸 어떻게 생각하나?"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말한 내용이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수영그룹에서 '중한'에 먼저 깃발을 꽂으려는 게 틀림없습니다."

북부 조선, 중부 조선, 남부 조선.

그래서 윤차수 세력의 영토는 임시로 중한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국무총리는 눈살을 작게 찌푸렸다.

"젠장,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리는군."

"그래도 송전탑 세우는 것 가지고 트집을 잡지는 않을 듯합니다. 어차피 중한 영토 전체를 수영그룹에서 단독으로 개발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겠지."

"지금 중한은 전력 안정화가 시급 합니다. 언제 전 지역에 정전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래서 수영그룹과 잘 이야기해서, 이번 방문에서 전기 문제는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개성을 시작으로, 북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전력 인프라를 거머쥐는 것.

한국 원전 카르텔의 숙원이다.

하지만 강릉의 수영발전소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도사리고 있다.

'자기 농장과 사업체에 쓸 전기가 필요해서 만든 발전소라고 했으니까, 중한 전력 공급 사업에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

기껏해야 중한에 진출한 수영장에만 전력 공급을 하고 말지 않을까?

이번 회담에서 핵피아 카르텔에 갖다 줄 선물을 예쁘게 챙겨줘야, 그들이 자신에게도 노후 자금을 충분히 나눠줄 텐데.

촉박을 다투는 일이다 보니, 국무총리는 틈을 내서 남쪽에 전화를 연결했다.

-네, 하수영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국무총리 박상필입니다."

아직 총리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총리는 하수영을 대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직접 본 적은 있지만, 그 속을 알기가 어려웠다.

-네, 총리님. 사업은 잘 되어가시나요?

"사업이라니요? 아하하, 그렇지요. 외교도 결국은 사업이지요.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 네, 그럭저럭 잘 풀리고 있습니다. 모두 의원님 덕분입니다."

-전 은퇴 사업이란 의미로 말씀드린 건데.

"네? 아! 맞습니다. 이번 총리 임기를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기로 예정돼 있습니다. 너무 오래 고생했더니 섭섭하다는 마음도 안 듭니다."

총리는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며 통화를 이어 나갔다.

총리 임기가 끝나거나 중간에 경질 되거나 건강을 이유로 사임하거나, 자신이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렇기에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것을 불태워 은퇴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잠깐만?'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퍼뜩 스치는 찰나, 하수영이 다시 말했다.

-급한 용무로 전화하신 거 같은데, 본론을 말씀해 주시죠.

"아, 네. 사실은 정말 급한 내용입니다. 북한, 아니지요. 중한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개성 공단까지 송전라인을 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송전탑 건설공사를……."

-무슨 말씀이시죠?

"의원님?"

-최섭곡 대장이 저에게 약속했습니다. 안드로이드를 통해서지만요. 식량 플랜트가 우선이니 땅 개발은 무조건 제 허락을 받고 진행하겠다고요.

뒷말을 짐작한 박상필 총리의 안색이 굳어졌다.

-앞으로 송전탑이고 전봇대고 하나도 못 세웁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콘크리트며, 알루미늄 합금이며 그게 다 얼마나 낭비인데요.

"그, 그럼 중한에 무슨 수로 전기를 공급합니까? 설마 새로 발전소를 짓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발전소가 완공되기 전까지 중한은 암흑 속에서……."

-발전소를 왜 지어요? 중한 전기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지금 강릉 발전소에 전기가 남아돌거든요.

"예?"

국무총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었다.

"의원님? 조금 전에 분명히 송전선에 들어가는 자원조차도 아깝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네, 아깝죠. 그래서 강릉 전기를 끌어다가 쓰겠다는 건데요. 송전탑 세울 필요도 없이 즉시 쓸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혹시 강릉 발전소에서 북한으로 들어와 있는 송전라인이 있는 겁니까?"

-……모르세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아아, 총리님은 모르시는구나.

총리는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지금 하수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불현듯 직전 총리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하던 게 생각났다.

-대통령님 모시는 것보다 하수영의원님 대하는 게 더 어려웠어요. 말을 섞을 때마다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참. 한전이랑 핵피아들 밉다고 고춧가루 뿌리는 건 절대! 절대! 아니구요.

부정이 왜 이렇게 터프하지?

-그냥 시간도 급하고, 또 식량 플랜트 확장 문제도 있고, 전기는 남아돌고, 아무튼 강릉 발전소에서 전기 공급하기로 했으니까 전기 문제는 걱정 뚝 끊으세요.

"제가 알기로 강릉 발전소에서 북한으로 이어지는 송전선은 없습니다만."

-전기 카르텔 보스들이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줬나 보네요. 무선 전기예요.

"예? 무선 전기라고요? 그게 뭡니까?"

-전선 없이 전파처럼 전기를 보내는 기술인데 상용화됐어요. 보안서약 하셔야 될 테니까 마음의 준비하시고요.

"보안서약이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아리송하다.

무선 전기라는 말이 썩 와닿지도 않고,몰래카메라 이벤트에 초대된 것처럼 찝찝한 기분이다.

그때 사절단에 동행한 국정원 화이 트 요원이 총리를 향해 다가왔다.

"죄송하지만 총리님, 지금 시간을 잠시만 내주십시오."

"무슨 일인가?"

"보안서약에 서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보안서약? 이렇게 갑자기?"

왜냐하면 통화 내용은 처음부터 국정원이 도청하고 있었으니까.

하수영이 아니라, 국무총리를 도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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