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87화
253장 퇴치 : 하늘과 땅에서 (4)
개미 로봇 군단의 퇴치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500만 개미 군단 2개가 각각 북상, 남하하며 형성한 수색망에서 붉은불개미가 탈출할 만한 곳은 없었다.
중간중간 방해는 있었다.
몸집이 큰 대형 곤충이나 참새 따위에 잡아먹히는 개체가 속속들이 늘어난 것이다.
애초에 붉은불개미만 딱 퇴치할 수 있을 피지컬을 갖췄기에, 그런 천적을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1,000만 개체라는 압도적인 물량 차이로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여차하면 서진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잠시 중단하고, 새로 개미 로봇들을 더 찍어내면 된다.
「마스터, 랩터 킬러 59호를 불개미 퇴치 작전에 합류시켰습니다.」
"랩터 킬러 59호? 네이플 파라다이스 게임 출신 AI 오토?"
「네. 지금 북미에서 랩터 킬러에 정착해서 장수말벌 퇴치를 벌이는 오토입니다. 국내에 있는 랩터 킬러로 네트워크 이동을 시켜 즉시 전선에 투입하겠습니다.」
랩터 킬러 59호의 하드웨어를 직접 공수할 필요 없이, 내부의 인격을 전산망을 통해서 이동시켜 버리면 그만.
「59호의 오토는 뛰어난 전장지휘관 AI입니다. 불개미 퇴치 작전을 능숙하게 담당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럼 넌 뭐 하고?"
「제가 합참의장이라면, 59호의 오토는 야전군 사령관인 거죠.]
그렇게 모바일 게임 AI 출신의 오토는 네트워크망을 통해 한국의 랩터 킬러로 인격을 옮겼다.
그리고 천만 개미 로봇 군단을 통제하여, 자신의 전투 경험을 마음껏 활용했다.
***
그러는 사이에도, 부산 일대에서는 속속들이 정전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겨울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전 사태까지 닥치니, 쉘터에 피신해 있는 이재민들은 더욱 죽을 맛이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도시 복구팀의 작업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해운대 일대에서 유일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곳은 해운대 수영펜션뿐이었다.
전기와 수도가 끊어진 상태가 오래 되다 보니, 부산 시민들은 답답한 생활 속에서 억눌려 지내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대 수영펜션은 본의 아니게 부산의 주요 보급 거점 역할을 맡고 있었다.
동백역 APEC공원은 수영펜션에서부터 끌어온 급수 파이프 시설이 설치되었고, 물을 받기 위해 주민들이 매일같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런데 수도도 다 끊겼는데, 수영펜션은 대체 어디서 물을 끌어오는 거지? 왜 수영펜션만 물이 나오는 거야?"
"해수 담수설비가 있어서 그냥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거라고 하던데."
"그럼 전기는?"
"자체 발전기가 있어서 전력망하고 상관없이 전기를 뽑아낸대."
"진짜 혼자서 다 하네, 혼자서 다해."
"덕분에 우리도 살았지. 이 시국에 수영펜션이라도 없었으면 진짜 끔찍했을 거야."
태풍의 피해와 불개미의 습격이 덮친 상황.
부산은 도시 기능이 반쯤 정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복구팀은 무너진 도로 시설들을 정비해서, 이제 간신히 차량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만 뚫어 놓았다.
"붉은불개미만 아니었어도 복구 작업이 더 빨라졌을 텐데, 진짜 이게 대체 뭐야."
"전선을 갉아먹는 개미라니. 진짜 세상이 망하려나 봐요."
"이상기후 때문에 별별 이상한 게 다 튀어나오고 있어요. 미국은 변종장수말벌 때문에 고생하지 않나, 중국에서는 메뚜기 떼가 득실거리고, 일본은 불개미 천국이니……."
"일본은 불개미 원산지라는 걸 절대로 인정하지 않던데요. 오히려 한국에서 발생한 불개미가 자기들 나라에 넘어온 거라고 선동하던데."
"왜놈들이 그러는 거야 어디 한두번이에요? 수천 년을 이어온 유구한 역사죠."
"빨리 불개미 전멸시키고 전기도 어서 복구되어야 할 텐데."
"대체 전기 복구가 왜 이렇게 느린 거랍니까? 지금 한전 복구팀, 죄다 놀고 있는 거 아니에요?"
엄밀히 말해서 한전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기를 복구하는 족족 다른 라인이 갉아 먹혀서 반복되다 보니, 복구 작업을 안 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한전 입장에서는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욕만 실컷 얻어먹는 상황이다.
***
정전은 부산에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불개미의 서식지가 넓어지고 있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부산만큼 치명적인 대규모 사태가 아니라서 주목이 되지 않을 뿐이다.
최판섭 부산시장은 대형 체육관 등 이재민 쉘터로 활용하는 시설에 전기가 끊어진 문제로 골머리를 썩였다.
이재민이 한두 명이 아니다 보니, 이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는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장님, 이서환 시의원님이 찾아왔습니다."
"오, 이 의원이!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
최판섭은 한때 도로계획과 일개 계장이었던 이서환 시의원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이서환 의원! 어서 오세요! 길도 험한데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시장님."
이서환은 부산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정치인이었다.
일개 서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태호그룹의 사생아.
상속 소송에서 승리하여 태호그룹의 계열사 몇 개를 거느린 재벌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하수영 계파에 속한다.
"시장님, 지금 중요한 건 식료품과 식수 공급입니다."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걸 어찌합니까. 중앙정부에서 내려주는 도움이라고 해봐야 시원치 않은 수준이고."
"이대로 신두만 계속 배급했다가는 시민들 불만이 터질 겁니다."
지금 이재민을 비롯한 부산 시민들은 대부분 신두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식재료를 줘봤자 조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기수도 가스가 끊긴 상황에서 무슨 가정집 조리를 하겠는가.
하루에 2끼는 신두로 때우다 보니, 시민들의 불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프라임컴퍼니에서 도시락을 원가로 공급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원가요? 무상으로는 어떻게 안 된답니까?"
"시장님."
이서환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었다.
"수영그룹은 이미 신두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수영펜션도 이재민 쉘터로 제공하고 있고, 해운대 인근에서 무상으로 물도 배급합니다. 뿐만 아니라 식수 차량 200대를 매일같이 부산 시내에 돌리고 있고요."
"아, 압니다. 혹시나 해서 한번 말해본 거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최판섭 시장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얼른 다른 말을 둘러댔다.
"그럼 도시락만큼이라도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주는 건 어때요?"
"그건 프라임컴퍼니에서 바라지 않습니다. 재난을 기회 삼아 돈벌이를 하기 시작하면, 다른 기업들도 너도 나도 달려든다고 말입니다."
"역시 프라임컴퍼니는 사회의식이 우뚝 선 훌륭한 기업이군요. 그럼 하루에 도시락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까?"
"하루에 19첩 도시락 1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19첩? 아니, 반찬 개수가 왜 그렇게 많습니까?"
"12첩 도시락으로 변경 시 20만 개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너무 많습니다. 적당히 5개에서 7개 정도로 하면 안 됩니까?"
"회사의 이미지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서, 12첩 미만으로는 차라리 만들지 않겠다고 합니다."
"……."
"애초에 생산 라인 자체가 12첩이상으로 세팅되어 있어서 불가능합니다."
"알았습니다. 그럼 12첩 도시락으로 하루 20만 개, 그렇게 결재하지요."
하루 20만 개가 많아 보이지만, 300만 명이 넘는 부산시 인구를 생각하면 턱도 없다.
물론 프라임컴퍼니만 지원을 하는 게 아니지만.
"그리고 수영농장에서 다용도 지원헬기를 부산시에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다용도 지원헬기? 그게 뭡니까?"
"개조한 퀸 스텔리온 헬기인데, 조명이나 식수 정화, 전기 공급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헬기입니다. 인프라가 열악한 오지에서 사람들의 생활 편의 제공을 위해 만들어진 헬기입니다."
"으음, 그게 쓸모가 있습니까?"
"적어도 정전된 이재민 쉘터에 전기를 공급해 줄 수는 있습니다."
"오, 그럼 다행이군요. 한숨 돌렸습니다."
"그리고 또……."
이서환 시의원은 하수영 계파원으로서 부산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했다.
이 또한 하수영의 이름에 명예를 두텁게 쌓아 덧칠하는 작업이다.
***
개미 로봇 군단은 마침내 최남 지역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정밀하게 훑어 내려간 덕분에, 이제 수색을 마친 지역에는 더 이상의 붉은불개미가 남아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처음 500만 마리로 시작한 남쪽 개미로봇군은 이제 200만 마리로 변해 있었다.
하수영은 개미 로봇을 추가로 찍어 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싹 다 밀어버리고, 계속 주둔시켜. 개체 수는 남북 각각 200만 마리로 상시 유지하고."
「알겠습니다. 언제든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미리 1,000만 마리를 생산해서 컨테이너에 보관해 두겠습니다.」
"그래, 보안 조심해라."
「네. 걱정 마십시오.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저는 더욱 완벽해졌습니다.」
"근데 농사 게임은 언제 나오냐? 게임 하나 만드는 데 뭐 그렇게 오래 걸려?"
「아직 기초 게임 엔진을 만드는 중입니다.」
"아직도 게임 엔진을 만든다고? 야야, 얼마나 고사양 게임을 만들려는지는 모르겠는데 시중컴으로 못 돌아가면 아무 의미 없다. 발적화가 왜 욕먹는지 알지?"
「물론입니다. PC 평균 사양으로도 쾌적하게 돌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바다 접경 지역까지 싹 훑어도, 또다시 배를 통해 유입될 수 있다.
한 번 몰아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는 끊임없는 방어 작전을 펼쳐야 한다.
전 세계의 모든 슈퍼 붉은불개미를 전멸시키는 게 아닌 한은.
그래서 하수영은 항구 등 유입 지역 주변에 개미 로봇 군단을 상시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농민 회장 노릇도 쉽지 않다니까. 남들이 몰라주는 물밑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물장구를 쳐야 해."
「그것 역시 농사 게임에 반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마침내 퇴치 작전이 모두 끝났다.
섬을 제외한, 한반도 내륙 지역을 모조리 수색한 프리덤이 자신 있게 선언했다.
「마스터, 이것으로 퇴치 작전이 모두 끝났습니다. 대한민국 내륙 지역에는 더 이상의 슈퍼 붉은불개미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휴, 힘들었군. 아, 그렇다고 농민들한테는 알리지 마라."
「네. 퇴치 사실을 밝히면 정부에서 쓸데없이 물고 늘어지겠죠. 주의하겠습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휴전선 너머는 수색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상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 영역이지만, 실질적으로 휴전선 너머는 북한의 땅.
프리덤은 당연히 개미 로봇군을 거기까지 보내지는 않았다.
"불개미들이 북한까지 넘어갔다고 생각하냐?"
「마지막으로 사살한 불개미가 휴전선 철책에서 불과 20미터 떨어진 지점입니다. 매우 높은 확률로 북한까지 넘어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