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23화
261장 제주도 올인 (1)
[속보! 서진파운드리 제2공장, 제주도로 확정!]
[정서진 CEO, "제주도, 더 이상 순수한 섬 아니다. 반도체 공장 충분히 가동 가능."]
[제주도, 최소 5.5조 원의 세수 증대를 기대할 수 있어. 활짝 웃는 제주도지사.]
[양식장, 해상교량, 조선소에 이어 반도체 공장까지. 하수영 의원의 제주도 사랑은 어디까지?]
[제주도 외국인 토지거래 전면허가제 시행! 앞으로 외국인은 제주도에 주택과 상가만 구입 가능. 땅은 원칙적 불가.]
해상농장 조선소가 들어서기 전, 제주도의 한 해 예산은 약 6조 원이었다.
여기에 조선소와 반도체 공장이 추가되었으니, 제주도는 한 해 예산 15조 원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해상교량을 통해 육지를 편히 드나들 수 있게 되면서 제주도의 토지 가치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뛰어올랐다.
조선소와 서진파운드리 공장은 거기에 기름을 콸콸 부어버린 격.
제주도에서 수영그룹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치솟았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바로 주변에서 매국노 취급을 받을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했다.
다양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설문을 돌리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하수영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92%를 찍은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무조건 하수영당을 찍겠다는 의견도 85% 이상이었다.
제주도에 아무 연고가 없는 하수영이 강력한 호족 왕으로 거듭난 것이다.
***
도청 취재를 온 기자들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해상교량, 조선소, 반도체 공장. 이 셋만 놓고 봐도 제주도를 일으켜 세운 국부나 다름없지."
"그런데 제주도가 나라는 아니잖아."
"무슨 상관이야. 제주도민들이 느끼는 심정이 그렇다는 거지."
"그나저나 정말 앞으로 제주도가 관광도시라고 할 수만은 없겠는데."
"제조업과 첨단 고부가가치산업도 갖췄으니, 이제 관광 수입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 거야. 제주도 입장에서는 잘된 일이고."
"다음 선거 때는 하수영 계파원들이 제주도 의석은 싹쓸이하겠는데? 3년 뒤 선거가 참 볼 만하겠어."
"조선소 덕분에 제주도 인구가 지금 56만에서 70만 정도까지는 무난히 늘어날 거야. 다음 선거 전까지는 80만도 바라볼 수 있을 거고."
"대선에서 엄청난 캐스팅보트가 되겠는데. 그중 적어도 80%는 하수영의원이 지지하는 사람을 밀어줄 거 아냐?"
"여야에서 긴장 좀 하겠어. 경쟁당에 뺏기면 구도가 확 기울어질 테니까."
그러자 체구가 큰 기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과연 그럴까? 하수영 의원이 입당하면 자칫 당을 휘어잡을 수 있는 데, 지금 양당의 중진들이 그런 결과를 바라겠어?"
"하긴…… 자리보전이 가장 중요 하니까."
"말로만 하수영 의원을 입당시킨다 어쩐다 하면서 지지부진한 건 그 이유가 가장 커. 양당 수뇌부는 지금의 여의도 균형 상태가 무너지기를 바라지 않거든."
"뭐, 카메라 앞에서는 실컷 싸우다가도 컷 사인 나오면 어깨동무하면서 술 먹으러 가는 사이니까."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을걸? 하수영 의원을 끌어들이지 못한 쪽은 다음 선거에서 무조건 진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하수영한테 직접적으로 지원, 후원을 받는 전국의 농어민 종사자만 300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 제주도 인구 80만 명(예정) 이 추가되면, 최소 380만 표가 하수영의 입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국민들은 재벌과 정치, 그 둘을 한꺼번에 쥐는 인물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수영은 농사부터 시작해서 자기 손으로 지금의 기반을 이뤘기에, 바닥에서부터 베푼 게 많았기에 평가가 달랐다.
"지지 기반이 청담,강원도, 경기도, 통영, 제주도…… 뭐 이렇게 지리적으로 두서가 없을 수도 있나?"
"대전에도 수영조명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확실한 기반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그래도 대전에서 20% 정도는 하수영 지지 기반일걸? 핵융합 상용화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이 어디 가는 건 아니지."
프라임건설 그룹은 제주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공장을 지을 부지를 선정하는 게 가장 우선이었다.
프라임건설 직원들은 자연경관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부지를 골랐고, 매입 협상에 들어갔다.
시세의 100%를 추가로 얹어주자 땅 주인들도 흔쾌히 땅을 팔았다.
***
한편으로 프리덤은 정서진과 함께 공장 건설 견적을 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200기를 개당 400만 달러에 구매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400만 달러?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0만 달러라고 하지 않았어?"
초기에는 안드로이드 프리덤 1기를 맞추는 데 5,000만 달러쯤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구매가 이뤄지면서 개발비를 회수한 로봇 업체들이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주었다.
수영농장에서 로봇 부품을 수백억달러 이상씩 구매해 준 덕분에, 매몰된 연구개발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500만 달러까지 내려왔는데…….
「양산라인 세팅을 대대적으로 다시 해서 부품들 가격이 전반적으로 또 낮아졌습니다.」
"돈 그럼 또 들어갔겠군."
「대신 양산 세팅비까지 모두 회수되면 나중에는 로봇 1기당 가격이 200만 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200만 달러라. 지금 400만 달러도 충분히 싼 수준인데."
「싸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자동차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져야죠. 그래야 모든 가구마다 안드로이드를 배치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모든 집에 안드로이드를 배치한다라……."
정서진은 잠시 미래를 상상했다.
안드로이드가 자동차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정말 국내의 모든 가정에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배치될 수 있으리라.
여유가 되는 집은 2기 이상을 살수도 있겠지.
「보모로이드로서 제가 보이는 활약 덕분에 안드로이드에 대한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특히 젊은 부부들이 보모로이드 복지 서비스 지원을 받고 싶어 합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애를 대신 키워주고, 노인이나 환자 가족원을 간병해 준다.
로봇을 확실히 믿을 수만 있다면, 맞벌이 부부는 더 이상 양육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런 혜택은 수영그룹 직원에게만, 그것도 긴급도를 고려해서 순번이 돌아간다.
대기 중인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200기를 개당 400만 달러에 산다면, 8억 달러인가? 8,000억원이군. 공장 건설 비용은 얼마나 하지?"
「토지매입비까지 고려하면 1,500억 원입니다.」
"반도체 공장 하나에 총 9,500억원인가. 대충 1조 원으로 치면, 49조 원이 남는군."
미국이 조용히 건넨 500억 달러(50조 원)는 서진파운드리 계좌에 들어 있었다.
어쨌거나 명목은 반도체 공장 멀티화 지원보조금이었으니까.
'이 돈으로 반도체 공장을 원하는 대로 여럿 더 지어주세요. 그럼으로써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대비해 주세요.'
라는 미국의 격려금.
물론 미국은 그 돈을 어찌 쓰든 앞으로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흐음…… 우리 회사도 현금은 별로 필요 없는데. 차라리 수영농장에 넣어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파운드리 독점은 말 그대로 현금으로 만든 산에서 헤엄치기다.
490억 달러가 큰돈이지만, 그 돈을 가지고 당장 뭐 할 게 없다.
「주인님, 수영농장도 현금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농사짓는 데 사와야 하는 건 없죠. 가끔 안드로이드 교체 부품 정도만 빼면요.」
"아, 그렇겠구나."
「지금 자회사 전체적으로 현금이 풍족하진 않아도 부족한 곳은 없습니다. 당장 490억 달러가 필요한 회사는 보이지 않는군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하지?"
「10억 달러만 남기고, 안드로이드나 몽땅 사두는 게 어떻습니까?」
"40억 원짜리를 48조 원어치라…… 그럼 12,000 기나 쌓아두자고?"
「안드로이드가 많아서 나쁠 건 없습니다. 직원들 보모로이드 지원을 해줄 수 있죠. 또 농촌의 노부부 가구에 가사 지원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건 회장님 결재를 받아야 할 거 같은데."
「그러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작습니다. 마스터도 이미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서진파운드리에 넣어둔 거고요.」
"안드로이드 12,000기 추가 여유재고분이라……."
정서진은 잠시 고민했다.
안드로이드가 많아서 나쁠 것은 없다.
지금도 사방에서 안드로이드 프리 덤의 수요가 쏟아지는 중이니까.
특히 육아와 노부모 부양에 힘들어하는 수영그룹 부부 직원들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안드로이드 가사 지원은 국내 직장인들이 압도적 1위로 꼽는 직원복지입니다. 직원복지를 크게 늘리면, 그룹 전체의 위상도 올라갑니다.」
"그렇긴 해."
「또 미국 로봇 업체들이 양산 개조 세팅에 쏟아부은 돈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럼 로봇 부품 가격이 더 저렴해지고, 그들이 더 좋은 부품과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추가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수영그룹이 미 로봇 업체들에게 더욱더 슈퍼 갑 바이어가 된다는 뜻이다.
정서진은 결정을 내렸다.
"그래. 로봇 부품이나 구매하자. 지금 바로 발주서 넣어라."
「알겠습니다.」
"10억 달러는 남기는 거 잊지 말고."
그리하여 미국이 지불한 500억 달러 중 거의 대부분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이 거래는 국무부를 통해서 당연히 워싱턴에 흘러 들어갔다.
하수영과 손을 잡기로 한 코시든 상원의원은 소식을 듣고 혼자 신음했다.
"내가 어리석었다. 그래서 사람의 깊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500억 달러는 명목상 공장 지원금이지만, 한편으로는 손해배상 및 위자료의 성격도 띠고 있었다.
미국은 하수영이 그 돈을 가지고 뭘 하든 상관없었다.
500억 달러로 1차 반도체 대란을 마무리 짓고 관계 회복을 했으니, 아주 저렴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돈의 대부분이 다시 미국 기업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왔다.
그것도 그냥 들어온 게 아니라, 로봇 산업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기여 하는 데에 쓰였다.
48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은 공장을 밤낮으로 바쁘게 돌아가게 할 것이고, 직원들은 인센티브를 듬뿍 받게 될 것이며, 회사는 다시금 로봇 기술 개량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로봇 업체들은 이제는 외부 투자 없이 거래 매출만으로도 충분히 회사 확장을 꾀할 수 있다며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의원님. F22 프로젝트 부활도 사실상 하수영 의원이 먼저 양보해 준 겁니다."
"그렇지."
"지켜봤는데 하수영 의원은 다른 자본가들과는 다릅니다. 이익 갈취에 집착하지 않고 긍정적인 돈의 흐름 장려와, 그로 인한 영향력 증대를 더 선호합니다."
"그런 자본가는 지금까지 없었는데. 아니, 그런 자본가는 그만큼 큰 덩치로 성장을 하는 게 불가능했는데."
"그분은 양쪽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거래 방향을 잡습니다."
"덕분에 나도 살아날 수 있었고."
코시든이 하수영과 화해했다는 게 알려지자 워싱턴 정가에서 끝없이 추락하던 그의 입지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반도체 전쟁 대패로 인한 쇼크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일본의 로비를 받아 서진파운 드리 견제에 뭉친 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며, 역으로 일본의 전자산업을 공격할 밑 준비를 한창 다지는 중이었다.
"과거의 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아."
"서진파운드리 TSMC와 서해반도체의 합체 회사 체급 정도로만 오인하셨으니까요.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의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