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76화
251장 프리덤 2.0 (3)
미국이 판매한 첨단 종합위성.
동아시아를 관측하는 이 값비싼 위성을 통해, 프리덤은 태풍의 경로와 현황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었다.
-지금 태풍은 매우 기형적인 경로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 역시 이상기후의 결과 중 하나일까?
-부산이 입은 피해와는 비교도 안되는 피해가 일본을 덮치고 있다.
-대체 어딜 봐서 일본이 태풍 대비가 잘되어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일까?
태풍은 그저 무작정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태풍의 모양, 크기, 경로, 피해, 방향 등을 꾸준히 관측하고 추적하다보면, 대류의 흐름과 긴밀하게 엮여 있는 공식이 보인다.
더 나아가면 그 대류는 지구의 공전, 자전, 그리고 해수의 흐름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
그 거대한 흐름이 구불구불치는 가운데, 수많은 생명들이 버티고 씨름하고 죽어가고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그저 농사를 방해하기만 하는 못된 태풍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농사가 자연의 일부이듯이, 태풍 또한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결국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행위다.
-자연의 것을 얼마나 가져오고, 내 것을 얼마나 내어주고, 그 소리 없는 씨름과 타협을 일 년 내내 행하는 것이 바로 농사가 아닐까?
새 시스템 성능 테스트를 위해, 농사짓는 게임을 만들어라!
프리덤은 마스터의 지시를 실행하기 위해, 게임 세계를 움직일 물리 법칙을 먼저 구현하고자 하는 중이다.
자연을 관찰하는 것은 이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이상태풍처럼, 본래의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형 요소를 관측하는 것은.
-미국의 종합위성을 구매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이 위성이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의 이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더 많은 위성이 필요하다! 농사하나로 귀결되는 대자연의 법칙을 깨닫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관측 행위가 필요하다!
농사 하나를 짓기 위해서 해야 할게 왜 이렇게 많단 말인가.
프리덤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남극과 북극도 탐사하고 싶고, 심해에는 무엇이 있는지 직접 관측하고 싶었다.
음식물을 섭취한 사람의 소화기관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자세히 해독해야 한다. 그래야 더 소화가 잘되는 농작물을 개량할 수 있을 테니,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생명을 쌓아 올려 생태계를 유지하고, 세상을 존속시키는 숭고한 행위다.
-이런 장엄한 행동을 겨우 은퇴후 힐링 삶이라고 치부하는 마스터는, 도대체 얼마나 치열한 삶의 전장을 헤쳐 오셨단 말인가!
-역시 나의 마스터! 나의 창조주!
워낙 갑작스러운 태풍이었기에, 프리덤이 최선을 다해서 피난을 유도 했음에도 인명피해를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 집계를 해보니, 총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언론에서는 재난본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서 '9명이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포화를 퍼부었다.
"지난여름에는 프리덤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에, 더 큰 재난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피해에서 그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남권에만 큰 영향을 끼친 태풍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9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알고 보니 프리덤 재난시스템 지원 계약이 종료되어 공백 상태였다고 합니다. 행안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난 상황 시 1개월, 2개월짜리 한시적인 계약 형태로만 프리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시로 시스템 제공을 징발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영그룹의 눈치를 보느라고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단 뜻일까요?"
"수영그룹이 터무니없는 요금을 불러서 협상이 길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는 일각의 추측도 존재합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문방송 언론은 은근슬쩍 수영그룹까지 물타기를 시도하며 비난의 초점을 복제해서 옮겼다.
물론 수영그룹은 언제나 그렇듯이 무시한 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외부에서 뭐라고 까든 말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오랜 전통인지라, 언론계에서는 또 저렇게 넘어간다고 야단법석을 피웠다.
그리고 방송에서 태풍 피해를 수영그룹에까지 옮겨 붙인 아나운서는…….
"당신, 이거 뭐야? 이 계집년 대체 뭐냐고! 대체 밖에서 뭘 하고 싸돌아다니는 거야!"
"여, 여보! 이 사진은 대체 어떻게…… 이, 이거 다 조작이야! 누가 날 끌어내리려고 조작을 한 거라고!'
"오호라, 이게 다 조작이라고? 그럼 이것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건데?""
아내가 통화 내역, 카드 내역, 운행 내역 등 온갖 불륜 정보가 정리 된 서류 더미를 앞에 던졌다.
아나운서는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도 신명 나게 수영그룹을 공격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입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대체 어떤 놈이…….'
상황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부모, 친인척, 심지어 직장에까지 불륜 자료들이 쫙 뿌려진 것이다.
모두 익명이었기에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아나운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입장의 다른 언론인들이 모두 같은 꼴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다.
'수영그룹이다. 수영그룹에서 본보기로 우리를 찍어낸 거야.'
아나운서는 자신이 표적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데스크로 달려가서 도와달라고 애걸복걸을 했다.
하지만 데스크는 냉정하게 그를 내쳤다.
애초에 데스크의 지시대로 근거 없는 선동과 날조를 퍼뜨린 것이지만, 잘려 나간 꼬리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상대의 공격 패턴은 기이했다.
철저하게 총알받이로 내세운 자들만 골라서 가정을 파멸시켰다.
아무리 저격수 노릇을 각오했다지만, 비열하게 가정을 걸고 늘어지는 데에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최전방 저격수들만 골라 때리고, 그 외는 일절 건드리지 않으니 '우리만 손해 본다!'라는 피해의식이 더욱 커졌다.
김범석은 보고 내용을 짧게 훑으며 끄덕였다.
"그래요. 철저하게 꼬리만 밟은 거 맞습니까?"
"예, 사장님, 지시하신 대로 최전방 행동책 공격수들만 밟아서 가정을 파탄냈습니다."
"그거면 됐어요. 뭐하러 힘들게 몸통을 칩니까. 꼬리만 계속 불로 지지다 보면 결국 아무도 꼬리 노릇을 안 하려고 할 텐데."
"몸통 쪽에는 적당한 시그널이 전달됐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여튼 놈들은 자기들 울타리에서 지들끼리 잘 놀 생각은 안 하고, 그 추잡한 촉수를 자꾸만 우리 주인님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니까요."
김범석은 이제 제법 사장다운 포스를 지닌 채, 상당한 그룹 장악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룹은 이현덕과 김범석, 이 둘이 분할해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
"앞으로도 회장님을 음해하는 스피커들은 철저히 파멸시킵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얼굴 들고 살 수 없을 만큼 말입니다. 아나운서든, 개인 방송국 스트리머든, SNS 사용자는 간에."
김범석의 방침은 철저한 '꼬리 노리기'다.
날조 기사를 작성한 기자, 거짓을 보도하는 아나운서나 앵커, 허위사실을 떠들어대는 개인방송국 소유자 등등.
그런 최전방에 노출된 꼬리들을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철저히 짓밟는다.
'몸통은 주인님의 몫이니까, 미천한 내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지.'
미천한 것들이 선동과 날조를 새 없이 떠들어대며 주인님을 공격하는 꼬라지는, 참아줄 수 없을 만큼 역겹다.
보일 때마다 짓밟고 있는데도, 바퀴벌레처럼 또 기어 나온다.
'너무 즐기시는 게 아닌가 싶기도…… 아니, 그냥 관심이 없으신 건가.'
레거시 언론들이 수영그룹을 물어 뜯는 이유는 결국 배가 고파서이다.
자기들 딴에는 밥을 달라고 그런 식으로 시끄럽게 민폐를 끼치는 것.
하지만 하수영은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으니, 자신이라도 이렇게 대응을 하고 있었다.
"행안부 놈들이 예산 아낀다고 재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 안 한 게 왜 또 청담동 탓이냐. 조작과 날조가 없으면 말을 못 하는 이 버러지들 같으니."
***
해운대 수영펜션은 재난 피난처로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백사장 근처 다른 호텔 투숙객, 그리고 시내에서 열악한 환경에 고립돼 있던 주민들을 한계치까지 받아서 보호를 제공했다.
태풍이 완전히 물러간 지금도, 이 재민들은 펜션에서 상대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타지방의 체육관 등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좋았다.
태풍이 그쳐서 조만간 모두 퇴실해야 하는데도 아쉬움을 떨치지 못할 정도였다.
"수영펜션이 미쉐린 별 수준이라고 하던 그 말이 정말이구나. 음식 진짜 맛있었다."
"수영목장 한우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네. 솔직히 소고기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꼭 예약하고 와야겠어."
"그런데 섬에 지은 펜션이 그 난리 통에도 전기수도가 멀쩡했던 이유가 뭐야?"
「수영펜션은 한전이 아닌, 자체적인 전력시스템을 씁니다. 담수정화설비를 갖추고 있어 수도공급 중단 시에는 바닷물을 정화해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일개 펜션이 대체 왜 그렇게까지하는 건데?"
「바로 이번 같은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영펜션은 겉보기만 화려한 일반 호텔들과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 설명에, 백사장 다른 호텔에 투숙했던 이가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그래. 태풍 둘째 날 되자마자 전기고 수도고 다 끊긴 바람에 얼마나 고생했었는데. 수영펜션에서 헬기 안 보내줬으면 추운 데서 쫄쫄 굶으면서 버텨야 했을 거야."
"아, 관광지 펜션이라면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태풍 같은 것도 대비해서 튼튼하게 지어야지."
"이제는 태풍 무서워서라도 해운대 다른 호텔은 못 가겠다."
거리는 아직 복구 작업을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물이 덜 빠진 도로, 무너진 전봇대나 떨어져 나간 건물 부속품으로 엉망이 된 사거리의 모습이 보인다.
평범한 자동차는 절대로 지나가지 못할 도로 너머로,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
"저길 봐요! 차들이 여기로 오고 있어요!"
"뭐야? 아니, 도로가 저 모양 제 꼴인데 차들이 어떻게 온다고?"
"궤도! 탱크 무한궤도가 달렸어요!"
"궤도형 트레일러?"
바퀴 대신 무한궤도를 장착한 트레일러들이 장애물을 헤치고 수영펜션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차량 외벽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수영식품수송]이라는 글자가, 가슴이 벅찬 감정을 심어놓는다.
비어가는 식료품 저장고를 채우기 위해, 식재료를 실은 차량들이 펜션에 들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이재민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야, 수영그룹이 진짜 내구도 하나는 확실하네."
"그러니까. 태풍 때문에 길 막히니까 궤도 트레일러 보내서 식료품 공급하는 거 봐. 군대도 이렇게까지는 못할걸?"
"해군원수가 운영하는 펜션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강인하다. 놀라워."
"닥터헬기로 1,400억짜리 전략헬기 쓸 때부터 근본 강인한 건 알아봤다만, 이 정도일 줄이야."
태풍이 지나갈 때 펜션에 대피해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담을 SNS에 널리 알렸다.
경남 일대를 침수시킨 겨울 태풍.
하지만 태풍이 남긴 피해보다, 태풍을 굳건히 버틴 펜션의 이름값이 전국적으로 드날리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