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73화 (1,073/1,270)

프랜차이즈 갓 1073화

250장 비매품 안드로이드 (5)

육군 특수전사령부.

"안드로이드 프리덤, 통칭 AF시리 즈라 불리는 모델입니다. 신장 195㎝에 무게는 130㎏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악력은 세계 팔씨름 챔피언 그 이상이며, 500kg 이상의 바벨을 등에 지고 스쿼트를 가뿐히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작전장교의 진중한 보고를, 장성들이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동력은 전기이며, 어떤 통신 시스템을 사용하는지는 불문입니다. 내장된 프리덤 AI모듈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며, 필요할 때마다 중앙서버에 접속해서 데이터를 공유하는 듯이 보입니다."

"다수이자 하나인, 즉 군집체라 이건가?"

"예. 모두가 대등한 힘과 지위를 가진 개미군단이라 보시는 게 가장 적합한 비유일 듯합니다."

"으음. 계속하게."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보인 위기 대처 능력, 움직임, 스펙 등을 고려 하면 무장 시 1기당 특전사 1개 소대 이상의 전투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전사 1개 소대 이상이라."

"어디까지나 최소치입니다."

"그게 최소라니. 놀랍군."

특수전사령관은 마른 신음을 흘렸다.

브리핑 화면을 바라보는 다른 장성들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약 3,000기의 AF모델이 서울에 흩어져 있을 경우, 동시에 무장을 갖추고 행동한다면 청와대와 국회를 장악하고 국가통제권을 손에 쥘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우리 수방사의 기갑사단은?"

"움직이기도 전에 모든 게 끝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보력, 그리고 철저한 사전대응뿐입니다."

"으음……."

"알고 나면 움직이면 모든 게 늦습니다."

"그 위험성의 임계점이 서울 3,000기 배치 이상이라는 소리인가?"

"예."

"우리의 대응법은?"

이 자리는 하수영이 정말 반란 쿠데타를 준비할 경우를 대비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변수는 그게 무엇이든 실존한다면 닥치는 대로 상상하고 부풀려서 모의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뿐이다.

"중화기 이상은 어차피 철저히 통제되기에 큰 걱정은 없으나, 소총과 소총탄이 AF모델에 은밀히 풀리는 것을 사전에 경계해야 합니다."

"가능할까? 3,000정의 소총과 그만한 소총탄을 확보하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야. 무조건 걸리고 말아."

"청담동에 있어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자신하는 이유는?"

"청담동이 콜롬비아에서 설탕과 코카잎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것을 상기해 주십시오."

"……아."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자그마한 탄성이 터졌다.

"콜롬비아를 통하면 AK소총 수천정과 소총탄 수백만 발쯤은 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화물선에 숨겨서 들여오고, 여기에 해군의 협조까지 이뤄지면 서울에 들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서울까지? 정말 가능할까?"

"한강을 통해도 되고, 해군의 통상 임무 루트를 활용해도 됩니다.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라…….

"그렇기 때문에 명분 싸움이 중요 합니다. 청담동이 과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어떤 명분도 줘서는 안 됩니다."

보고자는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절 절하게 말했다.

"또한 서울 시내에 일정 이상의 AF모델이 풀리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언제든 강력한 적 군단이 될 수 있는 수천의 존재가 흩어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확실히 위험해. 위험하단 말이지……."

"다행히 좋은 소식은 하나 더 있습니다."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아니지만, 비슷한 형태를 가진 다른 로봇이 총에 맞아 부서진 모습이었다.

"AF모델에 사용된 외장재 및 부품은 5.56㎜ 소총탄에 쉽게 뚫립니다. 유탄 발사기 한 방이면 AF모델은 쉽게 무력화될 것입니다."

"장갑은 형편이 없다, 이거군."

"그렇기 때문에 유사시 사전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결국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는 뜻.

정보전이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가사로이드는 어쩌면 한 개인이 국가체제를 전복시킬 수도 있는 가능성이 될 수도 있으니.

***

가사로이드는 SNS에서 점점 입소문을 타며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청담동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배정을 받은 직원들이 사용기를 앞 다투어 올린 것이다.

-물리적인 의미에서 몸이 10개 이상은 된 듯한 기분입니다.

-집에서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친 몸을 편하게 쉴 수 있어요.

-치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어요. 가사로이드 프리덤이 24시간 눈을 떼지 않고 돌봐주거든요.

-정말 헌신적으로 우리 가족들을 돌봐줘요. 와이프가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더 안심이 됩니다.

자세한 사용기가 풀리면서, 사람들은 어떡하면 가사로이드를 받을 수 있는지 열을 띠며 파고들었다.

-이거 파는 거야? 어디서 살 수 있어요?

-비매품 무상 렌탈이라고 들었어요. 애초에 돈 주고는 못 사요. 제조원가만 한 기에 몇백억 원씩 하는 건데…….

-우와, 몇백억? 소름 돋네.

-나 저거 봤음. 서진파운드리 공장에서 저런 것들이 일하고 있음. 라스베이거스 수영 카지노 호텔에도 있음.

-프리덤에 메탈바디를 만들어달라는 우리들의 요구를 하수영 의원님이 착실하게 이뤄나가고 계셨구나.

언젠가는 전 국민이 1인 1가사로이 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겠지?

-그건 좀…… 5,000만 개를 뽑으려면 200경 원은 들어갈 텐데?

-규모의 경제 생각 안 함? 수천만 개씩 뽑아내면 당연히 개당 생산가가 엄청나게 줄어드는 거지.

-다 떠나서, 공짜로 부릴 수 있는 힘 좋은 로봇 머슴 하나 생긴 거잖아? 심지어 잠도 안 자고, 지치지도 않아. 그게 너무 부럽네.

-뭔가 새로운 시대의 초석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말 모든 사람들이 1인 1가사로이드 체제가 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세탁기는 여성 주부들의 집안일을 크게 덜어준 문명의 혁신이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능하게 한 트리 거라는 말도 있다.

가사로이드 프리덤은 일반 가정을 집안일에서 완벽하게 해방시켰다.

맞벌이 부부들은 부양 노모, 어린아이에 묶여서 자신들의 시간을 포기할 이유가 사라졌다.

가사로이드가 보여준 가능성은 무궁무진했고, 기업들은 다시금 수영그룹의 문을 두드렸다.

가사로이드를 자신들의 산업 현장에 도입하고 싶은 열망에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400억? 그건 노마진일 때 가격이 고요. 만약 판매한다면 우리도 마진을 붙여야지요."

"컨베이어벨트 직원들보다는 효율이 훨씬 좋긴 할 겁니다. 쉬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으니까요."

"근데 400억 원이면 연봉 4,000만 원짜리 직원 100명을 10년 동안 부릴 수 있는 돈 아닌가요?"

기존 현장에서 쓰기에 비용적 효율이 너무 안 맞다.

그 돈으로 차라리 직원들을 더 갈아 넣는 게 훨씬 더 수익이 남는다.

여기서 많은 기업들이 우르르 포기했다.

이제는 협력 관계를 맺은 백두제철에서도 찾아왔었지만, 고심 끝에 포기했다.

위험한 작업에 투입하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그 돈의 일부로 차라리 안전장비를 더 강화하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좋긴 한데 너무 비싸. 대학리그에서 우승하자고 메시를 영입하는 꼴이잖아."

"차라리 K리그 2군 선수 5명을 영입하는 게 훨씬 싸게 먹히지."

"나중에 가격이 더 떨어질 때를 노려야겠어.""

정부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위험한 산업재해 현장에서 처리 로봇으로 운용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진짜 물리적 스펙의 한계가 얼마인지 측정해 보자는 비공개 의견도 있었고, 하지만…….

"구매요? 그렇다면 1기에 1,000억원은 받아야겠습니다."

"예? 왜 그렇게 비싼 겁니까?"

"비싸다니요. 이거 미국 로봇업체에서 개당 400억 원이나 주고 사온 겁니다. 거기에 우리 로한 박사가 동력원하고 소프트웨어 설치해서 최종 완성한 거라고요."

"……."

1,000억 원 받아봤자 우리가 개당 남는 건 200억 원이나 될까 말까하다고요. 그 돈도 못 받을 거면 뭐하러 장사해요? 그냥 안 하고 말지."

정말 200억 원밖에 안 되는지는, 정부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산자부는 끙끙거리다가 타협안을 제시했다.

"혹시 렌탈은 ……?

"안 됩니다."

"예?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무상렌탈을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내 직원들이고 내가 베풀어주는 거니까 마음도 편하고, 언제든 거둬들일 수도 있죠. 그런데 정부와 계약하면 그게 아니잖아요. 이런저런 공무원들의 갑질에 질질 끌려다는 신세가 되겠죠."

"수영그룹에 감히 갑질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은 없습니다."

"어쨌든 돈 몇 푼 받고 이리저리 구속되는 관계 만들긴 싫네요. 그러게 프리덤 재난관리시스템 도입 때 왜 그렇게 질질 끌며 간을 보셨어요?"

"그건 저희가 아니라 행안부에서 한 겁니다. 저희는 억울합니다."

"대당 1,000억 원씩, 100기 패키지 주문이라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원래 정부 거래라는 게 규모의 경제맛으로 하는 건데, 찔끔찔끔 보따리 거래 할 거면 그냥 안 하고 말죠."

산자부는 두 손을 들었다.

***

한옥에 죽치고 앉아 있던 최우석노인이 불현듯 말했다.

"집사 프리덤 말이야. 그게 서울에 깔리는 수가 너무 많아지면 쿠데타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는 거 같던데."

"그런 식의 논리라면 서울에서 메이저 경호회사 운영하는 사람들은 죄다 잠재적 반군이 되겠네요."

"아, 그렇게도 되나?"

"육군이죠?"

"어, 그렇다네. 전부는 아니고 그중 일부."

"하여튼 꼭 훈련 열심히 안 하는 것들이 망상력 하나는 빡빡하게 벌크업한다니까요. 맨날 하는 게 대침투작계, 대반란작계, 그런 것들뿐이라서 그럴 수도."

하수영은 저택 구석에 갖게 갖춰진 텃밭을 일구며 대답을 이어 나갔다.

"로봇들이 전투 성능이 괜찮긴 한데, 대인전 따위에 쓰기엔 너무 비효율적이죠. 400억 원을 계획적으로 쓰면 그보다 대인전, 시가전에 더 적합한 무인병기를 10기는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어. 총 한 방이면 픽픽 쓰러질 거 같은데 겨우 몇백 기 가지고 벌벌 떠는 꼬라지가 말이지."

"저 로봇들은 대당 4억 미만으로 하루에 1만 기 이상씩 찍어내기 시작할 때야 무서운 겁니다. 물론 지금 시대 기준으로요."

"육군의 겁쟁이 놈들에게는 내가 그 말을 잘 전달해 주겠네. 근데 이상하게 하 의원 자네를 무서워하고 또 경계하더라고."

"그래요? 원래 찔리는 게 있는 놈들이 유독 그렇게 가만있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법인데."

"찔리는 거야 한둘이 아니겠지. 방산비리가 좀 많아? 자네가 이번에 해군 방산비리 또 턴 거 보고 육군에서도 식은땀 꽤나 흘렸을 거야."

하수영은 마냥 자비로운 해군원수는 아니었다.

자신이 부담한 사비에 비리가 조금이라도 얽히면, 그 뿌리까지 철저히 파고들어서 공론화를 해버렸다.

그런 식으로 비리가 드러나서 불명예제대를 하고 형사재판 중인 장군만 벌써 2명이다.

군 비리 규모가 월등한 육군에서는 괜히 불똥이 튀지 않을까 경계하는 게 당연했다.

"참, 저 당분간 집에 안 들어올 거 같습니다."

"어디 멀리 가나?"

"그건 아니고, 서울 외곽에 있을 겁니다. 컴퓨터 조립해야 되거든요."

"몇 대나 조립하는데 당분간 집에 안 들어온다는 건가?"

"한 대입니다."

"한 대 조립하는 데 그렇게나 오래 걸려? 슈퍼컴퓨터라도 조립하나 보군."

"요즘 너무 렉이 걸려서 이제 더는 미룰 수가 없을 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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