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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83화 (1,083/1,270)

프랜차이즈 갓 1083화

252장 슈퍼 해충 개미 (6)

예상치 않게 일본 체류가 길어졌지만, 하수영은 지루하지 않았다.

일상에서의 가벼운 뒤통수는 삶의 재미를 좀 더 윤택하게 해준다.

마치 도시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랜덤으로 발생하는 재난 이벤트와 같다.

적절한 빈도로 발생하는 장해 이벤트는 적당한 긴장감을 심어주어 뇌를 즐겁게 만든다.

"이거 참. 슈퍼 붉은불개미가 부식 용액을 토해내서 금속도 뚫어버린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하잇. 금속까지 뚫어버리다니……. 정말 악랄하기 그지없는 해충입니다."

"이 정도면 세계 10대 악성 해충에서도 넘버원으로 꼽아야겠네요. 이야, 난이도 높네. 장수말벌하고 메뚜기떼하고 콜라보하면 진짜 전 세계 난리 나겠는데?"

하수영은 주신의 지식보고 접근 권한, 통찰안을 활성화해서 부식 현상으로 부러진 부위를 살폈다.

"이거 농사 난이도가 제 예상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그럼 문제가 심각한 겁니까?"

"저한테는 아니죠. 그런데 다른 나라, 다른 농장들은 앞으로 많이 힘들어지겠네요. 농사에 투자하기로 한 건 잘하신 겁니다."

"하잇, 다행입니다."

잠시 불안에 떨었던 토요쿠니는 바로 이어진 말에 안심했다.

세계 최고의 농장 오너가 하는 말이니 신뢰성은 확실하겠지.

"의원님, 저희 히사타로농업은 간토 평야에도 제법 농지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곳에는 관심이 없으십니까?"

"이리저리 흩어져 있으면 관리가 안 됩니다. 그리고 원래 훌륭한 농부는 땅을 가리지 않습니다."

"하잇, 제가 경솔한 질문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워야 합니다. 산? 깎으면 돼요. 바위? 다 골라내면 됩니다. 강? 없으면 헬기로 물을 뿌리면 돼요. 하지만 멀리 떨어진 땅을 들어서 가까이 가져올 순 없습니다."

사실 과학이 충분히 발달하면 땅을 들어다가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거기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제가 규슈를 고른 이유는 제 집과 가장 가까운 일본 땅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왔다 갔다 할 일 있을 텐데, 가까워야 좋잖아요."

"하잇,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농사 로봇을 쓸 수 없으니 일반 농기계를 써야 할 텐데, 아무래도 센바츠정밀 모델을 쓰는 게 좋겠죠?"

"하잇, 그래주시면 그분께서 의원님의 배려를 두고두고 깊이 가슴에 새겨두실 것입니다."

"하하, 저는 상도의가 뭔지 아는 사람입니다. 전 케이스 제품을 선호 하지만, 훌륭한 농부는 도구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센바츠정밀의 품질을 썩 신뢰하지는 못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말.

하지만 토요쿠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언짢은 감정을 품지도 않았다.

하수영은 충분히 그런 말을 할 만한 사람이니까.

"다만 농기계 날 재질에는 앞으로 특별히 신경을 써주세요. 강철 합금 삽이 부식으로 부러진 거 보셨죠?"

"하잇. 알겠습니다."

하수영은 다시 한번 논을 둘러보았다.

지금도 흙 아래에는 슈퍼 붉은불개미들이 집을 짓고, 왕성하게 월동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봄이 되면 더욱 세력을 불려서 인간과 작물한테 피해를 입히겠지.

"일본 쌀 시장은 끝났네."

이제 일본은 자력으로 쌀농사를 짓지 못할 것이다.

***

수영사채에 700억 달러가 새로이 입금되었다.

일본에서 구매하기로 한 쌀 대금이었다.

야쿠자 토시히데 파벌은 부랴부랴 초대형 벌크선을 다수 확보해서 쌀수송을 실시했다.

수영그룹 트럭은 긴 트레일러 판넬에 1톤짜리 쌀 포대를 그득히 실은 채, 끊임없이 부산항으로 실어 날랐다.

부산항에 수송된 쌀들은 수십만 톤짜리 벌크선 탱크에 담겨졌고, 탱크를 쌀로 가득 채운 벌크선은 곧바로 일본을 향해 출항했다.

빈자리는 다음 벌크선이 들어서고, 다시 쌀을 채우는 작업이 반복됐다.

엄청난 양의 쌀이 수출되고 있었지만, 한일 양쪽 언론은 잠잠했다.

700만 톤의 쌀 거래는 그 규모만 해도 대서특필이 될 만하지만, 메이 저 언론에서는 없는 체하며 넘어갔다.

일본의 체면이 손상되는 보도는, 한일 언론 양쪽 모두 원하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독립운동가 후손측에서 작은 염려가 오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조선의 쌀을 닥치는 대로 수탈했습니다. 설마 그 비극이 현대에 재현되는 겁니까?"

「도매가로 킬로당 만 원씩 받았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쌀 평균 '소매가'는 킬로당 몇천 원 정도입니다.」

"어, 그럼……."

「대일무역 적자수지를 보전하는 거래였습니다. 안심하십시오. 한일전은 축구뿐만이 아니라 쌀 거래에서도 무조건 이기겠습니다.」

킬로당 만 원씩 전액 선금으로 받았다고 설명하니까 기분 좋게 넘어갔다.

***

봄이 되기 전, 하수영은 규슈 농지 다듬는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둘렀다.

먼저 울타리를 쳐야 했다.

성역으로 해충과 잡초의 발생을 억제해야 쌀농사를 원활히 지을 수 있을 테니.

울타리 둘레만 수백㎞ 이상이 넘어가다 보니, 그 공사 규모가 상당했다.

중소 건설업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공사를 맡고 싶어 했다.

비수기에 짭짤하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좋은 일감이기 때문이었다.

통화 속 이도공의 목소리는 초췌했다.

-건설그룹 계열사가 직접 실행하기에는 공사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그룹 외부 회사를 적당히 골라 일감을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아, 그리고 100미터 간격으로 붉은색 울타리를 세울 거니까, 붉게 도장된 울타리만 따로 모아서 보내주세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가 박수무당 아들이잖아요. 잡귀가 범접하지 못하도록 굿판을 벌일 생각입니다."

-…….

이도공은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이내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하여 붉게 도장된 울타리 부품이 가득 실린 채 먼저 도착했다.

"간만에 신어 발휘 좀 해야겠네. 요즘 신어를 너무 안 쓰긴 했지."

하수영은 붉은 울타리 부품들 앞에서 합장을 하고 기도하듯이 중얼거렸다.

"전능하신 창조주가 빚어낸 탄소로 단단히 결합된 신성한 나무들에 정중히 고합니다. 나, 프랜차이즈 갓의 양아들이자 후계자이며 차기 주신 후보인 하수영이 진심을 담아 간청합니다."

"벼를 해치고자 하는 사악한 기운이 울타리를 침범하는 것을 막아주시고,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잡초의 발현을 막아주소서."

"농작물입니다, 농작물. 신성하고 영험한 결계의 기운을 빌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 기르는 농작물입니다. 부디 다른 식물과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 주소서."

"또한 벼만 지나치게 보호하려다가 울타리 안과 밖, 그리고 주변의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망가뜨리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주소서."

"청숫골 박수무당의 아들이 이렇게 간청합니다."

신어를 모두 마친 붉은 도장색 울타리들은 트레일러에 실린 채 부산항으로 향했다.

일감을 따낸 중소기업 건설사는 장비를 싣고 규슈로 출발했다.

울타리의 돌출 높이는 약 50m로, 사람이 충분히 넘어다닐 수 있는 높이였다.

건설사 직원들은 이런 의문을 품기도 했다.

"이거 울타리 효과가 있겠어요? 틈도 듬성듬성 크게 나 있어서 산짐승들이 그냥 뚫고 들어갈 거 같은데요."

"그냥 사람 보라는 영역표시 같은데? 뭐 어때. 우리야 비수기에 일감도 얻고 좋지."

규슈를 찾은 중소 건설사는 하수영의 농지 주변에 울타리 치는 공사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진짜 수영그룹에서 죄다 먹여 살리는 거 같다니까."

"먹여 살리는 거 맞지. 우리가 먹는 것들, 죄다 수영농장에서 수확한 것들이니까."

"그것도 그러네."

붉은 도장 울타리를 100미터 간격으로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이상한 조건이 붙은 공사.

하지만 건설직원들은 아무런 의구심을 품지 않고 꼼꼼하게 공사에 신경을 썼다.

***

청담동으로 돌아온 하수영은 병원을 들러 왕세경을 만났다.

"내년에는 드디어 의대와 간호대를 개교할 수 있을 것 같네."

"수고하셨습니다. 올해에 바로 개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일년 넘게 잡아먹었네요."

"이것만 해도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한 거야. 보통 학교 하나 세우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그나마 수도권에서는 허가도 잘 안 내주려고 하네."

하수영 의료재단은 교육부, 보건부와 극적인 딜을 한 덕분에 서울에서 의대와 간호대를 개교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지원은 일절 받지 않으며, 오히려 1,000억 원의 돈을 국가에 납부하는 조건이었다.

"사치세 물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죠.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런 거 많이 하잖아요."

"등록금을 전혀 안 받는다고 한 게 컸지. 그게 아니었으면 절대로 안됐을 거야."

"교육은 돈을 벌려고 하는 순간부터 장사 수단으로 변질돼버리죠."

"그렇지. 지금 대학들도 솔직히 죄다 장삿속이지, 어디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나."

"독립적 학생선발권은 잘 확보하셨습니까?"

"물론일세. 특례로 보장을 받았어. 재단 마음대로 학생을 뽑으면 된다네."

어느 정도 제약은 있다.

재단의 학교를 나온 졸업생들은 일정 기간 동안 수영병원 외의 다른 국내병원에 취직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다.

의료인력시장의 균형을 위해 집어넣은 제약이라는데, 재단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조항이었다.

수영병원은 언제나 인력이 부족하니까.

"이참에 우리 재단은 국내 의료 생태계와는 아예 선을 긋는 게 좋겠어. 방향성도 너무 다르고 맞는 게 하나도 없어."

"영리병원 허용되면 자연히 멀어지겠지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저야 뭐 멋진 트로피 하나 더 늘리자고 병원 운영하는 거니까."

"영리병원 하니까 참 말세야, 말세. 돈도 없는 놈들이 지금 젊어서 당장 병원비 안 나간다고 적극 찬성하는 꼬라지 보니까 할 말이 없어."

"그런 친구들은 나중에 병원비 안 깎아주고 원가 그대로 물리면 되죠."

"그나저나 일본에는 왜 그렇게 오래 있었나? 한 일주일 있었던 거 같던데?"

"아, 슈퍼 붉은불개미 때문에요. 그리고 일본에서 쌀농사 짓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서 쌀농사를?"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왕세경은 한껏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히사타로 전 총리는 나도 좀 알지. 굉장히 입지전적이고 정욕적인 인물이야. 십몇 년 전에 은퇴하고 은둔생활을 하는 줄 알았더니, 그런 사업을 하고 있었군."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은 제법 있더군요."

"자네와 손을 잡고 일본의 주식을 손에 틀어쥐겠다라……. 확실히 색다른 형태의 권력놀음이 되겠어. 역시 권력자는 죽을 때까지 권력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건가."

"저야 쌀 팔아서 돈만 잘 벌면 그만이죠. 이왕 이리 된 거 어디 한번 일제시대 때 수탈당한 쌀 이상으로 긁어내 봐야죠."

"어이구, 그러려면 일본 살림을 아예 거덜을 내야 할 텐데."

"슈퍼 붉은불개미가 판치는 거 보니까 알아서 거덜이 날 거 같습니다."

왕세경이 미소를 지우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 슈퍼 붉은불개미라는 게 그 정도로 위험한가?"

"일반 농가에는 치명적이죠. 아마 속수무책일 겁니다. 지금 미국이 장수말벌에 손 놓은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내가 농사를 뭘 아나. 병원 일에도 이제 조금씩 눈떠가는 중인데."

"앞으로 일본은 저거 퇴치 전에는 한해살이 작물 농사는 못 짓습니다. 작물이 제대로 못 맺히거든요. 붉은 불개미 몽땅 근절하기 전에는요."

"근절은 가능하고?"

"일본의 방제 기술로는 불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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