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08화
258장 이제는 농장도 모바일 시대 (2)
총 예상 생산량이 1억 톤 이상이라니.
보통 큰 유조선 같은 것들은 만재배수량이 40만 톤에서 60만 톤까지도 나간다.
대충 50만 톤으로 잡아도, 1억 톤을 달성하려면 200척을 찍어내야 한다.
"1억 톤짜리 찍어내고 끝이 아니라, 톤수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수십억 톤까지는 지속적으로 찍어낼지도 몰라요."
"수, 수십억 톤…… 지속적……."
"일단 개념도를 한 번 보시죠."
곧 120인치 대형 벽 화면에 선명한 제주도의 지도가 떠올랐다.
'무슨 프로젝터가 저렇게 선명하고 밝지……?'
멍하니 바라보던 도지사는 저게 프로젝터 영사 화면이 아니라 대형 TV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저건 TV가 아닙니까? 세상에 저렇게 큰 TV도 있었습니까?"
"주문 생산이라서 백화점이나 전자 마트에서는 못 보셨을 겁니다."
"저런 건 가격이 얼마나 합니까?"
"2억 정도 했던 거 같네요."
"……."
도지사 집안도 매우 부유했다.
가문 자산만 해도 200억은 훌쩍넘으니까.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제주도지사를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2억짜리 TV를 선뜻 살 수 있을 만큼 간이 크지는 않았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포르쉐 한 대를 걸어두시는군요."
"남들에게 설명할 때 좋더라고요. 빔 프로젝터처럼 실내를 어둡게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사무실마다 하나씩 걸어놨죠."
"그럼 얼마나 구매를 하셨다는 건지……?"
"한 30개 샀었나? 창고에 미개봉품도 있는데, 온 김에 하나 드릴까요?"
"아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런걸 함부로 주고받았다가는 공직자 물품수수가 됩니다!"
"제가 제주도청에 기증하는 걸로 하죠. 그러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지 않을까요?"
"아!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도지사도 브리핑을 받다 보니 빔화면에 익숙하다.
하지만 초대형 TV의 선명함을 한번 겪고 나니, 빔 화면에는 이제 적응을 못 할 거 같았다.
"서귀포시 해군기지 서쪽을 예상부지로 잡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옆이라면 주민들의 반발도 비교적 적겠군요."
"조선소는 해변에서 600미터 떨어진 지점에 올릴 겁니다. 즉 2개의 도크 연결축 말고는 육지를 훼손하는 부분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환경단체에서 참 좋아할 이야기로군요."
"제가 환경단체는 좋아하지 않지만 환경 문제는 그 친구들보다 더 많이 신경을 쓰거든요."
"아이구, 그럼요. 의원님이야말로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진정한 환경운동가지요. 아! 핵융합 전기며, 메탄 포집 장치며, 더 말할 게 있겠습니까!"
핵융합과 메탄 포집 안테나.
그 두 가지만 해도 하수영은 지구상 모든 환경운동을 다 합친 것보다 수십 배의 실적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지사는 헬기 타고 오는 동안 수행원들로부터 열심히 받은 벼락치기 과외를 마음껏 뽐냈다.
"그런데 전력 카르텔이란 것들은 자기들 장사에 방해된다고 이상한 발전소 쿼터제 같은 거나 로비로 도입하고 말입니다!"
도지사는 전력 카르텔과는 이익의 공유점이 옅었기에 마음껏 비판할 수 있었다.
"당장 정부는 모든 전기를 핵융합으로 돌리고, 메탄 포집에 대한 보조금을 즉각 지불해야 합니다! 덕분에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으면서 무임승차만 마음껏 즐기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전기 장사 하려고 핵융합 만든 건 아니니까요. 편리하고 좋은 전기 못 쓰면 지들만 불편한 거죠."
"이렇게 마음이 넓으실 데가. 국민들이 의원님의 인품을 더욱 깊이 알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하, 아무리 그러셔도 저는 여의도 안 갑니다. 기초의원 자리가 딱 적당하고 좋아요. 국회의원 달면 농사짓는 데도 지장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자회사들이 이것저것 주요 산업에 얽힌 게 많다 보니…… 에휴, 시대가 변한 만큼 의원님의 발목을 잡는 법안들도 빨리 개정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제가 칭찬과 아부에 약한 건 또 어찌 이렇게 잘 아시고."
아부라고 하면 보통 분위기가 싸해지게 마련이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수영의 표정만 봐도 순수하게 기분이 좋은 게 눈에 보였다.
"자, 그렇게 육지에서 600미터 이상을 두고 바다에 부양식 도크를 띄울 겁니다. 반수성 금속으로 만들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가라앉을 염려는 없습니다."
3D 조감도를 본 도지사는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건…… 일개 도크가 아니라 도시 그 자체로군요. 서귀포시보다 더 큰 부양식 도크라니……."
"아무래도 직원들의 장기간 거주를 고려해야 하니까요. 주거, 상업, 문화, 휴식 공간 역시 반영을 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도크 안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도록 말입니다."
"정말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바다 위에 띄울 수 있는 겁니까?"
이건 숫제 해상도시, 아니, 인공섬을 하나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 수준의 프로젝트였다.
"부력이 아니라 물에 대한 반발력으로 뜨는 겁니다.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밀어내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절대로 물에 잠길 수가 없죠. 태평양을 뒤집을 정도의 힘으로 억지로 가라앉히는 게 아닌 한은요."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너무 거대하다 보니 선뜻 믿는 게 어렵군요."
도지사는 눈알이 팽팽 돌아갔다.
이런 거대한 도크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직원을 고용할 수 있을까?
'1만 명? 2만 명?'
선박 건조는 거의 대부분이 수작업이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2만 명만 고용해도 그 가족, 그리고 파생하는 상권 등으로 인해 도민의 숫자가 대폭 늘어난다.
늘어나는 도민의 숫자와 세수입을 상상하니, 도지사는 벌써부터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도에서 지원 많이 해주실 거죠?"
"물론입니다! 이런 큰 조선소가 들어온다는데, 당연히 재정을 쥐어짜내서 해드려야죠!"
"재정 지원은 필요가 없습니다. 세금 감면이나 행정적 편의만 봐주셔도 충분합니다. 사실 직원들한테서 걷는 세금만 해도 이미 이득이잖아요."
"아이구, 그럼요. 세수 감면! 행정편의! 제가 확실하게 새기고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지사님만 믿고 오늘부터 바로 착공 들어가겠습니다."
"아! 그렇게 저를 신뢰해 주신다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조금의 장애물도 생기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
청담동에서 온 통보에 프라임건설임직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과장님, 이게 사실이에요? 제주도에 조선소를 짓는다구요?"
"제주도 땅에 짓는 건 아니고, 해군기지 있는 바다에 띄워서 육지에 연결만 하는 건가 봐. 그냥 인공섬 하나 올리는 거지."
"진짜 이 사이즈의 도크를 짓는 거예요? 이건 도크가 아니라 그냥 도시 수준인데요. 서귀포시보다 훨씬 크잖아요."
"아예 도크에서 가족 단위로 생활이 가능하게끔 하려는 모양이야. 반수성 금속이 있으니 불가능할 거 같지도 않고."
물에 닿는 부피가 클수록, 파도에 의한 출렁거림도 줄어든다.
큰 배는 파도에 강한 것처럼.
도크 설계도는 이미 나와 있었고, 설계팀에서 검수를 위해 매달렸다.
"우와. 누가 했는지 몰라도 설계는 진짜 꼼꼼하고 정밀하게 잘했는데?"
"외국 기업에 맡긴 건가? 하긴, 이런 큰 프로젝트면 외국에 맡기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겠네."
"육지연결축 파편을 조립해서 동해에 띄운 다음 제주도까지 예인해서 연결을 하고, 그 이후에는 제주도에서 남은 작업을 이어서 한다는 개념이군."
먼저 연결축 2개와 도크의 일부분을 만들어서 바다에 띄운다.
이 3개 모듈을 제주도까지 예인한 다음 연결하고, 그 이후에는 제주도로 자재를 실어 날라서 작업을 이어 나간다.
간단해 보이지만, 시공의 시작점이 될 이 3개 모듈만 해도 무척이나 거대했다.
연결축 한 개의 길이는 600미터 이상, 폭은 30미터 이상이 될 예정이었으니까.
"……."
"……."
"이거,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다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울릉도교량, 독도교량, 제주도교량으로 충분한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지만, 이건 그것들을 다 합친 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대공사였다.
당연히 몇 년 이상은 걸리겠지.
"어,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티타늄광맥이 나와서 다행이네요. 공사비용과 기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광물을 해외에서 매번 수입해서 모듈 만드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래도 사이즈가 너무 커. 못짓지야 않겠지만, 대체 몇 년이나 걸릴까……."
"근데 이렇게 엄청난 도크를 짓는 걸 보면, 모그룹에서 진짜 조선소에 작정하고 뛰어들려는 건가 봐요."
"아무래도 백두중공업에 다음 예약물량이 몇 년 치 넘게 밀려 있어서 그런가 봐. 모그룹 회장님께서 그래서 전용 도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신거 같은데."
***
수영모바일 제주도 조선소.
백두중공업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두철 상무는 TV에서 나오는 제주도지사의 발표를 굳은 얼굴로 보고 있었다.
둘러서서 시청하는 직원들의 안색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때였다.
"상무님, 사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어, 알았어. 지금 바로 올라가지."
한두철 상무는 곧바로 헬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강남 사옥에 도착하자마자 백진택사무실로 향했다.
"사장님, 한 상무입니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한 상무, 자네도 봤지? 이게 어떻게 된 건가? 혹시 수영그룹에서 추가 발주 제안을 했는데 우리가 선예약을 빌미로 거절이라도 했나?"
"아닙니다. 추가 발주 같은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 수영그룹에서 정말로 조선업에 진출을 하려는 건가?"
"그게, 조금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뭐가?"
백진택은 표정이 확 달라져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물었다.
"제가 오면서 조감도를 봤는데, 도크 형태가 좀 이상합니다."
"형태가 이상하다?"
"네, 다양한 선박을 한꺼번에 건설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도크를 줄줄이 달아야 하는데, 조감도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완성된 조감도가 아니라는 건가? 뭐야, 그럼 제주도에 조선소를 짓는다는 게 도지사 혼자 짝사랑이라도 되나?"
"그건 아닙니다. 프라임건설에서 이미 도크 모듈 제조 작업을 개시했습니다. 제주도에 조선소를 짓는 건 확실한데, 조선소 형태가 좀 이상합니다."
"답답하게 굴지 말고 정확히 말해 봐."
"이건 제 상상이지만……."
한두철 상무는 마른 입안을 적시며 말했다.
"폭이 2km가 넘어가는 아주 거대한 선박을 만들기 위한 전용 도크인 거 같습니다."
"폭 2m 이상이라고?"
전장 2km라고 해도 충분히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폭이 2km 이상이라니. 그럼 전장은 대체 얼마나 길단 말인가.
"네, 도크 형태를 보면 전장 4㎞, 폭 2m 이상의 거대한 선박을 만들려는 거 같습니다."
"배가 그렇게 뚱뚱하면 수중 저항은 어떻게 하려고?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 텐데. 아니, 그보다 그런 큰 배를 만들어서 어디에 쓰려는 건가?"
"그걸 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조선업 진출은 아니라는 거지? 그런 특이한 배를 발주할 만한 해운사는 없을 테니."
"네. 아마도 농업용 항공기처럼 농장에 필요한 특수거대선박을 직접 만들려는 게 아닐까 하고 추정됩니다."
백진택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물었다.
"우리가 그런 배를 만들 능력은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