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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55화 (1,055/1,270)

프랜차이즈 갓 1055화

247장 답답해서 내가 공장 (4)

대로는 물론이고 블록이 통째로 넘쳐 날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로한을 목놓아 불렀다.

핏이 딱 떨어지는 슈트를 입은 로한은 스크린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그저 성큼성큼 걷기만 하는데도 여성 팬들이 자지러질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어떡해! 어떡해! 너무 잘생겼어!"

"나 에릭 오빠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거 처음이야! 미칠 것 같아! 꺄아악!"

로한은 팬들의 울부짖음을 당당하게 뚫고, 레드 카펫을 걸어서 전시관으로 들어섰다.

그 뒤는 장효주가 치렁치렁한 파란 드레스를 입고 손을 흔들면서 들어갔다.

그 다음으로 유명 연예인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등장해서 환호를 받으며 들어섰다.

모든 연예인들이 들어가고, 이제는 재벌 기업가들 차례였다.

서해그룹 이현덕 부회장은 세단 안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광대라도 된 기분이군."

열광하는 일반인들 사이를 걷는 기분은 괜찮다. 이미 여러 번 경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주역이 아니라 one of them이라는 것이 자존심을 끓게 만든다.

'하수영 회장 초대만 아니었어도.'

서해전자는 이미 서진파운드리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구도가 아니었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경매 따위는 초대를 받아도 안 왔을 것이다.

"부회장님, 이제 일어나셔야 합니다."

"음."

이현덕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세단을 나섰다.

연예인들 다음 순번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기업가들 중에서는 1번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래, 원래 광대들이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돋워놓은 뒤 진짜가 나서는 법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당당하게 카펫을 걸었지만, 별다른 호응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관객들은 앞선 연예인들한테 감동의 기력을 전부 쏟아낸 듯하다.

그 뒤를 이어 재벌가들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현장 출동한 기자들은 전대미문의 재벌 일가 총출동에 빠르게 속보 기사를 써서 내보냈다.

[속보! 서해그룹 이현덕 부회장, 청담동 모터쇼 참석!]

[속보! 재현그룹 우재현 회장, 청담동 모터쇼 참가!]

[울진그룹 진우빈 회장도 청담동모터쇼에 모습 보여.]

상위 19개 재벌 일가를 총출동시킨 하수영의 초대장 파워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온갖 유명 스트리머들이 현장에 모여서 쇼에 참가한 연예인, 재벌 인사들의 프로필을 소개하며, 사이버후원을 한 푼이라도 더 긁어모으기 위해서 발악하는 중이었다.

"우리 올챙이들. 봤어, 봤어? 서해 그룹 차기 총수도 오늘 쇼에 초대받았대!"

"수영그룹에서 기가 막힌 전기차를 만들었는데, 하수영 형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구슬땀 흘려가며 만든 1호 모델을 오늘 경매에 부친답니다."

"가장 비싼 낙찰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1호 모델 외에도, 8개의 차량을 더 선보인다고 하네요."

"진짜 그들만을 위한 모터쇼죠. 이 넓은 전시관을 빌려서 딱 9개의 차량만 전시하고, 총관람객은 겨우 몇 백 명이 안 돼요."

"티켓! 티켓이 없으면 절대로 안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오늘 여기 전시관은 완전 통제입니다! 저기 경비들이 눈 부릅뜨고 있는 거 보이 죠? 완전 사각지대가 없네요."

"하수영 형님도 모습 보일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행사 주최자라서 레드카펫은 안 밟으려나 봐요. 아이구, 아쉬워라."

***

전시장에는 총 8개의 차량이 전시되어 있었다.

경매에 부친다는 1호기는 미공개 상태였다.

백두자동차 백동원 사장이 가까이 다가가자 직원이 배꼽 인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본 모델에 관한 설명을 원하십니까?"

"음, 들어보지."

"예. 본 모델은 하수영 회장님께서 수영모터스를 설립하고 9번째로 만든 수제 스포츠카입니다."

"9번째? 1대만 만든 게 아니었나?"

"경매에 부쳐지는 것은 1호 제작카이며, 나머지 8개 모델은 판매되지 않는 전시품입니다. 또한 1호 제작카에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하수영회장님의 노력이 들어간 점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양은 뭐 잘 뽑혔군."

백동원은 심드렁한 척 말하면서 눈으로는 샅샅이 스포츠카를 훑었다.

노란색 2인승 스포츠카의 디자인은 상당히 괜찮았다.

엠블럼만 없으면 국내 스포츠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

"성능은 어떻게 되지?"

"100km/h를 2.4초에 달성하며, 최고속력이 360km/h 입니다. 2,170배터리를 장착했으며 급속 충전을 지원하고, 프리덤 자율주행을 지원합니다."

프리덤 자율주행!

그 단어를 듣자마자 백동원은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프리덤 자율주행 차이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헤슬라에 점점 점유율을 갉아 먹히고 있는 상황.

다행히 헤슬라 프리덤 모델은 북미에서만 유통되고 있다.

국내 시장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수영그룹에서 직접 자동차에 손을 댈 줄이야.

'제발 부자의 심심풀이에서 그쳐야 하는데.'

다행히 수영그룹에서 자동차 조립을 크게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일단 안심은 하고 있다.

인수한 회사들도 자잘한 중소기업이고, 큰 공장 부지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다.

무엇보다 오늘 전시된 8개의 차량 중에서 4인승 승용차는 없었다.

'죄다 스포츠카들뿐이니…… 응? 가만?'

그때 불현듯 눈에 띄는 차량이 있었다.

9대의 차량 중에서 홀로 스포츠카가 아닌, 버스보다 큰 몸집을 자랑하는 캠핑카였다.

백동원은 저도 모르게 홀리듯 캠핑카 앞으로 향했다.

'퍼포먼스를 닮았다. 하지만 아냐.'

앰블럼이 달려 있지 않았으니까.

틀림없이 수영모터스에서 제작한 수제 캠핑카일 것이다.

그는 직원에게 물었다.

"이 캠핑카도 전기차인가? 하수영회장님이 직접 손을 댄?"

그는 하수영이 만들었다고 믿지 않는다.

다만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노동력을 보태 프리미엄을 만들었다는 것은 수긍한다.

"네, 전기 캠핑카입니다. 2,170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최고 150km/h의 속력을 낼 수 있습니다."

"주행거리는 얼마나 되지?"

"70㎞입니다. 최대적재중량 기준입니다."

"다른 스포츠카들은?"

"모델에 따라 상이하지만 스포츠카 중에서 최고 주행거리 모델은 50km입니다."

"스포츠카가 겨우 50km 달리고 뻗어버린다니. 그래서야 자동차로서 무슨 의미가 있나?"

"네, 그래서 라인업 브랜드도 Acinonyx jubatus입니다. 치타의 학명이죠."

백동원은 그만 풉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치타라니.

이 형편없는 지구력에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은가?

"설마 이 캠핑카도 Acinonyxjubatus 브랜드 라인인 건 아니겠지?"

"물론 아닙니다. 캠핑카는 Elephantidae입니다. 코끼리란 의미죠."

겨우 70㎞밖에 이동 못 하는 코끼리라니.

백동원은 우스웠다.

캠핑카의 목적이 무엇인가?

도시에서 훌쩍 멀리 떠나 자연을 벗 삼아 야외의 밤과 낮을 즐기는 게 아니던가?

그런데 풀충전으로 겨우 70㎞밖에 이동하지 못한다면, 그게 캠핑카로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미완성 모델들을 왜 섣불리 공개하는지 모르겠군. 성질이 급해 서인지, 아니면…….'

잠시 차세대 배터리가 혹시 개발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잠시 호흡을 끊어 놓았다.

하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랬다면 굳이 숨길 필요가 있어? 한꺼번에 공개해서 자동차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어 집어삼키려 들었겠지.'

전시 관람이 끝나고, 마침내 본 행사가 시작 개시를 알렸다.

초청객들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경매장으로 이동했다.

미리 준비된 자리에 일일이 안내를 받아 앉자, 사회자가 유쾌한 목소리로 행사를 시작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인, Acinonyxjubatus 1호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치이이익!

안개가 뿜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화려한 조명이 단상 위를 요란하게 뒤덮는다.

원형 단상이 천천히 회전하며, 이윽고 차량의 모습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희뿌연 안개를 헤치고 솟구치듯이 등장한 스포츠카가 당당한 자태를 수많은 초청객들 앞에서 선보였다.

순금에 붉은 유채 물감을 섞어 만든 듯한 묵직한 광택을 자랑하는, 늘씬한 스포츠카의 자태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야, 대단한데?"

"디자인 정말 끝내주는데? 당장에라도 끌고 나가서 가로수길을 질주하고 싶을 정도야."

마치 SF 영화 속에서 스크린을 찢고 튀어나온 듯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심지어 차에 그다지 관심 없는 이현덕조차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1호기의 디자인은 하수영 회장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하셨으며, 전체 프레임도 거의 직접 다 하셨다고 합니다. 경매 낙찰자는 NFT 제작 영상 풀버전을 통해 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치이익! 치이익!

다시 한번 연기가 요란하게 뿜어져 나왔고, 차 양문이 열렸다.

로한과 장효주가 각각 차에서 내리며 차 옆에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남선녀가 좌우에 자리 잡으니, 안 그래도 멋진 차의 존재감이 조명을 찢을 듯이 강렬히 발산되었다.

"제로백 2.4초! 최고 속력 360m /h! 아쉽게도 완충 시 풀주행거리는 50km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낙찰자는 아주 특별한 서포트 서비스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서비스란 말에 홀려 있던 초청객들의 눈빛에 잠시 의아함이 깃들었다.

"바로 수영모터스에서 폐차하는 그 순간까지 반영구적으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배터리 충전에 신경쓰거나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프리카 사막 한가운데에서 방전이 되어도, 그 즉시 서비스팀이 찾아가서 충전을 해드립니다!"

초청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뭐야, 그게 가능해?"

"어떻게 그렇게 하겠다는 거지?"

사회자가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실시간 차량 위치 추적을 하면서 충전팀을 계속 따라 붙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물론 소유주는 충전팀을 절대 보실 수 없을 테니, 사생활이 방해받거나 하는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한 철저한 사생활보호를 장담 드립니다!"

자신 있는 미소를 머금은 로한과 장효주의 모습은, 저 차를 타면 자신도 저 커플 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거라는 착각의 욕망을 마구 자극했다.

"소유주의 신경을 거슬리거나 방해 하지 않으면서, 언제든 즉시 차의 배터리를 충전해 드립니다! 그러므로 주행거리가 너무 짧다고 해서 걱정하실 필요 없이, 마음껏 운행하시면 됩니다!"

대부분은 '그게 가능해? 말도 안되는데.' 라는 의문을 품었다.

막말로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도중에 배터리가 떨어져서 차를 세웠다 치자.

모습을 안 보이고 충전을 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런데 무슨 수로 저런 호언장담을 하는 것일까?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순간, 초청객들은 조금 전까지 품었던 의문을 모두 떨쳐냈다.

그들 모두가 사냥감을 노리는 눈빛이 되어 1호 차량을 노려보았다.

'7,000억. 이 돈으로 낙찰받아서 프리덤 AI 모듈을 제공받는다!'

'몇십억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는데. 한 백억 정도 불러볼까?'

'하수영 의원이 직접 만든 수제 차라면 나중에 큰 프리미엄이 붙을 텐데. 장투한다 생각하고 1,000억 정도 쏟아부으면…….'

'저 차는 반드시 우리 후원회에서 가져야만 한다. 반드시!'

수백 개가 넘는 욕망과 열망, 탐욕이 한데 얽힌 채 눈에 보이지 않는 뜨거운 불꽃을 만들어냈다.

모두 손에 쥔 수기를 단단히 쥔 채, 진행자의 호가를 따라붙을 준비를 했다.

"그럼 시작가를 부르겠습니다! 시작가는 10억……!"

"10억 달러."

"네! 10억 원부터 시작…… 예?"

수기가 아니라 말로 응찰가를 불러버리는 것은 올바른 경매 방식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을 수 없었다.

정장을 입은 반듯한 느낌의 중년남자, 지하크가 팔짱을 낀 채 다시 말했다.

"10억 달러에 매너입찰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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