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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14화 (1,114/1,270)

프랜차이즈 갓 1114화

259장 위약금은 넣어둬 (4)

정말 하수영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의원들은 조금 당황했지만, 내심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서진파운드리 100% 보유한 오너 아닌가.

이 자리에서 미 의회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면,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

'많은 미국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과반 이상의 의원들은 하수영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으며, 또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또 중국과 일본에서 농산물을 팔아 얼마나 큰돈을 벌고 있는지.

'반도체 제2공장 정도는 우리 미국에 양보를 해줘야지. 그동안 우리 미국에서 번 돈이 얼마인데.'

'항모와 줌왈트 판매도 의회에서 승인을 해준 덕분에 가능했지. 우리 미국은 이제 그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진파운드리가 안전한 우리 미국 땅에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지어야만 한다.'

그리고 청문회가 시작되었다.

"하수영입니다.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

선서가 끝나고도, 잠시 동안은 아무도 포문을 열지 못했다.

고작 3년 만에 말도 안 되는 부를 일군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존중감이 지그시 압박했다.

침묵이 시청자에게 어색함을 전달하기 직전, 드디어 첫 질문이 터졌다.

"귀하는 서진파운드리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얼마나 점유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80%? 그 정도 될 겁니다. 생산물량의 8할을 찍어내는 것으로 압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리고 서진 파운드리가 기존 반도체 장비나 화학약품 따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습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기존 반도체 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까?"

"존경하는 의원님, 그 점에 관해서는 에릭 로한 박사가 저한테 처음 투자 계획서를 들고 왔던 3년 전부터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그때 로한은 자기가 속한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서 향수병과 고향에 대한 강한 상실감에 억눌려 있었죠. 식욕도 형편없었고, 신발끈도 보기 흉한 비대칭 지그재그 모양으로 묶었고, 175㎝에 허리와 골반 비율이 7:10인 마릴린 먼로 황금비율의 미녀가 지나가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로한은 게이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얼마나 심각한 향수병이었는지, 저는 일단 낚시로 낚아 올린 참치부터 토막 내서 먹였습니다."

"……증인? 불필요한 이야기는 적당히……."

"로한이 투자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제 앞에서 얼마나 감정선을 잡으려고 기나긴 빌드업을 거쳤는지, 존경하는 의원님들은 그것부터 아셔야 서진파운드리가 어떻게 해서 전세계 반도체의 80% 이상을 먹어치웠는지를 비로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

"아무튼 로한은 159kg짜리 참치 한 마리를 혼자서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고 나서야 이렇게 말을 했어요."

'투자를 해달라고?'

"교관님, 아직 저는 배고픕니다. 라고 말입니다."

대부분의 의원들 표정이 와장창 깨져 나갔다.

이게 영화였다면 아마도 유리잔 깨지는 효과음이 섞였으리라.

"그래서 제가……."

그 뒤로도 하수영은 40분 이상로 한의 향수병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떠들어댔다.

의원들은 중간중간 제지를 하고 싶었으나 마이크를 끄지 않는 한,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열심히 진술하는 청문인의 발언을 중간에 끊어버릴 수도 없었다.

지금 미국의 모든 저널리즘이 청문회장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만으로도 나락으로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생각보다 재밌는데?'

처음에는 지루하고 별 시답잖은 잡변으로만 들렸다.

내용 자체도 냉정하게 보면 별다를게 없다.

하지만 좋은 발성과 적절한 몸짓, 목소리톤, 여기에 템포 리듬까지 섞이니, 이상하게 빠져 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질문지를 검토하다 말고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던 의원들은 몇 번이고 헛기침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려 했다.

"그러더니 로한이 말했습니다. <교관님, 여기 결제 시스템은 왜 이렇게 아날로그입니까?>라고 말했죠. 그게 바로 프리덤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어, 음……. 지금 서진파운드리 설립 이야기를 하던 게 아니었습니까?"

"서진파운드리를 논하기 위해서는 프리덤 선행 언급이 필수입니다, 필수."

"……."

그렇게 순식간에 2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의장이 정신을 차리고는 잠시 휴식을 선언했다.

다들 20분 동안 휴식을 취하러 사라진 동안, 하수영은 꼿꼿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보다 못한 보좌관 한 명이 조용히 다가와서 물었다.

"Sir, 화장실이라도 다녀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 휴식 시간은 2, 3 시간은 흘러야 열릴 겁니다."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Yes, Sir……."

보좌관조차도 질린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2시간 동안 하수영은 거의 1시간 50분 이상을 혼자 떠들어댔다.

의원들은 발언을 제지하거나, 다른 질문으로 발언을 유도할 엄두조차도 내지 못했다.

기싸움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시작부터 아예 눌린 채였다.

20분의 휴식시간이 끝났다.

청문이 다시 재개되자마자 하수영이 발언을 신청했고, 의장이 승낙했다.

"휴식시간 다 끝났는데 윌슨 의원님, 다쿠안 의원님, 조세프 의원님, 루시아노 의원님, 로드리고 의원님, 대런 의원님, 프랭크 의원님, 밋첼의원님이 자리에 보이지 않습니다."

순간 의원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니, 그걸 다 외우고 있어?

얼굴과 이름까지? 그리고 자리에 없는 것까지 다 알아봤다고?

"무슨 사고가 생긴 게 아닌가 걱정되는데, 911을 불러도 될까요?"

"크흠,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아마도 변비가 심해서일 거 같군요."

동료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얼른 조용히 메시지를 보내서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하수영이 일일이 이름을 지적한 순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대단하다. 설마 상하원 의원들 얼굴과 이름을 다 외우고 있는 건 아니지?

-누구누구 자리가 비었는지 스캔하는 것만 해도 힘들 텐데, 진짜 대단하네. 괜히 3년 만에 세계 1위 부자가 된 게 아니네.

-세계 1위 부자는 안살린 구단주아닌가? 개인 자산이 이제 6조 달러가 넘니 마니 한다던데.

-독재자, 왕족은 부자 순위에서 집계 안 해. 기업인만 친다.

-근데 안살린 구단주는 재산의 99%가 물려받은 게 아니라 자기 힘으로 쌓아 올린 거라서 순위에 집계해도 되지 않나?

-글쎄, 당장 평가자산은 안살린 구단주가 더 많을지 몰라도, 내 생각에는 수영그룹의 가치가 더 클 거 같은데? 솔직히 핵융합 기술 하나만 따져도 몇조 달러 이상의 가치는 되지 않나?

-이야, 도망갔던 의원들 다 돌아왔다.

-겨우 두 시간 앉아 있었던 게 뭐 힘들다고 늑장을 부리냐. 하수영은 두 시간 넘게 앉지도 않고 계속 서 있었는데.

-근데 왜 서있으라고 하는 거임? 이건 청문 학대 아닌가?

하수영의 발언은 그 뒤로도 쉴 새없이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의원들은 질문을 던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잘못 질문을 던졌다가는 하영이 방대한 장광설을 대답으로 돌려줬기 때문이다.

두 번째 휴식은 다시 3시간이 흘러서야 선언되었다.

의원들은 화장실만 후다닥 다녀와서는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지긋한 눈빛으로 의원들을 훑어보는 하수영의 표정에서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뭐야, 겨우 그거 가지고 힘들어 하냐?

하수영의 표정이 딱 그런 한심함을 품고 자신들을 대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방송사와 시청자들도 똑같은 감상을 품고 있었다.

"이건 뭐 체력에서 아예 상대가 안되네요."

"의사당 입장할 때 토마호크 스테이크 해치워 버린 것부터가 인상적이었어요. 결전을 앞두고 단단히 체력을 비축하는 느낌이었죠."

"그에 비하면 의원들은…… 솔직히 실망이네요. 53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겨우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하네."

"출석 못 한 5명은 지금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겁니다. 저 자리에 의원으로서 앉아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하네요."

'죽기 전, 마음껏 할 말을 해보라. 시간은 무제한으로 주겠다.'

형 집행 전 사형수에게 자유독백을 보장해도, 이보다 길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에는 더 할 말이 없어서, 더 말할 체력이 없어서, 입안이 말라서, 차라리 무제한 자유독백이 고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청문회가 열린 지 12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하수영은 조금도 쉬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설파했다.

의원들이 이쯤이면 됐다, 그만하자는 분위기가 나올 것 같으면 기가 막히게 파고들어서 분쇄했다.

결국 지친 어느 의원이 피곤한 나머지 해선 안 될 질문을 해버렸다.

"그런데 오래 서 있었는데 피곤하지 않습니까?"

"존경하는 의원님, 3만 명이 넘는 숫자를 자랑하는 제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이 정도 체력은 기본에도 속하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습니다."

-지역구 유권자가 겨우 3만 명이 넘는다고?

-지금 돌려 까는 거 같은데. 니들 체력 그따위밖에 안 되냐고.

-겨우 3만 명밖에 안 되는 지역구의원이면 대체 뭐냐? 작은 마을 보안관 수준밖에 안 되는 거잖아.

-충격적인 사실 알려준다. 아직 서진파운드리 미국 공장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음.

-청문회가 끝날 수는 있는 거냐? 그냥 상하원 의원들이 3교대로 상대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아시안 보이라고 우습게 봤던 내 생각을 철회한다. 그는 진정한 남자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대통령으로 4선은 했을 거다.

-처음 트랙터를 타고 나타났을 때부터 난 그가 진정한 남자라는 걸 깨달았지.

-겨우 530명으로는 못 이긴다. 출석 안 하고 배짼 놈들이 진정한 승자다.

나이 든 의원들은 체력적으로 도저히 하수영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의장은 '자유청문타임'을 선언했다.

쉴 사람은 쉬고, 계속 할 사람은 계속하라는 일종의 자유청문타임.

이렇게 되자 의원들 입장에서는 눈치 보기 게임이 돼버렸다.

'가장 먼저 일어나는 놈이 언론의 포화를 얻어맞는다.'

'망할, 기자놈들은 교대로 쉬고 왔을 텐데 우리만 이러는 건…….'

'어떻게 저렇게 오래 서서 쉬지 않고 떠들 수 있는 거지?'

18시간이 훌쩍 지나자, 도저히 안되겠는지 몇 몇 의원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카메라의 집중을 분산시키려고 집단행동을 한 것이다.

하수영이 지친 채로 떠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브랙톤 의원님, 자퀸 의원님, 에리카 의원님, 아드리아나 의원님, 에이덴 의원님, 그라테 의원님, 아도니스의원님, 디안드레 의원님……(중 략)…… 편히 쉬고 오십시오. 그때까지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하수영은 쉬러 떠나는 의원들 이름을 한 명 한명 친절하게 호명하면서 정중히 인사까지 했다.

-체력이 강철, 아니, 그냥 티타늄합금이네. 그래서 티타늄 합금을 그렇게 좋아하나?

-매너는 또 어떻고, 그냥 미국인으로 만들어버리면 안 되나?

-뭐야? 미국인이 아니었어? 말하는 게 완전히 뉴요커 그 자체인데?

-미국에서는 한 번도 산 적이 없다 함. 참고로 러시아어와 일본어, 스와힐리어, 아랍어도 네이티브 수준으로 유창함.

-노스코리아에서는 저 정도 수준은 되어야 3만 명 지역구에서 겨우 장을 먹을 수 있는 거군.

-노스가 아니고 사우스.

청문회는 만 24시간을 돌파했다.

그동안 하수영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으며, 화장실도 가지 않았고, 의자에 앉지도 않았다.

의원들은 교대로 휴식을 취했지만, 몸에 쌓인 찌든 피로를 완전히 풀어 낼 수는 없었다.

"……청문인, 반도체 공장에서 작업하는 로봇들에 얼마나 많은 우리 미국 기업들의 부품이 들어가 있으며, 그 역할과 기능, 연혁, 그리고 CEO들의 창업 역사가 어떠한지는 충분히 들었습니다."

의원은 지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제는…… 반도체 생산력의 80%이상이 북한 미사일이 닿는 범위 내에 몰려 있는 상황이, 전 세계 경제안보에 큰 리스크라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해 주십시오."

"존경하는 의원님, 그 부분에 대해서 짧고 굵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주 약간이지만, 의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깃들었다.

'드디어?'

"서진파운드리의 독과점 상태가 경제안보 리스크를 낳을 수 있음을 우려합니다. 다만 서진파운드리는 한국 기업이므로, 미국의 법이 미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반도체 안보를 외면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수영은 열변을 토했다.

"철강이 제조산업의 쌀과 밀, 그리고 보리이듯, 반도체 또한 전자산업의 쌀과 밀, 그리고 보리입니다. 주식이 어느 한 곳에 독점되면 그 위험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

그리고 또 한참 길어진 연설.

이제 의원들은 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그러므로! 저는 반도체 산업시장의 건전성 향상을 위해 생산 점유율을 줄이겠습니다! 지금의 80%에서 딱 50%까지] 낮추겠습니다! 돌아가는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아주 좋은 생각…… 뭐, 뭐요?"

"오, 코시든 상원의원님. 역시 제 진심을 알아주시는군요. 영광입니다, Sir."

그 순간 전 세계 반도체 지표가 널뛰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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