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69화 (1,069/1,270)

프랜차이즈 갓 1069화

250장 비매품 안드로이드 (1)

백두중공업 엔진 사업부.

우리나라에서 선박 엔진을 만드는 단 두 곳 중의 하나다.

선박 가격의 약 15%를 차지하는 엔진은 두말이 필요 없는 핵심 부품.

약 1만 5,0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엔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종합 완제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엔진 사업부에 새로운 과제가 떨어졌다.

"모터라고요, 부장님?"

"그래, 우리더러 전기 화물선용 모터를 만들어보라고 하시더군."

"아니, 모터는 만들었다 쳐요. 그럼 그 전기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선체 무게의 절반을 배터리로 채 운다 해도 1,000km나 겨우 나아갈까 모르겠네. 화물 적재는 이미 망했네요."

"그거 충전은 또 어느 세월에 다하고, 방전되는 거 일일이 계산하면 돈은 또 얼마입니까?"

"LNG 구동도 아닌 전기 화물선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인지."

LNG 추진선 중에는 LNG 엔진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 프로 펠러를 움직이는 방식도 있기에 나온 말이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불만이 쇄도 했지만, 부장은 담담하게 고개를 제었다.

"불만 터뜨릴 수 있을 때 많이 터뜨려 둬. 어차피 나중 가면 그러지도 못할 테니."

"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일이면 알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엔지니어들은 전날 부장이 말한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부장님? 이게 뭡니까?"

"이거 혹시 수영모터에서 만든 그 모터 부품 크기 키운 거 아닙니까?"

"맞아요! 그게 딱 이렇게 생겼었어!"

"부장님, 설마?"

부장은 어두운 얼굴로 끄덕였다.

"그래. 우리 작업은 이걸 가지고 케이스를 씌워서 모터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거다. 엔진 설계와 달리 아주 간단할 거다."

실제로 설계는 아주 간단했다.

원통형 금속체가 회전할 수 있는 케이스를 만들어 씌우고, 전원 공급장치를 연결하면 그만이니까.

양측으로 돌출된 회전축이 튼튼하게 버틸 수 있도록 신경만 써주면 되었다.

그리고 외장에 냉각용 순환파이프를 둘러주는 작업을 추가하기만 하면 끝.

허탈하리만치 간단하게 끝난 작업이었다.

전원을 연결해서 시험가동을 하자, 모터는 엔진에 비해 한껏 정숙한 소음으로 회전동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측정치를 보고 난 후 엔지니어들이 별거 없다는 듯이 한마디씩 했다.

"난 또 뭐라고, 괜히 긴장했네."

"이거 연비가 완전히 저 세상 연비인데? 화물 7할 정도는 잘라내고 그 대신 배터리도 채워야 간당간당하겠어?"

"그, 뭐라더라? 수영모터스하고 백두자동차는 충전 서포트 서비스로 걱정 없이 차량 운행할 수 있게 해준다던데. 전기 화물선도 뭐 그런 거 해주나?"

"하하, 아예 발전 전용 선박을 서 비스로 줘서 우리가 항상 끌고 다니게 하는 게 어때?"

"그거 굿 아이디어네. 대박이야."

LNG 운반선이 아닌 화물선은 벙커C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을 돌린다. 효율성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유럽의 움직임 때문에, 전 세계 선박들은 LNG 엔진으로 갈아타려 하고 있다.

그리고 수영모터스는 같은 크기의 LNG 엔진보다 더 강한 힘을 뿜어냈다.

"어린 시절 손오공이라더니, 진짜 그 말 그대로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체구는 작은데 힘은 천하장사란 거지."

"겨우 그거 하나 비슷하다고요?"

"또 있지. 손오공이 먹기는 진짜 오질나게 처먹거든. 전투종족이라 그런지 사이어인들 연비는 개쓰레기야."

크기 대비 힘은 정말 좋다.

엔지니어들도 그런 테스트 평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문제는 역시나였다.

"전기 하나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퍼먹는군."

"이거 답 없어요. 이래서는 화물선에 못 답니다. 아니, 화물선뿐만 아니라 여객선이고 어선이고 소형 보트고 간에 절대 못 붙입니다."

"핵항모용으로는 적격일 거 같지 않습니까? 추진력 하나는 끝내줄 테니까."

"오, 그러네."

"맞아, 핵항모. 거기에 달면 딱이겠어."

"보통 항모가 20년마다 연료 보급 한다 치면, 그게 3년 주기라면 뭐 할 만할 거 같은데?"

"아무튼 배터리 성능 개선되기 전에는 이거 실용화 안 됩니다. 배터리 성능 개선되어도 차라리 다른 모터 다는 게 낫지, 이건 너무 연비가 나빠서 못 써요. 못 써."

기술팀은 그렇게 보고를 올렸다.

하지만 위에서는 아무 말 없이 추가로 금속제 원통 부품을 다시 여러 개 내어주면서, 이제부터는 제대로 신경 써서 만들어보라는 오더를 냈다.

***

백두자동차 협력업체 BD모터스의 알짜배기 공장을 저렴하게 인수한 수영모터스는 본격적인 양산라인 세팅에 들어갔다.

백두자동차에서 파견한 기술진이 아낌없이 도움을 주었기에, 파격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로한 박사가 만든 설계도입니다. 이대로 납품용 모터를 제작하면 됩니다.」

프리덤을 통해 설계도도 도착했다.

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세심한 구석에서 신경을 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밀한 설계.

그런데 의외의 구석도 있었다.

"여기 이 빈 자리는 뭐지? 일부러 만들어놓은 거 같은데?"

「그 자리는 모터주행기록 블랙박스가 들어갈 자리입니다. 모든 오류를 남김없이 전부 기록하기 위해서죠.]

"아, 그렇구나."

다들 그렇게 납득하고 넘어갔지만, 사실은 무선전기 수신칩이 들어갈 자리였다.

세팅을 마치자마자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모터 양산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수영그룹이 드디어 정식으로 대규모 모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

청담수영병원은 모든 직종에서 입사 경쟁률이 치열하다.

하다못해 원무과 평사원 자리 한 명을 뽑는 것만 해도 온갖 청탁과 비리, 경쟁력이 쏠린다.

물론 청탁과 비리 등은 애초에 접근할 여지가 없어 1차적으로 걸러지지만, 높은 급여, 직장 위치, 근무 환경등 여러 가지 요인이 다양하다.

그래도 다른 병원과 가장 차별적인 조건은 크게 네 가지였다.

-월 50만 원 상당의 식품구매 사내 마트 포인트.

-직무보조로 프리덤 상시 배정.

-주4일 근무.

-장거리 출퇴근자 기숙사 제공.

직무보조로 붙이는 프리덤은 병원 내에서는 옆에서 항상 잔소리를 한다.

잔소리라고 하지만 실시간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이기에, 직원들은 '퀘스트 추적기'라고 부른다.

그때그때 해야 할 업무를 프리덤이 전부 기록하며 실시간으로 방향을 짚어주기에, 업무 실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또 프리덤이 전 직원 옆에 항상 붙어 있는 꼴이다 보니까, 상급자도 하급자를 부당한 이유로 갈구거나 따돌림을 가할 수도 없다.

주4일 근무에 기숙사 제공은 말할 것도 없는 강점이었고,

"난 우리 병원이 이런데도 적자가 아니라는 게 더 대단한 거 같아."

"청담 스코프 시술로만 지금까지 490억 달러인가 벌었다던데."

"매출이 아니고 수익인 거 맞죠?"

"어. 이거저거 따져서 남은 순수익이 490억 달러 정도래. 총 490명 시술해 줬으니까 한 건 할 때마다 1억 달러씩 받았다고 보면 되지."

"병원 일반 운영은 숨 쉴 때마다 적자가 쌓이는데, 해외 큰손들이 다 털어주고 있으니까."

490명의 VVIP.

언뜻 보기에는 적은 숫자지만, 그들이 청담스코프 시술 대가로만 1억달러를 내놓는 걸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부품값 등은 별도다.

시각장애가 없는데도 멀쩡한 눈을 적출하고 청담 스코프를 이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시술이 끝나고 새눈에 적응하자마자 '내가 왜 지금까지 이걸 망설였는지.'라고 탄식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새롭게 눈뜬 세상이 반영구적이라는 것에 매우 흡족해한다.

물론 상당수의 VVIP들은 눈 위에 착용하는 선글라스 형태로 주문을 넣는다.

멀쩡한 안구를 적출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못내 떨치지 못한 이들이다.

"근데 오늘 12층 병동에서 꽤 시끄럽던데. 무슨 일 있었어요?"

"간암으로 입원한 환자가 난동 좀 부렸거든요. 가드 출동해서 초동조치했다는데, 너무 심하게 난동 부리다가 같은 병실 보호자가 그만 다쳤대요."

"아이고, 저런. 대체 왜 그랬대요?"

"병원비 수납하면서 우리 병원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에 자기는 그런 말 못 들었다고, 그래서 녹화영상 보여주니까 이거 사기라고 노발대발했다는데요?"

"뭐, 전과자래요? 웬만해서는 우리 병원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기 힘들 텐데."

"장효주 배우가 이사장님한테 스폰받는다는 찌라기 기사만 쫓아다니면서 악플 달았다는 말이 있어요. 수백 개 이상이라던데."

"그냥 안 받는 게 나았을 텐데요."

"그래도 병원인데 그럴 수가 없잖아요."

병원은 정당한 사유가 아닌 한 환자를 거부할 수 없다.

"그래서 자체 지원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게 건강보험공단 규정에 의해서만 진행된다. 이 설명을 했는데 그냥 들은 척 만 척 한 거 같아요."

"그럼 식사도 다르겠네요?"

"다르죠. 그냥 다른 병원 일반 환자식 나가던데."

치료와 입원을 거부하진 못하지만, 사비 지원은 칼같이 거부한다.

식단 끼니마다 나오는 엘릭서 드링크 같은 것도 제외된다.

"그 정도로 심하게 난리 쳤으면 강제퇴원 안 돼요?"

"되죠. 병실 보호자에게 상해를 입혔으니. 오늘 바로 강제퇴원시키려나 봐요."

"그 보호자는 안됐네. 그런 진상들은 보통 물어줄 돈도 없던데."

"그건 우리 병원에서 먼저 물어주고, 구상권 청구하기로 했다나 봐요."

"진짜 우리 재단은 허준표 혜민서라니까. 너무 자상해."

"진상 아닌 일반 환자한테는 진짜 스윗하죠."

"난 그렇게 칼처럼 끊어내는 게 더 멋있는 거 같아요."

청담수영병원은 다른 병원이 하지 못하는 최상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서비스의 가치를 고려하면 병원이 환자들한테 돈을 퍼붓는 수준.

일반 운영은 막대한 지출이 나가는 자선사업이나 마찬가지 수준이었다.

그 대신 병원은 진상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칼같이 대했다.

진상짓을 하면 1차적으로 진상들만 보이는 구역으로 보내 버리고, 모든 사비 지원을 끊고 건강보험공단의 기준에 따라 의료행위를 진행했다.

여기서는 환자들이 보험이 되지 않는 값비싼 희귀약도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데, 하수영의료재단에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 병을 치료하는데 이 단계에서부터 벌써 이 비싼 약을 쓰면 어떡합니까! 저희 심평원에서는 돈 못 드려요!

-응. 엿 먹어. 니들 돈 줄 거라 기대도 안 했다. 우리 통장에서 짬처리한다.

이런 식의 사비 지원이 컸던 것이다.

환자들은 그런 지원이 끊어지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고, 그래서 절대로 진상짓을 하지 않고 몸가짐을 조심했다.

'수영병원에서 진상짓을 해보아라. 웃는 얼굴로 퇴원 처리를 당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의사나 직원이라고 이상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왕세경 부이사장은 의료진, 직원들이 병원 밖이는 안이든 범죄를 저지를 경우, 철저히 고용계약에 반영했다.

'환자의 신체를 다루는 손은 최소한의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와 보호자가 믿고 맡길 수 있지 않겠나."

강경한 대처 덕분인지, 회식 자리에서 여간호사에게 주접을 떨다가 잘린 의사는 13명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었다.

"근데 영리병원이 진짜 통과될까?"

"이번에는 왠지 될 거 같은데. 서해그룹에서도 칼을 갈았잖아."

"매번 이번에는 된다, 된다 그러면서 번번이 막혔으니까 그렇지."

"어디 병원 하나만 당연지정제에서 풀어주면 물꼬가 확 트이는데. 누가 그 선빵을 맞고 싶겠어? 시위대가일 년 내내 죽칠 텐데."

과연 어떤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의 울타리를 박차고 뛰어나가 영리병원선도자가 될 것인가?

-속보입니다! 오늘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달 통과된 당연지정제 일부 예외 허용안의 첫 적용 대상 병원으로, 청담수영병원 본원을 선택했습니다.

***

도로 하수구에 발이 끼어 떠나질 못하는 소녀 지박령과 놀아주고 있던 왕세경 부이사장은 소식을 듣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것들은 왜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덜컥 일부터 벌이는 거냐?"

"아무래도…… 몸빵으로 우리 병원을 세우기로 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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