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54화
247장 답답해서 내가 공장 (3)
[화려한 청담동 모터쇼! 그 서막이 열립니다! D-7일!]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깨끗하고, 가장 힘이 넘치는 슈퍼카를 구입해 보세요!]
[청담동 그라디에이원 백화점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프라이빗 초대장이 조용히 돌기 시작했다.
처음 초대장을 확인한 국민 영화배우는 오랜만에 온 스팸으로 오해하고 신기하게 생각했다.
"스팸은 참 오랜만에 받아보네. 프리덤, 네가 웬일로 이런 실수를 다해?"
「스팸이 아닙니다. 따라서 실수가 아닙니다. 그것은 청담동에서 온 초대장입니다.」
"청담동 초대장?"
「예. 수영모터스에서 간이 모터쇼를 개최합니다. 쇼 목적은 경매입니다.」
"경매라고?"
「수영그룹 하수영 회장님이 손수 제작한 수제 스포츠카 1호 차량의 경매입니다.」
"뭐야? 그럼 프리미엄이 장난 아니겠는데? 진짜 본인이 직접 제작한 게 맞아?"
「네. 전자 초대장에는 인증 영상도 부되어 있습니다. 재생할까요?」
"그래, 한 번 틀어 봐."
프리덤은 곧 초대형 벽걸이 TV와 스스로 동기화한 뒤, 영상을 재생했다.
15분 남짓하게 편집된 영상은 작업복을 입은 하수영이 기름을 잔뜩 묻혀가며 스포츠카를 제작하는 모습이 나온다.
형상을 만들고, 부품들을 조립하고, 가죽 시트를 고정하고, 타이어를 끼우고, 페인트칠을 하고 마감을 하고…….
다른 직원들이 옆에서 함께 하고 있지만, 영상만 보면 하수영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에 참여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이건 파일럿 영상입니다. 낙찰자는 차량 외에 풀영상을 NFT(디지털진품 증명)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정말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한 게 맞나 보네."
「수영모터스 1호 차량이자, 하수영 회장님이 직접 제작한 차량입니다. 아마 그분이 남은 평생 스포츠카 제작에 또 손을 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차량 기술자가 아닌데 안전에는…… 아니아니, 어차피 소장용이니까 그런 건 아무 상관없겠지."
「제품 안정성, 안전성 모두 완벽 합니다. 이미 자동자 제작인증에도 들어갔고, 경매가 끝나는 대로 즉시 운행도 가능하게 조치가 될 겁니다.」
"오, 공도에 몰고 나가도 되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
백두자동차 백동원 사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거 설마 수영그룹에서 자동차 제조업에도 뛰어든다는 신호냐?"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완제품자동차가 아니라 모터와 트랙터에 집중하는 회사로 보입니다. 스포츠카는 기술 과시를 위해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음, 기술 과시라……."
"하수영 회장 본인이 직접 1호 차량 제작에 참여했다고 크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참여를 해야겠지?"
백동원은 내심 불편했다.
수영그룹에서 백두중공업에 메가 화물선 100척을 몰아주는 바람에, 동생이 그룹 내에서 가지는 입지가 너무 커졌다.
백두자동차는 헤슬라에 밀리고 있어 가뜩이나 힘든 와중에, 수영그룹에서 모터스라는 이름을 단 회사를 덜컥 설립하니 긴장이 될 수밖에.
"우리 백두자동차에 프리덤 자율주행 플래폼을 공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사장님."
백동원은 전무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나더러 그 차를 낙찰받으라는 거군."
"예. 제 생각에는 아마 몇십억, 어쩌면 100억 대에서 낙찰이 될 것 같습니다. 하수영 회장의 직접 제작프리미엄, 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고려해서입니다."
"기껏해야 몇천만 원짜리 2인승 만들던 구멍가게에서 찍어낸 차량이야 뻔하지. 모터 하나 말고 바뀐 건 없을 테니."
심지어 하수영이 자동차 기술 전문가도 아니고, 초짜 중의 초짜 아닌가.
100억만 해도 상당히 높게 측정한 아부 값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사장님이 나서서 경종을 울리시는 겁니다. 마지막에 3,000억원 정도 지르셔서 깊은 인상을 남기시는 거죠."
"3,000억이라. 하긴, 나처럼 생각한 놈들이 또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몇 백억 수준이겠지."
"네, 그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비즈니스 제안을 하면 하수영 회장도 분명히 긍정적으로 생각해 줄 겁니다."
백동원은 결심을 굳혔다.
"3,000억 원 가지고 되겠나? 하는 김에 7,000억 원을 쓰지."
"7,000억 원이나! 너무 과한 게 아닐까요?"
"협상 테이블 오픈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과하진 않아. 이건 내 사비로 추진하기로 하고."
백동원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다른 재벌가에도 초대장이 들어갔겠지?"
"천억 이상 자산가와 톱스타 연예인들에게 모두 남김없이 전달된 거 같습니다."
"정치 쪽은?"
"그쪽은 전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구매력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정치인이 이런 행사에서 대놓고 돈을 쓰면서 잘 보일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자기 돈 써서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놈들이 아니죠. 그 반대라면 모를까요."
"그렇지."
***
청담동 하수영후원회 노인들도 초대장을 받고 난리가 났다.
"담합 안 돼. 컨소시엄 안 돼. 다들 알겠지?"
"철저하게 개인승부로 임하는 걸세. 룰 어기는 노친네는 앞으로 바둑 상대 안 해줄 줄 알아!"
"우리 하수영 의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공들여 만든 슈퍼카야. 절대 남에게 넘겨줄 수 없지. 이건 우리 후원회의 자존심이라고."
"이거 한 50년 정도 묵혀두면 가치가 팍 뛰어오를 게 뻔하니 투자로도 좋고……."
"나중에 우리 하 의원이 대통령까지 지내고 나면 도대체 가치가 얼마나 올라 있을지 상상이 안 가네."
"허허, 하수영 대통령이라니. 말만 들어도 꿈만 같아서 설레는군. 그때까지 내가 과연 살아 있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하루빨리 중임제 통과시키고 대통령 출마 연령도 낮춰야 한다니까. 그래야 우리가 살아서 하수영 대통령 보지 않겠나."
후원회의 소박한 소망 하나.
다름 아니라 죽기 전에는 하수영이 대통령까지 지내고 '전직 대통령' 이라는 칭호를 획득하는 것까지 보는 것이다.
현행법과 대통령 선거 주기를 고려 하면, 최소 25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많이 바라지도 않아. 하 의원이 3선 12년 임기 마치고, 클래식 슈퍼카가 프리미엄 붙어서 몇천억씩 했으면 좋겠네……."
"휴우, 상상만 해도 배가 부르는거 같군."
***
장효주는 살짝 어이가 없어서 소리 없이 웃다가 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네, 진심입니다. 효주 씨가 우리 수영농장 마스코트 모델이잖아요. 이런 행사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더러 레이싱걸을 해달라니. 좀 자신 없는데요. 차라리 전문 레이싱걸을 고용하는 게 낫지 않아요?"
"사람들 앞에서 서는 거 잘하시잖아요?"
"대놓고 몸매 자랑 포즈는 안 취해 봤어요. 촬영할 때 말고요."
"런웨이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번에 샤넬 런웨이 잘하시던데. 딱 그 정도만 해주셔도 괜찮아요."
"명품 런웨이요?"
그 말에 장효주는 잠시 고심하다가 눈빛을 들었다.
"전 또 사람들 헐벗고 카메라 수백개 앞에서 섹시한 포즈 취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모터쇼가 다 그렇잖아요."
"이건 모터쇼지만 이제껏 없던 모터쇼입니다. 단 한 명의 VVIP를 위한 프리미엄 스포츠카 경매 행사니까요."
"음……."
"그리고 로한이 운전할 겁니다. 둘이 커플 컨셉으로 나선다고 보면 돼요."
"아, 뭐예요. 진작 그렇게 말했으면 오해 안 했잖아요."
그제야 장효주는 안심했다는 듯이 활짝 웃어 보였다.
"난 또 수영복 입고 차 옆에 서야 하는 줄 알고."
"국민 여배우한테 그런 걸 부탁하겠습니까."
"에릭 씨하고 나란히 서면 그림이야 나오겠지만, 질투 안 나요?"
"제가 왜 질투를 해요?"
"꼭 그렇게 말을 해야겠어요? 제가 안 한다고 하면 어쩌려고요?"
"달콤함을 위장하는 재주는 없어서요."
"왜요. 잘하잖아요, 그거. 수영콜라 제대로 달콤하게 위장했던데."
장효주는 접시 위에 잔뜩 놓인 초콜릿을 한 움큼 집어 들었다.
하수영이 수영설탕으로 직접 만든, 살 안 찌는 초콜릿이다.
"그 차, 예뻐요?"
"물론이죠. 마음에 드실 겁니다."
"저 차 CF는 한 번도 안 찍은 거 알죠? 여배우 장효주가 옆에 서서 홍보하는 차예요. 성능은 몰라도 디자인은 끝내줘야 해요."
"성능도, 디자인도 죽여줍니다. 걱정 마세요."
"믿을 수가 있어야죠. 남자들은 곧 죽어도 디자인보다는 성능파라서."
"걱정 마세요. 디자인 진짜 멋지게 뽑아서 만들었으니까요. 제가 한 땀한 땀 정성 들여 망치질했습니다."
***
청담동 수영모터스 모터쇼&경매는 그렇게 대한민국 상류층 분위기를 후끈하게 달궜다.
연예인들은 이런 화려한 행사에 초청받은 것을 자기 몸값 기준으로 여겼고, 개인 자산가들은 하수영과 인맥을 두터이 다질 기회라 생각했다.
그리고 날 때부터 보석 수저를 물고 있었던 재벌들은 '하급 계층'과 어울리는 것을 상당히 떨떠름하게 여겼다.
"타임제로 나눠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아예 다 같이 한자리에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허허, 이게 무슨…… 보통 이런건 기업가들을 위한 0순위 타임을 따로 빼놓게 마련인데."
연예인, 개인 자산가들과 같은 시공간에서 행사를 보낸다는 게 탐탁지 않은 것이다.
「주인님, 청담동에서 손님의 등급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그런데 내가 왜 저런 딴따라들과 같은 시간대에 함께 모터쇼를 봐야 하는 거지?"
초청장을 받았는데 안 갈 수는 없다.
정확히는 거부할 마음이 없었다.
모처럼 하수영과 자연스럽게 엮일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닌가.
하지만 급이 낮은 것들과 뒤섞여야 한다는 게 자존심 상한다.
「자산 100조 원 미만을 VIP, 100조 원 이상을 VVIP로 분류했거든요.」
"뭐, 뭐야?"
「주인님께서는 VIP티켓을 받으셨을 뿐입니다.」
"아니, 구분을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떻게 하나? 더욱 세밀하고 자세하게 구분을 했어야지!"
「하수영 의원님은 금액을 구분할 때 단위묶음을 큼지막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허허, 100조 원을 기준으로 끊었으면 대한민국 사람들 중 누가 VVIP가 될 수 있겠어? 본인 말고는 아무도 없잖아."
「100조 원 이상은 되어야 모터쇼 VVIP 자격이 있지 않나 하는 게 청담동 생각인 거 같습니다.」
"자존심이 조금 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늦지 않게 스케줄 관리 잘 해다오."
「예, 주인님.」
***
모터쇼 디데이가 다가왔다.
삼성동 대형 전시관몰은 이른 아침부터 완벽한 통제 상태에 들어갔다.
전시관 입구 근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밤새도록 진을 치고 있었다.
모터쇼에 참가하는 유명인들을 보기 위한 팬층이었다.
검은 밴이 스르륵 다가오자 젊은 여자 팬들이 벌떡 일어나서 마구 환호성을 질렀다.
"에릭! 에릭! 에릭!"
"에릭 오빠!"
도로가 뒤집어질 듯한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