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46화
246장 하수영맛 (1)
중국 지도부는 메뚜기떼로 인한 곡물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는 보고를 받고 처음에는 당황했다.
식량이 모자라면 해외에서 돈 주고 사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와야 하는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식량안보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국제사회에서 동네방네 떠들어 대는 꼴이 될 수 있었다.
당의 체면이 곤두박질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외교확장 정책에 불만을 가진 나라들이 식량 수입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댐 발전 문제에 치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안 그러면 두고두고 발목이 잡힐 것입니다, 주석 각하."
수천만 톤 이상의 쌀을 단번에 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문제였다.
다행스럽게도 농업부가 조용히 해결책을 마련해 두었다.
신두에 스펙, 효과, 가격 등등을 보고받은 당 지도부는 흡족해서 승인을 했다.
그리하여 1차로 나노소프트에서 신두 300억 알을 공급받은 것이다.
"모든 성인 인민들이 점심 한 끼만 신두로 해결을 해도, 쌀의 부족함을 상당량 상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인민들이 점심을 신두로 해결하도록 해야겠군."
당은 원활한 보급과 통제를 위해서 신두 구매를 정부 독점으로 진행했다.
나노소프트는 더 이상 다른 민간기업들에 신두를 팔지 않을 것이다.
당은 국내 기업들의 근로자 수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신두를 분배했다.
물론 무상이 아니니 적당한 수수료를 붙여서.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짭짤했다.
"주석 각하, 이 정도면 굳이 해외에서 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인민들의 점심 한 끼를 신두로 대체하도록 한 것이 매우 컸습니다."
"기업들도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니 생산 효율이 더 좋아졌습니다."
이론적으로, 모든 인민들이 점심한 끼만 신두로 해결해도 곡물 소비량의 1/3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기업과 사업장에 강제했는 데,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굳이 해외에서 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기업들의 생산성도 더 늘었습니다."
"밥 먹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고 일에 몰두할 수 있다니. 꽤 괜찮은 식품이로군."
"주석 각하께서도 격무에 시달리시느라 점심은 가볍게 교자를 들어가면서 국무를 보시지 않습니까? 이제 14억 인민들도 그렇게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밥 먹는다고 자리를 비우고 이리 저리 이동하는 것 자체가 크나큰 낭비였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소."
국가 서열 1위가 만족을 하자, 측근들은 안도하는 한편 신이 났다.
탕젠런 농업부장은 당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은밀한 축하와 견제를 동시에 받았다.
***
탕젠런 농업부장은 당 고위간부의 칭찬을 들었다.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텐데, 당과 인민을 위해 정말 큰일을 해줬어..
주석께서도 크게 만족하고 계시네."
"주석 각하의 근심 한 조각을 미력하게나마 덜어드릴 수 있어서 기쁨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싼샤 댐 때문에 주석께서 예민해지신 상태인데, 쌀 문제가 금방 해결돼서 다시 그쪽에 집중할 수 있게 되셨어."
"사실 싼샤 댐 문제는 우리 농업부 입장에서도 예민한 주제입니다. 장강 중하류 일대의 농업 지역에 전기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겠나. 농민들이 힘을 합쳐 슬기롭게 극복하는 수밖에."
"그래도……."
"농가는 전기가 안 들어간다고 해서 당장 큰일 나는 건 아니지 않나? 어차피 농기구들은 다 기름으로 돌리는 것들인데."
"디젤 사재기 광풍이 불고 있어 농가에서 유류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내년까지만 참아보게. 파종기 이전에는 설마 해결이 되겠지."
국가 서열 10위 상무위원이 다독이듯이 말했다.
"식량 확보에 관해서는 주석께서 농업부에 전권을 맡기기로 하셨네."
"전권입니까?"
"그래. 미국 땅에서 난 것만 아니면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하셨네."
지금 중국은 미국과 잦은 외교 마찰로 인해 미국산 콩과 옥수수 등 작물의 수입을 중지한 상태.
그러나 나노소프트는 '미국산 작물'을 거래하는 게 아니다.
"세계의 공장인 우리 중국이 다시 한번 큰 도약을 앞둔 중요한 시기일세. 이럴 때 곡물 같은 사소한 문제가 주석님의 발목을 잡게 해서야 쓰겠나."
"물론이지요. 농업부에서도 쇄신을 다해서 당과 인민을 위한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
발머 스틴은 중국 정부가 사업체에 신두를 넘기는 가격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우리가 개당 1달러에 넘기는데, 그걸 또 1.9달러에 넘기고 있단 말인가? 정말 대단해. 아니지, 2달러가 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원래는 2.5달러 정도로 책정하려다가 너무 눈치가 보였는지 앞자리를 1로 낮췄습니다."
"그럼 그 돈은 국고로 들어가나?"
"당 일부 고위 인사들의 뒷주머니로 들어갈 겁니다. 우리가 얼마나 공급하는지는 대외비니까요. 기업과 사업장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여러모로 대단해. 그래서 더 장사할 의욕이 나는군."
발머 스틴은 오늘 만나기로 한 마유샹 부부장을 기다리며 중국 현황을 짚어 나갔다.
약속 시간이 되자 마유샹 부부장이 도착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본론이 시작되었다.
"지금 나노소프트가 수오미에 생선을 공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만, 혹시?"
"신두처럼 우리 농업부와 직접 거래를 했으면 합니다."
"음, 정부 조직과 직거래를 할 정도로 물량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중국은 식량 부족 상황입니다. 정부에서 식량에 관련된 모든 것을 샅샅이 통제해야 합니다."
"그래도 수오미와 그간 거래해 온 인연이 있는데."
"수오미는 전자 회사 아닙니까. 원래 전공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해야지요."
발머 스틴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넘기든 돈만 제대로 받으면 문제가 없다.
이렇게 상대 요구로 거래 라인이 바뀌는 경우에는 이쪽의 요구를 더 밀어붙일 수도 있고,
"전에 신두 구매가 확정되면 쌀 수출도 가능할 거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약속은 지킵니다. 다만 당장은 1,000만 톤 이상은 무리라는 게 내부 사정입니다."
"이런, 그런 제한이 이제 와서 붙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너른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해석하자면 '그럼 뭐 줄 건데?'와 '적당한 걸로 하나 불러봐.'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선진국이니만큼, 성인병 환자와 소아비만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이번에 수영그룹에서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당을 함유한 콜라를 출시했습니다."
마유샹은 눈을 살짝 치켜뜨고 물었다.
"제로콜라와 뭐가 다른 겁니까?"
"전혀 다르지요. 오리지널과 동일한 맛을 내면서 당은 흡수되지 않으니까요. 제로콜라의 인공감미료 맛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완벽한 대체품이 되어줄 겁니다."
"흐음."
마유샹은 콜라의 특징을 바로 이해 했다.
"쌀 수출량을 1,000만 톤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면, 이 콜라도 같이 판매하고 싶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마유샹은 가볍게 생각했다.
중국은 이미 자체 콜라 브랜드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익숙한 브랜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몸에도 좋아 보이니, 프리미엄 웰빙 식품으로 어느 정도 유통돼도 나쁠 게 없으리라.
"그리고 수영사료를 조금 수출해볼 수 있을까요? 많이 바라지는 않고, 200만 톤 정도만 일단 시작을 해보고 싶습니다."
"200만 톤이라. 조금 더 하셔도 될 겁니다. 안 그래도 미국산 사료용 대두 가격이 높아져서 조금 걱정이었습니다."
"랩터 말벌도 그렇고, 요즘 전 세계적으로 수확률이 저조하죠."
쌀은 1,000만 톤으로 제한.
그 대신 수영콜라와 수영사료 수출은 통과.
이제는 발머 스틴이 대가를 지불할 차례였다.
"앞으로 생선은 농업부와 직거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이번에 메뚜기떼 피해를 입은 우리 인민들을 위해서 200만 달러나 개인적으로 기부하셨다고요."
"헬기 타고 가면서 내려다봤는데,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비즈니스와는 무관한 제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인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저 역시 인민의 한 사람이자 농업부부장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유샹은 발머 스틴이 진심으로 그랬으리라 믿지 않았다.
***
하수영배 사격대회가 끝났다.
1등 상금 50억 원은 캐나다에서 온 수렵인에게 돌아갔다.
하수영은 그에게 순금 라이플과 50억 원을 손수 전달하며 축하해 줬다.
"역시 춥고 넓은 땅에서 순록과 곰사냥을 일삼는 사람들은 못 이기는군요."
"그래도 한국과 무관한 해외파에서 우승자가 나와서 대회의 공정성에 무게가 크게 실렸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원님."
강원도 부도지사가 수행비서처럼 하수영을 따라다니며 연신 굽실거렸다.
이번 대회 덕분에 강원도는 엄청난 단기 관광 수혜를 입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며칠간 머무르며 놀고먹고 총 쏘고 일하고 했으니.
한편 한국프로야구 팬들은 사격대회 때문에 온갖 욕을 퍼부었다.
대회가 아니라 야구리그, 그리고 야구구단과 선수들을 향한 욕이었다.
-얼마나 크보가 X같이 재미없으면 크보 구단주가 사냥대회 만들어서 거기에 천억이나 쏟아부으면서 즐기고 있냐?
-진짜 크보 놈들은 죄다 대가리 박고 반성해야 한다.
-한 해 상금만 천억이면, 그 돈이면 어휴. 진짜 마이다스가 리그에 손수 강림해 주셨는데 그것도 못 붙들고 늘어지는 병신들.
-싹 다 구단 해체하고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그중 하수영이 구단주로 있는 화산호크스가 가장 큰 욕을 먹고 있었지만, 청담동에는 그리 회자되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였다.
***
인천항에서는 3척의 화물선에 각각 쌀, 사료, 수영콜라가 차곡차곡 실리고 있었다.
중국으로 출항하는 수출 선박이었다.
배와 화물은 수영농장에서 준비했지만, 화물주는 나노소프트였다.
"생선, 신두, 쌀, 사료, 그리고 콜라까지. 아이구, 이 정도면 완전 종합세트네, 종합세트야."
항구에 나온 하수영은 화물들이 실리는 것을 지켜보며 팔짱을 끼었다.
"해적질까지 하면서 그렇게 내 농장 작물들을 탐을 냈으니, 이제는 만족을 하려나?"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원래 중국이 그렇긴 하지."
「아뇨, 제가 만족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14억 시장에 한 번 빨대를 꽂은 이상, 그 관을 어서 빨리 송유관 수준으로 늘려야 합니다.」
"만족 못 한다는 게 그 이야기였냐."
선적을 마친 화물선들은 이제 출항준비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우리 주신 아버지의 피와 땀을 먹으며 자란 농작물이다. 절대 한입만 먹고 내려놓을 순 없을걸?"
엘릭서 비료로 키워진 작물들의 공통점이다.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맛에 중독이 돼버린다.
마약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무조건 엘릭서 작물에 손을 내밀게 된다.
"14억 시장을 전부 내 농장 맛으로 길들여 버려야지."
「하수영맛이 온 대륙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15억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