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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64화 (1,064/1,270)

프랜차이즈 갓 1064화

249장 모터가 필요해? (1)

백두자동차 연구소의 분위기는 안 좋았다.

사장 막내아들이 몰고 다니다가 폐차가 된 전기 스포츠카의 배터리와 모터를 조사했지만, 결과가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혀 특별한 배터리가 아닌데? 그냥 시중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잖아?"

"이래서는 최대 주행거리가 50km라는 스펙이 사실이라고."

"그리고 이 모터? 대체 뭐야? 이게 어딜 봐서 모터라는 거야?"

"영구자석은? 코일은? 대체 뭐냐고?"

뜯어본 모터 안에는 금색 빛을 띤 원통형 금속체가 들어 있었다.

프레임 안에서 원통형 금속체가 회전하면서 동력을 발생시키는 원리.

하지만 모터의 필수품인 자석과 코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통짜 원통형 쇳덩어리만 들어 있으니, 연구원들은 환장할 노릇.

금속체 표면 확대 관찰을 통해서, 통짜 금속체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냈다.

"금속체 전체가 극미세 허니문 구조의 반복으로 되어 있군. 이건 현대 주조기술로는 절대 만들 수 없어."

"대체 어떻게 이런 구조로 만들었을까요? 아무리 상상해도 짐작이 안갑니다."

미세한 육각형 구조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며, 겉보기에는 직경 수십㎝짜리 원통형 금속체를 만들었다.

이만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기술적 예술품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전손 사고에서도 멀쩡했던 금속체를 절단해서 중심까지 확인한 연구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배터리와 모터 분석에만 몰두하느라, 그들은 전원 공급장치에 부착된 손바닥 크기의 금속제 부품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전원 플러그에 왜 저런 게 달려있지, 하던 연구원들도 그냥 지나쳤다.

'전압 안전장치인가?'

이런 식으로 넘어갔던 것이다.

무선전기 수신칩을 분해해서 살펴봤어도 원하는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 문명기술로는, 이해 불가능한 미세회로가 잔뜩 새겨진 반도체 장치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

백동원은 연구소 보고를 받고 화를 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말을 뭐 이렇게 거창하게도 써놨나! 무능이 죄송하면 반성문을 써야지, 말도 안되는 변명만 전문용어 섞어서 주구장창 늘어놨어!"

무능은 무능이고, 분노는 분노이며, 사업은 사업이다.

겨우 노기를 가라앉힌 뒤, 백동원이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물었다.

"그러니까 배터리는 시중 모델이다?"

"네, 사장님. 우리 전기차에서도 같은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터는 아예 처음 보는 형태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조차 못 하겠다?"

"연구소 보고로는 그렇습니다."

"그런 게 제작인증이 나온다고? 행정부 공무원 애들은 뭐 병신들인가? 원리도 공개 안 하는 걸 허가를 내 줘?"

"특허를 내지 않았을 뿐, 행정허가는 문제없이 처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주무부서에서는 성능 안정성과 주행 안전성 위주로 테스트해서 인증을 해줬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행정허가가 어떻게 났느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백동원은 머리를 짚었다.

어제 동생이 찾아와서 했던 이야기가 송곳처럼 머리를 아프게 찔렀다.

-형님, 이상한 소문을 들어서 내가 알아봤는데, 수영모터스 거기서 나온 거 주행거리가 50km가 아니라는데요? 그냥 반영구적이라던데?

-강릉 핵융합 발전소가 자동차 사업 하려고 깔아놓은 밑밥이라던데?

-SNS 아무리 뒤져봐도 무인 충전카 따위는 안 나오던데?

-수영그룹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마다 설치해 준 수소발전기가 사실은 빈 깡통이라던데?

-한전 상부층 분위기도 많이 수상하던데?

-수영그룹에서 가격 1조 원 넘어가는 인공위성을 샀다는 말이 있던데?

귀를 막고 싶어도, 여기저기서 불길한 정보의 파편들이 들어온다.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전부 한데 모아놓고 형체를 맞춰 나가다 보면, 백동원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결과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SNS를 떠도는 루머.

둘째 동생이 여기저기서 알아온 정보.

자동차 연구소의 무능한 보고.

강릉 핵융합 발전소의 멈추지 않는 확장, 그리고 시간당 생산전력 수치.

적어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김 이사. 수영그룹에서 아주 비싼특수위성을 샀다는 이야기 들어본적 있나?"

"그런 소문을 얼핏 듣기는 했습니다만, 확인되지는 않은 것으로 압니다."

"확인은 되지 않았지. 근데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겠어? 뭔가 있으니까 결국 연기가 새어 나오는 거 아니겠냐고?"

그 연기를 피운 장본인이 누군지 알면 백동원은 상당한 허탈함에 빠질 수 있으리라.

"내가 갑자기 위성 이야기를 왜 하는지 아나?"

"잘은……."

"어쩌면 수영모터스 이놈들이 무인 충전기를 하늘에 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 말이지."

"……."

"자네 생각은 어때? 망상으로 보여, 아니면 그럴듯하게 보여?"

기술이사는 조금 당황했는지 표정 관리가 안 되다가 더듬더듬 물었다.

"위성방송처럼 위성으로 충전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 말씀이십니까?"

"적어도 충전 무인카가 우렁각시처럼 찾아와서 충전을 하는 건 아니니까. 그건 내가 이미 확인했어. 차고 문을 몰래 따고 들어오는 우렁각시충전카 따위는 없던데?"

"……."

"자네 생각은 어때? 위성용 무선 충전이 불가능할 거 같나, 가능할 거 같나?"

"수 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강력한 전자기파 발송으로 무선 송전에 성공한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아마 즉사할 겁니다. 송전과정에서도 99% 이상의 에너지가 손실될 테고요."

"그래서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에릭 로한 박사라면……. 그 사람은 무에서 상온핵융합 장치를 상용화했고, 물을 거부하는 선박용 금속을 만들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저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가장 정확하고 훌륭한 능력치 가늠자죠.」

"김 이사!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는데 프리덤폰을 왜 꺼두지 않았나!"

"죄, 죄송합니다. 바로 끄겠습니다."

실수로 프리덤폰을 켜놓았던 기술 이사는 허둥지둥 폰을 껐다.

그룹 내부 주요 사정을 입에 담은 것은 아니기에, 백동원도 더 이상 화를 내지는 않았다.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었다.

"계속해 봐."

"그의 업적들을 보면, 위성을 이용한 무선 충전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반수성 금속처리 기술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무선 충전 자체는 이미 불가능하지 않으니까요. 안전과 효율이 전혀 담보되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물을 거부하는 금속은…… 아무리 생각해도 원리조차도 이해가 안 갑니다."

기술이사는 자신 없다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핵융합이나 위성 충전은 기술의 궁극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반수성금속 처리기술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학적 기반에 쌓아 올린 게 아닌, 그냥 갑자기 튀어나온 마법 같습니다."

"마법이라."

"그 정도로 너무 상식의 궤를 벗어났다는 의미로 말씀드렸습니다."

"위성 충전이라. 위성 충전."

"만약 정말로 위성 충전이라면, 전력을 특정한 오브젝트에 무손실로 표적 발산이 가능한 기술일 겁니다. 마치 빛을 쏘는 것처럼 말입니다."

"표적 발산?"

"오브젝트에 정확하게만 보낼 수 있다면, 주변의 장애물에 완벽하게 피해서 내리꽂히게 하는 게 가능하다면……."

"상시 충전이 가능하겠군. 위성만 제대로 띄워놓는다면."

자동차는 그 특성상 야외 노출 빈도가 높다.

주행 중에는 터널이 아니고서는 항상 하늘 아래 상부를 드러낸다.

길이 50km 이상의 터널을 통과하는 게 아니라면, 충전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걸 봐."

백동원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강릉 발전소의 울타리 안에서 우뚝솟아 있는 거대한 황금빛 탑이었다.

"아, 이건 수영발전소에 있는 탑구조물 아닙니까? 구리 합금으로 금색을 냈다는……."

"구리인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까 순금으로 만든 구조물이라더군."

"예?"

"적어도 수백 톤이 훨씬 넘는 금이 들어갔을 거야."

사실 수백 톤이 아니라 수천 톤이다.

미 연방 정부가 줌왈트로 몰래 수송한 2,000톤도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핵융합 발전소에 뭐 때문에 이렇게 많은 금을 들여 구조물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 금이 왜 하필이면 수직 안테나 형상을 취하고 있을까?"

금은 반도체 회로에 쓰일 정도로 전도율이 좋다.

전선에 쓰이는 구리 다음 가는 전도율을 자랑하고, 그리고 구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비싸다.

기술이사가 보기에, 백동원은 이미 반쯤 확신을 굳힌 듯했다.

"자네가 말한 표적 전송 개념이 사실일 수도 모르겠어."

"이게 정말 구리 합금이 아니라 금이라면, 확실히 이상합니다. 엄청난 돈이 들었을 텐데……."

"금 안테나로 위성에 전기를 대량으로 쏘고, 위성에서 다시 도로 위 자동차에 골고루 뿌려주는 개념이라면 말이 되지."

"가맹점에 뿌린 수소발전기가 정말 위장 수신장치일 수도 있겠습니다."

"전손 자동차, 그거 다시 하나하나 전부 다 뜯어서 전수 검사해. 분명히 보닛이든 트렁크는 뚜껑이든 어딘 간에 수신 안테나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꼭 일반 안테나처럼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유의하고."

"네, 사장님."

하지만 자동차 부품을 전수조사하듯이 샅샅이 훑었음에도, 끝내 전기 수신안테나로 보이는 부품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백동원은 자신의 확신을 굽히지 않았다.

'위성으로 잠수함과 교신도 하는 시대인데, 자동차에 전기 뿌려주는 게 뭐가 불가능하겠어? 에릭 그 친구라면 가능하겠지.'

단지 무능한 연구소 부하들이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해는 한다.

시대를 초월한 천재의 역작을, 둔한 머리의 천것들이 열심히 들여다 봐야 뭘 알까.

백동원은 보안관리를 철저히 했다.

그저 루머로 그치는 것과, 오피셜이 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백두의 전기자 동차는 시장에서 퇴출될지도 모른다.

주가는 박살이 날 것이다.

전력 카르텔의 주요 인사를 열심히 포섭하고 다닌 끝에, 백동원은 자신의 추측에 확고한 믿음을 더할 수 있었다.

바로 산업통상자원부 기조실장 신차빈과 만난 후였다.

"신 실장. 내 하나만 묻지. 강릉발전소에 있는 황금 안테나를 알고 있나?"

"그건 황금이 아니라 구리 합금으로 알고 있……."

"다 알고 왔으니, 거짓말하지 말게."

"……."

"재래식 발전소 쿼터제에 관해서 자네가 대단히 부정적이라고 들었어. 그전 스탠스와는 전혀 달라졌다고, 그 이유가 강릉 발전소에 있는 황금 안테나 때문인가?"

"사장님."

"강릉 발전소는 매일 소모되지도 않는 전기를 불필요하게, 어마어마하게 생산한다지? 핵융합로 가동시험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 전기는 죄다 어디로 가는 건가?"

백동원은 식은땀을 흘리는 신차빈 기조실장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다 알고 확인하러 온 거니 말하게. 그동안 받아먹은 돈값은 해야 할 거 아닌가?"

"그것이……."

"소형 핵융합 배터리인가, 아니면 무선 전기인가? 전자라면 발전소에 왜 그런 큰돈을 써서 황금 안테나를 세웠나?"

"저는 아무것도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만하면 충분해. 밥줄 끊지는 않을 테니까 어서 가봐."

신차빈 기조실장은 도망치듯이 떠났고, 백동원은 한참 동안 혼자 우두커니 앉아만 있었다.

그간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들어간 돈과 시간, 노력을 물끄러미 되새기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곧 비서실장을 불렀다.

"하수영이 그 친구가 이상할 정도로 청담동 부동산 수집에 집착한다지?"

"예. 어쩌면 청담동 전체를 개인사저로 만들려는 게 목적이 아닌가 들 정도로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백두자동차 청담출장소가 지금 땅값이 얼마나 하지? 한 3,000억 하나?"

"토지와 건물 합쳐서 그 정도……."

"등기권리증 준비해 놔."

"예?"

"그래도 굽히고 들어가는데 방문상대가 좋아할 선물은 준비해야 할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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