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49화 (1,049/1,270)

프랜차이즈 갓 1049화

246장 하수영맛 (4)

중국 버섯농장은 잘 굴러갔다.

하수영이 준 초대형 화물선 발전기 덕분에, 농장 숙소와 설비는 문제없이 돌릴 수 있었다.

지금 장강 일대는 싼샤 댐 가동중지로 전력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

그로 인해 디젤발전기와 디젤 수요가 폭발한 상황이지만, LNG는 사재기와 무관해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아예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트랙터들은 전부 디젤로 굴러가는 것이다 보니까요. 그래도 수작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그 정도 문제는 그럭저럭 대응하고 있습니다."

완전자동화된 한국 농장과 달리, 중국 버섯농장은 거의 대부분이 수동이다.

인부들이 수동 농기구로 포자를 살포하고, 채취도 무동력 수동 농기구로 한다.

디젤이 필요한 부분은 사흘에 한번, 수확이 끝나고 트랙터로 밭을 한 번 갈아엎어 줄 때뿐이다.

많은 수의 인부를 굴리지만, 매출이 워낙 높고 사람값은 저렴하다 보니 티도 안 난다.

"메가톤급 선박용 발전기라서 그런지 효율이 아주 좋습니다. 가스를 그렇게 많이 먹지 않습니다."

"아무렴. 한국 조선소에서 만드는 최신 선박이니 그만큼 좋은 부품을 썼겠지."

"아무래도 체감상 열효율이 65%이상은 되는 거 같습니다."

"오, 65% 이상?"

"일본 최신 복합화력 가스발전소가 63%라고 하던데, 이건 그 이상입니다. 디젤이나 석탄에 비하면 오염물질 배출도 없다시피 하고 말입니다."

농장 최고관리자는 발전기에 관해서 좀 아는지, 류이엔 회장을 자랑스럽게 이끌었다.

통제실 한쪽의 디지털 패널 상황판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보십시오. 원래라면 일주일 전에 가스 충전을 해줘야 하는데, 아직도 이렇게 10% 이상 남아 있습니다."

"흐음. 이러면 확실히 전기료를 더 줄일 수 있겠는데."

"싼샤 댐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것보다 지금이 비용이 훨씬 저렴합니다.

아, 물론 발전기 대여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겠지만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처럼 쭉 가스발전기를 계속 돌렸으면 싶을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냥 저 발전기를 계속 쓰라고 했네. 언제 또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보험을 들어두는 게 좋다면서."

"오오! 그게 정말입니까? 안심했습니다!"

"그래도 아예 발전기를 메인으로 가져갈 거면 다른 보험을 추가로 들어두어야지."

"공영전기를 보험으로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자기들 전기를 어쩌다가 급할 때만 보험으로 쓰겠다고 하면 전력공사에서 좋아하겠나? 가스 발전기를 하나 더 들여서 비상으로 놔두는 걸로 하세."

"그럼 한국에 주문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백두중공업에서 발전기를 발주한 업체가 있을 거 아닌가? 거기에 주문제작을 하는 걸로 하지. 선박용이 아니라 아예 지상용으로 말이야."

측근들은 긍정을 표하다가 문득 의문을 나타냈다.

"그런데 한국 수입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괜찮겠습니까?"

저 발전기도 수입이 아니라 무상렌탈, 그것도 전기가 부족한 비상상황이었기에 들일 수 있었다.

정식으로 발전기를 수입하려고 하면 당연히 통관에서 걸린다.

"자네들, 요즘 소식이 늦군."

"예?"

"수영농장은 지금 중앙정부와 크고 굵직한 거래를 진행하고 있네. 나노소프트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그렇습니까?"

"중앙정부 입장에서 한국과 수영농장은 별도로 취급을 하기 시작한 거지. 그러니 우리 농장에서 쓸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제재가 없을 걸세."

류이엔은 농장을 한 번 순찰하고는 돌아갔다.

농장관리인은 정해진 일과대로 농장 시설들을 점검하다가 불현듯 얼굴이 새파래졌다.

"이게 뭐야? 파이프가 왜 잠겨 있어?"

가스 탱크에서 발전기로 이어지는 공급 파이프가 잠겨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얼굴이 사색이 돼서 얼른 파이프를 열다가, 퍼뜩 생각이 미쳤다.

"근데 정전은 안 일어났는데?"

생각해 보니 파이프가 잠겨 있는 동안에도 시설에는 문제없이 전기가 공급되고 있었다.

혹시 싼샤 댐 전기가 복구되었나 해서 그쪽을 확인했지만, 전에 차단기를 내려둔 그대로였다.

외부 전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발전기에 연료 공급이 안 되는 데, 농장 시설에는 전기가 계속 공급되고 있었다?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인가.

끙끙거리며 고민하던 농장관리인은 아 하고 탄성을 냈다.

그는 히죽 웃으며 커다란 가스발전기를 돌아봤다.

"가스 공급이 끊어질 때를 대비해서 비상배터리 같은 게 있나 보구먼. 그럼 그렇지. 역시 한국 물건이 명품이라니까."

***

하수영이 백두중공업에 주문한 화물선은 모두 100척.

그중 40척은 인도받았고, 남은 60척을 한창 만드는 중이다.

2조 원의 개인 보너스가 걸려 있기에, 백두중공업 사장 백진택은 업무에 열심이었다.

무선 전기를 이미 내놓아서인지, 하수영은 그에 관해 고민이 생겼다.

"아직 덜 만든 배들은 전기 화물선으로 갈까?"

「그러려면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마스터가 백두중공업에 기술 조언을 해주셔야 합니다. 백두중공업은 그런 초대형 모터선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대형 화물선을 전기모터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는 아직 개념조차 안 잡힌 꿈같은 이야기다.

「인수일이 너무 늦어집니다.」

"그럼 포기해야겠다."

「아직 이 시대의 전기모터는 열엔진에 비해서 출력이 낮습니다. 동급파워를 내려면 엔진보다 크기가 더욱 커져야 합니다.」

"앞으로 헬기고 선박이고 죄다 모터 모델로 주문하려고 했는데."

「간단하고 편한 방법은 있습니다. 무선 전기를 공개하면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전기 헬기, 전기 선박, 전기 항공기 개발에 몰두할 겁니다. 그럼 모터가 모든 면에서 엔진을 앞서는 시대가 빨리 도래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기 항공기란, 당연히 제트기가 아니라 프로펠러 항공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한 마스터의 전생 지식을 무분별하게 이식하면, 이 문명의 발전 테크가 어떻게 튈지는 전능하신 마스터도 예상하실 수 없죠.]

"내가 그래서 이 시대가 이해 못하고 베낄 수도 없는 것들을 써먹는 거지."

하수영이 농업에 사용하는 전생 기술들은 이 시대 수준으로는 파헤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적당히 차이가 나면 역설계든 흉내내든 해서 베낄 수 있고, 그로 인해 발전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이를테면 조선시대에 떨어져서 모르스 전기통신기를 보급하면 시대의 기술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수 있다.

하지만 노트북을 보급하면 그 자체로 과학기술 발전에는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뜯어봐도 그 제조 원리를 전혀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기술의 발전은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식으로 발전하기에, 1층 문명에 100층 문명기기를 갖다 줘도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

「그냥 마스터가 직접 모터 회사를 설립하셔서 완전 통제하시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음, 자꾸 본업을 의심받는 일은하기 싫었는데. 안 그래도 요즘 SNS에서 자꾸만 내가 농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늘어서 고민이라고."

예전에는 그래도 '농사짓는 건물 주' 혹은 '농사짓는 의원님'으로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죽음의 무기 상인혹은 '해군원수 : 부활한 충무공'이란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버렸다.

"왜곡 날조는 정말이지 시대를 막 론하고 없어지지를 않네. 아니, 내가 왜 죽음의 무기 상인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무기를 만들거나 혹은 유통해서 이익을 남겨야 무기 상인 아닙니까?」

"소비자와 판매자도 구분 못 하다니.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려는지."

「모터는 마스터가 직접 챙기시는 게 문명 발전 속도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모터도 마스터 마음대로 만드시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다. 원래 배고픈 사람이 밭 갈아서 씨 뿌리는 거지."

하수영은 결심을 굳혔다.

이 시대의 문명 생태계를 존중해서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 편이지만,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큼은 제한적으로 나설 이유가 있다.

「레일건 나운중공업에서 군용 모터 개발과 생산 이력이 있습니다. 설비도 적당하고요. 거기에서 진행하면 될 거 같습니다.」

"레일건 개발하던 곳이니까 모터새로 뽑아내도 별로 이상하게는 안보이겠구나. 이거 시간은 절약할 수 있겠어."

「별거 있습니까? 바로 진행하시죠? 바로 60만 중량톤짜리 모터를 만드는 겁니다!」

"그래도 순리라는 게 있고 순서라는 게 있고 테크트리라는 게 있어. 휙휙 뛰어 올라갈 순 있지만 날아서 오르는 건 안 된다. 그래도 단계는 밟아야 이상하게 안 보이지."

「그럼 10만 중량톤 이하의 소형 화물선부터 시작하실 겁니까??」

"인마. 작고 가벼운 차부터 시작해야지."

***

나운중공업은 전자기력 쪽 군사무기 쪽으로 개발하는 방산업체였다.

로한이 레일건을 만든 이후에는 아예 수영그룹에 인수되고 그쪽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든 레일건은 겨우 13문.

3문은 수영양식장 줌왈트에 달았으며, 10문은 미 해군이 가져갔다.

미 해군은 10문을 무려 20억 달러나 되는 파격적인 가격에 샀다.

하지만 직원들은 생산원가가 그 1/20도 안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에릭 박사는 정말 괴물이야, 괴물."

"그런 천재가 그렇게 잘생기고, 연기까지 잘한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로한은 국내에서 일등 신랑감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배우로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압도적인 비주얼과 피지컬을 가진 것으로도 모자라.

핵융합, 반수성 금속처리 기술 등 세상을 뒤집는 기술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가졌기 때문이다.

연예계는 물론이고 재벌가에서까지 군침을 흘리는 신랑감, 사윗감이었다.

그런 로한이 다시 나운중공업을 찾았다.

"자동차 모터를 제작합니다."

"네? 자동차 모터를요?"

다짜고짜 모터를 '제작' 한다는 말에, 직원들은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심지어 개발도 아니고 '제작' 이다.

이미 로한의 머릿속에서는 모든 설계가 다 끝났고, 실물 검증만 만들면 되는 단계라는 의미.

"주요 코어 부품은 이미 가져왔으니, 이걸 넣을 나머지 케이스만 만들면 됩니다."

"핵심 부품을 이미 만들었단 말입니까?"

"여기 있습니다."

로한이 작은 금속 물체를 꺼냈다.

짧은 원통 형태를 가진 금속 물체는, 원형 중심에 다각 구동 회전축이 양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축의 안쪽은 둥글게 되어 있어, 회전장치에 끼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시작합시다."

모터 제조는 허무하리만치 간단히 끝났다.

원통 부품을 넣을 모터 케이스를 만들고, 전기 공급 및 각종 제어장치들을 달고 나니 끝이었다.

수작업으로 했는데도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기를 공급하자, 원통형 코어부품이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아, 저 원통 부품이 바로 코일회전자였…… 그런데 고정자가 영구자석이 아닌데요? 지금 저게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모터가 회전하기 위해서는 코일에 유도전류를 걸어서 자기장을 발생시켜야 한다.

이 자기장에 반응하는 영구자석이 주로 회전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 저 코어 원통 부품은 혼자서 신나게 돌고 있었다.

"영구자석 같은 것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그럼 대체 어떤 원리로 도는 겁니까? 이해가 안 됩니다."

"동력생성에 자기장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코어 부품은 겉으로는 통짜금속 덩어리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허니문 프랙탈 구조 비슷하게 되어 있습니다. 구면 바깥쪽에서 지향성추력을 뿜어냅니다. 중심축이 고정된 원기둥 형태라 회전을 하는 겁니다."

직원들은 순간 자신들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지금 멍했다.

구동원리는 모르겠지만, 딱 하나는 귀에 못 박히듯이 들어왔다.

"자기장 없이 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럼…… 그걸 모터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전기로 돌아가니까 어쨌든 모터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