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48화
246장 하수영맛 (3)
록히드마틴의 코즈펠트가 한국을 찾았다.
하수영은 해군참모총장 등 참모부 인사와 함께 그를 맞이했다.
"공군 인사는 없는 겁니까?"
"네. 걔네가 스텔스 전투기가 뭐 필요하겠어요?"
"……."
공군이 들었다면 대성통곡을 할 말이지만, 해군으로서는 자부심이 넘치게 해준다.
"그럼 F22 전투기 해군 도입에 관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F22라고요?"
"F35 추가 발주로 부르신 게 아니었습니까?"
총장 등 해군 인사들도 당황해서 하수영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기체명까지는 이야기를 안 해준 모양이다.
하수영이 너그러운 어조로 말했다.
"아아, F35는 이미 충분히 도입을 했어요. 그리고 F35가 아무리 다목적전투기라지만 너무 한 기종에만 올인하면 전력 다양성에 좋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해군 인사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근데 F22는 공군용 전투기 아닌가?'
F35C는 아예 항모용 함재기고, F35B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해서 해군이 도입할 동기가 있었다.
그런데 아예 공군 전용인 F22를 도입한다고?
굴릴 수 있는 무기 늘어났다고 마냥 좋아하기에는 뭔가 얼떨떨하다.
"그나저나 F22는 왜 생산을 중지한 겁니까? 그렇게 뛰어난 전투기를 더 이상 찍어내지 않는 건, 혹시 중대한 결격 사유라도 있는 겁니까?"
하수영의 질문에 코즈펠트가 목청을 가다듬었다.
"F22는 축구계의 메시 같은 겁니다."
"음, 그 정도면 급이 맞네요."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프로리 그가 없는데, 메시가 과연 필요할까요?"
"흐음?"
"전 세계 어딜 가도 축구 리그라고 해봐야 아마추어팀들뿐인데, 그런 상황에서도 메시가 필요할까요? 물론 리그 초토화는 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죠."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는 그게 재밌는 건데."
"……."
"물론 국방 입장에서 가성비가 중요하다는 건 이해합니다."
코즈펠트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흘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메시는 필요 없습니다. 흥 선수 정도면 충분하죠."
"아니, 지금 우리 흥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열 메시 줘도 흥 하나와 안 바꿉니다!"
코즈펠트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그게 절대로 흥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F22를 비교하려다 보니 그만."
「저는 메시 열을 준다면 흔쾌히 바꿀 겁니다. 둘이나 하나만 줘도 바꿀 거 같습니다만.」
"……."
"……."
해군 인사들은 차마 끼어들지 못하고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지켜보기만 했다.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어찌어찌 가라앉았다.
"……아무튼, 온 세상이 아마추어 팀 수준인데 월드컵 챔피언급 선수는 필요가 없는 겁니다. 물론 몸값이 프로리그 정도면 상관없겠지만, 몸값 역시 월드급……."
"메시는 월드컵 우승 못 했는데요?"
"……."
"하지만 우리 흥은 아직 앞날이 창창합니다. 월드컵 2번은 더 들어 올릴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어요."
해군 인사들은 그건 좀 무리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용왕 같은 원수님 앞에서 차마 그런 발설은 할 수 없었다.
"C급 무기만 득실거리는 세상에서나 혼자 A급 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한데, 굳이 S급 가격의 S급 무기를 추가하는 건 무의미한 낭비죠. 그게 F22가 생산중지된 결정적 이유입니다."
경쟁자들이 모두 C급 이하로 무장한 상태에서, 굳이 S급 무기를 보유할 필요는 없다.
S급 가격에 S급 성능보다는, A급 가격에 A급 성능이 낫다.
그게 F22가 생산중지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해군 참모 한 명이 질문했다.
"모두가 세보레로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는데 굳이 페라리를 살 필요는 없다. 포르쉐만 사도 일등은 충분하다…… 그런 의미로군요?"
"바로 그겁니다."
코즈펠트는 기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다.
하수영이 다시 물었다.
"여기저기 수출하면서 생산물량 뽑아내면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있었을 텐데요. 왜 그렇게는 안 했죠?"
"정부에서 F22 수출에 관심이 없습니다. 또 너무 고성능 전투기의 해외 유출이 자칫 경쟁국의 군사력 상향을 불러올까 염려했던 겁니다."
S급 무기를 너무 풀어버리면 평균군사력이 올라갈 수도 있으니.
"너무 시대를 앞질러 버린 비운의 전투기입니다. 10년쯤 후에는 오히려 생산이 재개될 수도 있겠군요. 그때까지 생산 노하우와 기술 같은 게 남아 있다면 말입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기술을 사장시키려 하다니. 록히드마틴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정말 허탈하겠어요. 초고성능 전투기를 만들겠다고 그렇게 자기들 영혼을 갈아 넣었는데."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800기쯤 도입해 줄 거라는 말만 믿고 열심히 회사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서 개발했는데! 겨우 196기라니!"
코즈펠트 이사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제가 이번에 여윳돈이 좀 생겨서 말입니다. F22 프로젝트를 한 번 살려볼까 하는데요."
하수영이 입을 떼자, 코즈펠트와 해군 인사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보니까 F22가 F35C하고 가격 차이가 몇백억 정도더군요."
"그럼요.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전투기라는 것도 이제 옛말입니다."
"이미 F35C를 300기나 주문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F22를 소수라도 운용을 하면 전력 조합 면에서 좋을 거 같아서요. 해군 생각은 어떻습니까?"
참모총장이 얼른 대답했다.
"저희야 전력이 강화되는 거라면 당연히 두 팔 벌려 찬성입니다, 원수님."
"무기 사준다는 걸 싫어하는 군대는 없을 겁니다. 오합지졸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국방부는 해군본부에서 알아서 설득할 수 있겠죠?"
"물론입니다, 원수님."
사실 설득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국방부 너희는 행정 문제만 알아서 처리해 줘, 라는 게 끝이니까.
코즈펠트가 다시 말했다.
"F22를 가장 탐내는 국가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생산 라인 복구와 유지에 자기들이 돈을 다 댈 테니까 수출만 허락해 달라고 했었죠. 결국 승인이 안 났지만 말입니다."
"오, 그럼 일본을 끼워 넣어서 생산 라인 복구에 돈 좀 쓰게 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안 팔면 그만입니다."
"역시 장사 좀 하실 줄 압니다."
"라인 복구하는 데 소중한 원수님의 돈을 써서야 되겠습니까? 그 돈으로는 F22를 한 기라도 더 많이 구매하셔야죠."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하수영과 코즈펠트는 서로 마음이 맞아서 잠시 웃었다.
코즈펠트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웬만한 조건으로는 F22수출 금지가 풀리지 않을 겁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레일건 5문 더 늘려준다고 하세요. 미 해군의 레일건 운용 대수가 10문이 되는 겁니다. 이 정도면 어때요?"
"오, 그 정도면 한국 수출은 흔쾌히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미 해군이 레일건에 굶주려 있거든요."
완성형 레일건은 발사 테스트에서 미 해군의 눈이 돌아가게 만들었다.
테스트를 마친 미 해군은 새로 건조되는 줌왈트 구축함에 원자로를 집어넣기로 결정할 정도로 레일건에 푹 빠져 있었다.
레일건이라는 미끼를, 미 국방부는 절대로 거절하지 못하리라.
"아예 일본과 손을 잡고 같이 추진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그리고 F22생산을 시작하면, 일본을 자빠뜨리고 우리만 구매하는 거죠."
하수영이 기분 좋게 말하자 참모 한 명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원수님, 그렇게 일본의 뒤통수를 쳐도 괜찮겠습니까? 그냥 단독으로 추진해도……."
"걔네는 통수 좀 맞아도 됩니다. 우리나라 통수를 좀 쳤어요? 그것도 현재진행형인데."
"……."
"코즈펠트 이사님, 그럼 이대로 진행을 해줄 수 있겠습니까?"
"네, 일본 쪽은 제가 책임지고 컨트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일본이 돈만 대고 닭 쫓던 개신세가 되게 만들어보겠습니다."
***
한국과 일본의 공동 요구에 백악관과 미 의회는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시 전력으로 레일건 5문이 추가 되는 데다가, 생산 라인을 부활시키는 데 돈이 전혀 안 든다.
그리고 상원의 주요 거물들은 이게 한국만을 위한 선물이라는 것을 은밀히 공유받았다.
"제스터 의원님, 꼭 우리 일본이 한국보다 더 많은 F22를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게 해주셔야 합니다."
"생산 라인 비용을 일본이 대기로 했으니, 그렇게 하는 게 순리에 맞지 않겠습니까?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제스터 의원은 속으로는 일본 외교관을 안쓰럽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인자한 웃음을 유지했다.
"어차피 한국은 지금 F35C를 300기나 발주한 상태라서 추가 전투기도입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일본이 하니까 자기들도 한 발은 걸쳐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나온 거라서요."
"오, 그렇습니까?"
"지금 한국 공군에 돈이 어딨겠습니까? 거기는 자체 전투기 개발 사업 하느라고 바쁩니다."
"의원님만 믿겠습니다."
돈만 실컷 대고 나중에 적당한 명분으로 팽당할 처지임을, 일본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F22 전투기는 다시 부활했다.
***
「일본이 이렇게까지 의심을 하지 않는 게 놀랍습니다.」
"설마 한국한테 뒤처지겠냐, 하는 우월의식 때문인 거지. 그게 판단력을 흐린다. 역사적으로도 매번 반복됐고."
「그래도 포드항모, 경항모, 줌왈트, 그런 선례들이 많은데도요? 경비나 좀 내놓고 꺼지라는 미국의 의도를 전혀 의심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런 판단력이 있었으면 진주만을 습격하지도 않았겠지. 그나저나 F22는 몇 기나 살까?"
「쇼핑 별거 있습니까? 이번에 신두 팔아서 번 1,000억 달러, 전부 다 쏟아부으시죠.」
"그럼 거의 700기쯤 될 텐데, 그래서야 함재기와 일반 전투기 비율이 3:7이 돼버리잖냐."
「이참에 해군 항공지원사령부를 크게 편제하는 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주 작전 지역은 통영과 울릉도 인근인데, 차라리 지상기지에서 발진하는 F22가 많은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음, 그런가?"
「아직 생산 라인을 재건한 것도 아니니 천천히 즐거운 고민을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마스터.」
"그래, 장난감을 몇 개나 살까 하는 건 오래 곱씹을수록 단물이 우러나오는 즐거운 고민이지."
지금 하수영은 줌왈트를 타고 남해를 거쳐 동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미국에 약속한 추가 레일건 5문을 전달해 주기 위해서다.
보안을 위해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레일건을 전달해 주기로 했다.
포장된 레일건 5문은 후미 헬기갑판에 실려 케이블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약속한 해역에 도착하니, 이미 미해군이 크레인이 장착된 화물선과 함께 대기 중이었다.
"미국이 레일건 어지간히도 좋아하네. 이거 레일건 더 준다고 하면 군사용 항모도 팔려고 하겠다."
「F35C 300기 수출이 결정된 상황이니, 미국이 그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들이 먼저 말할 수 없어서 이쪽에서 제안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먼 바다 나갈 일도 없는데, 굳이 항모가 더 필요하겠냐?"
「그래도 캐터펄트가 없는 경항모 한 척 뿐이라서 많이 아쉽습니다.」
"안 돼. 농장과 양식장을 지키는데 필요한 만큼만 무장해야지, 그 이상 선 넘으면 오해받는다. 자경대에서 군벌로 오해받는 거 순식간이야."
하수영은 레일건 수송 임무를 위해 나선 함대의 코어, 니미츠 항모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근해 양식장에서 군사용 항모가 왜 필요해? 그거 샀다가는 본업이 뭐냐고 의심당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