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47화
246장 하수영맛 (2)
중국 수출은 꾸준히 이뤄졌다.
한국 식품은 여전히 수입제재 품목이기에, 나노소프트의 이름을 달고 차근차근 중국에 입항했다.
생선, 신두, 쌀, 콜라, 그리고 사료까지 꾸준히 들어갔다.
생선 물량은 나노소프트가 일부러 고정했고, 쌀은 중국 측이 고정시켰다.
그 대신 콜라와 사료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게 고무적이었다.
"중국 소비자들이 수영콜라의 맛에 중독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음료 시장에서 15위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15위권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수 있지만, 수출 개시 시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세였다.
또 배합사료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아메리카산 옥수수와 콩으로 만든 배합사료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먼 태평양을 건너오는 것과 서해 하나만 건너오는 것의 운송비 차이가 컸다.
축산농가에서는 시험 삼아 써본 수영사료가 가축들에게 인기가 좋자, 앞을 다투어 수영사료를 찾기 시작했다.
아메리카산 원재료로 만든 사료보다 10~20% 가까이 저렴했기에 선 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였고, 화물선이 입항할 때마다 항구에서 도매업자들이 눈을 부릅뜨며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 무역에 관해서 당에서 부정적인 분위기가 나올 때마다, 발머 스틴은 생선을 가지고 흔들었다.
물량을 조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입 물량을 더 늘려 버렸다.
그리고 늘어난 물량에 비례해서 가격을 더 높여 받았다.
'우리 재미없게 굴지 말고, 젠틀하게 비즈니스만 합시다.'
라는 메시지였다.
나노소프트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지만, 생선 유통량이 늘어나기에 당 지도부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생선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역린이었다.
생선을 구하지 못해 불만이 극에 달한 인민들을 수영양식어 덕분에 겨우 억누를 수 있게 됐으니.
지금 수영양식어는 구하고 싶어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당이 불만을 누그러뜨리면 나노소프트는 생선 ㎏당 가격을 이전으로 되돌렸다.
"이제 마지막 타자를 타석에 세울 때인가."
발머 스틴은 이제 며칠째 협상 중인 주제를 마무리할 때라는 것을 느꼈다.
바로 엘릭서 드링크 정식수입이었다.
***
처음, 프라임웰빙 CEO 마케미야는 엘릭서 드링크가 중국에서 대박을 칠 거라고 확신했다.
엘릭서 드링크에 들어간 수영농장산 송이버섯은 장기복용할 경우 신체의 불균형을 잡아서 건강을 되찾게 만들어준다.
당장 마케미야 본인만 해도 원인 모를 요도통에서 해방되었으니.
건강하면 환장하는 중국 부호들이기를 쓰고 찾을 거라고 확신했다.
마케미야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잘 들어맞아서 문제가 되었었다.
-우리 그룹에 중국독점권을 주시오. 아, 대만 유통권도 포함입니다. 대만 역시 중국의 일부이니.
-내 아버지가 당 7위 고위간부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하오.
-태자당에서 엘릭서 드링크 유통권을 원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잘 팔렸다.
하지만 너무 잘난 제품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피라냐 같은 이빨을 마구 들이댔다.
너도나도 엘릭서 드링크를 갖기 위해서 안달을 냈다.
잔치는 대박인데, 너무 대박이다 보니 오히려 몰려든 손님이 집 자체를 깔아뭉개 버렸다.
그 밖에도 다양한 탐욕과 질시가 끊임없이 찾아들었고, 결국 중국 인맥을 통해서 소량만 판매하게 된 것이다.
마케미야를 찾은 발머 스틴은 호언장담을 했다.
"다시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나 노소프트란 이름을 내걸고 한 말입니다."
"어쩌면 내가 한국계 일본인이라서 더 견제를 받은 걸지도 모르지. 아무튼 잘 부탁합니다."
마케미야는 프라임웰빙이 생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돼서 오히려 다행으로 여겼다.
***
"엘릭서 드링크를 일반식품 등록으로 변경을 해주십시오."
발머 스틴의 요구에 마유샹 부부장은 난색을 표했다.
"그것은 제 소관이 아닙니다."
"엘릭서 드링크는 한국에서도 건강보조식품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결국 품질 관리를 조금 더 까다롭게 받는 식품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엘릭서 드링크는 준 의약품 취급을 받고 있었다.
때문에 일반 마트가 아닌, 약국 같은 곳에서나 살 수 있었다.
이는 초기에 프라임웰빙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세력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다가 나온 촌극이었다.
"지금 마케미야 회장은 차라리 중 국 시장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상의 양보는 못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으음, 그 정도입니까? 제가 엘릭서 드링크 분류 판정에는 관여를 하지 않아서……."
"애초에 원산지에서도 식품으로 파는 상품을 준의약품으로 취급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그런 신청을 한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한국의 병원 대부분이 입원 환자들에 엘릭서 드링크를 제공하고 있는 걸 판정 근거로 삼은 것 같기는 합니다."
"보양 효과가 좋아 식사품목으로 제공하는 것 가지고 준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일반식품으로 바꿔 주십시오."
"제가 연결을 해드릴 순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급행료가 필요합니다."
"엘릭서 드링크는 특별히 판매 수익의 일부를 당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발머 스틴은 거리낌이 없었다.
어차피 나눠주는 만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면 그만.
최종 부담은 나노소프트나 프라임웰빙이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이 짊어지게 된다.
"그런 조건이라면 제가 책임자를 연결해 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성의입니다."
발머 스틴은 조그마한 목함을 하나 내밀었다.
마유샹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눈부시게 찬란한 순금 두꺼비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동안 우리 나노소프트를 여러모로 많이 신경 써 주신 것에 대한 작은 답례입니다."
"이 귀중한 걸……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발머 스틴은 미국식 합법 로비에 익숙하다.
이런 불법적인 기름칠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대륙에 왔으니 대륙의 관습을 따르는 것쯤이야.
'고객의 지갑을 열 수만 있다면, 뭔들 못 할까.'
***
며칠 뒤, 발머 스틴은 당 고위 간부를 조용히 만나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제약을 모두 풀어주는 대신, 매출의 일정 퍼센티지를 은밀히 분배해 주기로 한 것.
나노소프트야 내부 책정 가격에서 그만큼 올리기만 하면 그만이니 상상관없었고.
최종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짊어지게 된다.
그렇게 엘릭서 드링크도 중국을 향하는 화물선에 드디어 올라탔다.
"이제 5년…… 아니, 2년만 지나도 중국의 식탁은 수영농장의 지배하에 넘어가겠군."
발머 스틴은 아직도 나노소프트 구내식당에서 처음 맛봤던 수영라면의 그 엄청난 맛을 잊지 못한다.
이런 풍성한 식재료 구성을 가진 맛있는 라면을, 진짜 이 가격에 판다고?
고급 피자를 일반 피자보다 1/5수준의 가격으로 판다면, 다른 피자는 모조리 망할 수밖에 없다.
수영라면은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은퇴한 몸에도 불구하고, 요식사업부장으로서 회사에 복귀했다.
150억 달러의 자산가인 자신의 입맛조차도 놀라게 한 클래스인데, 과연 중국 소비자들이 버틸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지."
하수영맛이라는 달콤한 독을, 드디어 온 대륙에 풀어 놓았다.
***
신두 1,000억알 거래가 모두 끝나고, 1,000억 달러가 수영사채에 들어왔다.
수영사채는 외화의 대부분은 미국에 보관한다.
달러 실물은 미국에 있고, 국내에는 숫자만 오고 가고 하는 것이다.
마치 한국 정부가 보유금의 실물을 잉글랜드 은행에 보관하는 것처럼.
그래서 한국이 갑자기 망해도 수영사채는 안전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물론 원화 자산은 국내에 있다.
"이거 돈이 너무 한 곳에만 몰리면 안 좋은데. 그 반작용이 어디에서 일어난단 말이지."
「80억 인구 시장이 분산해서 흡수하고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티도안 납니다.」
"글로벌화는 피할 수가 없구나.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너무 빨리 와버렸어. 겨우 3년 차 만에 이렇게 되다니."
「마스터에 집중된 자원으로 인한 충격은 미국 시장을 통해 전 세계에 골고루 분산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래도 너무 위쪽에만 고여 있는 건 안 좋으니까 적당히 아래쪽으로 보내긴 해야 할 텐데."
「아프리카에 기름과 곡물을 적당히 배급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무상배급은 곤란하고 -15% 정도 적자를 보는 선에서 말입니다.」
듣고 있던 장효주가 물었다.
"돈 많이 번 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거예요?"
"돈이 어디 한 곳에만 너무 몰리면 안 좋죠. 혈관에 생긴 혈전 같은 겁니다. 순환 흐름을 막아버리죠."
「한데 뭉친 2조 6,000억 달러는 그 자체로 자칫 세계 대공황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농작물을 팔 시장 자체가 붕괴하면 큰일입니다.」
"원래 오래오래 해먹으려면 적당히 돌봐줄 줄도 알고, 나눠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제가 괜히 직원들에게 주3일 휴무를 주는 게 아니죠."
"주3일 쉰다고 수영그룹에 득 될게 뭐가 있는데요?"
「직원들이 자동차 여행을 간다면 기름을 넣겠죠. 그래서 프라임오일 매출이 늘어납니다.」
"……."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휴일을 보내겠죠. 매출과 마스터가 미디어에 투자한 컨텐츠의 매출이 늘어납니다.」
"하다못해 게임 한답시고 PC를 새로 맞춘다고 봐봐요. 거기 들어가는 반도체 칩들 중에서 서진파운드리에서 만든 게 얼마나 되겠어요?"
"그,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팍팍 일하고, 팍팍 놀고, 그렇게 숨 가쁘게 사회가 돌아가야 경제가 돌아갑니다. 너무 일만 하거나 너무 놀기만 하면 스노우볼 굴러가다가다 터져 버려요."
"그래서 펀드도 고객들한테 일부러 수익을 많이 밀어주는 거예요?"
"그렇죠. 농장은 이미 돈은 필요한만큼 있으니까, 잠재 고객들에게 쇼핑 좀 하라고 투자수익 몰아주는 거죠."
"저는 수영 씨가 마음이 넓고 후해서 직원들하고 은행 고객들한테 그렇게 잘해주는 줄 알았는데……."
「농작물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시장의 구매력을 계속 키워야 합니다. 가축도 도축 전까지는 살을 잔뜩 찌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 기업들은 충분히 살찌우기 전에 사료를 끊어버리고 도축을 해버리죠. 사룟값이 아깝다는 이유로."
"……."
"미국 자본주의가 훌륭한 점은 품종 좋은 병아리들이 충분히 살찌우도록 더 많은 시간과 사료를 투자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있다는 거죠."
장효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럼 무기는 왜 그렇게 잔뜩 구매하는 건데요?"
"효주 씨, 명품 쇼핑 자주 하죠?"
"네, 자주 하죠. 왜요?"
"쇼핑하다 보면 부자들이 이런 거라도 돈 많이 써야 경제 돌아간다. 부자들이 안 쓰고 저축만 하면 경제가 굳는다, 그렇게들 합리화하고 그러지 않아요?"
"그, 그렇죠…… 그게 틀렸어요?"
"틀린 말은 아니고, 저도 비슷한 이유에서 경비 시스템에 투자 많이 하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 시민들 돈 쪽쪽 빨아먹었는데, 미국 무기라도 좀 사줘야 밸런스가 맞잖아요."
「마스터, 그래도 부자들의 명품쇼핑과는 전혀 다릅니다. 군함과 전투기는 농장, 목장, 양식장에 가해지는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용도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록히드마틴이 에르메스보다 나은 이유지. 특히 F22는 진짜 시대를 몇 단계나 도약한 명품이라니까."
「그 시대를 초월한 명품이 더 이상 생산이 안 된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너무 비쌌지. 그게 문제야."
"비싸다는 이유로 몰락하는 건 명품이 아닌데."
"……."
「…….」
장효주는 말실수라도 했나 싶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프리덤. 나노소프트가 벌어준 돈으로 F22나 부활시켜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