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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27화 (1,127/1,270)

프랜차이즈 갓 1127화

262장 뉴 밀레니엄 삼한시대 (2)

한 시간 가까이 넋을 놓은 채농장이 만들어지고, 공병들이 외부 벽공사를 하는 걸 지켜봤다.

최섭곡 대장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행을 만찬장으로 안내했다.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차린 게 적습니다. 귀빈들이 실망하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아닙니다. 융숭한 대접에 오히려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포알 같은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던 하수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국무총리가 지금 돌려서 멕이는거 맞죠?"

-절대로 아닙니다.

인이어로 연결된 유희준 차장이 필사적으로 강조했다.

"아니, 차려놓은 게 진짜 변변찮은데 융숭한 대접이라고 하잖아요. 누가 봐도 이건 돌리고 돌려서 멕이는 거잖아요. 겨우 이따위밖에 못 차렸냐, 하고요."

「윤차수 세력이 물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세상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정성을 들인 것 만큼은 분명하니, 융숭한 대접이라고 사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차장님. 한 번 생각해 봅시다."

-…….

"차장님이 엄청, 정말 엄청나게 가난하고 파산 직전인 영세기업 오너예요. 그리고 드디어 큰손이 투자를 하겠다고 미팅을 하러 왔어요."

하수영은 소박하다 못해 빈약한 만찬 음식들에 카메라를 겨누고 사진을 찍었다.

북한의 자랑이던 평양냉면은 그릇당 면과 건더기의 양이 정량보다 매우 부실했다.

150인을 대접하기 위한 한 끼 식사를 마련하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회사에 대접할 게 믹스커피하고 라면밖에 없어서 그거라도 차려냈어요."

당장 전 주민들이 신두로 끼니를 연명하는 판에, 이만큼이라도 쥐어 짜 낸 게 대단하긴 하지만.

"근데 투자자가 거기다가 '정말 융숭한 대접이군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네요. 이게 없는 살림에 힘썼다는 칭찬으로 들립니까, 아니면 비아냥으로 들립니까?"

-어, 그게…….

유희준 차장은 어느덧 말이 버벅거리며 꼬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 영세한 우리 CEO는 투자자 앞에서 민망해 죽으려고 하잖아요. 그냥 라면 내가 좋아하는 정도로 잘 익었다, 뭐 그런 식으로 넘어가면 되지. 무슨 융숭한 대접을 들먹여요? 정말 멕이는 줄 알겠네."

-…….

하수영은 쉼 없이 사진을 찍으면서 입으로는 계속 물었다.

"근데 전기 지원은 어떻게 할 겁니까?"

-식량만큼 최악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둘러야 할 겁니다. 화력발전소를 얼마나 더 돌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까 최 대장 표정 보셨어요? 정말 전기 간당간당해서 절박한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일단 개성공단에 송전망이 연결돼 있으니 그것을 복구해서 전력을 공급할 생각입니다.

"탄소발자국 덕지덕지 묻은 전기가 들어가겠네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은 개성공단에서 전기를 끌어다가 쓰고요?"

-예, 그렇게 되겠죠. 총리님께서 월 최대보장전력량에 관해서 논의를 하시게 될 겁니다.

"윤차수 세력은 전기료 낼 돈 없으니 공짜로 받을 테고. 그 돈은 당연히 국고에서 나갈 테고. 전기 생산업자들만 신나겠네요? 마진 듬뿍 얹어서 돈 받을 테니까?"

-그런 지엽적인 문제까지는 국정원의 관할이 아닌지라…….

"전기 카르텔 입장에서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우리나라 가정에 팔아먹던 것보다 훨씬 더 비싸게 누진세 팍팍 물려서 팔아먹어도, 아무도 관심 안 가질 거잖아요."

-…….

"이렇게 된 김에 고춧가루나 좀 뿌려줄까? 그게 더 재미있겠네."

-의, 의원님?

"차장님, 탄소가스 뭉게뭉게 뿜뿜하면서 만든 전기가 낫겠어요, 무공해,청정, 안전하게 만들어진 값싼 핵융합 전기가 낫겠어요?"

-……그거야 당연히 핵융합 전기가 낫지요.

"프리덤. 이따 분위기 봐서 슬쩍 견제구 한 번 찔러 줘라."

프리덤이 즉각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전기 카르텔 녀석들, 어디서 털도안 뽑고 꿀꺽하려고 들어. 인생을 너무 재미없게 살려고 하네. 그러니 난이도 조절 좀 해줘야지."

「적절한 시련의 벽은 삶을 더욱 가치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주지요. 저 역시 동의합니다.」

-…….

유희준 차장은 홀로 할 말을 잃었다.

***

만찬이 끝나고, 이제 비공개 면담장으로 이동할 시간이었다.

최섭곡 대장은 불현듯 아직 열리지 않은 컨테이너들에 눈길을 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컨테이너 숫자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었다.

트럭 트레일러가 부지런히 실어나르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런데 저 컨테이너에는 무엇이 담겨 있습니까?"

분명히 수영농장에서 따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 선물들이 저 안에 들어 있으리라.

과연 뭘까?

「쌀과 냉동한 닭, 돼지, 소고기가 들어 있습니다. 육류는 냉동 컨테이너에 들어 있습니다.」

프리덤의 대답에, 최섭곡 대장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신두만으로 사람이 버틸 순 없습니다. 식도락의 즐거움이 있어야 사람은 일을 할 의욕이 나고, 미래를 살아갈 희망을 품습니다.」

"이럴 수가. 우리 인민들이 정말로 몹시 기뻐할 겁니다."

최섭곡 대장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그의 수행원들까지 전부 얼굴이 상기된 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본 사절단 일행은 당황해서 분위기를 파악하느라고 힘썼다.

'뭐야, 갑자기 왜 우는 거야?'

'대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겨우 이런 거에 감동해서 운다고?'

'그냥 아부 아냐? 아니, 아부가 심해도 이건 너무한데…….'

최판섭 대장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가볍게 훔치고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먹어본 게 반년 전입니다. 어렵게 구한 삶은 달걀 하나를 아내와 나눠 먹었죠."

"……."

계란은 고기가 아닌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친 사람들 몇 명은, 간신히 그 충동을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무리 좌천되었다지만 대장이나 되는 인물이, 반년 전에 먹은 삶은 계란 반쪽이 마지막으로 먹은 단백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하급 병사, 일반 주민들의 식량 사정은 과연 어떠했겠는가.

평안도로 쫓겨난 전 정권이 신두 70억 알에 왜 그리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매달렸는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떠했는지, 그 전체 그림을 이제야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남조선에서 신두를 지원해 준 덕분에 주민들이 굶어 죽는 숫자가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정말 다들 살이 많이 찐 겁니다. 신두 지원전에는 다들 처참했었죠."

국무총리는 기가 막혀서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아까 농장 건설을 구경 오신 주민분들……. 그분들이 살이 많이 찐거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네다. 살이 아주 포동포동 올랐지요."

"……."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삐쩍삐쩍 마른 그 사람들이, 살이 많이 찐거라고?

극단적인 인식의 차이는, 사절단원들의 입을 달라붙게 만들었다.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생각을 품든, 기만이나 철없는 개소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나섰다.

「사실 북한에 제공한 신두는 조금 더 열량을 높인 특제품입니다.」

"오, 그렇습니까? 어쩐지 한 알만 먹어도 하루가 든든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 기준으로는 절대 든든한 열량이 아니지만, 아사 중이던 북한 기준에서는 충분한 고열량 식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신두는 중환자도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식품입니다. 그래서 소화 능력이 떨어진 기아 직전의 주민들도 토하거나 위경련을 일으키지 않고 열량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었을 겁니다.」

"바로 그겁니다! 정말 놀라웠습네다! 다 쓰러져 가던 사람들이 신두를 며칠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력을 차리고, 벌떡벌떡 돌아다니는 게 정말로 기적 같았습니다!"

흥분한 나머지 최섭곡 대장의 북한 말투가 중간중간 강해지기도 했다.

「그동안 신두를 꾸준히 섭취했다면 고기를 섭취해도 탈이 나지 않습니다. 신두는 먹는 즐거움은 없지만, 영양학적으로는 가장 완벽한 식품중 하나입니다.」

"내래 참을 수가 없습니다. 고기구경을 해야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회담 일행은 일정을 변경해서 냉동 컨테이너 구경을 하러 우르르 나갔다.

냉동컨테이너 숫자만 자그마치 수백 개가 넘었다.

그중 몇 개를 골라서 활짝 열어젖히자, 차가운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안에 그득하게 쌓여 있는, 꽁꽁 언 냉동고기의 자태에 최섭곡 대장과 수행원들은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

최섭곡 대장은 국무총리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기자들은 줌인 초점으로 정신없이 그 장면을 필름에 담았다.

"우리가 혁명을 일으키고 김가을 쫓아낸 건 딱 한 가지 이유에섭니다. 이러다가 배곯아서 다 죽겠구나 싶어서, 죽기 전에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자는 거였습니다."

"평안도 정권이 신두의 대부분을 평양 위주로 배급하고 비축한 게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겁니까."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하루에 2알씩은 받았는데, 어느덧 닷새에 신두 1알 배급받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

"처음에는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평양에 싸그리 비축해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되고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차수님이 굶어 죽을 바엔 뭐라도 하고 죽자고 우리를 이끌어주신 겁니다."

외교에서 이렇게 솔직하게 속내를 털고 약점을 노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일반적이지도 않다.

아무리 국력 차이가 심하게 난다 해도 이런 식으로 외교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윤차수 세력은 대장 계급 군인조차도 굶어 죽을 위기에서 구덩이를 헤치고 올라왔다.

"이상기후니 뭐니,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심각해진다는 건 우리도 잘 알고 있습네다. 붉은불개미 때문에 우리 북조선도 올 한해 농사를 완전히 망쳤고, 내년, 내후년 농사도 그럴 겁니다. 우리는 자력으로 식량을 구할 힘이 전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한 약점의 노출.

무조건 항복이자 백기에 가까운 협상 태도.

아사의 지옥에서 뛰쳐나온 이들은, 적어도 현실만큼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주제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한 치앞의 미래가 어떨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휴전선을 없애라면 없앨 것이고, 군사동맹을 맺으라면 맺겠습니다. 군사정보를 공개하라면 다 열어제끼겠습니다."

"흠, 흠흠."

"우리가 확보한 핵탄두도 죄다 넘기겠습니다. 남조선에 우리의 모든 걸 공개하겠습니다. 김가놈을 향해 짖는 사냥개가 되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둘의 대화를 기자들이 듣기에는, 거리에 비해 목소리가 작았다.

어찌 보면 비공식 회담.

국무총리는 고막을 뚫고 들어오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세포가 찌르르 울리는 흥분을 느꼈다.

이런 외교적 성과를 자신이 쥘 수 있다니.

"배신이든 뭐든지 간에 하여튼 전혀 걱정하지 마시라요. 우리는 굶어 죽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너무나도 지독하게 겪었습니다."

최섭곡을 최근거리에서 수행하는 부하들은 속으로 경악하고 있었다.

그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무조건 항복, 무조건적인 열세적 우호 관계.

그들이 남조선을 대하는 스탠스로 이미 정한 것이었으니.

하지만 표현만큼은 외교적 수사를 적당히 섞어야 했다.

내용물은 동일하지만, 포장지만큼은 우아하게 다듬는 게 애초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섭곡 대장은 포장지를 잊어버린 채, 내용물만 고스란히 전하고 말았다.

'그래도…… 대장님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우.'

'저런 말도 안 되는 걸 봐버렸으니. 받아버렸으니.'

농사 로봇의 사열식, 그리고 순식간에 농장으로 변하고 있는 허허벌판.

여기에 수천 톤은 족히 넘어갈 '고기'를 영접했으니, 마지막으로 반년전에 삶은 계란 반쪽을 먹은 게 전부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무장해제당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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