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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02화 (1,102/1,270)

프랜차이즈 갓 1102화

256장 파종 시기(4)

산자부 차관은 당혹스러웠다.

대뜸 지도를 들이밀고 농장 후보지를 찍으라니.

'내가 농지를 뭘 안다고?'

자신은 국토부도, 농식품부도 아니다.

상업, 공업, 광업, 무역, 통상, 자원, 에너지 쪽 사무를 관장하는 행정부서 소속이다.

"저, 의원님. 저는 농사에 관해서는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어디가 농장으로 적합한지는 잘 모릅……."

"그 피상적인 앎이 중요한 거니까 대충 여기다 싶은 곳을 찍으세요. 지금 바로요."

"지금 당장 말씀이십니까?"

"그럼 시간 주면 나중에 어디 알이 박혀 있는 땅을 골라올지 어떻게 압니까? 빨리 고르세요."

"……!"

결국 산자부 차관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말 그대로 아무 곳이나 찍었다.

광물이나 에너지 사업과는 무관한 최대한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지역으로 골랐다.

"진주시라…… 여길 고른 이유가 뭐죠?"

"그냥, 남쪽이라서 지금 서락산농장과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통영 양식장과도 가까워서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양식장이 사료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까."

"흐음, 합당한 이유로군요. 좋습니다. 멀티농장은 차관님이 찍은 이곳에 짓기로 하죠."

차관은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 그렇게 간단하게?

그 어마어마한 대공사를?

그냥 자신이 몇 분도 안 걸려서 대충 찍은 그 자리에 짓겠다고?

"혹시 서락산 테라리움처럼 원통형 농장으로 지으실 겁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똑같은 신형 테라리움 고층 실내농장으로 지을 겁니다. 뭐 하러 시대를 역행합니까?"

티타늄과 구리 분배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졸지에 농장 부지를 찍어줘버렸다.

전기분해를 통해 순도를 극대화한 구리는 철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또한 일상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물건에 반드시 들어갈 정도로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

주로 합금 형태로 사용되는 티타늄역시 쓰임새가 다양하며, 첨단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독보성을 보인다.

가볍고 단단하며, 열에 강하고, 녹이 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티타늄구리 광산의 발견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일 떠들어댔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자원빈국이라고, 수출할 만한 건 사람뿐이라고 얼마나 오랜 설움을 겪었습니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이자까지 쳐서 한 방에 싹 날려버릴 때가 왔습니다.

-아! 단군 할아버지께서 이 땅에 터를 잡으신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5,000년 존버해서 드디어 자원떡상했다 이겁니다!

-최근 현대산업에서 두드러지는 자원이 바로 티타늄과 구리입니다. 컴퓨터, 핸드폰, 자동차, 항공기, 잠수함, 선박, 이런 모든 것들이 이 두 개 없이는 만들 수가 없거든요.

-트랙터 밭 갈 때 쓰는 쟁기날도 티타늄 합금입니다. 항공기 터보팬엔진 블레이드도 티타늄이고, 자동차 바퀴 주요 휠도 티타늄 합금이에요.

-강릉 수영발전소에서 핵융합 전기 팍팍 뽑아내니까 제련하는 것도 그다지 비용이 들지 않고…… 이건 뭐계 탔네요, 계 탔어.

금속 제련에는 대량의 전기가 들어간다.

하지만 수영그룹에는 핵융합 발전소가 있기에 아무 염려가 없다.

JS중공업은 곧바로 광석을 캐내서 제련공장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프라임건설그룹 자회사였다.

제련회사는 수영발전소에서 끌어온 풍부한 전기를 마음껏 써가며 전기 용광로 등 여러 제련설비를 풀가동했다.

99.99% 이상의 고순도로 가공된 전기동(전기분해를 거친 고순도 구리)과 티타늄 합판이 거대한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창고를 찾은 이도공은 가득히 쌓인 금속판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앞으로 해상교량을 지을 때 티타늄을 해외에서 수입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회장님. 요새 티타늄 시장이 워낙 출렁거려서 물량확보가 불안정했는데, 그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었습니다."

이도공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

"하여튼 우리 의원님은……. 어떻게 금괴를 걷어내니까 딱 티타늄과 구리가 튀어나온단 말입니까."

"원래 금맥이 혼자 존재하지 않으니까 다른 게 튀어나올 거라고 많이들 예상했을 겁니다. 설마 티타늄구리가 될 줄은 몰랐지만요."

"딱 우리나라에 필요한 게 튀어나 와줘서 다행이군요."

그러면서 이도공은 입맛을 다셨다.

"조금만 더 빨리 튀어나왔으면 더 저렴하게 제주도 다리를 지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이미 다 지어진 걸 어쩌겠습니까? 대신 다음 공사에서는 더 큰 마진을 챙길 수 있을 겁니다."

공사가 끝난 제주도 해상교량은 준공 승인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묶인 복합교량은 KTX 무인열차와 테스트 차량들이 왕복하면서 안전성을 한창 검토하는 중이었다.

정부나 시 재정이 1원도 들어가지 않은, 100% 단독사업.

수영그룹은 정부로부터 통행수수료를 제대로 뜯어낼 생각이었다.

"부산과 제주도가 다리로 이어졌으니, 이제 제주도의 관광가치가 더욱 올라갈 겁니다. 벌써부터 땅값이 폭주해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랍니다."

"국토부와 통행료 실무협상은 잘되고 있습니까?"

"운송수익을 연간 5,000억 원 이상으로 맞춰주기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겨우 5,000억 원 밖에 못 준답니까? SRT가 그보다 더 높을 텐데요."

"거기는 노선이 길다 보니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게 국토부 입장이더군요."

서초-부산 VS 부산-제주도는 노선 길이에서 차이가 확 나긴 한다.

"그래도 고속도로까지 복합으로 같이 깔았는데, 일 년에 5,000억 원은 너무 적어요. 운송수익 1조 원 보장해달라고 재요구해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우리야 당장 개통 안 하고 묶어만 두고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아쉬운건 국토부죠."

이도공의 냉정한 말에 상무도 밝은 표정으로 끄덕거렸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회장님."

국민들은 KTX와 자동차를 이용해서 제주도를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개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토부만 욕을 더 많이 먹게 된다.

프라임건설그룹이야 다리 짓는데 남의 돈을 쓴 것도 아니니, 이자 나갈 것도 없어 느긋하게 기다리면 그만이다.

더 큰 통행세를 받기 위해, 조금 더 멈춰 있어도 되는 상황.

"회장님, 그리고 이탈리아-알바니아 해상교량 노선 건 말입니다……."

"두 나라가 결정을 했습니까?"

"예. 이탈리아가 100% 비용을 대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두 나라 간 경제차이가 너무 나서 이탈리아가 단독으로 부담하기로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알바니아는 대략 75km의 폭을 가진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

해상교량을 놓으면 이탈리아는 동유럽 남부지대로 손쉽게 차량 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경로가 추가되는 것이다.

"우리 조건은 그대로입니다. 건설이익 10억 달러 보장, 그리고 50년 간 통행세의 50% 지급. 공사대금을 누가 내든지 간에 말입니다."

오히려 이탈리아가 공사대금을 100% 책임지면 더 잘됐다.

청구 상대가 한쪽으로 간편화되니까.

알바니아는 가난한 국가라서 돈을 받아내기도 힘들고 말이다.

"건설이익을 30억 달러까지 보장해 줄 테니 그것으로 끝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30억 달러까지 올라왔네요. 하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네, 어림도 없죠."

해상교량은 특성상 한 번 지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 지역에서는 더 이상의 추가 수요가 없다.

나중에 다리가 노후화돼서 철거하고 새로 짓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 해상교량의 보증기한이 50년입니다. 수명이 너무 길어요. 그러니 통행세를 꾸준히 받아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요."

보증기한이 50년이다.

즉 실제 사용기한은 70년, 100년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

이도공이 마침 생각나서 물었다.

"아참, 영국은 뭐랍니까?"

"그 친구들은 더 합니다. 건설이익 5억 달러로 퉁 치자고 합니다."

"역시 영국……. 전 세계를 망쳐놓은 그 혐성이 어디 안 가는군요. 영국 해상교량은 그냥 추진하지 말고 가만히 놔둡시다."

"예, 저도 이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심이라는 게 전혀 없는 거 같습니다."

"해적질로 졸부 된 나라가 그 본바탕이 어디 가겠습니까?"

"영국보다는 필리핀 쪽에 더욱 집중을 하는 게……. 주요 본섬들을 해상교량으로 촘촘히 엮으려는 의지가 대단합니다."

"필리핀은 아무래도 일시불로 받고 들어가는 게 낫겠지요?"

"예, 아무래도…… 공산주의 독재국가다 보니까 장기 통행료 납부는 나중에 엎어질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초반에 목돈을 받고 깔끔하게 털고 나오는 게 좋겠습니다."

"흠, 대신 품질보증기한은 20년으로 합시다. 20년마다 철거하고 새로 짓게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 방향으로 이야기를 잡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또……."

독도대교, 제주도대교를 성공으로 이끈 후 전 세계에서 해상교량을 놔달라는 문의가 쏟아졌다.

심지어는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에서 남극까지 해상교량을 놓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문의하기도 했다.

프라임건설그룹은 진지한 검토 끝에 '못할 것은 없다. 다만 10년에 한 번씩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게 안전하다.'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해상교량은 모듈을 만들어서 바다에 띄운 후, 배로 끌고 가서 조립을 하면 그만이니 공사기간도 매우 짧았다.

차곡차곡 쌓이는 티타늄, 구리 합판을 다시 한번 훑어본 이도공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영국이 육로로 유럽에 연결되는 대가로 5억 달러가 뭐야, 5억 달러가……."

티타늄이 비싼 이유는 정제, 처리, 제련 등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다.

원석 자체는 싸고 흔하다.

하지만 농장광산에서 발견된 티타늄은 순도가 매우 높았으며, 수영발전소에서는 값싼 전기를 무한히 생산해 낸다.

즉 수영그룹에서는 지구상의 어느 기업보다 값싸게 티타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거 비행기나 만들자."

「그럼 이제부터 농장, 목장, 양식 장을 수호하기 위한 티타늄 합금 전 투기 개발과 생산에 들어가는 겁니까?」

"야. 전투기에 손대는 건 미국하고 싸우자는 거지. 최고의 VIP 고객의 밥줄을 뭐하러 건드리냐."

「그럼……?」

"농업용 항공기 정도는 이제 직접 만들어서 써보자는 거다. 판매 말고 비매품으로, 어차피 팔리지도 않을 건데."

no마진으로 원가 그대로 판다 해도 가성비가 안 맞아서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 뭐 인수할 만한 회사없나? 한번 찾아봐라."

「마스터, 찾아볼 것도 없습니다. 국내에는 항공기 제조사가 없습니다.」

"뭐? 전혀 없어?"

한국형 전투기 제조 국책사업 말고는 이렇다 할 항공기 제조업이 없습니다. 그마저도 정부에서 주관하고 수백 개의 업체들이 참가해서 진행되는 형식입니다.」

하수영은 이마를 짚었다.

"이번 지구, 아니 이번 한국은 좀 심한데. 그럼 아예 맨땅에서 시작해야 되나?"

「부품 위탁생산 방식으로 진행해야 될 거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최종 조립만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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