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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59화 (1,059/1,270)

프랜차이즈 갓 1059화

248장 차라리 슈퍼을이 되어주면 (1)

하수영은 호화로운 은퇴 생활을 위해서 전생의 오버테크놀로지를 필요할 때마다 갖다 쓴다.

여기에는 원칙이 있다.

지금 문명 수준에서는 기술 복사등 2차적 활용이 일절 불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

즉 지구인들은 군말 없이 사용만 할 수 있고, 그걸 활용해서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거나 축적할 순 없어야 한다.

그래서 아예 복사나 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격차가 심한 기술만 갖다 쓰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에 쓰이는 입자집합명령 장치.

핵융합 발전소에 쓰이는 오브.

반수성 처리가 된 금속.

무선 전기.

기본적으로 하수영은 보안을 지킨다.

하지만 완벽한 보안을 원하지도 않는다.

'너희 집에는 이런 거 없지? 그런데 난 있다고. 나 혼자만 쓴다고. 흐흐흐.'

라는 음습한 희열이 주기적으로 솟구치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살다 보니 가끔씩 별쓸데없는 이벤트를 벌이고, 거기에서 답답함의 해소를 느낀다고 볼 수 있으리라.

완벽한 보안을 추구했다면 레일건 따위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면적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좁은 농장 면적을 유지하지도 않았으리라.

그것은 문명에 보내는 조소이자, 놀이이며, 유흥이었다.

뭔가 의심스럽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말도 안 되지?

그럼 열심히 조사하고, 물어뜯고, 상상해 봐.

하지만 나한테 물어봐도 쉽게는 안알려줄 거야.

라는 감정이 잔뜩 녹아 있는 포지 션인 것이다.

국내에서 얼마 안 되는, 무선 전기의 존재를 아는 정영술 과학수석을 기뻐하며 맞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원님. 수영모터스 출시 차량들, 무선 전기로 충전되는 거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정영술은 잠시 이마를 짚은 뒤 말을 이었다.

"무인카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상시 충전한다는 것은 위장일 테고요."

"그렇지요."

"그런 위장이 먹히겠습니까? 지금이야 풀린 물량이 몇 대 안 되니까 공론화가 안 돼서 그냥 넘어가는 거지만, 시간이 지나고 물량이 쌓이면 결국 날카로워진 의심이 호주머니를 뚫고 나올 것입니다."

정영술의 목소리는 왠지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만 같았다.

"지금도 8인의 구매자 전부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그중 2명은 매우 의심스럽게 여기며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백두자동차 백동원 사장도 그중 한 명이고요."

"그래서 좀 아쉬워요. 아니,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 둘 다."

"……예?"

"다들 상상력이 왜 그렇게 빈곤한지. 무선 전기는 왜 생각도 못 하고 엄청 좋은 배터리를 위장 다운스펙으로 달았다,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는지."

"그…… 혹시 수영모터스가 승용차시장에 진지하게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백두자동차의 가장 큰 시장은 승용 차.

하지만 수영모터스는 승용차 모델은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다.

대규모 자동차 공장을 세울 낌새도 없다.

아직까지는 부자가 취미로 소소하게 스포츠카와 캠핑카 정도를 수제로 만든다는 수준.

"아뇨. 제가 수영모터스를 만든 건 전기 화물선을 염두에 둔 것 때문입니다."

"전기 화물선을 염두에 두시면서, 왜 전기 스포츠카를…… 아!"

"모터 실적이 있어야죠. 유럽은 실적도 없는 모터를 단 화물선이 입항하는 걸 반기지 않을 테니까요. 앞으로 거기에 식량 많이 팔아먹으려면, 그쪽 기준에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잖아요."

무선 전기의 존재를 아는 정영술은 이런 이야기를 터놓고 나누기에 편하다.

"이참에 우리 수영그룹에서 쓰는 모든 엔진을 모터로 대체하기 위한 밑준비도 다지는 겁니다. 화물선, 트랙터, 트레일러, 캠핑카, 헬리콥터…… 그만큼 로한 박사가 만든 모터가 힘이 아주 좋거든요."

"그래서 전기 스포츠카를 만드신 겁니까?"

"네. 한 10만 대 정도 판매 실적 쌓으면, 나중에 화물선용 모터를 만들어서 납품해도 남들 보기에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요. 유럽에 입항금지 되는 일은 없겠죠."

"그럼 지금 백두중공업에서 건조중인 화물선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안타깝지만 시간문제 때문에 그냥 LNG추진선박 그대로 만들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이제 와서 설계 변경을 할 수도 없고요."

"나중에 헤슬라에 모터를 납품하실 겁니까?"

"거기에 납품을 왜 해요? 자동차 시장은 정말 생각 없습니다. 스포츠카도 실적용이라서 손해 보면서 싸게싸게 1,900만 원만 받는 겁니다."

밑지고 판다는 말처럼 노골적인 거짓말은 없다.

하지만 그 스펙에 1,900만 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그런가?'하고 갸웃거리게 만든다.

정영술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은 아니고,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온 궁금증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청와대라는 말을 되게 돌려서 하시네요. 암튼 뭔데요?"

"혹시 백두자동차에 모터를 제공할 의향은 있으십니까?"

"아뇨. 제가 왜요?"

"어차피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실 마음은 없고, 안정성 실적용 스포츠카에 몰두하실 생각이라면, 백두자동차에 판매하는 게 수영모터스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무선 전기를 공개하자는 건가요? 백두자동차에 무선 전기를 짠 하고 달아주자는?"

"아닙니다. 그냥 모터만 제공하는 게 어떻겠냐는 게 최상부의 생각이십니다."

"전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50㎞만 달려도 배터리 방전되는 모터를요? 무선 전기 없으면 아무 쓸모없을 텐데."

"……."

정영술은 애초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았다.

사돈재벌인 통신사에 무선 전기를 안겨주려던 게 좌초된 대통령이 백두자동차에 영업을 하려는 의지를, 일개 수석보좌관인 자신이 꺾을 수는 없었다.

중개를 서고 수수료를 잘 챙겨보겠다는 의지가 워낙에 굳건했다.

"쯧짓, 기술은 그저 기술일 뿐이어야 하거늘,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잣대 위에서 이리저리 고생이 많으시네요. 수석님."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명을 다하는 자리라서 항상 보람이 넘칩니다."

"잠시 술 한 잔 하실까요?"

갑자기 술을 권하자 정영술은 의아했지만, 좋은 신호라 생각하기로 했다.

"수석님, 뭐 드실래요?"

"저는 맥주를 마시겠습니다."

하수영은 그에게 차가운 맥주를, 그리고 자기 몫으로는 위스키를 가져왔다.

위스키를 병맥주 마시듯이 뚜껑을 제거하고 건배를 할 때는 정영술도 조금 기겁했다.

설마 병째로 마시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정말 병째로 마셔버린다.

"제가 사실 모터와 무선 전기 때문에 복잡한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시겠지요. 이해합니다."

"아뇨! 수석님은 이해 못 하실 겁니다."

자신은 아직 맥주 반병도 못 마셨는데, 하수영은 어느덧 다음 병을 따고 있었다.

"화물선 모터 실적 쌓으려고 스포츠카부터 시작한 건 맞습니다. 족보없는 모터 쓴 화물선이면 유럽 깡패새끼들이 견제한답시고 시비 걸어올까 봐 그랬죠."

"……."

"그런데 스포츠카를 만들어 보니까 성능이 너무 좋은 거예요. 무선 전기로 계속 굴러가는 자동차가 좀 좋아요? 심지어 힘도 세죠. 그러다 보니 백두자동차가 자꾸만 걸리더라고요."

"……어째서입니까?"

"일단 설명부터 하죠. 우리 모터와 무선 전기는 패키지로 차량에 달아야 합니다. 그래야 의미가 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동차 사업, 모터 사업을 할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농기구들에 달 모터제조사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순식간에 위스키가 3병째를 맞이한다.

정영술은 하수영이 만취했을 거라 생각하면서, 전혀 꼬이지 않는 분명한 발음이 신기했다.

"그런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욕심…… 이해합니다. 원래 사업이라는 게 그렇지 않겠습니까? 내가 전혀 생각이 없던 분야라도 그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성공 가능성이 분명히 보이면……."

"백두자동차가 '무선 전기 모터'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좌절하고, 절망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들이 투자한 수소연료전지 차량 프로젝트를 저주하고, 생산 중인 전기 승용차들을 미래 악성 재고로 불안에 떨며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

정영술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또박또박 분명한 발음과 논리정연한 서술이 아니었다면, 술에 취해서 정신을 잃은 건가 생각했을 내용이었다.

"무선 전기 모터는 공개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걸 많이 팔아서 돈 많이 버는 것보다, 좋은 걸 나 혼자만 쓰는 게 더 뜻깊으니까요. 돈은 쓸만큼만 있으면 되거든요."

"의, 의원님."

"근데 슬그머니 욕심이 생기네요. 백두자동차가 딱 좌절할 만큼만 진실에 눈을 떴으면, 딱 핀포인트로 그만큼만 보안이 느슨해졌으면 좋겠네요."

정영술은 퍼뜩 생각했다.

하수영이 전기 스포츠카에 일괄적으로 보증한, 충전 서포트 서비스.

자신은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의심이 커지며, 결국 충전무인카가 없다는 걸 소비자들이 알게 되리라는 것을 경고하러 왔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적당히 좋은 건 많이 만들어서 널리 파는 게 좋고, 아주 좋은 건 혼자만 사용할 때 더 좋은 법이죠. 그리고 그걸 누군가가 알아줄 때, 그게 가장 소유욕과 질투에 시달리게 될 대상일 때, 매우 좋은 것이죠."

"……."

"사실 명품이라 자칭하는 사치품들이 그런 거거든요. 에르메스에서 잘나가는 라인업은 로고가 없어요. 그래서 그냥 보면 에르메스인 걸 모르죠."

이제 4병째.

정영술의 맥주는 여전히 1/4 이상이 남았고,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싫어서 로고가 숨겨진 에르메스를 입었지만, 그래도 한 명쯤은 알아봐 주고 그걸 '나 모르게' 자기들끼리 수군거려주는 거. 명품이라는 게 그럴 때 가장 입은 보람이 나는 거거든요. 뿌듯하죠."

"제가 명품하고 거리가 멀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는 어느 정도 알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수석님이 중간에서 잘조율해 주세요. 백두자동차, 이놈들이 너무 눈치가 없어서 자꾸만 엉뚱한 샛길로 빠지고 있거든요."

"그게 무슨……."

"샛길로 안 빠지고 똑바로, 제가 의도한 길로 좀 나아가게끔 중간에서 잡아주십사 합니다."

정영술은 순간 피가 마르는 느낌을 받았다.

정치질과는 거리가 먼, 순전히 드라이한 실력 하나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그였지만, 이게 거래 제시라는 것은 그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백두자동차에 무선 전기 모터의 존재를 알리시는 게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내가 에르메스를 입었다고 먼저 말하는 것만큼 꼴불견이 어딨습니까? 자연스럽게 가디건 벗으면서 슬쩍 로고가 티 안 나게 보이는 게 중요하죠."

"……백두자동차에 무선 전기 모터를 공급하실 마음은 없는 거죠? 어찌 되었든 간에?"

"네. 약만 올리면 됩니다."

"왜 그러시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정영술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하수영은 조용히 다음 병을 개봉했고, 정영술은 간이 파열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프리덤 자율주행 독점권을 달라고 헛소리할 때도 제가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어차피 실비아컴퍼니 업무였고, 제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

"제가 요즘 만년째 게으름이 심해서, 웬만한 건 그냥 참고 웃으며 넘깁니다. 원래 따지고 혼내고 받아주는 것도 빌드업 소모가 심하거든요. 하지만 묶어서 처리할 기회가 생기면 겸사겸사 후불 청구를 하죠."

"그러니까 예전에 저지른 무례를 귀찮아서 묻어두고 있었는데, 모터가 개발된 김에 백두자동차에 멘탈 타격도 한 번 주고 지나가야겠다, 이런 뜻입니까?"

하수영이 천천히 끄덕이자 정영술은 문득 생각이 났다.

"청담동 모터쇼 경매에서 재벌 중에서 백동원 사장만 유일하게 당첨이 된 것도……."

"다른 7명은 조작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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