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07화
258장 이제는 농장도 모바일 시대 (1)
기동성을 갖춰서 나쁠 것은 없다.
뭐든지 움직일 수만 있다면 중요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건물의 가장 큰 단점은 전쟁이 났을 때 빼돌릴 수 없다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테라리움은 전쟁이 나도 움직일 수 없지. 모바일팜의 기동성이 그 단점을 상쇄해 줄 수 있겠어."
「이제는 해상농장을 만들기에 기술력과 자금, 그리고 명분까지 갖춘 상황 아닙니까? 망설이지 마시고 당장 시작하시죠.」
"그런데 지금 조선소가 충분하려나?"
「조만간 우리가 발주한 화물선 100척 중 나머지 선박 건조까지 곧 끝납니다. 백진택 사장의 포상금 2조 원이 걸려 있다 보니 아주 열심입니다.」
"화물선 다 끝나고 나면 도크가 충분할까?"
「충분하지는 않고 좀 더 확보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참에 프라임건설그룹을 시켜서 조선업까지 진출하심이?」
"에이, 그래도 백두중공업이 나한테 잘해줬는데 끼어들어 가기는 좀 그렇지. 대기업이 골목시장까지 기웃거린다고 욕먹어."
「백두중공업 한두철 상무하고 방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 쌓여 있는 선박 발주량이 5년 치 이상입니다. 우리 화물선 100척이 모두 끝나고, 최소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아, 5년은 너무 긴데. 그럼 안 되지."
해군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 신규 발주도 새치기이긴 했다.
하지만 100척을 일시 발주했던 것, 그리고 군함이라는 프리미엄 덕분에 백두중공업에서는 흔쾌히 순번을 앞으로 빼줬다.
여기에 또다시 새치기 계약을 제안하는 것은…….
"좀 미안한데. 백두중공업에도 그렇고, 다른 선주들한테도 그렇고 말이야."
「내부거래, 배임강요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마스터께 득 될 건 없다고 봅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
「다른 조선소 도크도 백두중공업에 이미 계약으로 차지한 상태라서 어렵습니다. 조선소 설립이 꺼려지 신다면, 농장용 도크만이라도 건설하시죠.」
해상교량은 모듈을 만드는 족족 바다에 띄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 후에는 예인선으로 끌어다가 바다 위에서 조립을 하면 됐으니.
하지만 모바일팜은 움직이는 해상도시에 가까운 만큼, 더 복잡한 건축 과정을 필요로 한다.
「모바일팜은 어차피 육지의 드라이독에서 지을 수 없습니다. 하층부를 만들어 물에 띄운 다음 상층부 조립을 진행해야 합니다.」
"아주 큰 부양식 도크가 있어야겠군."
「전폭 2km짜리 바지선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도크를 어차피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백두중공업에 맡기는 것보다 그게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그래, 기존 도크에서는 어차피 제대로 안 되는 거였네."
「위탁생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스터가 직접 나서서 관리해야 하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반도체 입자집합명령 장치, 핵융합 무선 전기와 수영모터처럼 말이죠.」
"인마, 입자집합명령 장치는 내가 출력을 반도체 사이즈로 제한을 걸어놔서 그렇지, 반도체만 만드는 게 아니야."
「크기 출력 제한만 해제하신다면 모바일팜 정도는 순식간에 찍어낼 수 있을 텐데…….」
"전장 4km짜리를? 지금 기술로는 불가능해. 그것도 신어로 겨우겨우 땜빵해서 만든 거야."
「역시 신어 권능을 더 갈고닦으시는 방법밖에 없군요…….」
주신 할 거면 애초에 진작 열심히 갈고닦아서 벌써 끝을 보고도 남았다.
하지만 무수한 전생에서 이미 지겹도록 해본 일이고, 이번 생의 목적은 적당히 쉬엄쉬엄 즐기는 것.
목적과 수단이 역전되어서야 되겠는가.
「종합 중장비 농기계 제조회사의 부속업무로 넣으면 될 거 같습니다.」
"뭐, 모바일팜도 어쨌든 농기계니까."
「트랙터, 콤바인, 로봇, 항공기, 위성, 그리고 해상 모바일팜까지 결국 모두 농기계 카테고리에 들어가 니까요.」
"그럼 회사 이름은 수영모바일이라고 할까? 뭐라고 지을지 내내 고민했는데."
「직관적이군요. 모든 농기계는 결국 기동성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종합 중장비 농기계 제조회사의 이름은 수영모바일로 최종 결정이 났다.
항공기부터 해상 모바일팜까지, 농사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들어내는 DIY용 제조회사다.
***
수영모바일을 설립하고, 하수영은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했다.
이런 건 초기에 제대로 세팅을 해놓아야 전문 경영자에게 유지보수를 떠넘길 수 있다.
때문에 하수영은 뭐든지 사업 초기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거기에 매달린다.
초기 세팅이 다 끝나면 이제 월급 쟁이 사장을 적당히 골라서 '오토모드'로 돌려 버리지만.
초기 사업은 수영모터를 활용한 수송기 대량 제조와 모바일팜 건조였다.
수송기 제조는 미국과 국내 기업에 발주서를 이미 꽉 뿌린 상황이기에 당장은 급할 게 없었다.
지금 서둘러야 하는 것은 모바일팜을 만들기 위한 부양식 도크(바다에 짓는 도크)였다.
"이거 아예 제주도에 지어버리면 좋지 않을까? 어차피 제주도에 모바일팜 접안 시설을 지으려고 했잖아."
「도크를 동시에 접안 시설로 활용하신다는 말씀이군요.」
"도크 안쪽에서는 2번, 3번 선박을 계속 만들면 되고. 도크 바깥쪽에는 모바일팜을 접안할 수 있고.
「어차피 육지에서 최소 4km 이상은 도크가 뻗어나가 있어야 합니다. 바깥쪽은 접안 시설로 활용해도 충분할 거 같군요. 단, 도크를 좀 더 두텁게 만들어서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야겠습니다.」
"그래, 내 말이 바로 그거다. 겸사겸사 제주도에 일자리도 생기는 거 아니냐?"
「문제는 환경보존이군요. 제주도는 엄연히 자연환경이 가장 큰 가치를 지닌 관광섬이니까요.」
"환경오염이고 자시고 할 게 뭐있나? 어차피 도크 자체를 바다에 띄울 건데. 그냥 육지에 연결할 땅 조금하고 도로만 이으면 끝이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제주도에 조선소를 짓는다는 거 자체에 경기를 일으킬 사람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잘 설명을 해야지."
「안 들을 사람은 어차피 안 듣습니다. 제가 객관적으로 설명하려 해도 요구하지 않으면 먼저 시작할 수 없습니다.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게 아니라면요.」
"내가 제주도지사 한 번 만나봐야겠네. 정 안 되면 해상KTX를 인질로 잡아서라도 밀어붙여야지."
해상철도 및 해상고속도로는 지금 제주도를 한창 뜨겁게 만드는 역사적 사업이었다.
지금 제주도에서는 해상교량을 반대하는 주민은 매국노나 간첩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
제주도지사와의 자리는 당장 만들어졌다.
하수영이 연락을 하자마자 도지사는 당일 일정을 모조리 취소하고 곧바로 서울로 날아오겠다고 매달릴 정도였다.
"괜찮으세요? 오늘 오후에 중요한 국제 세미나 참석 일정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부지사를 대신 보내면 됩니다. 제가 곧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의원님.
"설마 비행기 타고 오시려고요?"
-예, 그렇습니다만……?
"기왕 오실 거면 제 헬기 타고 오세요. 지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비행기 타고 오시는 것보다는 빠를 겁니다."
제주공항까지 이동, 탑승수속, 4, 50분 가까이 되는 비행시간, 김포공항에서 다시 청담동까지 이동하는 시간…… 등등을 고려하면, 퀸 스텔리온을 타고 곧장 오는 게 가장 빠르다.
1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으니.
하수영은 이동용 퀸 스텔리온을 보냈고, 도지사는 수행원들과 함께 헬기를 타고 청담동에 도착했다.
"배려해 주신 덕분에 서울까지 편하게 올라왔습니다. 전용 헬기가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로군요, 허허."
"다른 헬기들이 퀸 스텔리온처럼 안락하고 빠르진 않습니다. 괜히 F35보다 비싼 게 아닙니다."
"허어, 헬기 한 기가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보다 비싸단 말입니까?"
"그래도 요즘은 많이 싸졌어요. 록히드와 시콜스키가 개발비를 꽤 회수했나 봅니다."
"의원님께서 제일 많이 구매를 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덕분에 미국 대형제조회사들이 싱글벙글이라구요. 참으로 이 나라의 기둥이자 자랑이십니다."
적당히 추켜세우기가 끝난 후, 그제야 본론이 열렸다.
"의원님, 해상교량이 언제쯤 개통이 되는지 온 도민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운임수송비를 놓고 협상중이라서요. 그게 마무리되면 금방 개통이 될 겁니다."
"운임이라. 역시 중요하죠."
"코레일과는 별문제가 없는데 SRT하고 협의가 제자리라서요."
"SRT하고요?"
"제가 코레일은 그래도 공사니까 국가 디스카운트를 적용해 준다고 했는데, SRT가 자기들도 그렇게 해달라고 고집을 피워서 말입니다."
"……."
"아무래도 코레일 열차만 제주도까지 들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수서-제주도 직통라인이 생겨야 의원님 지역구 유권자들에게도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어휴, 지금도 교통체증이 심한데 제주도 노선까지 생겨 버리면 더 답없어요. 제주도 가는 사람들만이라도 서울역이나 김포 쪽으로 빠져줘야 살 만할 겁니다."
"그리고 강남에 사람 너무 많이 몰리면 제가 청담동 쓸어담기가 힘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힘들게 지은 해상교량까지 거기에 얹어주면? 안되죠, 안 돼."
"그러시군요."
청담동 부동산 수집에 방해가 된다니.
도지사는 그 한마디에 하수영의 입장을 이해했다.
SRT에 수서역에 더 힘을 실어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리라.
'하 의원은 대형 캠핑카를 타고 다니니까 교통체증을 남들보다 더 심각하게 느끼겠지.'
아무래도 차가 고속버스급이니, 러시아워 때마다 더 짜증을 받지 않을까?
"그보다는 제가 제주도에 조선소를 하나 짓고 싶은데요."
"예? 조선소라고 하셨습니까?"
도지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제주도에 조선소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 아닌가?
'해상교량이 연결되면 제주도에서도 대형 조선소를 못 돌릴 이유는 없다. 전기……가 문제지만 핵융합발전소라면?'
잘하면 핵융합 발전소까지 묶어서 패키지로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도지사는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리며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조선소가 들어오면 일자리가 몇 개인가.
세수도 대폭 늘어날 것이고, 도민들의 숫자도 증가하며, 무엇보다 제주도의 연령층이 젊어진다.
젊은이들의 이탈은커녕 외부에서 젊은 피가 지속적으로 유입이 될 것이다.
'문제는 환경인데…….'
도지사는 그 부분에서 지그시 결심을 굳혔다.
환경훼손을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하든, 그냥 밀어붙이리라고.
'아! 사람 나고 자연 났지, 자연 나고 사람 났나!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할거 아닌가!'
관광에만 의존하는 산업 형태는 너무 위험하다.
하지만 제주도는 관광 외의 산업을 안착시키기가 너무 힘든 도시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안심하세요. 땅에 짓지 않고 바다에 부양식 조선소를 만들 겁니다. 반수성 금속이 있잖아요?"
"아! 그럼 육지와는 교량 몇 개로 연결이 되는 형태겠군요?"
"네, 그렇죠. 환경 훼손도 아주 적을 겁니다. 그냥 해안가에 호텔 하나 짓는 수준의 훼손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은데요."
환경파괴라는 가장 큰 장애물이 시작부터 가볍게 걷어져 버렸다.
"의원님, 혹시 조선소 규모는 어느 정도로 잡고 계십니까?"
"모바…… 아니, 아니지. 선박 톤수로 설명하는 게 쉽겠군요. 대충 생산 선박 총배수량이 최소 1억 톤이상은 될 겁니다."
"초, 총배수량 최소 1억 톤 이상……!"
얼마나 '많은' 배를 찍어내려는 것인가.
그 조선소는 또 얼마나 거대할 것인가.
도지사는 순간 까무러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