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82화
252장 슈퍼 해충 개미 (5)
일본의 민간회사들은 일찍부터 아프리카 등 해외에 다양한 농지를 확보해 두었다.
일본 내수농업은 인건비 등 비용 문제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국가 식량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에서 꾸준히 지원을 한 덕도 있다.
그러나 민간소유권이 있다 해도, 엄연히 타국의 영토에 있는 농지.
재난 상황 등 유사시에는 해당 정부에서 얼마든지 반출에 통제를 걸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토지 자체를 국가의 소유로 수용시켜버릴 수도 있고.
때문에 히사타로는 생각했다.
진정한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란 울타리 안에서의 생산 능력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고.
"우리 농장더러 일본에 진출을 하라니. 약간 의외이긴 하네요."
"이미 프랑스와 러시아, 미국에도 진출을 하지 않았소? 일본이라고 해서 진출이 곤란하다는 이유가 있으시오?"
"글쎄요."
"혹 일본 정부의 방해공작이나 강제수용 따위를 염려하시오? 내 이름을 걸고 말하건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요. 물론 비상상황에서는 수확물이 일본 밖으로 반출되기 어렵겠지만."
"강도짓이 두려운 건 아닙니다. 뺏기면 뭐 자력구제를 하면 그만이니까요."
"……자력구제라."
히사타로는 불현듯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제야 하수영이 한국 해군에 도입한 줌왈트 3척, F35C 300기, 러시아 미사일 순양함, 미국 경항모, 핵잠수함 2척, 그리고 최근에 추가 건조에 들어간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 등의 해상전력이 떠올랐다.
일본 내 수영농장의 자산에 해를 가한다?
그리되면 당장 일본의 동쪽 해역이 위험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좋습니다. 만약 우리 농장이 일본에 진출한다면, 그 장소는 어디입니까?"
"그거야 차차……."
"전 기왕이면 규슈 지방에 쟁기를 내리고 싶군요."
"규슈라. 한국과 제일 가까운 본섬이니 관리하기에도 좋겠소. 본인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오."
"그리고 합작이라고 하셨는데, 땅소유권은 그럼 어떻게 할 겁니까?"
"땅 소유권…… 혹시 원하는 바가 있으시오?"
"전 내 땅이 아닌 이상 씨 안 뿌립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넘겨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능한 한 많이."
"그건 염려될 게 없을 거요. 규슈에는 방치되어 있는 빈 농지가 많으니. 공업지대가 쇠락한 이후 규슈는 이렇다 할 발전동력이 없어서 중앙정부에서도 나름대로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오."
"그럼 우리 농장이 규슈에 진출해서 생산하는 수확물은 일본 정부가 전량 수매하는 겁니까?"
"그야……."
물론이오, 라고 말하려던 순간 히사타로는 멈칫했다.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수영농장의 생산력이 퍼뜩 머리를 스쳤던 것이다.
"팔 곳을 찾지 못해 썩어나가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내가 보증하겠소."
결국 히사타로는 그렇게 살짝 말을 돌렸다.
표정을 보아하니 하수영은 이미 의중을 알아차린 듯하다.
다행히도 하수영은 그 부분을 더 이상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1. 하수영과 히사타로는 규슈에 현지 농업 회사를 만들되, 투자금은 히사타로가, 농업 실무는 하수영이 책임진다.
2. 농지는 전부 하수영의 소유로 하며, 히사타로는 전방위적으로 토지 확보를 돕는다.
3. 수확물의 유통과 판매는 히사타로가 책임진다.
하수영과 히사타로는 그렇게 최종적으로 합의를 보았다.
"오늘 저녁값은 내일 바로 계좌에 넣어드리겠소."
"비싼 저녁,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생선요리가 전혀 없군요."
"요즘 일본에서 생선요리를 먹으려면 고리야마 초밥을 가거나, 아니면 부잣집 식사자리에 초청을 받아야 하오."
"이럴 줄 알았으면 생선 콜키지라도 하게 몇 박스 가져올 걸 그랬습니다."
"허어, 마릿수도 아니고 박스라. 정말 대단한 식욕을 가졌구려."
하수영과 히사타로는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하수영은 테이블을 뜨지 않고 자리에 계속 남아 있었다.
라운지바 측은 다이닝팀의 협조를 구해 쉬지 않고 고급 요리를 내왔다.
「히사타로 전 총리가 미래를 보는 식견이 있군요.」
"그러게. 전 총리나 되는 양반이 그걸 자기 사익 추구에만 활용하니 문제지만."
「사익 추구요?」
"그럼 일본 국민들 좋으라고 나한테 합작하자고 했겠냐? 날 롤 모델로 삼은 거야."
「일본의 식량안보를 한 손에 쥐려는 거군요. 어쩐지 너무 호의적이었습니다.」
"뭐, 나야 농작물 제값 받고 팔면 그만이지만."
히사타로가 이런저런 말을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결국 그의 목적은 은퇴 이후 새로운 종류의 권력을 쥐는 것이다.
일본의 식량 유통을 쥐락펴락한다면, 그는 정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스터. 여기 호텔이 제법 마음에 듭니다. 하나 구매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런 물건은 프리미엄 얹어주지 않으면 안 팔려고 할걸. 크게 땡기지도 않는데 웃돈까지 주는 건 아쉽다. 뭐 예쁘다고."
「조금 아쉽습니다.」
"도쿄 올 일이 얼마나 된다고, 규슈는 자주 올 거 같으니까 거기에 하나 지으면 되지."
「규슈 농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겠습니다. 히사타로 전 총리가 얼마나 능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군요.」
"후쿠오카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사들이면 돼. 언젠가는 전부 살 수 있겠지."
「개인적으로 청담동보다 규슈 전체를 사들이는 게 더 쉽고 빠를 거 같습니다. 요즘 너무 매물이 안 나옵니다.」
"부자들만 모여 사는 동네인데 그렇게 쉽게 매물이 나오겠냐?"
「마스터가 청담동 콜렉터라는 소문이 나면서 물량이 더욱 잠겼습니다. 전쟁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은 청담동 100% 매입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
히사타로 전 총리는 일을 빠르게 진행시켰다.
그는 이미 규슈를 본적으로 하는 농업 회사를 갖고 있었다.
지분은 하수영과 히사타로가 각각 50%씩 분할해서 갖기로 했으며, 양도는 무상으로 이뤄졌다.
물론 진짜 무상은 아니다.
농사 자체는 하수영이 책임지고 진행하기로 되어 있으니.
또한 (주)히사타로농업은 규슈에 상당한 양의 농지를 이미 확보해 둔 상태였다.
농지소유권은 전부 하수영에게 넘겼으며, 히사타로농업은 독점적 토지이용권을 얻었다.
소유권 대금은 앞으로 생산될 농산물 판매 대금에서 정산을 하기로 했다.
즉 하수영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농업 회사의 지분과 농지를 얻은 셈이다.
하수영은 귀국 일정을 미루고 규슈를 들러 자신의 땅이 된 농지를 둘러보았다.
차량으로 둘러보기에는 너무 넓다 보니, 헬기를 이용해서 상공으로 둘러보았다.
"음, 히사타로 총리님이 정말 직접 농사짓는 거 빼고는 다 하셨었군요. 이렇게 많은 농지를 확보해 두셨을 줄이야."
히사타로의 대변인이자 농업 회사의 CEO인 토요쿠니가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하잇. 그분께서는 원래 직접 농사에도 손을 대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큰 악재가 끼어 있어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셨습니다."
"슈퍼 붉은불개미 때문인가요?"
"하잇, 변종 개미 해충이 근절되기 전에 농사를 시작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가신들의 조언을 진지하게 귀담아들으셨습니다."
히사타로 입장에서는 하수영과 손을 잡은 것은 리스크 분담이기도 했던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수영농장은 현재 세계 1위의 농업 회사니까.
"토요쿠니 씨."
"하잇. 말씀하십시오."
"규슈에서는 본국에서처럼 로봇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요. 이유는 잘 아시겠죠?"
"하잇. 농사 로봇을 대거 들여오려면 일본 정부의 이런저런 규제가 심할 겁니다. 행정허가가 나오기도 어려울 테고요.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출력이라지만, 레이저 발사기로 해충을 지지는 드론이 날아다니는 꼴을 일본 정부가 허용할 리가 없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로봇을 안 쓴다고 농사 노하우가 어디 가는 건 아닙니다."
"하잇,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수영농장의 놀라운 위명은 일본에서도 이미 하늘을 찌를 듯이 드높습니다."
"맞아요. 그렇게 믿으면 됩니다. 내가 그 키우기 어렵다는 황비버섯도 싸게싸게 재배했고, 송이버섯과 골든 트러플도 양식에 성공했어요. 붉은불개미 따위는 좋은 비료일 뿐이죠."
"믿고 있습니다, 의원님."
중년의 토요쿠니는 다시 한번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히사타로가 정신교육을 단단히 해뒀는지, 하수영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깍듯하다.
그만큼 히사타로가 말년 쌀농사에 모든 걸 걸고 있다는 방증이리라.
"나만 믿으세요. 일본 쌀시장은 그분이 지배하게 될 겁니다."
"하잇."
그리고 하수영은 그런 (주)히사타로농업을 지배하고 말이다.
***
하수영은 규슈 후쿠오카시 근교의 어느 한 논을 탐방했다.
추수가 끝나 텅 빈 논에는 군데군데 볏짚이 떨어져 있었다.
뿌리와 벼알을 확인하니, 여지없이 슈퍼 붉은불개미의 피해를 입었다.
"역시 여기도 붉은불개미 피해지역이군요."
"하잇, 볏짚만 보시고도 바로 알아차리시는군요. 정말 놀랍습니다."
"하하, 농사 3년 차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한국에는 시골 개 3년이면 경운기를 몬다는 말이 있습니다."
3년이라는 말에는 토요쿠니의 얼굴에도 당황함이 떠올랐다.
보통 13년, 혹은 30년은 되어야지 햇수로 자랑을 하지 않던가?
하수영은 토요쿠니가 알아듣지 못하게 한국어로 중얼거렸다.
"어디 보자. 울타리로 성역을 치면 간단하게 해결되긴 하겠네. 논 주변에 울타리를 두르면 되겠구나."
「찬성입니다. 울타리가 훼손되면 성역도 없어지므로 상황에 따라서 성역 해제도 가능한 방법이 좋겠습니다.」
"엘릭서 비료를 쓸 필요는 없겠어. 안살린 왕자가 개발한 구루마 비료를 투입하자. 상식적인 수준에서 많이 뽑아내면 되겠지."
「그럼 1년에 한 번만 쌀농사를 지을 수 있겠군요.」
"여기가 적도하고는 머니까 아무래도 엘릭서 비료를 안 쓰면 다모작은 힘들지. 나중에 히사타로 총리 죽고 전부 내 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을 해보고."
「벌써 동업자 사후에 모두 쓸어 담을 생각을 하시는군요.」
전 총리가 하는 사업이니, 일본 정부의 규제나 간섭도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알게 모르게 뒤에서 많은 편의를 봐줄 가능성이 높다.
한때는 서로 불편한 감정의 골이 파이기도 했지만, 미래의 이익 앞에서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좋아. 규슈 쌀농사가 잘 풀리면 일본 소비자들의 돈을 싹싹 갈취할 수 있겠군."
「구루마 비료 외에 무엇을 더 준비하면 될까요, 마스터?」
"일할 사람을 준비해야지. 한 1천명 정도 쫙 리스트업해 봐."
「현지인을 고용하지 않습니까?」
"현지인? 설마 늙어서 힘없는 규슈농촌 사람들을 고용하자는 거냐? 아니면 도시병 걸린 방구석 폐인 젊은 놈들을?"
「확실히 문제가 되긴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데 일 못 하는 젊은 애들이 한둘이겠냐. 일본오면 월 천씩 준다고 해봐. 하겠다고 하는 애들이 줄을 설 거다."
「천은 너무 많습니다. 임금은 제가 적절한 수준으로 결정하겠습니다, 마스터.」
추수 끝난 논을 둘러보던 하수영은 불현듯 한쪽에 방치된, 부러진 삽을 발견했다.
그가 삽을 좌우에 들고 흥미롭게 살피자 토요쿠니가 궁금증을 참으며 시립한 채 기다렸다.
"토요쿠니 씨. 이 삽이 왜 부러졌는지 알아요?"
"작업을 하다가 부러진 게 아닙니까? 아니면 녹이 슬었거나……."
"개미가 토한 산화 용액 때문에 부러졌네요."
토요쿠니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개미가 단단한 합금을 부식시켜서 망가뜨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