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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11화 (1,111/1,270)

프랜차이즈 갓 1111화

259장 위약금은 넣어둬 (1)

일본은 규소 채굴을 시작하고, 공정 라인에 투입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봤다.

그래서 서진파운드리가 가장 '취약한'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어처구니가 없군. 한국인의 스피드를 자기들처럼 생각하니까 그런 틀린 판단을 하는 거지."

정서진이 어이없어했고, 프리덤이 말을 받았다.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저들은 입자집합명령 장치를 모르니 기한을 길게 잡은 겁니다.」

"우리는 정제할 필요도 없이 그냥 캐온 광석째로 집어 붓기만 하면 그만인데."

입자집합명령 장치는 개별 원소 단위로 입자의 위치와 결합을 조절한다.

그래서 이름도 '입자집합명령'이다.

입자들을 원하는 위치에, 모양대로 정확하게 굳히는 게 핵심이니까.

따라서 캐온 광석을 그대로 투입구에 넣고 붓기만 하면 된다.

그럼 규소 성분만 쏙 빠져서 반도 체 부품을 구성하고, 나머지 불순물은 알아서 걸러져 나온다.

일본은 이 사실을 모르기에 1년 이상 걸릴 거라고 오판을 한 것이고.

"잘됐네. 안 그래도 일본산 실리콘은 너무 비싸서 물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는데. 위약금 없이 계약 파기할 수 있게 돼서."

「오히려 저희가 위약금을 받아야 합니다.」

"일본에 줘야 할 수입대금 남아있지? 그거 전부 킵해놔. 위약금으로 챙겨야겠다."

「사실 규소 광맥이 발견됐을 때부터 모든 대금결제를 중지했습니다.」

"뭐야? 잘하긴 했는데, 왜 말을 안했어?"

「최대결제기한이 아직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규소 광맥을 빌미로 일본이 시비를 걸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허용된 권한 내의 긴급조치이므로 굳이 CEO에게 미리 보고할 정도의 사이즈는 아니었습니다. 더 중요한 다른 일로 바쁘시잖아요?」

"바쁘긴 했지. 아무튼 판단은 잘했다."

「일본한테서는 여러 번 뒤통수를 맞아서요. 그 정도 대비는 해야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줘야 할 대금이 얼마나 되냐?"

「우리가 받아야 할 위약금보다는 약간 많습니다.」

정서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한 푼도 주지 말고 단단히 묶어 놔. 나머지 대금을 받고 싶으면 놈들이 소송 걸라고 해. 우리도 질질 끈다."

「알겠습니다.」

"울고 싶은데 알아서 뺨도 때려주고 비도 내려주네. 좋네, 좋아."

반도체의 주성분인 규소는 국내 광산으로 해결이 되었다.

이제는 낮은 비율로 들어가는 3족, 5족 원소 등 불순물 수입망만 지켜내면 된다.

하지만 규소 외 원재료를 구하는 것은 쌀을 내다 파는 것만큼이나 쉽다.

광석 수입처가 워낙에 다양한 데다가, 채산성이 낮을 뿐 국내에 없는 것도 아니다. 급한 경우에는 국내광산을 파헤쳐도 된다.

서진파운드리는 반도체 생산에서 완벽한 독립성을 이뤄낸 것이다.

'국제 시장에 영향받지 않고 물량과 가격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동시에 가격이 오른다.

세계 경제가 긴밀하게 엮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

하지만 서진파운드리는 이제 외부 악재와 무관하게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그럼 얼마나 이익을 보는 거지?"

「반도체 생산비용을 70% 이상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냥 진주 광맥에서 채굴해서 실어 나르기만 하면 되니까요.」

"차량 기름값 정도만 들겠구나."

「전기모터 트레일러를 도입하면 그마저도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넓게 보면 기름값도 들어가지 않는 셈이죠.」

프라임오일은 안살린의 국제자원투자회사에서 무상으로 원유를 공급받는다.

서진파운드리가 기름값을 부담한다고 해봤자, 결국 하수영의 주머니에서 다른 주머니로 돈이 이동할 뿐이다.

일본 관련 속보를 훑어 내리던 정서진이 갑자기 픽 웃었다.

"자살골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 정말."

***

일본 반도체 업계 경영자들은 긴급히 비상회동을 가졌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그새 한국이 규소 광산을 가동했다고요?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절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규소를 캤다고 그게 다 끝이 아닙니다. 당연히 정제 공장을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아직 그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서진파운드리가 지금 블러핑을 하고 있다는 게 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놈들이 다급해지니까 말도 안 되는 거짓을 일삼는 겁니다. 조센징이 어디 한두 번 그랬습니까?"

한때 반도체장비 세계 5위였던 스크린홀딩스 사장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납품가 인하까지 발표한 것을 보면 블러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서진파운드리의 반도체 공정기술 수준이 정확히 어떤지 모릅니다."

"순도가 높다고 하나 규소는 기본적으로 규산염 광물 덩어리입니다. 대량의 정제 작업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온갖 화학약품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서진파운드리는 화학약품을 구매하거나 배출하는 일이 없죠."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우리를 흔들려는 게 바로 놈들의 목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서진파운드리의 발표에 흔들리는 업체는 주로 규소를 수출하는 소재업체들이었다.

반면 그들을 다그치다시피 단속을 하려는 업체는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들이었다.

즉 아직 잃을 게 있는 쪽은 갑작스러운 반전에 겁을 먹었고.

이제는 잃을 게 없는 쪽은 블러핑이라고 핏대를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내각도 우리와 발걸음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이 기회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전자산업 통제력을 단단히 확인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전반적인 전자산업 통제력이라……."

레이저테크 사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우를 훑어보며 말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전자 산업에 대한 수출 제재가 실행될 겁니다."

"……."

"그리고 곧 미국 의회가 움직입니다."

소재 수출업체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수출 중지 발표가 나자마자 서진파 운드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계약위반 위약금을 구실로 결제대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의를 위반했으니 앞으로 믿고 거래할 수 없다는 최종통지를 보냈다.

일본 특유의 돌려 말하기와는 거리가 먼, 무례하게까지 보이는 직설적 표현에 당장 경영진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세.

마음 같아서는 한국으로 날아가서 우리 의지가 아니라고 빌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일본 경제계에서 매장당할지도 모른다.

***

워싱턴 정가가 하수영에 갖는 포지션 지형은 크게 4:4:2로 분류할 수 있다.

40%는 하수영을 긍정적으로 평가 하고, 40%는 부정적이며, 20%는 그때그때 사안마다 다른 입장을 취한다.

이 입장 차이는 당적을 떠나, 공화당과 민주당 내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갈린다.

무기 구매와 식료품 산업, 메탄 포집,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양한 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반도체 하나만큼은 다르다.

하수영을 긍정적으로 보는 정치인들도 '이건 좀 위험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른 부분에서 미국이 큰 이익을 보기 때문에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을 뿐이다.

코시든 상원의원이 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해전자와 TSMC마저도 서진파운드리에 굴복하고, 그늘에 편입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코시든은 상하원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자기주장을 펼치고 다녔다.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 팔리는 반도체의 80% 이상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형적 독점 구조는 반도체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자칫 큰 경제 공황을 불러 올 수 있습니다."

하수영에 대한 입장을 떠나, 반도 체 시장의 우려만큼은 대부분의 의회 정치인들이 비슷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만약 한국에 무슨 일이 생겨 반도 체 생산이 막힌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모든 PC, 서버, 슈퍼컴퓨터, 군함, 자동차, 심지어 항공기마저도 생산라인이 멈춰 버리게 됩니다. 하다 못해 전기오븐과 식기세척기까지도! 이제는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제 품을 찾아보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지금의 구도는 거시적으로 봤을 때 너무 불안하긴 합니다."

"나는 서진파운드리를 옹호하지만, 지리적으로 너무 불안해요. 북한이 공장에 미사일이라도 쏘게 되면 전 세계 경제가 그 즉시 멈추는 거아닙니까?"

"과거 중국도 TSMC에 핀포인트로 미사일을 쐈던 이력이 있는데, 북한은 그보다 더한 짓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러고 보니 북한이 수영그룹이 무상 식량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원한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 한국의 반도체 공장까지 멈춰 버리기라도 하면……."

코시든은 더욱 용기를 얻고 동료들 설득을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이미 한국은 전 세계 반도체 공장입니다. 그런 공장이 멈추면 당장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바로 중국입니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를 복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EUV 같은 첨단장비를 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겠군요."

"그렇습니다. 중국이 그걸 노리고 북한을 부추겨서 서진파운드리 공장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위험을 분산해야 합니다."

"위험 분산이라면, 어떤?"

"저도 서진파운드리가 매우 건실한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당한 제재를 가하자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라 위험의 분산입니다."

워싱턴 정가에서 코시든의 목소리는 점점 거대한 태풍으로 변해갔다.

당황한 백악관이 부통령 등 측근들을 움직여 코시든을 막아보려고 했다.

-코시든 그 친구, 미친 거 아닌가? 지금 수영그룹과 얽혀 있는 비즈니스 규모가 얼마인데!

-코시든이 일본 재계의 로비를 받았다는 말이 있다. 대체 제정신인가?

백악관의 온갖 설득과 회유, 압박에도 코시든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서진파운드리가 미국에도 공장을 짓기만 하면 됩니다."

"……."

"지분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도 온갖 보조금을 줄 겁니다. 의회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고요. 비상을 대비한 제2공장을 미국에 짓기만 하면, 모두가 안심할 수 있습니다."

"서진파운드리는 기술 유출 문제 때문에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겁니다."

"만약 내일이라도 당장 북한의 미사일이 서진파운드리 공장에 떨어진다면, 전 세계 제조업이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백악관은 답답했다.

하수영은 미국의 좋은 파트너이자 동맹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파이브 아이즈 동맹 전체보다 하수영 한 명이 압도적인 가치가 있었다.

"결혼 생활 잘하고 있는데 미운 시누이가 나서서 재산 명의를 조정하라고 잔소리하는 꼴이야. 그것도 이혼이나 사별 대비해서 말이지."

"문제는 반도체 건만큼은 상하원의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대로는 정서진 대표를 의회 청문회장에 세울 기세입니다."

안달이 난 것은 록히드마틴 등 방산업체와 로봇업체들이었다.

-첨단 반도체는 우리 역시 많이 쓴다. 의회는 대체 누굴 위한 목소리를 내는 건가?

-서진파운드리 공장이 털릴 게 걱정되면 한반도 방공망을 더욱 강화하면 될 거 아닌가?

-코시든이 너무 욕심을 부린다. 차라리 서진파운드리가 한국 남쪽에도 제2공장을 짓는 게 낫겠다. 그럼 북한 미사일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 아닌가.

백악관, 방산업체, 로봇업체, 심지어는 윈텔 등 반도체업체들도 의회의 그런 목소리를 우려했다.

"코시든? 그 친구가 정치를 아주 못되게 배워먹어서 그래. 정 반도체 안보가 걱정된다면 정중히 면담해서 제2공장을 미국에도 설립해 주십사하고 좋은 제안을 했어야지."

"최강대국 상원의원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은연중에 한국을 너무 얕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미 의회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한국이 어쩔 거야, 이런 마인드입니다."

"안 그래도 가뭄이 극심해서 올해 농사도 큰일인데, 수영농장에서 식재료 수출 가격이라도 올려 버리면 시민들 식탁은 난리가 나는데."

"어? 하수영 의원님 SNS에 게시물떴습니다!"

"뭐라고 떴어?"

[역시 F22는 전략물자법 때문에 수출이 안 되는 건가. 700대 정도 사고 싶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반도체 종사자들은 SNS를 확인하고 멍해져서 시선을 교환했다.

"이, 이게 뭐야? F22는 수영그룹과 합작해서 부활시키기로 한 거 아니었어?"

"안 사겠다는 경고 같은데요. 저라도 이 상황에서는 전투기 안 삽니다."

"글쎄. 경고인지, 통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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