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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12화 (1,112/1,270)

프랜차이즈 갓 1112화

259장 위약금은 넣어둬 (2)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

단종을 맞이한 것은 여러 가지이 유가 있으나, 결정적인 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너무 강하다는 것에 있었다.

미국은 잠재적 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 F22를 개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하급 기종인 F35로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다만 F22는 세계적으로 팬이 많았고, 그 팬들은 단종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러다가 수영그룹이 F22 프로젝트 부활에 한 손을 거들면서, 국내에서 밀리터리 팬들이 열광하며 반겼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F22의 부활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군수산업 종사자와 경제 전문가들이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짤막한 SNS가 그 모든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700대 정도 사고 싶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이게 무슨 소리야?

-F22 다시 관짝으로 들어가는 소리지. 빌어먹을 의회 놈들이 결국 수출을 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인데, -아니, 좋은 건 동맹과 나눠 쓰면 좋지. F22가 핵탄두도 아니고 같이 좀 쓰면 어때서?

-700대나 살 생각이었구나. 지금 가격이 1억 3,000만 불까지 내려왔으니까 700대면 910억 달러…… 와우. 엄청나네.

-수영그룹은 미국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식료품 사업으로 번 돈을 죄다 미국제품 쇼핑에 탕진하기로 유명하지. 일본 기업처럼 미국에서 달러만 쪽쪽 빨아먹고 튀지 않아.

-그야말로 진정하게 서로가 대등하고 호이익이 되는 무역 관계인데.

-아버지가 옛날에 F22 공장에서 일하셨다가 짤리셨는데, 이번에 프로젝트 부활하면 복직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감이 엄청 크셨어. 너무 낙심하셔서 옆에서 보는 내가 다 마음이 아프다.

-의회 놈들은 대체 왜 수출을 금지하는 거야? 수영그룹 정도면 믿고 전투기 팔아도 되잖아? 나노소프트대주주인데 뭐가 문제임?

-잠깐, 수영그룹은 나노소프트 대주주가 아니야, 브로…….

수영라면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랜차이즈 매장이었다.

매장은 언제나 미어터지고, 저녁에도 드라이브 스루로 비조리 포장을 해가려는 차들이 바글거린다.

적어도 고연봉 직장인들 사이에서 수영그룹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존재였다.

-F35도 300대나 팔기로 했네. 그런데 F22를 못 팔 이유가 있어?

-910억 달러어치 구매해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하고 팔아드려야지. 하여튼 앵글로색슨 뱃지충들은 뭐가 중요한지 모른다니까.

-더는 참을 수 없다. 복직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부 무산됐어. 지금 의회 쳐들어가려고 샷건을 찾고 있다.

-같이 가자고, 브로, 혼자 보내지 않겠어.

미 언론에서도 '910억 달러가 증발했다!'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분위기를 흔들어댔다.

일자리로 환산하면 100만 개의 실직자를 구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며 연일 떠들어댔다.

록히드마틴에서도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코즈펠트를 찾는 사람들이 연일 늘어났다.

"부사장님, 정말 F22 부활이 무산되는 겁니까?"

"아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의회에서 서진파운드리 압박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건 들었습니다. 미국에 제2공장을 지으라고요. 하지만 그만큼 많은 혜택을 주니까 압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서진파운드리는 공정 기술을 조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만약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되면 기관 검증을 위해서라도 공정 라인은 공개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기술 공개가 이뤄질 수 있죠."

"설마 특허를 전혀 안 낸 겁니까?"

"네, 기술의 독점을 위해서 특허를 하나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코즈펠트는 딱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문제가 F22뿐만이 아닙니다."

"그럼 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서진파운드리에서 규소 매입비 절감으로 납품가 인하를 준비했습니다. 이젠 없던 일이 될 겁니다. 오히려 의회의 결정에 반발해서 생산가격을 올려 버릴 수도 있죠."

"아, 그럼…… 우리가 구매하는 반도체 가격도 오르겠군요."

당연한 말이지만, 전투기에도 무수히 많은 반도체 부품이 들어간다.

군사용이니만큼 산업용 반도체보다 더 특별하고, 더 비싸고, 아무 데서나 살 수도 없다.

록히드마틴은 윈텔에서 주로 반도체를 구매해 왔는데, 윈텔은 군사용 반도체는 모조리 서진파운드리에 돌린 지 오래였다.

그편이 더 싸고, 품질도 좋기 때문이다.

"나사도 뒤집어졌을 겁니다. 윈텔이 납품하는 우주반도체도 서진파운 드리에서 생산 중이니까요. 헤슬라도 마찬가지고요."

"이거, 그렇게까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종속되어 있었습니까? 의회에서 왜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네요. 아! 의회가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코즈펠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못했지요. 크게 잘못했지요. 의원들은 아주 못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외국과 딜을 할 때 무조건 한 두 대 후려치고 나서 협상 테이블을 열려고 하는, 아주 못된 버릇이지요."

임원은 차마 말을 받지 못했다.

그것은 미 의회뿐만이 아니라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도 마찬가지.

약자라고 생각하면 일단 밟고 나서부터 협상을 시작하는, 오랜 제국주의적 전통이 아닌가.

"유사시 반도체 공급이 걱정되면, 차라리 마이크론 팹에 더 지원을 해주면 될 것을."

***

의회는 직격탄을 맞았다.

F22 부활을 고대하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단지 팬심으로 F22 부활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위해서였다.

덕분에 의원들은 의회에 출퇴근을 할 때 그들을 피해 몰래몰래 숨어들어야만 했다.

"코시든 상원의원, 이대로 밀어붙여도 괜찮은 겁니까? 자칫하면 910억 달러가 날아가게 생겼어요!"

"애초에 F22는 수출 규제 대상이었습니다. F22 부활이 정식으로 논의된 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물밑에서 실무 협상만 오가는 중이었단 말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F22 프로젝트부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700대 생산은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거고요."

코시든은 이마를 짚었다.

벌써부터 머뭇거리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었다.

만약 수영그룹을 계속 밀어붙였는데, F22 부활이 통과된다면?

압박에 찬성한 의원들의 주지역에는 생산 물량이 할당되지 않을 것이다.

록히드마틴의 공장은 46개에 달하는 주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백악관에 중재를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F22 사업이 날아가 버리면 민심이 폭발할 겁니다."

"F22는 블러핑입니다. 그 비싼 전 투기를 굳이 700대나 구매할 이유가 없어요. 미국에 반도체 공장 짓기 싫어서 지금 허세를 부리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때 보좌관이 허겁지겁 달려와서 코시든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코시든의 안색이 확 변했다.

"정말인가? 이 시국에 하수영 그자가 미국을 방문했다고?"

"네, 출입국 명단에서 확인되었습니다. 1차적으로 라스베이거스를 들를 모양입니다."

"이 타이밍에 라스베이거스라……. 마치 보란 듯이 과시를 하는 거 같군."

너희가 감히 어쩔 거냐는 자신감의 표출인가.

코시든의 미간이 구겨졌다.

***

하수영은 드레스코드로 일부러 깔끔한 정장을 택했다.

부유한 기업가보다는, 충직한 젊은 비서로 보일 법한 느낌을 골랐다.

여기에 크고 두툼하게 각이 진무거운 서류가방까지 들고 있으니, 영락없이 기업인을 보필하러 온 비서가 되었다.

FBI 과장에서 카지노 호텔 경호팀장으로 옮긴 윌링턴이 반갑게 맞이 했다.

"그렇게 입으시니까 정말 비서 같군요. 오히려 눈에 더 안 띕니다."

"카지노에서는 이런 게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죠."

"가방 이리 주시죠. 대신 들어드리겠습니다."

"이거 꽤 무거워서 못 드실 텐데요."

"제가 그렇게 힘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리 주시죠."

"그럼 잠시만요."

하수영은 서류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쿵, 하고 육중한 소리가 울리자 윌링턴과 부하들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윌링턴은 가방을 들어 올리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이게 왜 안 들리지?"

두 손을 써가면서 안간힘을 쥐어짜냈지만, 가방이 마치 바닥에 붙어버린 거 같았다.

하수영이 가볍게 한 손으로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제가 무겁다고 했잖습니까. 내용물과 가방 합쳐서 대충 240kg쯤 됩니다, 이거."

"대체 왜 이렇게 무거운 겁니까? 아니, 그 무거운 걸 도대체 어떻게 드시는 겁니까?"

240kg라는 말에 다들 입이 쩍 벌리며 경악했다.

무게도 무게거니와, 아무렇지한 손으로 드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저 정도면 역도 대회에 나가서 가볍게 세계 챔피언을 먹을 괴력이 아닌가?

"양아버지가 힘이 좋으시거든요. 제가 그걸 닮았죠. 가풍이라서 말입니다."

"양아버지의 힘이 좋은 게 대체 무슨…… 아니, 그보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습니까?"

"10g짜리 골드바 22,000개가 들어있죠. 가방 무게는 20kg쯤 되고요."

"아니, 어떻게 그 많은 금을 가지고 세관을 통과…… 아니아니, 그것 보다는 그 많은 금을 왜 들고 다니시는 겁니까?"

"조난 대비용입니다."

"조난 대비용이라고요?"

윌링턴과 팀원들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수영은 태연히 말했다.

"비행기 타고 해외 돌아다니다 보면 언제 어느 때 조난당할지 모르잖아요. 남미 같은 곳에 떨어질 수도 있고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금괴를 이렇게 갖고 다니는 겁니다."

"차라리 달러를 가지고 다니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달러는 서류가방에 얼마 못 넣어요. 금이 부피를 가장 안 잡아먹고, 환금성은 좋아서 제가 선호합니다."

"……."

그러니까 조난을 대비한 비상금?

윌링턴은 말을 잇지 못했다. 조난을 대비해 가방까지 합쳐서 240kg 짜리 짐을 들고 다니다니……

"근데 아직까지 써먹을 일이 없어서 조금 아쉬워요. 이번 여행에서는 꼭 가방을 열어볼 만한 사건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하하, 조난용 비상금이라면 영영 안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저 가방을 연다는 것은, 미국도 아니고 어디 마약 카르텔이 치안을 잡고 있는 남미의 험지 같은 곳에 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세관은 어떻게 통과했을까, 하는 의문을 속으로 고이 접어둔 채 윌링턴은 하수영을 안내했다.

하수영은 며칠 동안 카지노에서 나가지 않았다.

프라이빗 포커룸을 차지한 채, 숙식을 그 안에서 해결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보기에는 이 시국에 한가롭게 미국 도박 관광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파운드리 생산가격 인하를 기대했던 윈텔 등 발주사들은 가격 인하가지연되자 발을 동동 굴렀고.

제조업체들은 한미 갈등으로 반도 체 가격이 오를까 봐 패닉바이에 들어가 오히려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으며.

상하원 의원들이 하수영을 만나기 위해 기웃거리다가 카지노 출입이 파파라치에 찍힐까 봐 차마 발길을 돌리고 있부통령이 조용히 하수영을 찾아왔다.

하수영은 혼자서 트럼프 카드를 늘어놓으며 덤덤히 말했다.

"우리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백악관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이를 질투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아요."

"사리분별을 못 하는 겁니다. 백악관에서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습니다만, 무조건 반도체 안보만 부르짖는군요."

"알아보니 코시든 의원을 끝까지 따르는 의원들 숫자가 제법 되더군요."

"……."

"그 의원들이 서진파운드리 CEO를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다죠?"

서진파운드리는 엄연히 타국 기업.

의회 청문회에 소환할 명분은 없다. 의회도 명분을 세우기 위해 블러핑을 날리는 것이다.

하수영은 마지막 카드를 내려놓고 부통령을 직시했다.

"청문회 열어주세요. 내가 직접 출석하겠습니다."

"예? 의원님이 전혀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려고 먼 길 온 겁니다. 반도체 패권주의니 뭐니 하는 의원들 얼굴, 한꺼번에 좀 봐두려고요. 이참에 기억해 둬야죠."

부통령의 눈썹이 보이지 않게 바르르 떨렸다.

"그리고 저도 할 말이 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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