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61화 (1,061/1,270)

프랜차이즈 갓 1061화

248장 차라리 슈퍼을이 되어주면 (3)

130km/h로 달리다가 사고가 났다니.

만사를 제쳐 두고 헬기 타고 강릉으로 이동하는 동안, 백동원은 몇 번이고 분노와 걱정을 터뜨렸다.

철부지 사고뭉치 망나니 아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늦은 나이에 우연히 얻은 귀한 아들이다.

첫 손주보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에게는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정략으로 맺어진 재벌 부부 사이에서는 보통 늦둥이가 생기기 힘들다.

'내가 그날 만취만 안 했어도…….'

막내에게 큰일이 생긴다면, 이십몇년 전 그날 만취한 그 날을 진짜로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

'이송을 해도 왜 그런 시골구석으로…….'

아무리 청담수영병원 분원이라지만, 강릉에 있는 분원 시설이 얼마나 열악하겠는가.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생각은 바뀌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규모는 작지만, 깔끔하고 체계가 잡혀 있다.

언뜻 안내판을 봤는데, 종합병원이상으로 과가 갖춰져 있다.

그는 성큼 원무과 앞에 섰다.

"백세철이라고, 응급 후송된 환자 있지? 내 아들인데."

"백세철 환자분이라고 하셨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강릉 토박이로 보이는 원무과 직원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금 정밀검사 중이신데요. 1층 B구역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면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백동원은 대답도 하지 않고 B구역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MRI촬영실에서 나온 막내를 볼 수 있었다.

"세철이, 이놈아!"

"어. 아빠? 여긴 왜 왔어?"

"너 이놈의 자식! 차 훔쳐서 놀러 갔다가 사고 났다고 해서 달려왔다!"

"아, 어쩔 수 없었어. 멧돼지가 끼어들어서. 아무튼 멧돼지 탓이니까 또 카드 정지시키지 좀 마."

백세철은 얼굴을 보자마자 짜증을 부렸다.

일단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인다.

이마가 조금 부어 있기는 한데, 아마도 에어백 충격인 듯싶었다.

백동원은 아들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물었다.

"어디 부러진 데나 다친 데는 없냐?"

"없어. 와, 그 차 진짜 죽이더라. 멧돼지가 튀어나오니까 갑자기 핸들하고 브레이크가 제멋대로 돌아가는데! 내가 운전 계속 했으면 아마 아빠보다 저승 선배 먹었을걸?"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아! 말본새가 대체 그게 뭐냐!"

"엄마아빠가 맨날 오냐오냐 키워서? 아무튼 그거 끝내주더라. 아빠, 나 그걸로 여러 대 좀 사줘. 2천만 원도 안 한다면서?"

"됐고, 주치의 어딨어?"

갑작스레 재벌 사장을 만난 젊은 주치의는 상당히 얼어 있었다.

시골 의사가 잘나 봐야 얼마나 잘나겠나 하는 아니꼬운 마음에, 백동원은 거친 말투부터 나갔다.

"너, 대학 어디 나왔냐?"

"예? 한국대 의대 나왔습니다만."

"한국대가 강릉에도 분교가 있었냐?"

"아, 아닙니다. 서울 캠퍼스 나왔습니다."

"근데 왜 이런 촌동네에서 의사를 하고 있어? 실력이 없는 거냐, 사고를 친 거냐?"

단순한 재벌의 권위의식이 아니었다.

아들의 상태에 관해서 의학적 설명을 듣는 시간을 내기 위한 가늠이었다.

자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수영병원은 본원과 분원에 규모외의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모든 의료진은 의무적으로 분원에서 순환근무를 해야 합니다."

"그래? 실력이 모자라서 쫓겨 왔다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실력 출중하신 교수님들도 예외는 없습니다. 필드 의료진은 무조건 순환근무입니다."

헬기 이동부터 숙소까지 모든 걸 병원에서 책임지기에 순환근무로 인한 부담은 적었다.

퇴근하고 서울에 오고 싶으면 즉시 헬기를 제공하는 것도 컸다.

거기까지 설명을 들은 백동원은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

'병원 운영이 무슨 이따위야? 분원직원들 이동시키는 데 몇조씩 돈을 쓴다고?'

1,400억짜리 헬기를 병원 간 이동수단으로만 다수를 운영하는 게, 말이 되는가?

"영상 판독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나 괜찮다니까. 그니까 그 차나 몇 대 더 사줘. 밟아보니까 죽이더라고."

"넌 좀 닥치고 있어. 김 실장, 이 녀석 빨리 데려가서 헬기에 실어."

"네, 사장님."

"자네는 결과 나오는 대로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젊은 의사는 빳빳하게 군기가 들어서 대답했다.

"아빠! 우리 지원이는?"

"알아서 처오라고 해."

신경질적으로 막내에게 화를 내고, 백동원은 곧바로 강릉을 떴다.

헬기에 타자마자 그는 전화를 걸었다.

"김 이사. 차는 회수했나?"

-네, 블랙박스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영상이 정말 대단합니다.

"뭐가 대단한데?"

-직접 보시면서 브리핑을 들으시는 게 훨씬 나으실 거 같습니다.

"알았다. 내 금방 가지."

***

연구실에 도착한 백동원은 기술이사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일단 블랙박스 카메라 성능이 매우 뛰어납니다."

"음, 확실히 화질이 좋군."

보통 고성능 블랙박스라고 해봐야 화질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에 재생되는 영상은 마치 자연다큐 영상처럼 선명하고 폭넓은 화질과 색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로그 기록을 보면 바위 뒤에서 멧돼지가 머리를 조금 드러내는 순간부터 자율주행 AI가 경계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머리가 조금 나왔을 때부터?"

"네, 기존 자율주행 차량들의 센서로는 이것을 위험요소로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Acinonyx jubatus는 이미 멧돼지라는 걸 인지하고 대비에 들어간 겁니다."

"……그런 게 가능한가?"

"광학 영상을 보고 저게 멧돼지라고 스스로 판단을 한 겁니다."

그 뒤에도 기술이사는 흥분해서 이것저것 긴 설명을 늘어놨다.

기존 AI는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산출에 근거한 기계학습으로 판단을 한다.

그래서 0.01% 이하의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서 전혀 엉뚱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사람 눈으로 보면 당근인데 갈매기라고 오인하는 것.

하지만 프리덤은 사물을 판단할 때 반복적 기계학습이 아닌 직관적 추론 연산을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래서 사람의 기준과 거의 흡사한 사고나 판단이 가능하다는

"됐고, 아무튼 열감지 센서가 아니라 광학 영상 모양을 보고 멧돼지라고 판단했다. 이 소리 아닌가?"

"예, 맞습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사고 가능성을 인지한 후에 보인 주행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그리고 아찔한 주행이 이뤄졌다.

고속주행 중에 멧돼지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핸들이 확 꺾였고, 덕분에 주행안전장치가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관성이 크게 흔들렸다.

더군다나 맞은편에서는 화물차도 달려오고 있는 상황.

이에 차량은 침착하게 가드레일에 부딪쳐 운동에너지를 줄이고, 튕겨 나가면서 반대쪽 토사 더미를 긁으며 또 한 번 속도를 줄였다.

맞은편 차량과 급경사 가드레일이라는 마지막 선택지 앞에서는 일부러 큰 나무를 박아서 강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차량 1인칭 시점으로 보니, 스턴트영화가 따로 없었다.

"탑승석 프레임의 안정선까지 속도를 줄이고 최후 수단으로 나무에 들이박았습니다. 차량은 전손됐지만 도련님과 동승자가 거의 다치지 않은 이유입니다."

"……."

"만약 맞은편 차선만 비어 있었으면 범퍼 좌우가 좀 긁히는 선에서 끝났을 겁니다."

"이게…… 북미에서 무과실 사고 100% 자율주행의 저력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순간적인 상황 판단 능력이 너무 대단합니다. 일반적인 AI로는 도저히 흉내 낼수 없습니다."

프리덤 헤슬라 모델이라고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사고들은 전부 외부 과실 100%로 판명이 났다.

또한 사고 순간 프리덤이 보인 회피 기동은, 스턴트 곡예를 아득히 뛰어넘는 레벨이었다.

유명 F1 레이서들도 하나같이 머리를 흔들며 '말도 안 되는 드라이빙'이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

조수석, 뒷좌석, 어디가 비어 있는 지까지 계산해서 탑승자의 부상을 그때그때 최소화하는 알고리즘은, 헤슬라도 혀를 내둘렀으니.

굳은 얼굴로 보고를 들은 백동원이 말했다.

"전손이라고 했지?"

"예, 사장님."

"배터리에 붙은 그 보안장치는 어떻게 됐나?"

"사고 충격으로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외장이 깨지면서 내부 배터리 역시 노출되었습니다."

"그럼 수영모터스에 들키지 않고 마음껏 뜯어볼 수 있겠군?"

"예, 이미 그것도 따로 배터리 연구팀에 분배해서 분석 중입니다."

"좋아. 특별한 게 나오면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사장님."

분명히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한 게 틀림없으리라.

'무인 충전 서비스라니. 왜 그런 허술한 변명을 지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경쟁사에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금방 눈치챌 거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걸 수도 있다.

백동원은 배터리 시장에 걸어놓은 포지션을 잠시 확인하며 흐뭇해했다.

나중에 오피셜이 뜨면, 막대한 수익으로 몸집을 불려서 돌아올 것이다.

흐뭇함은 이내 사라지고, 곧 불안이 가슴에 싹트기 시작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자율주행모듈 도입이 실패로 돌아간 후, 백두자동차는 나름대로 생로를 추구했다.

전기차보다 주행거리에 유리한 수소연료전지 차량에 더욱 투자를 하고,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장 플랜도 다시 세웠다.

헤슬라에 한국 시장만큼은 뺏기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국회와 정부에 더욱 알찬 로비도 했다.

백두자동차의 국내 점유율을 지켜 줄 든든한 백기사 법률을 열심히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헛된 듯한 허탈함이 느껴진다.

"자율주행에, 엔진보다 힘 좋은 모터에, 이제는 배터리까지……."

스포츠카를 판매한 것은 아마 성능과 기술력의 과시이리라.

'저런 슈퍼카도 만드는데, 4인승승용차 같은 건 진짜 쉽겠지.'

라는 이미지 구축을 노렸을 수도 있다.

"차라리 우리 회사가 모터와 배터리를 납품받으면……."

그럼 자율주행 모듈까지 납품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청이 하청 앞에서 쩔쩔매는 구도로 굳어져 버린다.

그리고 자존심을 굽히고 들어간다 해서, 과연 수영그룹에서 받아줄까?

이미 몇 번이나 굽히고 들어갔음에도, 수영그룹에서는 거래를 받아들인 적이 없으니.

제시한 조건이 빈약했다는 생각은, 백동원으로서는 아직 미흡한 영역이었다.

***

수영모터스에서 스포츠카 19대를 추가로 판매했다.

양산 라인업이 준비되지 않은 탓에, 한 달 생산량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일 년 동안 열심히 고생해도 몇백대 수준에서 그칠 것이다.

어쩌면 연 200대를 넘으면 다행일수도.

구매자는 추첨을 통해 정해졌다.

여자 8명, 남자 11명.

나잇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었으나, 그 이상은 없었다. 직업 또한 기술직부터 학생, 전문직과 현장직, 영업직까지 다양했다.

1차 공개판매가 끝나고, 2차 예약판매를 받기 시작했다.

물량은 겨우 12대.

경쟁률은 네 자릿수를 돌파했고, 사람들은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추첨에 임했다.

1차 공개판매 구매자로부터 웃돈을 주고 리세일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충전 서포트 서비스가 중지 된다는 경고에 포기했다.

그렇게 조금씩이나마 물량이 풀리면서, SNS에서 묘한 의문이 돌기 시작했다.

-근데 수영모터스 충전 무인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사람 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