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53화
247장 답답해서 내가 공장 (2)
세이브렌이 ODM 생산 이야기를 꺼내자, 당연히 헤슬라 경영진은 반대했다.
"미쳤습니까? 수영그룹은 우리 회사에 가장 중요한 AI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런 수영그룹에 ODM을 줬다가는 결국 우리 헤슬라 자체를 집어삼키게 될 겁니다."
"수영그룹은 더군다나 핵융합 발전소까지 갖고 있단 말입니다. 전력 플래폼 소유자라고요."
생산량이 부족하니 합자회사처럼 만들어서 물량을 나눠주자.
언뜻 보기에는 아름다운 동업 관계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을 쏙쏙 빼먹은 가칭'수영모터스'가 나중에 헤슬라를 위협하는 경쟁사로 등극한다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수영모터스!
-왕위를 계승하는 중이오, 헤슬라. 이제 그만 내려오시오. 세상이 바뀌었소!
-아, 안 되오!
이런 왕위 찬탈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헤슬라에 대한 AI 공급을 끊기만 해도 당장 회사가 휘청거릴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프리덤의 편리함이 주는 하수영맛을 알아버렸으니까.
수영농장은 핵융합 기술도 갖고 있다.
이미 캘리포니아에는 벌써 핵융합발전소가 들어오기로 되어 있다.
(발전소는 위장이고, 무선 전기 수신 안테나만 들어온다.)
만약 수영농장에서 북미 시장을 노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전기 요금 혜택을 준다면?
-우리가 만든 전기차를 이용하시는 고객들에게는 전기 요금을 할인 해드립니다.
전기를 무기 삼아 이렇게 나오면, 변변찮은 발전소 하나 없는 헤슬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헤슬라와 수영농장은 딱 지금 관계가 가장 베스트다.
여기서 ODM까지 나가 버리면, 수영농장에 역으로 집어삼켜지게 된다.
헤슬라의 기술을 흡수한 수영농장이 그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ODM은 너무 과합니다. 차라리 모터를 우리가 납품받아서 만들어주는 게 나을 겁니다. 프리덤 모듈처럼 말입니다!"
세이브렌이 저 말을 듣고 얼마나 뜨끔했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회의 분위기는 격렬해졌다.
ODM까지 해주면 수영농장이 헤슬라를 제치고 시장을 접수할 수 있다는 우려.
헤슬라는 끝내 그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다.
세이브렌은 회의 후 따로 창업주를 찾아가서 설득했으나, 끝내 승낙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세이브렌, 이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하겠네. 기술 외적인 분야이니 자네가 더 이상 매달릴 필요는 없을 걸세."
"그래도 수영농장과 협상하던 건 나니까 마지막 인수인계는 내가 해야 그쪽이 불쾌하지 않게 여길 것 같아요."
"그래야지. 거기까지만 자네가 책임져주게. 내친김에 지금 연락해 보게."
세이브렌은 그 자리에서 하수영한테 통화를 걸었다.
한국은 오전일 테니, 이 시간에 전화를 해도 큰 무례는 아니리라.
-하수영입니다.
"헤슬라 CTO 세이브렌입니다."
간단한 안부를 교환한 뒤, 세이브렌은 자신이 이 거래에서 빠지게 되었음을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
그런데 뜻밖의 질문이 돌아왔다.
-음? 그러니까 내부적으로는 거절이라는 거죠?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를 원합니다. 다만 제가 이 협상에 적합하지 않아서 빠지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럼 헤슬라는 어떻게 하고 싶은 겁니까?
"그 부분은 우리 CEO가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 연결해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CEO는 미소를 머금으며 바톤 터치를 했다.
이미 몇 번이고 이야기를 나눠본적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 나갔다.
"그러니까 회장님은 모터의 실전 데이터 누적이 필요하신 거군요. 발전차량을 끌고 다니거나 충전소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세우는 한이 있더라도요."
-네. 그래야 행정허가를 빨리 받을 수 있죠. 한국에서만 쓸 게 아니니까요.
"저희가 생산 순위를 조절해서 수영농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받아볼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음, 그런데 다른 소비자들을 새치기하는 거 같아서 양심이 좀 걸리는데요.
"그런 건 조금도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순위 무시하고 빨리 당장 받아볼수 있다면야 좋긴 하지만…….
대화는 제법 긍정적으로 흘러갔다.
통화를 마치고, CEO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세이브렌을 돌아봤다.
"이제 자네는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게."
"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거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지금 모터 기술로는 그 크기에 그 출력을 절대 낼 수가 없어요."
"테스트 결과는 나도 봤으니 너무 염려하지는 말게."
***
「헤슬라가 이제 배가 좀 부른 모양입니다. 아니면 마스터를 견제하는 것일까요?」
"그게 중요하냐? 균형을 맞춰주는 게 중요하지."
「균형입니까?」
"요즘 너무 헤슬라에만 몰아주는 게 아닌가 좀 걱정이었는데, 잘됐어. 이참에 람보르기니에도 좀 몰아줘야겠다."
당연하지만 슈퍼카 제조사가 아니라 트랙터 제조사인, 형제 회사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람보르기니 트랙터 좀 사주긴 했지만, 헤슬라 자율주행 플래폼 팔아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럼 모터 사업에서 헤슬라는 앞으로 후순위로 둡니까?」
"어차피 모터 들어간 차는 우리 농장에서만 쓸 거 아니냐. 람보르기니 ODM으로 만드는 거 말고도 모터가 남으면 그건 헤슬라에 줘서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지. 트럭은 많이 필요해."
자동차 사업을 하려는 것도, 모터부품제조업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발전도는 딱히 손댈 마음이 없으니까.
"애초에 목표는 전기 화물선이다. 자동차 모터는 목표점에 닿기 위한 통과점일 뿐이라고, 화물선이 유럽항구에 드나들려면 행정인가는 받아야 하니까."
「유럽 놈들은 그 지역에 입항하는 걸로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지 모르겠습니다. 선박의 오염물질 배출을 따져서 입항 자체를 금지하다니요. 지금까지 온갖 오염물질은 실컷 배출해 놓고서 말입니다.」
실제로 유럽은 출입하는 선박의 오염물질 배출도를 따져서 입항을 금지해 버린다.
자동차 또한 유예기간을 두고 배기 가스 배출량이 0이 되도록 강제하고 있다.
"원래 제일 더럽게 놀았던 놈이 남들에게 깨끗하게 살라고 강요하는 법이지. 어쩌겠냐. 세계정복할 게 아니니까 맞춰는 줘야지."
「승용차와 트럭, 트랙터로 충분한 신뢰성을 쌓은 뒤 화물선으로 가는 거지요. 그런데 EU에서 반중력 모터의 원리를 설명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음, 하긴 그 지역 혐성으로 보면 원리 설명이라는 핑계로 기술 도둑질하려고 할 수도 있겠어."
「어차피 설명을 해줘도 절대 구현 못 할 테지만 말입니다.」
"내가 그래서 기술적 미싱 링크가 있는 것들만 쏙쏙 빼와서 쓰는 거 아니냐. 사용은 할 수 있어도 기술적 응용은 못 하게 하려고."
하수영은 트랙터 제조사 외에도, 작은 수제 스포츠카 제조회사도 인수했다.
당장 쓸 물건을 뽑아내려면 있던 설비를 구매하는 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도 있겠다, 직원 있겠다, 공장있겠다, 이제 제품만 바로 뽑아내면 되겠구나."
「마스터, 모터는 레일건과 달리 핵융합 발전소처럼 온 세상이 원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미리 생각을 해두셔야 할 텐데요.」
"일단 자랑질 좀 즐기고, 안 판다고 거만하게 거절해야지. 그거 말고 뭐 더 있어?"
「아닙니다. 역시 저의 마스터이십니다.」
"오버테크놀로지 내놓고 팔아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 거만하게 거절하는 거, 이거 되게 중독성 있는 거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안 질리지. 마약보다 더해."
「그것도 일종의 권력일 수 있겠군요.」
"중국 일본에서 핵융합 발전소 가지고 좀 매달려줘야 힐링 게이지 좀 채우는데, 미적지근해서 뭔가 허전하다. 이래서야 내가 너무 일찍 내놓은 보람이 없잖아."
***
유럽은 지금도 핵융합 발전소 유치를 꾸준히 요구하면서, '기술 공개' 를 조건으로 걸고 있다.
우리가 잘 써줄 테니까 믿을 수 있게 특허로 공개해, 이런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래서야 도입을 하고 싶다는 건지 도입을 안 하겠다는 건지 헷갈릴 정도.
하지만 환경오염, 식민지, 국가분열등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이제 와서 젠틀한 척 '환경 규제! 탄소 제로! 이상기후 해결!'을 외치는 지역이니, 그 이기성이 이해가 안 갈 것은 아니다.
아무튼 EU 놈들의 이기적 태클을 피해서 식량을 팔아치우기 위해, 하수영은 차근차근 전기차부터 만들었다.
전기 화물선이 입항하기 위해서는 EU놈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술 누적이 필요하다.
"총 테스트 주행 1억km 찍으면 바로 전기 선박 만드는 거다."
「1억㎞를 달성하려면 차량 1만 개를 만들어서 각각 1만㎞를 주행해야 합니다, 마스터.」
"그냥 100만㎞로 하자. 1,000대 만들어서 1,000m씩만 달리면 되겠네."
「그런데 승용차는 생략하시는 겁니까?」
"자동차 장사할 것도 아닌데 언제 승용차까지 하고 있냐. 2인용 스포츠카, 트랙터, 트럭 트레일러, 이 정도면 됐지."
***
가장 먼저 완성된 것은 역시 스포츠카였다.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수영그룹에 인수된 수제 스포츠카 직원들은 하수영을 도와서 열심히 차량을 제작했다.
오너에서 월급사장이 된 차태석 사장은 하수영의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차 만지는 솜씨가 페라리 기술장인 못지않, 아니, 그 이상이십니다!"
그는 페라리에서 기술자로 일하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회사를 차렸다고 했다.
자기 손으로 만든 슈퍼카가 한국 곳곳에서 질주하는 걸 보는 게 꿈이라고.
"고립된 시골에서 농사짓다 보면 DIY(프로에게 맡겨야 할 일을 스스로 배워서 직접 하는 것)는 일상이 죠. 트랙터 수리 몇 번 하다 보면 차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제가 페라리에서 배웠던 시간들이 정말이지 모두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전기 스포츠카가 만들어졌고, 하수영이 직접 테스트 운행을 했다.
제로백 2.4초에 최고 속력 360km /h를 기록하자, 사장과 직원들은 감격에 어쩔 줄 몰랐다.
이 정도면 내연기관 슈퍼카들도 처바를 성능이었다.
왜냐하면 다른 슈퍼카들보다 차체무게가 더 많이 나갔기 때문이다.
테스트 드라이빙을 마친 하수영도 만족했다.
"좋아요. 이 정도면 판매해도 되겠습니다."
"네? 판매를 하는 겁니까?"
"자동차사업 면허 있고, 차량도 문제가 없는데 뭐 어떻습니까?? 팔면 되는 거죠."
"하지만 모터가 바뀌었으니만큼 자동차 제작인증을 새로 받아야 합니다."
"인증은 경매와 함께 진행하면 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완벽한데 인증이 통과 못 할 리가 있겠어요?"
"그런데 완충해도 50㎞도 채 못달리고 방전되는데, 누가 사려고 할까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표정에 차태식 사장이 어리둥절해졌다.
"제가 직접 기름 묻혀가면서 프레임 제작부터 모터, 마감까지 전부 참여한 1호 모델입니다. 사겠다고 줄을 설 콜렉터들은 널렸어요."
"아!"
그제야 차태식 사장은 하수영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작게 신음했다.
한국에서 으뜸가는 유명인사 아닌가?
그가 손수 제작한 1호 차량이라면 말도 안 되는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다.
또한 기득권층에 있어서, 이 경매는 하수영에게 잘 보일 기회다.
'누가 누가 더 많이 적어내나 싸움인가.'
주행 거리가 실용성이 없어도, 하수영이 제작한 1호 차량이라는 프리 미엄이라면 소장용으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잔뜩 있으리라.
차태식 사장은 그렇게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