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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88화 (1,088/1,270)

프랜차이즈 갓 1088화

254장 청담식 농법 (1)

"북한이라……."

하수영은 작게 중얼거렸다.

북한, 세상에서 극한의 폐쇄성을 띤 국가 중 하나.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미국조차도 매우 어렵다.

그동안 아시아는 여러 가지 위기를 많이 겪었다.

이상기후와 해충 발발로 인해 작황에도 큰 피해를 입었었다.

당장 한국만 해도 2년 연속으로 벼농사를 완전히 망치지 않았는가.

중국과 일본조차도 수영농장에서 긴급히 대량 식량을 수입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는데.

고질적으로 식량 부족 문제를 겪는 북한이라고 과연 이 문제에서 빗겨갔을까?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이니만큼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극악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으리라.

하지만 북한은 대외선전방송에서는 조금도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

여전히 핵 보유를 가지고 국제사회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열심히 미사일을 개발해서 먼 바다로 발사시험을 한다.

「벌써 1년 이상 열병식을 전혀 개최하지 않긴 했습니다. 평소 이상으로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건 맞는 듯합니다.」

"불개미까지 넘어갔으면 더 힘들겠네. 뭐, 어쩔 수 없지."

「앞으로도 북한은 계속 무시하는 포지션을 유지합니까??」

"무시고 말고 할 게 뭐 있나. 애초에 내가 북한과 접점이 없는데."

「전생에서는 북한을 주로 어떤 식으로 처리하셨습니까?」

"주로 김씨 왕조가 무너진 다음에 접수하는 식으로 갔었지. 크게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어."

「으음, 그렇군요.」

"주로 신경 쓰는 건 중국이었지. 중국이 힘을 잃으면 북한은 자동적으로 무너지더라고."

하수영은 과거를 회상하며 중얼거렸다.

"걔들도 체면을 너무 중요시해서 안 돼. 겉으로 하는 말과 속마음이 너무 달라서 사람 짜증 나게 만드는 것도 있고, 툭하면 뒤통수에. 어휴, 협상이라는 게 안 통하는 놈들이다."

「우리 농장은 식량이 풍부하니 북한이 한 번쯤 접촉을 해올 만도 한데 말입니다. 저도 그 점이 의아했습니다.」

"접촉은 무슨. 곧 굶어 죽어도 그런 짓은 안 할 거다. 노동당은 자존심 상하는 걸 죽기보다 질색하는 놈들이라서."

「그렇군요.」

"근데 또 막상 진짜 죽을 상황에 처하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울고 빌고 난리도 아냐."

「정말 죽을 상황에는 아직 처해본적이 없으니까 이렇게 조용한 걸까요?」

"내 생각은 그래. 아마 이번 생도 틀림은 없을 거다."

「붉은불개미가 넘어갔으니,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궁지에 몰리면 다 죽자는 식으로 핵을 쏠 가능성이 있습니까?」

"아, 김씨 일가는 절대 그 짓 안해. 핵을 쐈다가는 자기들 부귀영화가 끝난다는 것만큼은 귀신같이 알거든."

「그렇습니까??」

"한 번은 일본이 쳐들어와서 한국이고 북한이고 죄다 망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김씨 왕조는 끝까지 핵은 안 쐈어. 대신 핵을 대가로 중국에 망명해서 성 갈고 마지막까지 잘 먹고 잘살려고 했었지."

「잘살려고 했었다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과거형으로 해석됩니다.」

"내가 딱 그때 전생을 기억해 냈거든, 사실 연속으로 한국만 22번이 걸리는 바람에 지겨워서 그때 열 살에 기억을 봉인했었다. 위기 상황이 아니면 안 깨어나도록."

「그랬었군요. 그래서 그 뒤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어쩔 수 없이 3차 세계대전에 휘말렸지. 일본하고 중국, 러시아까지 정복하고 나서야 겨우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숨어 있던 김씨왕조 찾아내서 어린아이까지 다 죽이고 혈통을 끊었지."

「주저함이 없으시군요.」

"인마, 목숨 몇 개 가지고 안절부 절못하는 전제군주가 얼마나 큰 재앙인데. 칼을 아예 안 뽑으면 모를까, 뽑았다면 싹 다 모가지를 잘라야 한다."

「통치자 역할이라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군요.」

"그래서 이렇게 쉬어가는 타이밍이 중요한 거야. 내 영혼은 지금 너무 마모됐다고, 치유가 필요해."

생각난 김에 하수영은 북한 관련기사와 논문들을 검색해 보았다.

특별히 알려진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폐쇄성이 강한 국가답다.

-글로벌 이상기후에 전 세계가 신음하는 이때, 북한이라고 해서 그 피해를 빗겨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는 어느 때보다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어쩌면 고난의 행군 이상으로 심할 수도 있다.

-중국이 수영농장에서 사들인 식량의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온갖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지만, 거의 모두가 입을 모아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뭐, 북한이 식량 때문에 무너진 게 한두 번은 아니지."

그리고 하수영은 관심을 끊었다.

***

붉은불개미가 금속에 입히는 피해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는 않다.

놈들이 철과 구리를 노리는 이유는 보온을 위해서다.

때문에 크고 두꺼운 금속 부품은 노리지 않고, 굴 안으로 들일 수 있도록 작게 자를 수 있는 케이블 따위를 선호한다.

이 점을 파악한 한국전력공사는 개미가 갉아 먹기 어려운 튼튼한 케이블로 인프라를 교체한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냥 무선 전기 시스템을 도입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송전 케이블이 아니라, 각 가정의 두꺼비집에 다이렉트로 전기를 꽂아주면 대규모 지역 정전 같은 일은 다시없을 겁니다."

"제 생각도 그래요. 특수 케이블로 교체해 봐야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을 거 같은데요. 개미 놈들도 정 갉아 먹을 게 없으면 시간을 들여 고생해서라도 특수케이블을 노리지 않겠어요?"

"나중에 무선 전기가 공개되기라도 하면 이거 어쩝니까? 혈세 낭비했다고 국민들 비난이 엄청나게 쏟아질 겁니다."

한전 핵심 고위직은 무선 전기의 존재를 알기에, 이런 조심스러운 의견이 나왔다.

국민을 생각한다기보다는, 뒤탈이 두려운 마음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영그룹에서 무선 전기를 공개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되면 다 죽어.'

'발전소 쿼터제는 시한폭탄이야. 15년 더 해 먹으려다가 지금 갑자기 무선 전기를 터뜨리면 다 끝장이라고!'

당연하지만, 그런 신중론은 조직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선 전기를 알고 있는 한전 카르텔 세력은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 해먹을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재래식 발전소(원전 포함).

더 많은 송전망.

더 많은 배선 설비.

발전소 쿼터제가 보호해 주고 있는 동안, 최대한 해 처먹고 튀어야 한다.

"그나저나 갑자기 불개미들이 잠잠해졌어요. 정전 사태도 더 이상 벌어지지 않고."

"이번에 크게 소탕해서 세력이 축소된 것뿐입니다. 때마침 겨울이기도 하고요. 내년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놈들이 다시 세력을 불려서 덮칠 겁니다."

"맞습니다. 그전에 송전 인프라를 깡그리 갈아치워서 불개미 피해를 방지해야 합니다."

어차피 정부 예산도 확보했겠다.

한전은 닥치는 대로 교체 공사를 발주하기 시작했다.

눈먼 세금이 사방에 흘러넘쳤고, 가장 먼저 주워 먹는 놈이 임자였다.

***

규슈 농지 울타리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 업체는 성역의 권능이 깃든 빨간색 울타리 모듈을 적절한 간격마다 설치하며, 마침내 모든 울타리 설치를 완료했다.

"그래도 눈이 내리기 전에 공사를 완료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쉬운 공사라서 사고도 없고, 참 좋네요. 매번 이런 공사만 맡았으면 좋겠어요."

"듣자 하니까 앞으로 규슈 지역에서 농지를 계속 늘린다는데. 꾸준하게 울타리 설치 공사를 발주할 거 같더라고."

"그럼 다행입니다."

공사 업체와 인부들도 기분이 좋았다.

해외 공사라고 해서 체류비 외에도 추가 일당까지 챙겨줬기 때문이다.

한동안 일본에 머물러야 한다는 걸 제외하면, 금전적으로 크게 이익이었다.

"그나저나 규슈가 남쪽 지역이긴 하네. 겨울인데 날이 왜 이렇게 따뜻해?"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래 봐도 이건 봄 날씨인데 말입니다."

"어디 보자. 오늘 기온이…… 뭐? 18도? 이게 겨울 기온이 맞아?"

"이래서는 눈 쌓이는 꼴은 못 보겠네요."

공사를 마친 업체는 규슈에서 모두 철수했다.

그들은 부산항에서 철저한 방역을 거쳐야 했다.

붉은불개미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가 난 상황이라 그들도 받아들였다.

***

「마스터, 기상 관측 결과 이번 규슈의 겨울은 매우 따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낮 평균 기온이 영상 18도 미만으로 떨어질 일은 없을 듯합니다. 새벽 기온도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할 듯하고요.」

"뭐야. 왜 그렇게 따뜻해? 그래서야 불개미들이 더 판을 치고 다니겠네."

겨울이 따뜻하면 해충들이 더 많이 살아남기 때문에, 이듬해에 병충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 일본은 올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죽는소리가 날 것이다.

「생장 기간을 60일로 조절해서 첫 농사를 시도해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 70~80일의 빠른 생장 기간을 자랑하는 벼도 존재한다.

때문에 개활논에서 60일 정도의 생장을 마치고 수확을 하더라도, 크게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60일로 줄이려면 엘릭서를 써야 할 텐데."

「원래 엘릭서는 쓰지 않기로 했지만, 구루마 비료에 아주 조금만 섞어 쓰면 생장 속도만 단축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효과는 부여하지 않고요.」

"알았다. 그럼 수확 기간을 60일로 잡고 한번 구루마 비료를 세팅해 봐."

「알겠습니다, 마스터.」

***

㈜히사타로농업 CEO이자, 히사타로 전 총리의 오른팔인 토요쿠니는 연락을 받고 뒤집힐 듯이 놀랐다.

「하잇, 겨울인데 파종을 하신단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보아 하니까 올 규슈 겨울은 아주 따뜻할 거 같아서 시도해도 될 거 같습니다. 낮 평균 기온이 18도는 나올 거 같거든요."

「하잇, 18도는 벼가 생장하기에는 너무 추운 기온이라고 생각합니다.」

"걱정 마세요. 그 정도 기온이면 우리한테는 벼 키우는 데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아무튼 바로 시작할 거니까 농기계를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잇, 알겠습니다.」

농장 로봇은 일본에 보내지 않는다.

인력은 한국에서 고용하되, 각종 농기계는 히사타로 전 총리가 보유한 센바츠정밀에서 생산한 것을 사용할 것이다.

하수영은 농기계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딴 이들 90명을 선발대로 규슈에 보냈다.

한국의 자격증은 일본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건 토요쿠니가 알아서 해결했다.

젊은 인부들은 트랙터로 논을 갈고, 한국에서 공수된 엘릭서가 극소량 섞인 구루마 비료를 살포했다.

첫 농사이니만큼 현장에 답사를 나온 토요쿠니 사장 일행은, 비료 살포가 끝나자마자 볍씨를 살포하는 걸 보고 기겁했다.

"아니! 지금 논에 물도 안 댔는데 무슨 볍씨를 살포하는 겁니까! 당연히 모내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희는 그냥 이렇게 하라고 지시받았는데요."

"맨땅에 볍씨를 그냥 뿌리다니요! 이러면 잡초에 눌려서 벼들이 다 죽는단 말입니다!"

모판에서 싹을 틔운 벼를 물이 채워진 논에 심어야 잡초 방해 없이 벼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런 직파법을 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토요쿠니가 이리저리 따지고 들자 결국 한국에서 하수영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토요쿠니 사장님, 농사는 우리 농장에서 알아서 합니다. 그렇지요?

"하잇. 하지만 직파법은 관리가 힘들어 농사 효율이……."

-우리 수영농장에서는 이앙법 안합니다. 직파법으로만 해요.

"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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