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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85화 (1,085/1,270)

프랜차이즈 갓 1085화

253장 퇴치 : 하늘과 땅에서 (2)

"붉은불개미가 지하에 매립된 아파트단지 전력제어장치를 파괴했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에 정전이 발생한 겁니다."

검역본부장은 처음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뭔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내가 지금 귀가 이상한 거 같은데. 그러니까 개미가 아파트 전기 시설을 파괴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자네가 나라면 그 말을 믿겠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송전선을 건드리기도 전에 감전돼서 잿더미가 될 텐데, 무슨 재주로 개미 따위가 그걸 파괴해?"

"전선을 끊은 게 아닙니다. 아파트 전력망 제어장치 안으로 침투해서 컴퓨터 배선을 망가뜨린 겁니다. 그래서 작동이 멈춘 거고요."

전신주에 지은 새집이 합선을 일으켜서 정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에 개미들이 일으킨 정전 사태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에, 검역본부장은 비로소 납득했다.

그러나 추가로 제출된 사진을 보고는 다시금 어이없어 했다.

"뭐? 개미들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네, 본부장님."

"놈들이 무슨 니퍼라도 있나? 아니, 개미 따위가 무슨 재주로 이렇게 배선을 끊어놓아? 고양이나 개도 아니고."

애초에 고양이나 개처럼 큰 동물은 금속제 배선박스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지만,

"슈퍼 붉은불개미는 입에서 매우 강력한 화학 부식물질을 내뿜어서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커다란 먹이를 잘게 부순다고 합니다."

"부식물질?"

"예, 이번에 확인된 사실입니다."

"슈퍼 붉은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게 일본이라고 했었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수영농장에서 확인을 해줬습니다."

"수영농장? 혹시 하수영 회장님이 최근 일본을 방문한 게 그거 때문인가?"

"쌀 700만 톤 거래가 주내용이지만, 슈퍼 붉은불개미도 아마 파악을 했을 거라고 봅니다."

붉은불개미는 원래도 10대 세계 생태계 악성 교란종으로 꼽히던 녀석이다.

항구나 세관 같은 곳에서 발견이 되면 일대가 발칵 뒤집어지고, 검역본부에는 비상이 걸린다.

농작물에 큰 피해를 끼치고, 독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속까지 녹여 버리는 부식 물질을 뿜는 변종의 등장이라니.

"하수영 회장님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렵겠지?"

일개 검역본부장인 자신이 멋대로 대화를 요청하기에는 너무 거물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그래도 하수영 회장님은 사회적 신분이나 직책 같은 것을 따지지 않고 소탈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는 걸 즐기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개미 방역 때문에 지식과 조언을 구한다고 정중히 부탁드리면, 의외로 선뜻 시간을 내주시지 않을까요?"

"으음, 그래도 워낙 높으신 분이라서 찍히기라도 하면 곤란해. 그분이 아무렇지 않아 해도 우리 윗선에서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

"……."

"프리덤, 수영농장에 정중하게 내 이름으로 메일 하나 발송해 다오.

지금 바로."

「알겠습니다. 현재 노말 버전을 구독 중이시므로 공문서 작성으로는 활용할 수 없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래, 동의한다."

「지금 메일을 보냈습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뭐? 벌써?"

검역본부장은 소스라치게 놀랐고,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메일을 보낸 게 1초도 안 됐는데, 무슨 답장이 벌써 온단 말인가?

"수영농장에서도 이런 문의를 대비해서 매크로를 걸어놓은 모양입니다."

"그런가. 프리덤, 뭐라고 왔냐?"

「연락처를 알려주었습니다. 지금 바로 전화하라는 내용입니다.」

"지금 바로?"

검역본부장은 부하들과 시선을 교환했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좋아. 바로 전화해."

「알겠습니다. 통화 연결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하수영입니다.

검역본부장은 소리 없이 목을 한번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영광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장 김봉곤입니다."

-신종 불개미 때문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지금 해운대 아파 트 일대가 이놈들 때문에 정전까지 되었습니다."

-배선설비를 갉아먹은 모양이네요. 뭐, 강철 합금도 녹여 버리는 놈들인데 충분히 그럴 수 있죠.

본부장은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놀라워했다.

"강철 합금도 녹여 버린다고 하셨습니까?"

-제가 일본에서 확인했습니다. 강철 합금으로 된 삽을 부식시켜서 부러뜨렸더군요.

"그럴 수가…… 이놈들이 정말 개미가 맞기는 한 겁니까?"

-화산의 용암 속이나 극산성 호수에서도 잘 사는 생물도 있는데, 부식독 뿜는 개미가 뭐 대단한 건 아니잖습니까.

"……."

-이상기후는 인간 말고 다른 동식 물들에게도 가혹한 환경입니다. 살아남으려면 적응을 해야죠.

"조언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서든 이놈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방제기술로는 힘들 거 같습니다. 지금 일본도 다 퍼졌는데, 아마 내년에는 죽는소리 날 겁니다.

"일본 전국에 다 퍼졌단 말입니까?"

검역본부의 공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이 강력한 해충이 일본 전체에 퍼질 때까지, 자신들은 제대로 된 정보조차 손에 넣지 못했다.

'일본, 이 빌어먹을 놈들. 이런 중대한 정보를 지금까지 덮어두고 자기들끼리 좌충우돌하고 있었단 말인가…….'

글로벌 물류 시대 아닌가.

일본에서 발견된 악성 해충이 몇 달 뒤에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되는 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그런 중요한 해충발생 사실을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고 꼭꼭 숨기다니.

"수영농장까지 개미들이 침투하게 되면 큰일입니다. 우리나라 식량주권은 현재 수영농장에 달려 있지 않습니까."

-걱정 마세요. 제 농장은 방어 시스템을 철저히 갖춰놔서 해충들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본부장은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강철도 부식시키는 놈들인데, 정말 괜찮은 건가?

"나중에 또 연락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언제든지 편안하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

정전은 금방 복구되었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정전이 되었다.

또 다른 송전배선라인에서 붉은불개미들이 배선기구를 갉아먹은 게 발견이 되었다.

"혹시 이놈들이 구리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만 이거 보십시오. 그냥 끊어 놓은 게 아니라 전선에 들어 있는 구리를 끊어서 가져갔습니다."

"그냥 없어진 거 아니야?"

"개미들이 가져간 게 아니면, 이 배선함에서 구리선 수십㎝만 콕 집어서 없어지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합니까?"

"……."

"너무 굵은 구리선은 무거워서 운반이 힘드니, 자기들이 가져가기 좋은 적당한 굵기의 전선을 끊어서 가져가는 거 같은데요."

"말도 안 돼. 개미들이 구리선을 가져다가 어디다가 쓴다고……."

"혹시 모르죠. 열전도율이 좋으니까 히트 파이프 따위로 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자네, 상상력이 나가도 너무 나갔어."

그러나 머지않아 발견된 개미굴에서 끊어진 구리선 다발들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따로 철조각만 모아놓은 방도 있었다.

개미들은 철조각 더미에 꽂힌 구리 선을 유충 방으로 연결해 놓았다.

그리고 일부 개미들을 산을 토해내며, 철 조각을 산화시키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건 미쳤어. 지금 이놈들이 핫팩을 만든 겁니까?"

"핫팩?"

"철 조각 산화 반응으로 열을 내고, 구리선으로 그 열을 유충 방으로 끌어오고 있잖습니까."

심지어 솜이나 천 조각, 깃털 따위로 둘러싸서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까지 했다.

검역본부장은 사진들을 보고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이놈들, 월동 준비하느라고 그 난리를 친 거였나? 근데 왜 하필 구리선을?"

"얇고 기니까 자르거나 운반하기 편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슈퍼 붉은불개미의 부식산은 철도 녹인다지만, 두껍고 클수록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고도 많이 든다.

개미들은 나름 효율적인 수단으로 구리선을 택한 것이다.

***

「마스터,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프리덤의 말투는 평소보다 더욱 강건함이 넘쳤다.

「전 국토를 성역화하든가, 아니면 슈퍼 붉은불개미 퇴치수단을 강구하든가,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마스터를 따르는 300만 명의 농어민들을 붉은불개미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언제 그 넓은 성역을 일일이 다 설치하고 있냐. 그러다가 목 다 쉬겠다."

「마스터, 그러면?」

"살충 로봇으로 가야지."

「오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눈에 띌 필요는 없으니까 적당히 곤충으로 위장하면 되겠다."

「바퀴벌레 형태는 어떻습니까? 사람들 눈에 띄더라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내가 전생을 백만 번을 더 해도 바퀴벌레 혐오는 못 지울 거다. 그건 인간의 영혼 그 자체에 박힌 유전자 같은 거거든."

「그럼 어떤 형태를 생각하십니까?」

"개미 로봇. 토종개미 중 적당히 몸집 작은 종으로 고르면 되겠지."

「개체 수는요?」

"글쎄. 한 번에 국토 전체 싹 훑어 내려가려면 1,000만 마리 정도면 적당하려나?"

「적당한 게 천만 마리라니. 역시 마스터의 물량 개념은 저의 전자회로를 오버히트 되도록 만듭니다.」

"이왕 이리된 거 서울에서 남부 지방 백사장까지 쫙 훑어 내려가야지."

***

정서진은 하수영으로부터 기이한 연락을 받았다.

-반도체 공장 좀 빌려야겠어요. 한 나절 정도 가동 멈춰도 상관없죠?

"네. 상관은 없습니다만, 혹시 주문제작 반도체라도 찍어내시려는 겁니까?"

-음,모르는 게 좋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전 이 순간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걸로 하겠습니다."

정서진은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스스로 연차까지 냈다.

공장을 방문한 하수영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정라인을 잠시 둘러보았다.

입자집합명령 장치에서 찍혀 나오는 각종 반도체 부품들이,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손에 차근차근 포장되며 출하된다.

따끈따끈한 반도체 부품들은 TSMC 공장으로 보내져서 테스트및 패키징 작업을 거쳐 고객사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페이즈까지만 생산하고, 바로 개미 퇴치 로봇 생산에 들어가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입자집합명령 장치는 원소 차원에서 작업이 실행되는, 일종의 3D 프린터와 같다.

무형의 에너지가 입자들을 강제로 배열하여 구조를 맞추고, 서로 결합을 시킨다.

때문에 일반 반도체 공장에서처럼 여러 가지 화학 약품을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이, 입자 블록을 배열하고 쌓고 결합시켜서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즉 설계도만 있으면, 작은 개미 로봇 1,000만 개체 따위는 한나절이면 충분히 찍어낼 수 있는 것이다.

입자집합명령 장치를 아주 크게 만들면, 이론상으로는 우주선도 '인쇄' 할 수 있다.

반도체 설비로 쓸 목적이기에, 일부러 하수영은 아이 손바닥 크기 이하의 작은 물건만 찍어낼 수 있게 만들었다.

입력 설계가 바뀌었고, 입자집합명령 장치는 곧 아주 작은 개미 로봇들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개미 로봇들은 완성되는 즉시 내장된 무선전기 수신칩을 활성화했고, 핵융합 발전소에서 표적전송 되는 전기를 동력으로 삼아 활동을 개시했다.

활동을 개시한 개미들은 열린 문을 통해서 반도체 공장을 일사불란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땅을 침투한 붉은불개미 녀석들, 한 마리도 놓치지 말고 전부 다 죽여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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