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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80화 (1,080/1,270)

프랜차이즈 갓 1080화

252장 슈퍼 해충 개미 (3)

발걸음했는데 별거 없어봐라.

너 하나만큼은, 주변까지 싸잡아서 끝까지 족치겠다.

그 말뜻을 분명히 알아들은 가츠바라는 황급히 물러나서 폰을 꺼냈다.

통화가 연결되자 그는 서둘러 온갖 구실을 쥐어짜내며 상대를 설득했다.

그렇게 몇 분에 걸친 통화를 마친 끝에, 그는 다소 편안해진 표정으로 다가왔다.

"직접 이곳으로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세간 이목을 조심해야 한다는 건 역시 미스터 가츠바라의 거짓말이었네요?"

"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믿음을 받고 싶었으면 처음부터 믿음직스럽게 행동을 했어야지. 아무튼, 온다는 사람이 누굽니까? 야쿠자 보스?"

"……."

"맞나 보군요. 혹시 쌀 거래 때문에?"

"어, 어떻게 그걸!"

"일본 정부가 자존심 때문에 바지 사장을 내세우는 거야 뭐 흔한 일이죠. 보통 야쿠자가 적임자고요. 그리고 당신 관상이 딱 야쿠자 밑에서 일하는 범생이예요."

범생이라는 말에 가츠바라의 안색이 또 한 번 엉망으로 물들었다.

경매는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다.

고리야마는 괜히 야쿠자와 잘못 얽혀서 큰일 나는 게 아닌가 싶어 안절부절못했다.

하수영이 한국에서는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여기는 엄연히 일본 땅이 아닌가.

그리고 범죄에 발을 담그는 놈들이 그런 외교 문제까지 신경 써가면서 절제력을 벌일지도 의문이다.

'수틀린다고 마구 사시미를 휘두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야쿠자 놈들은 내일이 없는, 아니지, 당장 오늘 저녁도 없는 놈들이라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들었는데.'

야쿠자들이 고리야마의 속마음을 들었으면 억울해서 미치고 펄쩍 뛰었을 것이다.

우리들도 내일, 내년, 10년 뒤를 생각해 가면서 이 일로 먹고사는 거라고.

하지만 지하 경제 세계를 잘 모르는 고리야마 입장에서, 야쿠자하면 주먹과 돈과 빽을 믿고 앞뒤 계산없이 설치는 천둥벌거숭이 집단이었다.

암시장 경매가 모두 다 끝나고, 경매장이 텅 비어 갈 무렵에야 드디어 상대가 나타났다.

"회장님, 경호원 한 명도 없는데 이거 괜찮겠습니까?"

"제가 야쿠자 100명쯤은 맨주먹으로 다 때려눕힐 수 있습니다. 안심하세요."

"네? 정말입니까?"

"그럼요. 제가 지금까지 전장에서 죽인 사람이 몇 명인데요. 그에 비하면 저것들은 폼만 잔뜩 잡는 풋고추들이죠."

열 명이 넘는 건장한 부하들을 거느린 초로의 남자가 다가오다가 흠칫했다.

하수영이 고리야마 외에는 경호원을 일절 거느리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란 것이다.

미리 듣긴 했지만, 정말 아무도 없이 야쿠자를 만나자고 할 줄은 몰랐다.

"토시히데라고 불러 주시오."

"하수영입니다.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듣긴 했지만, 정말, 일본어가 아주 자연스러우시군요……."

일본어를 잘하는 외국인이 아니라, 일본에서 아주 오래 산 원어민이란 느낌이다.

일본어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각종 언어에 매우 능숙하다고 들었다.

'당장 알려진 것만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아랍어, 스와힐리어가 있었지.'

토시히데는 하수영처럼 가진 게 많은 자가 호위 없이 저렇게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 봤다.

심지어 여기는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한국도 아닌, 타국이지 않은가.

'겁이 없는 건지, 그만큼 자신이 넘치는 건지.'

한 번 슬쩍 확인을 해볼까, 하는 호기심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결코 위해를 가하는 게 아닌, 호신에 대한 상대방의 준비성이나 마음가짐이 어떤지 슬쩍 떠보는 것은 문제없지 않을까?

상대가 직접 문제를 삼기에는 모호한 수준으로 적당히 치고 빠지는 시늉만 한다면…….

그때 하수영이 말했다.

"골프 좀 칩니까?"

"……잘은 못 치지만, 어디 가서 부끄러워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골프는 고개 치켜드는 순간 진단 말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 고개가 빳빳하게 경직된 걸 보면, 평소에 잘 못 칠 거 같은데요?"

토시히데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수영이 자신의 속마음을 눈치채고는 곧바로 정곡을 찌른 것이다.

"고개 치켜들 거면 빨리 치켜들어요. 나도 시간 낭비 안 하고 좋겠네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으나, 결단코 결례를 범할 마음은 없었습니다. 혹 오해를 품으셨다면 너그러이 해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내가 오해를 하게끔, 당신이 처신을 이상하게 했다고 해둡시다."

"그런 게 아니라……."

토시히데는 죽을 맛이었다.

도쿄의 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린 청탁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그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청탁이었다.

야쿠자 토시히데파의 이름으로 한국에서 쌀을 구매하는 것.

하수영이 갑자기 일본에 들어왔다.

는 정보를 접한 내각에서 부랴부랴 야쿠자를 움직인 것이다.

-일본 정부나 기업의 이름으로 한국에서 쌀을 구매하면 체면이 몹시 상하는 일이지만, 야쿠자를 통하면 다르다.

야쿠자를 쓸 만한 야구 방망이쯤으로 보는 정치권에서 나올 법한 시각.

"쌀 때문에 왔습니까?"

토시히데는 차마 여기에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알고 계셨군요."

"일본 정부 입장에선 접근하기 좋은 기회였을 테니까요. 아무튼 한국에서 쌀을 대량으로 구매한 건 일본 국민들한테 숨기고 싶다, 이거 아닙니까?"

"제가 내각과는 무관하지만, 아마도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1kg에 10달러. 전액 선금으로 받고 출하하겠습니다. 일본 정부가 전례가 있으니 이 점은 양해해야 할 겁니다."

"킬로당 10달러입니까?"

토시히데는 순간 다소 비싸지 않은가 생각했다.

도매가가 저 정도면, 소비자는 킬로당 15에서 20달러는 줘야 할 것이다.

"할 겁니까, 말 겁니까? 지금 여기서 바로 결정하십시오."

"……받아들이겠습니다."

토시히데는 순순히 물러났다.

어차피 자신은 이름만 빌려줄 뿐, 이 거래의 주체는 일본 정부다.

"자, 그럼 고객님. 구매량은 550만 톤, 맞습니까?"

"아, 그게 700만 톤입니다."

"그새 늘었군요. 뭐, 고객님께도 사정이 있겠지요."

700억 달러의 거래.

1억 3,000만 명에 가까운 인구 시장이 일 년간 소비할 쌀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엄청난 정도는 아니다.

식문화가 서양화되면서 쌀 의존량이 줄어든 덕분이다.

"이 계좌로 입력하라고 하세요. 그럼 쌀은 바로 출하될 겁니다. 전부 햅쌀이니 안심해도 됩니다."

토시히데는 잠자코 계좌 쪽지를 받아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데, 불현듯 다시금 충동이 가슴에서 쿵쾅거렸다.

하수영은 엄연히 혼자다.

만약 지금 그를 억압하면, 몸값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야쿠자 세력을 백 번은 다시 일굴수 있는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토시히데는 그러나 그런 어두운 충동을 가까스로 떨어뜨렸다.

내각에서도 그런 공작을 벌이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도쿄를 주름잡는 야쿠자라 하나, 내각도 주저하는 일에 겁 없이 나섰다가는 미래가 처참하리라.

***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리 야마는 비로소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정말 숨 떨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쩜 그리 태연하십니까? 만약 그 자리에서 야쿠자 놈들이 헛된 마음을 먹고 달려들기라도 했다가가는……."

"아유, 그러면 땡큐죠. 합법적으로 일본을 약탈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거잖아요?"

"야, 약탈이요?"

"제가 그래서 일부러 보란 듯이 더 혼자 다니는데, 저번에 팰렁스 발칸포로 강도들 때려잡은 게 소문이 났는지, 도통 접근을 안 하네요."

"……."

"이번에는 발칸포도 일부러 안 들고 다니는데, 이상하게 안 다가오네. 내각정보실에서 납치 시도라도 할 법한데, 해군원수라서 놈들도 너무 부담스러웠나?"

"……."

고리야마는 하수영이 보통 강심장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하나 더, 하수영이 호텔 객실 취향이 생각보다 검소하다는 것도 알았다.

도쿄에서 비싸고 등급이 높은 호텔을 골랐지만, 객실은 최하위에서 바로 윗등급의 디럭스 등급을 골랐던 것이다.

"의외입니다. 회장님이라면 당연히 최고급 스위트룸을 고르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 거에 매번 집착하기에는 이제 너무 오래 살았죠. 그냥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방 있는 대로 골라 잡습니다."

'너무 오래 살았다니, 아직 이십대 중반도 안 되셨으면서…….'

"아무튼 저는 내일 배로 출국합니다. 고리야마 사장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말씀을. 제가 덕분에 진귀한 경험도 하고 세상을 보는 눈도 트였습니다."

고리야마가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갔다.

하수영은 객실을 나서서 호텔 라운 지바로 향했다.

도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라운지 바는 한창 폐점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매니저가 친절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가왔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저희 라운지 바는 오늘 영업은 종료되었습니다."

"매출 1억 엔 올려주겠습니다. 그럼 연장할 수 있죠?"

"……예?"

하수영은 대답 대신 카드를 꺼내 가볍게 흔들었다.

분홍색과 황금색, 흰색이 알록달록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소 정신 사납고 가벼운 느낌의 디자인.

매니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아주 특별한 VVIP를 위한 한도 무제한의 카드인가 싶었다.

'그, 그렇지만 디자인이 저렇게 천박하고 정신 사나워서야…….'

"긁어요. 1억 엔."

"고, 고객님."

일단 카드를 받아든 매니저는 어쩔 줄 몰라 했다.

특급호텔에서 오래 일했지만, 한번도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은 없었다.

'카드사 이름이… 이거 뭐라고 읽는 거지? SUYEONG SACHAE? 서와이에농 사쉬에? 이렇게 읽는 게 맞나?'

결국 매니저는 눈을 딱 감고 1억엔을 찍고 승인요청을 했다.

놀랍게도 1억 엔이 승인되었고, 매니저는 신을 본 듯한 눈으로 하수영을 바라봤다.

"양 많은 걸로 30인분. 독한 걸로 220병. 일단 그렇게 내오세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매니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고개를 내밀고 무슨 상황인가를 살피던 직원들의 안색에도 흥분이 일어났다.

한 끼 식사에 1억 엔쯤 쿨하게 투척하는, 그러면서 평범한 옷차림을 한 젊은 손님, 그런 영화 같은 일이 오늘 매장에 벌어진 것 아닌가.

어두운 홀에 다시금 환한 조명이 들어오고, 매장은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

'뭐하는 손님일까?'

'묘하게 일본인 같지 않은데, 발음은 완벽한 네이티브 그 자체야!'

'중국 재벌 2세가 아닐까?'

'말도 안 돼. 중국 재벌 2세가 일본어를 저렇게 잘한다고?'

주문량을 보면 아마도 다른 일행이 오기로 되어 있는 모양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메뉴가 나오자마자 사라지는 걸 보고 직원들은 기함했다.

1차로 나온 메뉴 4개를 가볍게 비워 버린 하수영은 위스키를 개봉했다.

그때 조용한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며 멈췄다.

합석을 해도 되겠소?"

하수영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밥값을 내주신다면야 문제없죠."

"1억 엔으로 귀하와 단둘이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아주 저렴한 게지. 기꺼운 마음으로 내겠소."

검은 기모노를 입은 노인은 지팡이를 옆에 두고 맞은편에 앉았다.

"히사타로라 불러 주시오. 현재는 무직이오."

"당신이 그 야쿠자들을 보냈습니까?"

"허어. 내가 누구인지, 정말 모르는 모양이오만."

조롱이나 비아냥거림이 담긴 음성은 아니었다.

정말 전혀 모르는구나, 하고 놀라워하는 쪽에 가까웠다.

하수영은 고개를 살짝 들고 물었다.

"그럼 당신은 우리 구의회 부의장이 누구인지 압니까?"

히사타로는 당연히 말문이 막혔고, 하수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피식거렸다.

"우리 청담동 부의장님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본인은 보자마자 딱 알아봐 주기를 바랍니까? 히사타로 전 총리님."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소? 그런데 어째서……."

"먼저 무직이라고 소개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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