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86화
253장 퇴치 : 하늘과 땅에서 (3)
개미 로봇 군단은 곧바로 빠르게 진형을 형성하며, 남하를 개시했다.
한 마리가 직경 60㎝의 수색범위를 커버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600㎞의 수색 전선을 형성한 채 내려갈 수 있는 규모다.
물론 크기가 크기인 만큼 전투력은 형편없다.
생쥐 따위를 만나면 그냥 파괴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슈퍼 붉은불개미 따위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퇴치 작전 중에 900만 마리 이상 쯤은 파괴되어도 상관없다.
애초에 비전투 손실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서 천만 마리 단위로 찍어낸 것이니까.
"드론들도 공동작전 펼쳐. 공중조기경보기가 있고 없고 차이가 상당하니까. 정부 승인은?"
「쉽게 얻었습니다. 붉은불개미 수색 작업을 한다고 하니까 두말없이 승인해 주더군요. 대신 야외에서의 비행 높이는 40미터로 제한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뭐, 40미터면 충분하지."
「그러나 드론 카메라는 원거리 소형 물체 탐색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비행고도는 5미터 이하로 잡는 게 적당합니다.」
"카메라가 그렇게 구렸나?"
「애초에 그 이상 떨어진 작은 물체를 판별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살충 드론은 수 미터 범위 이내에서 해충을 포착하고 레이저로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수십 미터 밖에 있는 개미 크기의 작은 물체를 탐색할 용도는 없었다.
「겨우 5미터 고도에서 활동하는 공중조기경보기가 되었군요.」
"아, 맞다. 우리 미국에서 산 위성도 있잖아. 그걸 쓰면 어때?"
「마스터. 미국의 위성은 정지궤도에서 지표면에 있는 개미를 식별하지 못합니다.」
"뭐야? 아니, 1조 원 넘게 돈 들였으면서 성능은 왜 그렇게 구린 거냐? 이거 진짜 답답해서 농사 못짓겠네."
「이참에 특수카메라 시장에도 진출하시는 건? 청담스코프 제조공단과도 겹칩니다. 비용과 시간 등 모든 것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인공 안구가 그렇게 초고해상도면 사람이 미쳐 버릴 텐데. 코앞에 있는 먼지와 진드기까지 죄다 보일 거 아니냐."
「평소에는 제한을 걸어두면 되죠. 시력 6.0 이하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청담스코프 공단은 어디까지 진행이 됐나 요즘 통 신경을 못 썼네."
「정부에서 자금 집행을 안 해서 아직도 제자리걸음입니다.」
"6조 달러가 애들 이름은 아니니까. 그러게 왜 돈도 없으면서 괜한 욕심을 내가지고서는."
「청담 스코프 양산을 언제고 하기는 해야 할 거 같습니다만. 전 세계에서 양산되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긴 해야지. 정부한테서 투자금마저 다 뜯어낸 다음에. 한 4조 달러 넘게 남았지?"
「네. 아직 한참 멀었죠.」
하수영은 모니터링 상황을 살폈다.
개미 로봇 군단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지표면에서 남쪽을 향해 쉴새 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무선 전기로 이어져 있기에 동력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수색 작전에 나선 드론 부대는 지표면에서 약 5미터 정도 부유한 채, 수집한 관측정보를 천만 개미 로봇과 공유하고 있었다.
드론 부대 역시 무선 전기로 개조를 했기에 동력 걱정 없이 무제한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프로펠러의 과열이 낮은 편이기에 몇 날 며칠이고 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개미로봇군단 전선은 수도권을 막 벗어나고 있는 참이었다.
동쪽으로는 강원도로 뻗어나가야 하기에, 서쪽 라인은 지금 속도를 늦추며 조절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확 대전까지 쭉쭉내려간 다음 수평으로 일자 수색 라인을 짜고 싶은데. 그래도 수색 작전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니까."
「벌써 대전 북쪽까지 넘어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수색 작전의 기본은 지켜야지요.」
"그렇지. 안 그러면 한 번으로 끝날 것을 백 번을 해도 못 막게 되는 수가 있거든."
수도권을 위도좌표로 삼아서 강원도 끝까지 일직선으로 수색 라인을 퍼트린 다음, 진형을 맞춰서 남쪽까지 빈틈없이 내려간다는 작전.
혹시라도 모를 틈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데…….
「마스터. 붉은불개미 정찰 세력을 발견했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동쪽 산기슭 지역입니다.」
하수영은 가벼운 탄식을 흘리며 이마를 짚었다.
"벌써 여기까지 올라왔냐? 서두른다고 대전에 수색 라인 조기에 짰으면 북상한 놈들 싹 다 놓칠 뻔했네."
「마스터. 군단을 둘로 나누어서 나머지는 휴전선까지 북상시켜 수색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서울 위도좌표를 넘어서 더 올라간 개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야지. 병력을 둘로 나눠라."
모니터 화면에는 곧이어 개미 로봇들이 일사불란하게 둘로 나뉘었다.
반으로 싹둑 가르듯이 나뉜 게 아니라, 홀짝 배열로 갈라지며 분열되고, 또 같은 방향끼리 자연스럽고 새로운 수색 전선을 짜는 형태로 이 뤄졌다.
비행 드론 역시 두 부대로 나뉘어서 한 부대는 북상을 시작했다.
정부에 실시간 비행 정보가 들어가고 있기에, 당연히 곧장 연락이 왔다.
「의원님, 드론 일부 세력이 방향을 북쪽으로 완전히 바꾸었는데, 무슨 이유입니까? 혹시 기기 문제로 철수하는 겁니까?」
검역본부장의 목소리에는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라는 염원이 섞여 있었다.
아마 그도 비행 드론들의 이동 경로를 보고 뭔가 불길함을 느꼈으리라.
"유감입니다. 경기도 광주 근처에서 몇 분 전에 슈퍼 붉은불개미 세력을 발견했어요. 725마리를 사살했습니다."
「725마리라고요! 경기도 광주라고 하셨습니까? 전라남도 광주가 아니라요?」
"네, 경기도 광주입니다. 놈들이 이미 수도권까지 올라왔네요."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제가 보기에 부산항에서 발견된 놈들은 그냥 북상 안 하고 항구에 퍼질러 주저앉은 놈들인 거 같아요. 즉 항구에 내리자마자 발견된 게 아니라, 이미 한참 전에 내렸을 가능성이 높은 거죠."
통화 너머로 기괴한 신음 소리가 잠시 흘렀다.
검역본부장이 어지간히도 절망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래서 부대를 나눠서 수색 라인을 위로도 올리는 중입니다. 휴전선까지는 못 가지만, 비무장지대까지는 가봐야겠어요."
「그런데 드론 수가 충분하지 않은데, 괜찮은 겁니까??」
현재 드론들은 약 수백 미터에서 1km 단위마다 1개체가 수색 진형을 짜고 있었다.
지상 고도가 5미터 남짓밖에 안되다 보니, 이래서는 구멍이 뻥뻥뚫릴 수밖에 없다.
검역본부장도 그 점을 염려했다.
"어쩔 수 없죠. 확실하게 지표면의 개미를 포착하려면 너무 높아선 안돼요. 애초에 몇 미터 범위 안에 있는 해충을 잡아서 죽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라서요."
「……그럼 드론으로 개미 박멸은 불가능하겠군요. 이동과 분포 범위를 파악하는 정도가 한계일 거 같습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검역본부장은 개미 로봇 군단의 존재를 알지 못하니 저렇게 절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수영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프리덤의 원격통제를 받는 1,000만 개미 로봇 군단을 한나절 만에 찍어냈다고 광고를 할 순 없으니..
개미 로봇 군단이 이 나라의 붉은 불개미를 전멸시켜도, 정부기관은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드론으로 불개미 집단 한 수십 개정도 처리했다고 적당히 포장하면 되겠지."
「붉은불개미가 전멸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할 겁니다.」
"납득 못 하면 자기들 머리만 아픈 거지. 난 적당히 빠지면 된다."
「역시. 해명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원래 VVIP는 해명 따위 안 해. 자기들이 알아서 해석하고 받아들여야지. 그게 VVIP가 되지 못한 것들의 숙명이다."
「회로에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VVIP는 해명 따위 하지 않는다, 해명 따위…….」
검역본부 입장에서는 운 좋게 드론이 개미들을 모두 찾아내서 전멸시켰거나,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남은 세력이 한반도에서 소멸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개미 로봇 군단의 존재가 드러날일은 없다.
애초에 통신도 무선 전기망을 이용 하기에 전파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재밍의 영향도 받지 않으니.
***
전문가들이 산 채로 잡은 개미들을 대상으로 부식 전투력 체크를 했다.
개미굴에 만든 핫팩과 히트 파이프는 그들이 보기에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개미가 뿜는 부식산은 과연 어느 정도 전투 능력이 있을까?
"철도 녹여 버리는 부식산입니다. 이거 자칫하면 인류 문명이 붕괴할 수도 있어요."
"설마. 문명 붕괴는 너무 나갔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인류의 문명은 철의 문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괜히 철강을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개미의 철 부식 능력이 상상 이상일 경우, 철이 들어간 모든 구조물의 존재가 위협받게 된다.
항공기, 선박, 철도, 차량, 교량, 건축물 등등…….
철이 들어가지 않은 물건을 찾아보는 게 더 힘들 지경이니까.
하다못해 원목 가구에도 나사와 경칩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전문가들이 부식 능력 테스트를 한 결과…….
"다행입니다. 생각보다 부식 능력이 낮습니다."
"어느 정도인가?"
"철로 된 삽 하나를 부러뜨리는데 불개미 1,000마리가 달려들어서 몇 시간 동안 꼬박 산을 퍼부어야 할 정도입니다."
"불개미 한 마리가 닥치는 대로 철근콘크리트 건물들을 무너뜨리고 다닐 수는 없다 이건가."
"네, 불개미 입장에서 콘크리트 안의 철재를 부러뜨리는 건 삽 하나로 야산을 옮기는 것과 같은 수준의 중노동입니다. 비효율적이죠."
"다행히 굴삭기와 덤프 트럭 수준은 아니라는 거군. 삽 한 자루라……."
"그래서 놈들이 얇은 구리 전선이나 작은 철 조각 위주로 모으는 것 같습니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니까요."
불개미 입장에서는 흔해 빠진 철제컨테이너 하나를 무너뜨리는 데도 아주 많은 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효율을 추구하는 불개미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
가느다란 전선만 노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던 셈.
"놈들이 가진 무기가 삽 수준이라서 다행입니다. 문명이 붕괴될 일은 없겠군요."
"그래도 방심해서는 안 돼. 개미놈들의 전투력을 더욱 철저하게 조사해."
"예."
높고 굵은 송전선을 노리는 일은 없을 테니,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전봇대의 전선이나 제어배선, 지하에 매설된 케이블은 개미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개미 입장에서는 그런 케이블을 노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니까.
"이거 한국전력 주식 팔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자네가 주식을 못하는 거야. 아니, 개미특수효과가 발생했는데 왜 주식을 파나? 오히려 더 사야지."
"개미특수효과요?"
"매설 전선을 개미로부터 보호해야 하니까 더 크고 두꺼운 특수케이블로 모두 교체해야 하지 않겠어? 전국적으로 그 교체공사를 한다 치면 규모가 상당하지. 온 나라가 정전될 판이니 정부에서도 아낌없이 예산을 내어줄 테고 말이야."
"아, 그렇게 됩니까?"
"그래, 지금이 바로 한전 매수 시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