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18화 (1,118/1,270)

프랜차이즈 갓 1118화

260장 1차 반도체 전쟁 (2)

"의회의 내부 승인이 났습니다."

코즈펠트가 직접 계약서를 들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기술이전, 라이선스 생산권, 록히드마틴 700대 구매 내용이었다.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다.

-하수영은 록히드마틴에 F22 전투기 700대를 주문한다.

-록히드마틴은 하수영에게 F22 생산기술, 정비노하우 등 일체의 제조운용 기술을 100% 무상으로 이전 한다.

-하수영은 일체의 상업 목적이 없는 한 F22를 마음껏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국가, 국적의 기업, 개인, 단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

하수영은 계약 내용을 훑어보고 끄덕이며 서명했다.

"괜찮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F22의 위명을 동해상에 크게 떨쳐 봅시다. 그만한 전투기가 출격 대기하고 있으면 해적들이 감히 양식장에 얼씬도 못 하겠죠."

"……하하하."

코즈펠트는 힘없이 웃었다.

***

록히드마틴은 F22 700대 계약 체결 하나만 콕 집어서 발표했다.

900억 달러대 계약 체결 사실이 알려지자 정신없이 널뛰기하던 경제지표가 조금씩 안정 패턴을 되찾기 시작했다.

-수영그룹이 F22 700대 주문했다. 계약서에 도장 찍었다는데?

-다행이네. 그럼 이제 반도체 전쟁은 강화조약 맺는 거지?

-반도체는 아무 말 없었지만, 그렇지 않을까? F22 판매는 의회 승인 이 필요하니까.

-수영그룹이 먼저 굽히고 들어갔을 리는 없고, 미 의회가 먼저 화해 요청한 거 같은데.

-진짜 잘됐다. 이제 반도체 가격도 어느 정도 안정될 듯.

-화해 무드 조성된 거 보니 안심해도 되겠다.

제조업계는 F22 계약 체결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조만간 반도체 관련해서도 좋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끝없이 폭락하던 반도체 지표가 다시금 회복세를 탔고, 미친 듯이 프리미엄까지 얹어가며 사재기를 하던 분위기도 잦아들었다.

시장이 드디어 패닉을 벗어난 것이다.

***

마이크론의 몸값은 하락하지 않았다.

"한 번 일어났던 일은 나중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번 반도체 대란에 커다란 경각심을 품었다.

그것은 서진파운드리가 아니라 미 의회를 향한 것이었다.

"생산량 급감이라는 갑작스러운 반격 때문에 이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은 더욱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서진파운드리를 간섭하려고 할 것이다."

"당장 경제 줄줄이 박살 나고 미군산업체와 로봇업체도 죽어나가게 생겼으니까 의회가 한 번 접어준 거지, 놈들이 욕심을 전부 버릴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번 일 덕분에 미국이 반도체 헤게모니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잘 알았다.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겠다."

한편 반도체 공급이 끊긴 일본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윈텔, ADM 등은 서진파운드리가 일본에 이를 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회복 시그널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 공급 물량은 복구시키지 않았다.

반도체 수급난에 빠진 일본 제조업계는 비상이 걸렸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컴퓨터 시장이 박살이 났고, 자동차 공장도 몇 개월 안으로 가동중지가 예정돼 있었다. 자동차 반도체 부품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토요타 등 일본의 자동차 대표기업들이 서진파운드리를 찾았으나, 다들 굳은 얼굴로 철수하는 사진만 겨우 건졌다.

일본 정·재계는 짙은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반도체장비 회사들은 살아났지만, 반대로 제조산업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으니.

빈대는 드디어 잡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초가집은 활활 불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F22 전투기 700대 구매 확정 발표가 일본 내각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제 공군력으로는 절대로 한국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F22를 그렇게 팔아달라고 애원했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설마 기술까지 넘기는 건 아니겠지?"

전투기 인도가 끝나면, 한국은 '해군 전투기'만 1,026 대 이상이 돼버린다.

한국해군은 이미 레일건으로 무장한 줌왈트 3척도 있다.

해상에서도, 공상에서도, 철저히 열세에 놓여 버리고 만다.

***

"반도체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종전? 한참 먼 이야기다."

"반도체는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산업의 쌀이기도 하다. 결국 시장은 어떤 식으로든지 개편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자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공포를 못 버린다."

1차전이 아직 진행 중인 걸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 해도 결국 2차전이 펼쳐질 것이다.

신중론자들은 서진파운드리의 대체 불가능성을 거론했다.

"생산 가격도 싸고, 환경오염도 전혀 없고, 특히 끝내준다. 파손 불량품이 아닌 한, 99.99% 이상이 이론 한계치 성능을 끌어내는 최상품들밖에 없다."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서진파운드리의 공정 능력에 길들여져 버렸다. 120인치 8K TV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다시 브라운관 TV로 돌아가라고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서진파운드리는 1나노 공정도 가뿐히 양산화해 버렸다. 서해반도체와 TSMC도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일이다."

"마이크론이나 다른 반도체 회사 따위로는 서진파운드리를 대체할 수 없다."

어쨌든 겉으로는 의회와 화해 무드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방산업체에 은밀한 소문이 돌았다.

"록히드마틴이 F22 제조 기술을 수영그룹에 이전한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수영그룹이 정말 전투기 제조사업에 뛰어드나?"

수영그룹은 보라매 전투기 프로젝트 참가 회사들을 모아서 민항기 제조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외주를 줄 뿐, 직접 생산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점으로 안심을 시켰다.

"F22는 아무래도 직접 핸들링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타회사에 기술이 전을 해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F22 제조를 시작하면 보라매 전투기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도 정부가 엎지는 못할 겁니다. F22는 대당 가격이 너무 비싸요. 그 돈이면 보라매 전투기 4, 5대는 살 수 있어요."

"문제는 수영그룹에서 F22 700대나 주문했고, 앞으로 또 계속 찍어낸다는 거지. 이러면 국군이 더 이상 전투기를 추가 도입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휴, 그게 문제이기는 합니다."

F22 구매 및 기술 도입.

전투기 방산업체들은 이에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품으며 눈치를 살폈다.

자체 수송기 제조를 준비하면서, 자신들을 불러다가 안심시키던 하수영의 모습을 기억했다.

"잘하면 보라매 프로젝트 사업체들을 한데 묶어서 전투기 제조회사를 만들지도……."

그것이 자신들에게 해가 되지는 않으리라.

하수영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에 기초한 믿음이었다.

그리고 국방부에서 하수영을 방문했다.

***

전력사업 전문가들을 줄줄이 동행하고 하수영을 찾은 차관은 긴장감을 열심히 눌렀다.

"의원님, 록히드마틴이 F22 제조기술을 100% 이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네. 그래도 마음껏 생산해도 된다고 라이선스도 줬습니다. 외국에 팔거나 이득을 취하면 안 되지만요."

"그럼 생산을 하실 의향이 있으신 겁니까?"

"없는데요?"

"……."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물었지만, 가차 없이 돌아온 즉답에 차관 일행은 잠시 버퍼링이 걸렸다.

당연히 하영이 라이선스 생산을 염두에 두고 양보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 당장은 일정이 없으시다는 말씀이시군요."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도 없어요. 전투기 공장 세팅하는 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요. 못해도 3년은 잡아야 합니다."

"……."

"그럴 바에는 차라리 록히드마틴에 추가 주문하는 게 낫죠. 안 그래요? 로한이 나중에 취미로 마개조한 F22 몇 대나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에요."

하수영은 대수롭지 않게 덧붙였다.

"그리고 700대면 사실 충분하고요. F35C도 300대나 있으니까 다 합치면 1,000대잖아요. 이 정도면 해군 육지항공전력으로는 괜찮다고 봅니다."

해군 육상기지 F22 700대와 F35C 300대.

청담함 함재기 (F35B) 26대.

이 정도면 해군의 항공전력이 공군의 수십 배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F22를 20대 정도만 내보내도 공군 전력은 궤멸할 것이다.

지나치게 비대칭적인 전력 편제가 돼버린다.

"큰일이에요, 큰일."

"무엇이 큰일입니까?"

차관 일행은 낯빛을 바짝 굳히고 귀를 기울였다.

무슨 일이기에 하수영이 저런 어두운 표정으로 탄식을 하고 있을까?

"조종사가 없어요."

"……."

"그렇다고 해군사관학교 입학 정원을 한 번에 확 늘릴 수도 없고. 정말 큰일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해군사관학교……."

차관은 작게 신음했다.

공사가 아니고 해사가 거론되었다는 게 알려지면, 공군의 사기는 또 한 번 크게 꺽일 것이다.

그래도 풀이 죽는 것으로 그치는 공군은 차라리 귀엽기라도 하지.

육군은 자신들에 그에 걸맞는 예산증액을 해달라며 미쳐 날뛰고 있는 중이다.

'억울하면 지들이 먼저 별 다섯 개 갖다 바치고 원수로 만들어버렸어야지.'

"아무래도 지금 수영비행원만으로는 이거 감당이 안 될 거 같아요. 교육생들 대부분이 민항기 조종을 희망하고 있어서요."

"공군, 아니 해군 파일럿을 양성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군요."

"혹시 그 비용도 제가 드려야 할까요?"

전투기 조종사 양성에는 두당 1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

앞으로 1,000명 이상의 조종사를 확보해야 하니, 육성 비용만 1조 원이다.

국방부한테는 끔찍한 출혈.

하지만 전투기 1,000대 구매에 이미 120조 원 가까운 지출이 예정돼있는 하수영 앞에서 감히 그런 엄살을 부릴 순 없다.

무상으로 최신 전투기 기능을 해준다는데, 1조 원 정도야 쥐어짜 내서라도 만들어야지.

'육군이 또 난리를 치겠군.'

육군의 진상짓이 조금 우려되지만, 뭐 어쩌겠는가.

억울하면 지들도 어디 가서 아파치 헬기 1,000 기쯤 기증을 받아오던가.

"태안의 수영비행원을 계속 증축할 겁니다. 세스나기도 지속적으로 사오고 있어서 입문용 훈련기는 충분할 거고요. 해군사관학교와 공유하죠."

"배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인당 10억 원까지는 안들고, 한 5억 원 정도로 낮출 수 있으려나?

***

서진파운드리는 점유율을 낮췄지만, 나노소프트에 들어가는 물량은 건드리지 않았다.

나노소프트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의 CPU와 옵테인메모리의 부품은 칼질을 피했다.

나노소프트와 수영농장의 파트너십은 익히 알려져 있기에, 아무도 이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한편 마이크론은 미국의 군소 파운드리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공장을 늘려갔다.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마이크론은 그 둘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삼았다.

과거 TSMC에 버금가는 대규모 파운드리 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였다.

뼈아픈 경험을 한 미 의회는 서진 파운드리와의 화해 협상과는 별도로, 마이크론에 더 많은 지원을 실어주기로 합의를 모았다.

반도체 업계는 언제 화해가 이뤄질지, 언제쯤 생산량을 다시 늘릴지 목을 빼놓고 기다렸다.

제조업체들의 관심 역시 온통 서진 파운드리의 생산량 변동에만 쏠려있었다.

그리고 마이크론 파운드리 사업부의 첫 시제품이 드디어 나왔다.

미 정부의 압력에 ADM이 마이크론에 생산을 위탁한 CPU였다.

어째서인지 성능 및 품질 테스트결과 공개는 한참이나 연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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