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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67화 (1,067/1,270)

프랜차이즈 갓 1067화

249장 모터가 필요해? (4)

다음 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백동원은 널브러져 있는 두 동생들을 발견했다.

"이놈들이……."

"어제 뒤늦게 와서 저와 대작하시다가 뻗으셨습니다. 주무시게 놔두세요."

"의원님, 설마 벌써 일어나신 겁니까?"

그것도 아침부터 위스키를?

대체 저 사람의 위장과 간장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안에 무슨 미니 블랙홀 같은 거라도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모닝 위스키 한 잔 하실래요?"

"네, 주시면 감사히 들겠습니다."

사실 여기서 더 부었다가는 죽을 거 같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일 순없었다.

"사장님이 알아내신 무선 전기, 백진택 사장님께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셨습니까."

"네, 사장님이 알게 되셨으니 어차피 백진택 사장님도 곧 알게 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어제 편안하게 이야기했지요."

'그럴 일은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막냇동생이 뭐 이쁘다고 그 고급 정보를 대가 없이 알려주겠는가.

하지만 우애 좋은 재벌 3형제로 생각하는 하수영의 판단에 초를 칠순 없었다.

"백두자동차도 배터리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전기차는 차 가격의 40%가 배터리값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터리의 비중이 매우 높다.

내연차에 비해 부품구조가 단순화된 것에 비해 얻은 대가라고 할까.

"앞으로 배터리 연구개발 투자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더 방어적으로 변하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변하겠죠. 충전 방식이 아주 간편해지긴 했지만, 차에서 배터리 자체를 뺄 수는 없으니까요."

"흐음."

"혹시 위성송전 방식도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까?"

"우리 수영조명 발전소는 송전을 함에 있어서 날씨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혹시 배터리 용량을 줄이려고 하셨나요?"

"아닙니다. 그렇다 해도 배터리 용량을 더 줄일 수는 없습니다."

다른 모터라면 700㎞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수영모터는 겨우 50km가 최대치다.

충전이 안 되는 상황을 대비하려면, 50㎞의 비상주행거리는 확보해 둬야 한다는 게 백동원의 생각이었다.

오히려 비상주행거리 대비 배터리 무게를 더 줄이기 위해서는, 배터리 연구에 계속해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발전소가 폭파되거나 가동중지가 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송전 방해도 없다는 걸 모르는 백동원이 내릴 수 있는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비상주행거리 50㎞, 이걸 기준으로 탑재 배터리 크기를 더욱더 줄여 나가는 것. 앞으로 우리 백두자동차 배터리팀의 연구과제가 될 겁니다."

"모터의 연비가 좋아지는 건 기대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음,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백동원으로서는 의아한 경고였다.

당연히 수영모터스에서도 모터가 잡아먹는 전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물리적인 한계라서요. 거기서 전기를 더 줄이고 말고 할 게 없거든요. 자석과 코일 없이 회전동력을 발생시키기 위한 최소투입 에너지라는 게 있어서요."

"최소투입 에너지라."

"원래 자동차 같은 작고 가벼운 물체를 굴리려고 만든 모터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그때, 뒤에서 백진택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대형 화물선박이 오히려 연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말씀이십니까?"

하수영은 자연스럽게 돌아보며 그쪽에도 위스키를 내밀었고, 백진택은 순간 헉하는 표정이 되었으나 군말 없이 잔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연비가 오히려 좋아지죠. 소 잡는 칼로 실지렁이를 써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 잡는 칼로 실지렁이 해부……."

"근데 뭐 만재 중량 50만, 60만 톤 되어봤자 그리 유의미한 연비 차이는 안 날 거예요. 실지렁이나 흙지렁이나 도축사 입장에선 그게 그거 아니겠어요?"

"실지렁이나 흙지렁이……."

"대체 에릭 박사가 무엇을 구상하고 그런 모터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초대형 엘리베이터용이죠."

"초대형 엘리베이터용?"

"네. 아주 크고 무거운 화물을 싣고 높은 고도 이상으로 올리려다 보니, 고중량 전용 모터가 탄생했다고 하더군요. 뭐 카더라입니다."

"거의 뭐 축구 경기장만 한 크기의 엘리베이터라도 운용할 모양입니다. 하하하."

"겨우 축구장이라뇨. 그건 너무 작죠."

"……."

"……."

***

수영모터스는 백두자동차 정식 협력업체가 되었다.

하청업체가 아닌 진짜 협력업체다.

그 태도는 수영모터스를 찾은 백두자동차 임원 일행의 태도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음료수 및 대접거리를 본인들이 직접 싸서 들고 왔다.

수영모터스 사장은 여러모로 난감했다.

"10만 대 납품이라고요? 저희가 모터만 생산한다고 쳐도 한 달에 납품할 수 있는 물량은 몇백 개 정도입니다."

애초에 직원 수도 얼마 안 되는 수제 스포츠카 회사가 전신이었으니.

자세한 회사 사정을 알게 된 백두임원이 속으로 탄식했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손으로 작업했던 것입니까?"

"저희 회사 같은 소규모 공방 수준에서는 손으로 다 하는 게 오히려 더 빠릅니다……."

"그래도 오너의 비전이 있으니 회사의 체제를 바꿔야 할 텐데요. 혹시 의원님께서 증자 같은 말씀은 없으셨습니까?"

"필요하다면 무제한 증자든 뭐든 해준다고 하셨었는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리는 차는 4인승 승용차 아닙니까? 스포츠카양산 라인을 갖춰봐야 적자만 날 게 뻔할 듯해서 계속 망설이고만 있었습니다."

"으음…… 그럼 귀사의 스포츠카를 저희 회사에 ODM을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가 생산을 완벽하게 책임지는 겁니다. 그리고 귀사는 모터 양산에만 집중을 하는 것은?"

"스포츠카 ODM을?"

"네. 추가로 귀사는 프리미엄 한정판 스포츠카만 수제 작업으로 생산하는 거지요. 서로가 윈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음, 그럼 회사주님께 한 번 여쭤보고……."

「마스터는 경영 일반적인 것을 알아서 하라고 위임하셨습니다. 그러니 주인님이 직접 판단을 하셔야 합니다.」

"그, 그랬었지. 그렇다면……."

수영모터스 사장은 고심 끝에 백두자동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백두자동차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나섰다.

"양산공장은 처음이시죠? 저희가 전부 도와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고, 이거 너무 감사해서 어쩝니까."

"전혀 불편함 없이 모시라는, 사장 실에서 내려온 특별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협력업체가 아니라 고객사, 그것도 정이 갑을 대하는 듯한 절실함이다.

백두자동차는 양산 경험이 전무한 수영모터스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케어해 주었다.

사실 그러면서 은근히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곧 '이 녀석들'이 왜 그리 쉽게 곳간 문을 열어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원통 금속이 모터의 핵심 부품입니다. 다 만들어진 채로 우리 회사에 들어오죠."

"으음……."

"모터 제조라고 해봤자, 여기에 껍질을 씌우고 각종 전자명령장치와 전원 공급선을 주렁주렁 달아주는 것뿐입니다."

진짜 핵심은 로한이 운영하는 특수시설에서 만들어져서 온다고 했다.

"필요한 수량을 주문하면, 기간 안에 딱 만들어져서 배송이 됩니다."

"그렇군요. 이게 차세대 모터의 코어 부품이라……."

영구자석이나 코일의 도움 없이 전력을 회전동력으로 전환시키는, 백두자동차에서도 비밀을 풀지 못한 그 신비의 종점.

***

백두자동차는 자회사로 철강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차체에 들어가는 철강의 대부분을 자회사에서 충당한다.

국영기업 출신인 포스코를 무기 삼아 정계에서 이런저런 갑질을 해댔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제철회사인 포스코는 제조업 재벌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다.

그리고 하수영은 포스코의 광운제철소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백두자동차 이사회는 모터공급 계약에 기뻐하면서, 한편으로는 철강재 공급에 긴장의 날을 세웠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철강재 일부나 전부를 광운제철소 제품으로 대체하라는 요구가 있을 것이다.

-최대 얼마까지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양보해야 하는가?

-그 적절한 값을 찾아야 한다.

백동원도 당연히 이 점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수영이 '백두제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속으로 각오를 굳혔다.

-그간 어쨌든 간에 저희가 이번 모터 계약으로 인해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로 묶이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긴밀하다는 말이 이렇게 안심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될 줄은 몰랐다.

-그럼 백두제철에 우리 수영조명전기를 써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강릉 발전소 전기를 말입니까?"

순간 백동원의 표정이 변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전기 값은 한전 수준에 맞춰드리죠. 철을 녹이는 단계부터 탄소 발자국이 묻어나지 않는, 아주 깨끗한 상품이 되는 겁니다. 유럽에서 아주 좋아라 하겠군요.

"정말…… 그렇습니다!"

-이참에 백두자동차 그룹이 우리 핵융합전기 클럽에 가입하시는 게 어떨까요?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격이 동일하다면, 친환경적인 핵융합 전기가 훨씬 낫다.

유럽은 이미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화력발전소에서 난 것인지, 원자력발전소에서 난 것인지까지도 따지고 있다.

나중에는 회사 사무실 조명 전기에 묻은 탄소 발자국까지도 모두 체크를 할 기세다.

핵융합 전기는 그 모든 제약을 완벽하게 통과할 프리패스다.

"그런데 유선 송전망은 해결이 된 겁니까?"

-그냥 귀찮은데 무선으로 쏴드릴 게요.

"그건 대형 황금 안테나가 필요한 게 아닙니까?"

-아뇨아뇨. 그건 어디까지나 위……장이 아니라, 발송에만 필요 합니다. 수신에는 필요 없어요.

"그렇습니까? 한전의 반발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요."

-네. 재래식 발전소 카르텔 지키려고 쿼터제까지 만든 놈들이에요. 무선 송전을 감추려고 지들이 알아서 연막치고 눈길 돌려주고 다 해줄 겁니다.

"신경 쓸 거리가 자동으로 없어진다니 참 좋군요."

***

그리하여 백두자동차 공장과 백두제철 공장 등, 그룹 내 모든 공장에 새로운 변압중계장치가 새로 들어왔다.

겉보기에는 일반 변압중계장치로 위장한, '위성전기'수신 안테나이자 변압장치였다.

백두자동차 그룹은 곧바로 한국전력과 전력가입 계약을 해지했다.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원가 수준으로 산 업용 전기를 공급해 줬거늘, 이렇게 통수를 치다니!

부랴부랴 백두자동차 그룹을 찾은 한국전력 경영진은 백동원 앞에서 조용히 깨갱하며 물러나야 했다.

'너희, 발전소 쿼터제 괜찮지 않을 텐데?'

라는 협박에 알아서 꼬리를 내린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백두자동차는 공식발표를 준비했다.

"저희 백두자동차는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전기차에 수영모터를 장착하기로 했습니다. 기판매된 모델도 소정의 부품값과 공임비만 받고 모터 교환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걸 기어이 돈을 받느냐, 무슨 공임비까지 받느냐, 그런 불만이 폭주하긴 했다.

하지만 백두자동차 홍보실은 그런 불만을 꿋꿋이 눌러 밟았고, 여론은 수영모터스가 백두자동차와 손을 잡은 것에 놀라워했다.

"충전은 전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백두자동차 충전서비스팀에서 모두 알아서 해드립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반응과 달리, 주가는 떨어졌다.

전국적으로 무인 충전카 군단을 굴리려면 엄청난 적자가 예상된다는, 어느 의견이 큰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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