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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62화 (1,062/1,270)

프랜차이즈 갓 1062화

248장 차라리 슈퍼을이 되어주면 (4)

무선 전기의 존재를 아는 이는, 미국인 중에서도 열이 채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대통령, 과학수석, 극소수 전력사업 관계자 등을 제외하면 얼마 안 된다.

하지만 연기가 나면 화재를 의심하는 법.

수영그룹에 첩보를 집중하는 국가들은 전국 사업장에 보급한 이동식 수소발전기에서 수상한 냄새를 맡아왔다.

전기 스포츠카에 이르러서는 후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향이 강해졌다.

다만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가며 코끼리를 찾는 작업이다 보니, 오류의 편차와 인지부조화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제벡 효과를 이용한 핵융합열전지라고 확신합니다. 안정적 소규모 핵융합 반응에서 일어나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일 겁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세상을 속이기 위한 눈가림에 불과합니다."

핵융합 열을 이용한 배터리라는 주장은, 첩보를 집중하는 국가 수장들이 가장 많이 받는 보고 내용이었다.

"안전 문제만 해결했다면 아주 오래도록 쓸 수 있는 배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성은 이미 수영발전소를 통해 세상에 과시했습니다."

"핵융합 배터리 기술이 적용된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모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8, 90%의 사람들은 충전 무인카의 존재를 믿는다.

그러나 나머지 1, 20%의 사람들은 충전 무인카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철저히 지켜봤지만 목격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첩보기관 역시 마찬가지로, 충전 지원 서비스는 연막용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겁니다. 에릭 로한 박사는 핵융합 반응을 아주 작은 장치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도록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니까요."

"물론 크기가 작은 만큼 시간당 출력량에는 제한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차량을 움직이는 데는 충분한 것으로 보이니, 산업시장에서도 크게 빛을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듈화된 핵융합 배터리를 병렬로 대량 연결한다면, 전기 추진 선박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유능하고 논리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열전효과 핵융합 배터리설(說)은 거의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에릭 로한 박사는 뛰어난 열전효과를 지닌 물질을 개발했거나, 혹은 재현하는 기술을 고안한 게 틀림없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왜 그런 뛰어난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건가? 특허공개는 않더라도 이러이러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공표하는 게 더 낫지 않나? 굳이 24시간 상시 무인 충전이라는 이상한 연막을 지필 의미가 있을까?"

"수영그룹은 아부다비의 국제자원투자회사와 친합니다. 그리고 두 회사는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전 세계에서 토지를 매입하고 있습니다."

"흐음. 계속해 보게."

"만약 핵융합 배터리 제조에 특정한 어떤 자원이 필요한 거라면, 그 자원 확보를 위해 허술한 연막으로 세상의 이목을 흐리게 만드는 것도 좋은 작전입니다."

"허술한 연막이 오히려 더 눈을 흐리게 만들고,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사이에 열심히 광산을 확보하고?"

"수영그룹은 최근 콜롬비아에서 대량의 땅을 농지 목적으로 사들였습니다. 3,000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엄청난 면적입니다."

브리핑 화면에는 곧 수영농장에서 확보한 농지가 지도에 붉게 표시되었다.

"미리 확보한 농지에서는 사탕수수와 사탕무를 재배 중이거나, 재배예정입니다. 수영콜라에 넣을 설탕을 만든다는 이유에서지요. 그러나 대다수의 농지가 아직 놀고 있고, 물에서 멀거나 산을 끼고 있는 등, 농지로서는 그리 좋은 여건은 아님니다."

상급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 낭트 지역에 록히드마틴 코즈펠트 이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대규모 농지를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낭트? 거기에 쓸 만한 지하자원이 묻혀 있었던가?"

"알 수 없습니다. 확보한 토지의 대부분은 진짜를 숨기기 위한 교란 용일 겁니다."

수영농장이 직접 손을 댄 연해주, 프랑스, 콜롬비아 외에도 국제자원투자회사가 확보하는 광산이나 토지역시 종류와 면적이 많다.

과연 그중 어디에 진짜가 숨어 있을지, 숲에 감춰진 한 그루 나무 찾기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일 수도 있고, 이미 알려진 광물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충분, 아니, 넘치도록 확보를 마친 뒤에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할 겁니다."

"그게 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겠군."

차를 직접 뜯어볼 기회가 있다면 의심 방향이 조금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차를 입수할 기회가 없었고, 지닌 상식으로 정황을 판단하기에는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간혹 정황을 벗어난 상상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다.

열 명의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 엉뚱한 발상이 있는 법이니.

"혹시 전기를 전자기파에 실어서 전송하는 방식은 아닐까요?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10미터 이내 무선 송전이 성공하기도 했고."

"전송에 성공한 에너지는 1%도 채 되지 않고, 주변의 고무가 전부 다 녹아버린 실험 말입니까?"

"하지만 에릭 로한 박사라면, 어쩌면 완벽한 지향성 송전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100% 완벽한 지향성 송전을 완성했다고 쳐요. 하지만 강력한 흡수장이 발생해서 한국의 무선통신망이 모조리 엉망이 되고 말 겁니다."

"……."

"무선 송전은 방류성이든 지향성이든 간에, 무조건 발각될 수밖에 없어요. 발각되지 않는 무선 송전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요. 이 유니버스 물리엔진을 아예 다른 버전으로 갈아치우기 전에는 말입니다."

가장 진실에 가까이 닿은 추측은,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소수의견이었다.

***

장효주는 전기 스포츠카를 타고 처음 독도 펜션을 간 날부터 의구심을 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깊이 파고들지 않고 넘어갔다.

당장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 뭔가 의구심이 있어도 넘어가는 게 보편적인 반응이다.

그런 거 하나에 매달리기에는, 그녀는 너무나 바쁜 국민 인싸였으니까.

그래도 SNS에 자랑용으로 전기 스포츠카 사진을 올렸을 때 달린 무수한 댓글들을 대충 훑어보기는 했다.

"차 고마워요. 진짜 좋네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입니다. 효주씨 차는 특별히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땀 한 땀 만들었어요."

"1호기보다 더 많이 신경 써서 만들었어요?"

"거의 똑같이 신경 써서 만들었어요. 제작 선후 말고는 차이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나중에 말년에 혹 돈 없으면 경매에 팔아도 되겠다."

"연금용 CF 상품 하나 해줘요?"

"연금용 CF는 뭐예요?"

"CF 출연료를 나중에 연금처럼 매달 나눠줄 수 있어요. 한 달에 1억씩 죽을 때까지, 압류 못 걸게 만들어서 주면 되죠."

"압류를 못 걸게 만들 수 있어요? 국민연금도 아니고 그게 가능해요?"

"안 되는 게 어딨습니까. 명의만 바꿔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안 할래요. 왠지 그거 하면 나중에 정말 망할 거 같아서. 그리고 제 돈 관리 잘해요. 망할 일 없으니까 걱정 말아요."

"하긴, 원래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말, 요즘에는 '하수영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바뀌어서 밈 도는 거 알아요?"

장효주는 요즘 매일같이 전기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

하수영이 선물한 차라는 것도 있지만, 성능과 디자인, 편의성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릴 때 여배우의 하차감을 한층 더 돋보여주는 효과도 크고.

"근데 핵융합 배터리라는 말이 있던데. 어려워서 잘 모르겠지만, 정말 그런 거예요? 저도 충전카는 한 번도 못 본 거 같아서 좀 이상하긴 하더라고요."

큰 의미를 가지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본 댓글에서도 '정말 특별한 배터리라면 당장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거다.' 라는 의견이 있었으니까.

대답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그냥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질문.

"아, 그게 아니고 사실은 무선 전기예요.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면 안 됩니다?"

"무선 전기? 아, 혹시 핸드폰 무선 충전 같은 그런 거예요?"

"네, 바로 그거죠!"

"신기해라. 기술 진짜 많이 발전했네요. 알았어요. 아무 데도 말 안할게요."

"……안 놀라요?"

"놀라고 있는데요? 기술 많이 발전했다고 감탄했잖아요, 방금."

"아니, 그게 어딜 봐서 감탄하는 얼굴입니까?"

"엄청 감탄했는데요?"

"……."

하수영은 얼이 빠져서 말을 잃었고, 프리덤은 지켜보면서 조용히 생각했다.

-역시 이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응이지. 마스터는 장효주 님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셨다. 무선 전기라고 알려주면 크게 놀라며 본인을 숭배하듯이 우러러볼 거라고 생각하시다니…….

그러나 창조주의 실망을 두고 볼수는 없는 법.

프리덤은 즉시 끼어들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1경 달러 이상, 숫자적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기술입니다. 당장 세계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그래? 대단하구나."

「마스터는 지금 그런 아주 특별한 비밀을 장효주 님과 공유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첫 번째 여자죠. 보안울타리 밖에서 말입니다.」

"……어머. 그런 거야?"

그제야 장효주의 표정이 확 달라지며, 큰 감동을 품은 눈으로 하수영을 바라본다.

프리덤은 속으로 의기양양했다.

-내가 또 마스터를 위해서 제대로 지원사격을 했군. 보셨습니까, 마스터? 이것이 바로 여자가 감동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방법…….

"내가 첫 번째 여자면, 두 번째 여자도 곧 생기겠네? 역시 정서희 씨겠지?"

"……."

「…….」

"왜 둘 다 말이 없어요? 아, 혹시 사실은 정서희 씨가 진짜 1위인 거예요?"

「절대 아닙니다. 장효주 님이 첫 번째이십니다.」

"어쨌든 유일한 여자는 아니라는 거네? 그렇지?"

「…….」

한동안 정적이 하수영과 프리덤을 점령했다.

장효주는 손으로 가볍게 부채질을 하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저한테 말한 거 보니 그거 같네요. 비공개로 쭉 유지했는데 세상이 너무 오래 몰라주니까 서운해서 나한테 말한 거죠? 수영 씨는 우쭐에너지 가끔씩 충전해 줘야 하는 남자잖아요."

하수영은 그제야 겨우 대답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요."

"공개하긴 싫은데, 또 너무 혼자만 알고 있으면 재미없으니까 적당히 질투하는 선에서 세상이 알아주면 좋겠고, 전기 스포츠카 파는 거 보니까 그게 기왕이면 백두자동차면 더 좋고, 그러다 세상이 다 알면 어쩔 수 없지만 그건 그거대로 즐기면 되고, 이거 맞잖아요."

"……."

말이 없는 하수영의 반응에 프리덤은 생각했다.

-역시 장효주 님이시다. 나의 창조주를 저 정도로 몰아넣을 수 있다니.

-장효주 님의 분석이 맞는 거 같다. 으윽, 분하군. 내가 누구보다 마스터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실수인 척 백두자동차에 슬쩍 흘려줄까요? 딱 수영 씨가 원하는 만큼만 핀포인트로 정확하게 정보 유출해 줘요?"

하수영은 졌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수위 조절 잘할 수 있어요?"

"그럼요. 각본 가지고 노는 거, 저한테는 일상이잖아요."

"그럼 부탁합니다. 사례로 제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 CF?"

"음, 별로 바라는 건 없는데, 아! 저랑 같이 청불 로맨스 한 편 찍을래요?"

"잠깐 당황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제 평온심을 깨뜨리는 멘트였습니다. 인정할게요."

장효주는 깔깔거리면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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