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01화
256장 파종의 시기 (3)
"티타늄? 구리? 그 둘이 나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순도가 매우 높아서 값싼 비용으로 제련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자연적인 구리 광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고순도입니다! 저도 이런 고순도의 티타늄과 구리 광석은 처음 봅니다!
"……마치 누군가가 순수한 구리에 암석을 대충 섞어 놓은 것처럼 말이죠?"
-어떻게 제 심정을 아셨습니까? 저희 직원들이 보자마자 딱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신이 의원님을 위해서 티타늄과 구리를 깔아놓고 그 위에 금뚜껑으로 덮어놓은 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
하수영은 이마를 짚었다.
금맥은 그냥 뚜껑일 뿐이었다니.
그 뚜껑을 다 걷어냈더니 그 안에 있던 진짜배기가 나와 버렸다.
'그래. 원래 금이 혼자 묻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물론 가치로 치면 금이 훨씬 비싸다.
하지만 구리와 티타늄은 비공식 전략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대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구리는 전자제품이라면 반드시 들어가는 필수 금속이다.
당장 내부에 들어가는 전원 케이블에는 모두 구리가 들어간다.
100% 무선전기 시대가 열린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발전소에서 가정집이나 공장으로 들어가는 송전 케이블이 사라지는 것이지, 집 내부 전기배선 케이블은 여전히 깔아야 하니까.
티타늄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만능 자원이다.
그 둘이 한꺼번에 발견되었으니, 최태현 사장 입장에서는 춤이라도 추고 싶을 것이다.
"……일단 가보죠."
-네, 기다리겠습니다.
하수영은 곧바로 농장으로 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던 크고 단단한 하우스 농장은 철거돼서 없고, 대신 크게 파헤쳐진 구덩이가 그를 반겼다.
변한 농장의 모습에 씁쓸함을 머금을 틈도 없이, 최태현 사장이 와서 반겼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광물을 실어 날라야 할 덤프트럭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금 채굴은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부터 구리와 티타늄의 매장량 측정작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결국 이 농지는 처음부터 저주받은 땅이었다는 거네요. 절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허어, 저주라니요. 이처럼 큰 축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남미의 구리 채굴량이 날이 날수록 줄어들고 있어서 제조기업들이 예민해져 있었는데요."
한국은 구리가 생산되지 않는다.
매장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양이 아주 적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순도의 구리 광산이 새로이 발견되었으니, 들뜨는 것도 당연하다.
'얼마냐. 얼마냐 묻혀 있는 거냐.'
하수영은 뚫어져라 파헤쳐진 구덩이를 노려보았다.
그는 오랜만에 통찰안-주신의 지식보고접근권한을 활성화해서 지표면 밑을 살폈다.
"푸하하! 푸하하하!"
갑자기 하수영이 큰 웃음을 터뜨리자 최태현 사장은 당황해서 바라봤다.
자기들끼리 심각하게 이야기 중이던 직원들도 놀라서 하수영을 돌아봤다.
"의원님?"
"괜찮습니다. 그냥 이 상황이 너무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네, 괜찮습니다."
하수영은 자꾸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눌러 앉혔다.
'내가 판 꾀에 내가 빠졌구나.'
통찰안으로 훑어보니 답이 나왔다.
바로 농장에 설치한 성역이 이 모든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을.
금이야 원래 묻혀 있던 것을 자신의 재물운 패시브가 발동한 것이지만, 티타늄과 구리는 성역의 힘이 불러모은 것이다.
본래 인간의 기술로는 채굴할 수 없는, 아주 깊이 묻혀 있던 티타늄과 구리.
그것들이 성역이 잡아당기는 힘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몰려들어서 이 지경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는 존재하기 힘든 높은 순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고,
'왜 하필 구리와 티타늄을 콕 집어서…… 아아, 알겠다. 로봇들 때문이구나."
농사 로봇들에는 티타늄과 구리가 많이 쓰였다.
그래서 성역도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인지하고, 지표면 아래 깊이 묻혀 있는 티타늄과 구리를 끌어당긴 것이리라.
다른 성역에는 이런 현상이 없는데, 유독 이곳에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내가 농장 보호한다고 힘 조절 못하고 너무 기운 빡 줘서 깔아서 이 모양이 됐군. 초반이라서 조절이 어설펐어.'
더군다나 끌어당기는 작업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었다.
즉 티타늄과 구리를 캐고, 캐고, 또 캐내도 계속해서 튀어나올 예정이라는 뜻.
하수영은 우두커니 선 채로 중얼거렸다.
"그래, 차라리 구리에 티타늄이면 잘됐지. 우라늄이 튀어나오지 않은 게 어디냐."
우라늄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고 해봐야 원전, 핵폭탄, 의료용 방사선기기 정도인데, 하수영 입장에서는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물론 나라 입장에서는 다르다.
고순도의 우라늄 광산이 발견되면 눈에 불을 켜고 파헤치려고 할 것이다.
원전 카르텔은 발전소 쿼터제 시행중에 어떻게든 마지막으로 한탕 뽑아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
"그렇군요. 우라늄이 나와봐야 핵융합 발전소 시대가 열렸는데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지요. 그렇다고 핵탄두를 만들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JS중공업은 여러모로 좋겠습니다."
"어디 저희만 좋은 일이겠습니까? 의원님에게도 좋은 일이지요."
"제가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농사로 천하평정이 목적인데, 이런게 나오면 농사에 방해만 돼서요."
"그래도 지금 이사 가신 신 농장이 더 크고 생산성도 높은 스마트팜 아닙니까?"
"만약을 위해서 농장을 2개로 분산해서 운영하려고 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농장이 전시에 미사일이라도 맞으면 우리나라 사람들 다 굶어 죽습니다."
"……."
"북한이 궁지에 몰리다 못 해서 같이 죽자고 전쟁 일으킬 수도 있잖아요. 저라면 농장 먼저 노립니다. 사람이 굶어가면서 싸울 순 없으니까요."
최태현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고, 하수영은 골똘히 구덩이를 노려봤다.
지표면 아래 묻혀 있는 티타늄과 구리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비량을 소화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아니, 국제 금속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는 양이었다.
***
[하수영, 그는 재물의 신인가?]
[하수영의 재물운은 대체 어디까지 뻗어 있는가?]
[수백 톤 금 걷어내니 이번에는 티타늄과 구리가 등장하다?]
[추정 가채매장량 최소 10억 톤 이상!]
티타늄, 구리의 발견은 경제기사에서도 크게 다뤘다.
원자재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 모처럼 발견된 엄청난 광산이다.
특히 현대산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티타늄과 구리, 그 둘이었기에 대중의 반응도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뭐냐. 가채매장량이 10억 톤 이상이라고? 그것도 고순도라서 그냥 긁어내서 족족 제련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진짜 대박이다. 농민회장님은 어떻게 땅을 찍어도 그런 데를 콕 찍으셨을까.
-농민회장님한테 땅 판 사람 진짜 억울해서 잠 못 이루겠네.
-나 같아도 잠 못 자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거다. 로또 1등 몇백장을 날려먹은 거냐?
-저 정도면 몇백 장 정도가 아니라 몇십억 장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애초에 금 채굴한 것만 해도 수십조 원이 넘는데.
-근데 구리하고 티타늄은 비교적 흔하잖아? 그렇게까지 축하할 일인가?
-응. 그 흔한 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안 나옴.
-있어도 채산성 전혀 안 맞아서 채굴도 못 함.
-너 분탕러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돼? 우리나라가 원자재 수출 국가가 된다는 거잖아!
-그래.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감이 안 잡히냐? 지능이 그 모양이니까 남들한테 공감 못 사는 헛소리나 하고 다니지!
-어떤 면에서는 유전이 나온 것보다 더 대단한 거다.
-그래도 유전이 낫지 않나?
-안살린 왕자가 프라임오일에 달라는 만큼 원유 무상으로 주는 거 모르냐? 게다가 러시아에서 해상파이프로 원유하고 가스도 들어올 거고, 우리나라는 이제 기름이 그다지 부족하지 않아.
-그래? 근데 주유소 가면 기름값이 왜 그렇게들 비싼 거냐?
-그거야 빌어먹을 유류세 때문이지. 기름값은 사실 대부분이 세금으로 되어 있다.
-아니, 기름이 모자란 것도 아니면 유류세는 이제 그만 내려줘도 되는거 아님? 대체 서민들 등골을 얼마나 더 뜯어먹으려고.
-기름 말고 티타늄구리 이야기를 하자. 왜 자꾸 딴 데로 주제가 새는 거냐? 니들, 죄다 분탕러지?
-;;; 뭘 이런 걸 가지고 분탕이냐고 하냐.
-요새 하도 분탕이 많아서 조금만 이상해도 의심부터 가야 말이지.
티타늄, 구리 발견으로 인한 정·재계의 반응도 몹시 뜨거웠다.
특히 티타늄과 구리를 많이 소모하는 제조업 회사들이 큰 관심을 가졌다.
"가채매장량이 최소 10억 톤 이상이라……. 그러면 이거 앞으로는 해외에서 굳이 수입을 할 필요가 없겠는데요?"
"본격적으로 양산 들어가면 금속시장 판도가 싹 바뀌겠습니다."
"문제는 가격인데… JS중공업이 얼마에 유통을 할지가 중요하군요."
"일단 JS그룹은 제련회사가 없습니다. 결국 프라임건설그룹에서 가격결정권을 행사할 겁니다."
프라임건설은 철강회사를 여럿 거느리며 그룹 체제로 변모했다.
당연히 그중에는 제련회사도 존재한다.
아마도 그 회사가 1순위로 티타늄, 구리의 제련을 맡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다른 제련회사들이 흡수하게 되겠지.
"정부의 중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건 전략자원이나 마찬가지예요. 시장에만 맡겨두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
광맥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바로 하수영이다.
JS중공업과 함께 공동광업권자이기 때문이다.
JS중공업은 채굴한 금을 팔아서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고, 그리고 그걸 비율에 따라서 하수영과 나눈다.
다만 그동안 하수영이 금을 전매해 왔을 뿐이다.
정부에서도 그 많은 금이 시중에 풀리는 것보다 하수영이 쓸어담는 게 질서 유지에 유리하기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티타늄과 구리는 금처럼 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산자부 차관과 하수영, JS중공업 사장, 프라임건설 이도공회장까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가능하면 생산량의 절반은 국내에 비축하고, 절반만 해외 수출을 했으면 하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만약을 대비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남미의 구리 채굴량이 조금씩이지만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상기후까지……. 다가오는 10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원을 비축해둬야 한다는 게 장관님 생각입니다."
"아예 해외 수출을 하지 말고 남는 건 모조리 비축할까요?"
"어, 정말 그래주시겠습니까? 그럼 산자부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겠습니다만."
"……농담이죠. 쌓아두기만 해서는 수익이 안 납니다. 어떻게든 팔아치 워야 수익이 나고, 제련공장을 계속해서 돌릴 수 있죠."
이도공도 한마디 보탰다.
"구리는 몰라도, 티타늄은 전량 우리 그룹이 매입하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해상교량 문의가 들어오는 바람에 티타늄 수요가 매우 높습니다."
"그건 문제없을 겁니다. 티타늄은 프라임건설그룹에서 가져가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되겠죠."
티타늄 구리 분배를 놓고 심층적인 논의가 오래도록 오고 갔다.
그때 하수영이 말했다.
"다 좋은데요, 그럼 제 멀티농장은 어디에 지으면 되죠?"
"멀티농장…… 농장을 하나 더 지으려고 하셨던 겁니까?"
"농장 하나 있는 것만 믿고 있다가 테러라도 당하면 우리 식품사업 모두 다 멈춰 버리는데요?"
"……."
"유물, 금, 티타늄, 구리 같은 거 안 나올 만한 땅으로 구해주세요. 이거 제가 지도보고 찍으니까 문화재청에서 헐레벌떡 달려와서 안 되겠습니다."
하수영은 지도를 내밀었다.
"자, 산자부에서 멀티농장 지을 만한 곳 찍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