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75화 (1,075/1,270)

프랜차이즈 갓 1075화

251장 프리덤 2.0 (2)

겨울 태풍이 발생했다.

한국 기상청은 즉각 태풍의 크기와 규모, 경로 예측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슨 때아닌 겨울 태풍에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매달리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몇 년간 이상기후 현상은 지속적으로 두드러지고 있었고, 이제는 6월에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전국의 비닐하우스 농가들 이제 겨우 복구해서 온실 화초 재배 중인데, 재수 없으면 태풍에 또 휘말리겠네요."

"진짜 이 나라에서 농사짓는 난이도가 점점 하드해지는 것만 같아요."

"벌써 2년째 논농사 제대로 수확한 곳은 수영농장 말곤 없지 않아요?"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지, 아닌지. 중국하고 일본도 올해 농사 피해가 제법 컸는데."

"그런데도 겉으로는 별 티가 안 나는 게 신기합니다. 그게 전부 다 수영농장 덕분이죠?"

"그렇지. 수영농장에서 곡물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책임을 지고 있으니까. 진짜 그 손바닥만 한 면적에서 대체 어떻게……."

내년 농사는 과연 어떻게 될까?

수영농장처럼 단단한 하드하우스농법을 추구하지 않는 한, 아마 제대로 된 수확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전국의 논밭에 그런 단단한 뚜껑을 씌우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든다.

그리고 농식품부는 딱히 그만한 돈을 풀 생각은 없어 보인다.

"됐어. 우리는 이번 태풍 경로나 잘 예측하면 그만이야."

그리고 마침내 태풍의 예상 경로가 나왔다.

"남해안과 부산 일대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쪽에 태풍경보를 발령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거제부터 부산에 이르기까지 태풍경보가 발령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꽤나 시큰둥한 편이었다.

"겨울 태풍이 무서워 봤자지.

"이미 올해 태풍은 다 지나갔어. 우리는 이미 충분히 태풍에 단련됐다고."

이미 올여름에만도 큰 태풍을 한 차례 이상 겪어낸 사람들이다.

이제 와서 뒷북을 치러 올라온 태풍이 얼마나 무섭겠느냐, 다들 그런 안일한 마음이 강했다.

우르릉! 쏴아아……! 쿠릉! 쿠르릉!

하지만 막상 태풍이 남동쪽에 상륙하자, 주민들은 자신들이 매우 안일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여기는 부산 사상구입니다! 보신 바와 같이 도로의 모습이라고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만, 예! 놀랍게도 여기가 모두 시내 대로라는 경악스러운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부산 시내의 모든 지하차도 진입을 절대 금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부산 시내의 모든 지하차도에 진입해서는 안 됩니다!

-시청자 여러분, 보이십니까! 지금 여기가 바로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입니다! 새하얀 모래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모래밭을 넘어 해운대 시내 안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 지금 백사장 주변 호텔은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투숙객들이 갇혀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유례가 없는 엄청난 태풍이었다.

백사장들은 모두 물에 잠겼으며, 해안가에 위치한 주택과 상가빌딩은 하나같이 침수당했다.

물이 찬 서면 일대에서 둥둥 떠다니는 차량들의 모습은, 이곳이 정말 부산이 맞나 하는 공포와 충격을 사람들에게 안겼다.

해운대의 명물, 마린시티도 풍랑을 뒤집어쓴 채 불이 꺼진 도시로 전락했다.

지면이 완전히 침수됨에 따라 지하전력 케이블의 송전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전력 케이블까지 물이 침투한 상황에서 송전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동백섬에 위치한 수영펜션도 태풍의 피해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펜션을 찾은 수백 명의 투숙객들은 육지와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하지만 육지와 고립된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

"이 정도면 그냥 차라리 여기 계속 있는 게 낫겠는데요."

"지금 시내 쪽에 불 꺼진 거 봐요. 해안가 일대는 완전히 정전이라는데."

"마린시티가 완전 정전이라니. 그럼 말 다했지. 와, 진짜 장난 없다."

"이게 정말 부산이 맞아요? 무슨 베네치아 거리를 보는 거 같네."

해수가 침투한 부산 시내의 항공촬영 모습을 보면서, 펜션 투숙객들은 혀를 내둘렀다.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쉬지 않고 때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부산은 온통 물바다다.

특히 해안가 쪽은 바다에서 온 침투 때문에 더욱 심했다.

하지만 수영펜션은 안전했다.

정원 외곽을 빙 둘러싼, 땅에서 솟아오른 방수격벽 덕분이었다.

올려다보는 게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은 방수격벽은 파도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이 정원을 흠뻑 적시고 있지만, 배수펌프가 맹렬히 가동하며 펜션 안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아냈다.

무엇보다 펜션은 전기와 통신이 전혀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근처 통신 중계소는 죄다 먹통일 텐데, 여기 펜션은 왜 와이파이가 되는 거야?"

"그러게요. 해운대 쪽 호텔에 묵은 사람들은 연락이 전혀 안 돼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던데."

"수영펜션이니까 엄청 좋은 위성통신 그런 걸 비상망으로 갖춰두지 않았을까?"

"이런 날씨에는 위성통신은 오히려 제약이 커서 안 돼. 그리고 위성통신이 얼마나 느린데. 지금도 와이파 이가 전혀 버벅거리지 않고 잘 터지잖아."

전기와 상수도에 문제가 전혀 없으니, 바깥에 태풍이 불든 말든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저 어둠 속에서 벌벌떨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지만.

그때 중앙방송이 흘러나왔다.

-고객 여러분, 프론트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바깥에 태풍으로 인한 강우와 파도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 방수격벽이 파도를 막아주고 있으나, 위험할 수 있으니 펜션 건물 밖으로는 절대 외출을 금해 주십시오. 현재 건물의 모든 출입구는 통제 상태입니다.

-환자 발생 시 인터폰을 통해서 프론트에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 펜션은 약 200가지 이상의 상비약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펜션 지하에는 재난대피용 대형 벙커가 있사오니, 유사시에는 직원들의 안내를 따라 침착하게 지하 벙커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이 끝나자, 로비에 나와 있던 투숙객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지하 벙커? 지금 지하 벙커라고 했어?"

"펜션 아래에 지하 벙커가 있다고?"

"대체 여기 펜션은 뭐하는 곳이야?""

관광 펜션 아래에 지하 벙커를 지어놓을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펜션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지이지만, 펜션 안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저층에서는 울타리 밖을 가로막은 방수격벽만 보이지만, 고개를 높이 들면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중간층 이상에서는 동백섬으로 향하는 길목 위로 바닷물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 오지만, 내륙 쪽 어디에서도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방송이 나왔다.

-고객 여러분, 프론트에서 알려드립니다.

-기상 관측에 따르면 앞으로 1시간 후, 바람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 예정입니다.

-그때를 이용해 헬기로 퇴실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오니, 비침수 지역에 거주하시는 고객분들은 지금 바로 짐을 챙겨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뭐? 퇴실이라고?"

"헬기? 헬기를 보낸다고?"

"그러고 보니 수영펜션 주인이 헬기를 잔뜩 거느리긴 했지만…… 이렇게 나가도 되는 거야?"

투숙객들 분위기가 다시금 술렁거렸다.

그들 대부분이 부산 외 지역에서 왔기에, 다들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모두가 짐을 꾸린 것은 아니었다.

"우리 집은 서면인데 지금 완전 침수됐고 전기도 다 끊겨서 못 들어가요! 그런데 우리도 퇴실해야 되는 거예요?"

"부산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무를 만한 곳은 없습니까? 해운대는 너무 위험해서 일단 대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니까 여기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거 같은데요? 지하 벙커도 있다면서요! 그냥 여기에 머무르게 해줘요, 제발!"

"알겠습니다. 긴급 체류라서 투숙요금은 받지 않습니다만, 관광 패키지와 동일한 대우를 원하신다면 객실 요금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낼게요, 낼게요!"

그렇게 사정상 펜션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짐을 꾸렸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정말로 바람이 뚝 잦아들기 시작했다.

"태풍의 눈에 들어온 건가?"

"아니야. 태풍의 눈은 이미 일본 쪽으로 이동했어."

"정말 미친 태풍이네. 눈도 아닌데 이렇게 바람이 갑자기 멎기도 한다고?"

투숙객들은 차례차례 옥상으로 올라와서 헬기를 기다렸다.

안개를 헤치고 병원 마크가 없는 퀸 스텔리온 헬기들이 로터음을 뿌리며 펜션으로 다가왔다.

첫 헬기가 착지하자 후방 문이 열리고, 안에 탄 사람들이 바들바들 떨면서 내렸다.

"뭐야? 왜 사람을 태우고 오는 거지?"

"침수 때문에 고립된 부산 주민들 이래요."

"근데 여기 와도 되는 거예요? 여기는 바닷가라서 더 위험할 텐데?"

"원래 있던 곳보다는 나으니까 여기로 온 게 아니겠어요? 해운대 다른 호텔에서 온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아, 그런 데 있는 것보다는 여기가 훨씬 낫지."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먹을 게 떨어진 집안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펜션이 더 나았다.

당장 이재민 피난센터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일단 급한 대로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펜션은 전기와 수도가 멀쩡했으며, 식품저장고에는 신선한 식품과 보존식품이 넘치도록 저장이 되어 있었으니.

사람들을 토해놓은 퀸 스텔리온은 다시 사람들을 태우고 펜션에서 멀어져 갔다.

***

재난안전관리본부는 최전방 지휘막사 같았다.

모든 게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 곳곳에서 들어오는 온갖 정보들이 제대로 취합이 되지 않고, 상황 파악 능력 역시 현저하게 떨어졌다.

"프리덤! 프리덤은 대체 언제 가동하는 거야!"

"그거 저번 달에 계약 기간 끝났는데요. 내년 3월에 다시 재계약하기로 상급 기관에서 결정이 나서 그때까지 미루기로 했잖아요."

"재난이 계약 기간 맞춰서 딱딱 찾아오는 게 아닌데, 계약 기간 끝났다고 공백으로 두면 어떡하잔 말이야!"

"예산 때문에 상급 기관에서 그렇게 정했잖아요, 계장님."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까 상황대처 능력이 너무 차이가 난다.

프리덤이 재난 컨트롤 시스템으로 가동할 때에는 모든 프리덤 사용자들이 재난본부 소속원이자, 부품이며, 센서로 움직였다.

5,000만 개의 단말기에서 취득하는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정리되어, 앉은 자리에서 전국의 모든 상황을 훤히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이 캄캄하다.

'그래도 최소한의 구호 기능은 돌아가고 있어서 다행인가.'

프리덤이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서 네트워크로 정보를 공유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다만 공권력이 거기에 간섭할 영역이 조금도 없다는 게 아쉬웠다.

"프리덤, 국가 긴급 상황이니까 며칠만이라도 임시로 재난컨트롤 시스템 노릇 해주면 안 되겠냐?"

「불가능합니다. 며칠만 더 빨리 예약했다면 가능했을 겁니다. 지금 내부적으로 매우 큰 시뮬레이션을 계산 중이라 시스템 자원에 여유가 없습니다.」

"매우 큰 시뮬레이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성능 테스트를 목적으로 시스템 자원의 90%이상이 점유 중입니다.」

"으으! 우린 지금 네가 필요한데!"

「개인비서로서 이용자들의 구호와 피난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재난 본부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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