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44화
245장 벼를 구하라 (4)
메뚜기떼 피해가 속출했다.
처음 2번의 발생은 예고에 지나지 않았다.
최초에 발생한 메뚜기들이 다른 세력과 합류하며, 더욱 몸집을 불려서 거침없이 이동했다.
메뚜기떼가 지나간 곳에는 아무런 녹색도 남지 않았다.
메뚜기떼는 뿌리 바로 위까지 남김없이 갉아먹었다.
그 탐욕스러운 식욕에는 어떤 자비도, 동정도, 적의조차도 없었다.
그저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주변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만 할 뿐.
중국 정부는 결국 보도통제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더 이상 중국 인터넷 어느 곳에서도 메뚜기떼와 관련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메뚜기떼는 방역하지 못했지만 정보는 완벽하게 방역하는 데 성공했고, SNS에서 메뚜기떼는 이제 사멸된 주제가 되었다.
***
중국 농업부.
"지금까지 예상 피해는 4,500만 톤입니다. 그중 대부분이 벼와 밀입니다."
"……."
"참고로 가뭄으로 인한 쌀 수확량 감소와는 무관한 수치입니다."
마유샹 부부장은 감정의 동요가 없는 얼굴로 질문했다.
"그럼 가뭄 피해까지 합쳐서, 작년 대비 산출량 감소는 5,000만 톤 이상이라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공공비축량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물량이로군."
수입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게 불안했다.
마유샹 부부장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미 자연은 몇 년에 걸쳐 꾸준히 경고를 하고 있다.'
잦은 홍수와 태풍.
한층 강력해진 피지컬로 꿀벌을 멸종시키려 하는 장수말벌과 기타 해충.
원인을 알 수 없는 가뭄.
그리고 이제는 역대급 메뚜기떼 발발까지.
농사가 산업화된 시대이다 보니 태평하게 이런 논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불과 10년, 20년 전에 이런 피해가 발생했다면?
중국은 대량의 아사자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식량구조에 구걸하며 겨우 연명을 이어나갔을 수도 있다.
'당에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문제다!'
물론 신경을 쓰긴 한다.
수천만 톤의 수확물 손실은 적은 피해는 아니니까.
하지만 중국의 경제는 너무 거대해져 버렸다.
농업과 무관한 당 고위부는 '올해 농사를 망쳤다고? 그럼 해외에서 돈주고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우린 돈도 많은데.' 라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 견제를 위해서 곡물 수입을 가급적 미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배당해야 한다는, 태평한 소리나 하고 앉아 있다.
장강 일대에서 농사를 망친 것보다는, 싼샤 댐의 발전량 감소로 공장들이 입은 피해를 더 걱정하는 게 고위 간부들의 포지션이다.
이해는 한다.
당장은 그쪽이 더 커 보이니까.
실제로 싼샤 댐 가동저하로 인한 수출액 감소 피해가 월등히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하지만 사람이 일단 먹어야 살지 않던가?
당장 먹을 게 없는 상황에서 공장이 다 무슨 소용이고, 수출이 다 무슨 소용인가?
농업부 분위기는 무거웠다.
그들은 이번의 피해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중국의 경제 규모라면, 이 정도 피해는 충분히 돈으로 메울 수 있으니까.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이 다음에도 이어질 피해였다.
'올해는 이렇다 치고, 내년에는? 내후년에는?'
당장 이 가뭄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피해는 누적된다.
역대급 메뚜기떼 피해라고 하지만, 알고 보니 이게 시작일 수도 있는 것이다.
"수영농장에서 1억 톤 이상의 비축미를 보유 중이라고 합니다. 모두 올해 거둔 햅쌀입니다."
"1억 톤이나? 아니, 대체 그 작은 농장에서 어떻게 그런 물량을?"
"세계 곡물 메이저는 물론이고, 전 세계 농업 전문가들이 미칠 듯이 알고 싶어 하는 비밀일 겁니다. 그 손바닥만 한 땅에서 말도 안 되는 물량을 뽑아내고 있으니까요."
"……."
"심지어 수영농장은 한국의 내수곡물시장을 교란시킬까 봐, 필요한만큼만 쌀을 풀고 나머지는 그냥 쌓아만 둔다고 합니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자본가로군. 보통이라면 시장이 교란되든 말든, 아니, 시장을 교란시켜서라도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텐데."
"나노소프트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쌀을 팔 수 있다고 제안해 왔습니다. 아마도 수영농장에서 쌓아두고 있는 그 쌀일 겁니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쌀을 사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쌀을 사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미국의 무역수지를 올려주는 것보다는 낫다.
탕젠런 부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많은 쌀을 한 곳에서만 대량으로 수입하는 건 안 되네. 우리 중국의 사정이 외부로 흘러나갈 수 있어."
"이미 위성사진을 통해 다른 나라들도 우리 사정을 훤히 알고 있을 겁니다. 황충으로 초토화된 논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위성으로는 그게 갉아 먹힌 건지, 수확을 끝낸 건지 알 수가 없지."
"……."
"일단 서둘러 조기 수확을 마치도록 하게. 이번 주 안으로 전국의 모는 농가가 수확을 마쳐야만 하네. 알겠나?"
"예, 부장님."
"마유샹 부부장, 자네는 나 좀 보지."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물러갔고, 마유샹은 탕젠런 부장과 단둘이 남았다.
"류이엔 그룹의 버섯 농장은 어떤가?"
"거기도 피해를 보긴 했습니다만, 사흘에 한 번씩 버섯을 채집하는 시스템이라 별 타격은 없었을 겁니다. 메뚜기떼가 완전히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파종을 했다는군요."
"남들은 다 우는데 류이에 회장만 혼자 웃겠군. 곡물이 모자란 만큼 요리에 넣는 버섯이 더 늘어날 테니."
"그래도 버섯은 국물맛을 높여주는 부재료이자, 결국 반찬입니다. 주식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버섯은 탄수화물 덩어리를 대체하지 못하지."
곡물, 탄수화물의 집합체.
인간이 힘을 내도록 해주는 근본 에너지원은, 같은 탄수화물 덩어리만 대체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입맛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평생 쌀밥을 먹어온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쌀로 만든 리조또만 매일 먹으라면? 질려서 숟가락을 놓게 된다.
하물며 빵 따위는 더할 것이다.
"신두는 얼마나 들어와 있나?"
"현재 재고가 30억 알 정도 됩니다."
"30억 알이라……. 그 정도면 얼마나 버틸 수 있지?"
"얼마 안 됩니다. 10억 인구가 하루면 먹어치울 물량입니다."
"너무 적어. 비축물량을 더 늘리도록 회사들에 권고해 보게."
"그러고는 있습니다만, 너무 잘 팔리는 분위기라서 판매를 억제하면서까지 재고를 쌓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습니다."
"잘 팔리고 있어서라면 어쩔 수 없겠군."
지금 중국은 쌀이 부족하다.
당장 수확한 햅쌀이 시장에 대거투입되어야 하는 판국에, 수천만 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 해 농사치를 한두 달 안에 먹어치우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부는 일 년을 내다보고 쌀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평균 소진율은 사정없이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신두의 판매가 소진율에 가까스로 유의미한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있었고,
"당에 이 심각성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벌써 싼샤 댐이 이틀째 가동을 멈추고 있지. 당은 지금 그것만으로도 비상일세."
"하지만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인민들의 식탁이 위협받게 됩니다."
부장은 흐릿하게 웃었다.
"지금 당에서는 수영발전소 전기라도 사오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일세."
"……."
"얼마나 정신이 없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지하게 의논하고 있겠나? 당장 발전소를 짓는다 해도 2년은 잡아야 할 테고, 북한을 통해서 송전한다 해도 손실률이 엄청나서 의미가 없을 텐데."
"이상하긴 하군요."
"이런 상황에서 수영발전소는 전기가 남아돌 테니까 그걸 사오자는 걸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단 말이지."
"정말…… 그딴 거에 매달릴 정도로 정신이 없는 모양이군요."
그들 기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금 당장 다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병원에 입원 예약을 할까 궁리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당 간부들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당황하면서도 어떻게든 대책을 찾고 있는 판이야. 메뚜기떼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장강 때문에 피해 입은 것은 공장뿐만이 아닌데, 모든 시선과 관심은 그쪽에만 쏠려 있군요……."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거늘, 이렇게 농업을 천시해서야 어찌 미래가 밝을 수 있을까."
중국은 농업대개혁을 통해 대성과를 이뤘다.
종류에 가리지 않고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수출한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농사를 잡아놓은 물고기라 생각하는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어쩌겠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한국에 다녀오게."
"한국에 가봤자 소용없습니다."
"자네는 마케미야와 친하지 않았나? 그 친구는 한국에 거의 머무른다면서?"
"마케미야 회장은 저번 엘릭서 드링크 파동 때문에 마음이 상했습니다. 중국 장사는 신경 끄고 나노소프트에 떠넘긴 거 같더군요."
"그래도 생산자인데."
"공청단에서 마케미야가 일본인이라고 너무 배척한 대가입니다. 어차피 권한을 쥐고 있는 건 나노소프트입니다."
"나노소프트는 얼굴마담이 아니었나?"
농업부장의 머릿속에서 나노소프트는 PC 플래폼을 석권한 IT 회사였다.
당연히 얼굴마담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나노소프트는 북미 최대의 종합식품회사이기도 합니다. 이미 식품사업으로 인한 수익이 여러 사업 분야에서 1위를 달성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그럼 놈들이 생선과 신두를 가지고 들어온 게 얼굴마담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진짜 장사를 하려고 들어온 건가?"
"예, 그렇습니다."
"허어."
부장은 잠시 탄식한 뒤 다시 말했다.
"알겠네. 그럼 나노소프트를 만나보게. 수오미를 중간에 끼는 게 모양새가 좋을 거야."
"그리 하겠습니다."
"최소 신두 1,000억 알. 반년 안에 확보하되, 때가 될 때까지 나노소프트가 쥐고 있다가 언제든지 즉시 넘겨줄 수 있어야 하네."
무턱대고 1,000억 알을 수입했다가는 당에서 숙청을 당할 수도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당이 다급히 대책을 요구할 때 짠 하고 공개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습니다. 나노소프트도 수영농장에서 매수해서 파는 거라, 악성재고 리스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게 잘되면 쌀 시장을 열어줄 수 있을 거라고 전해주게."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어쩌겠나? 어차피 모자란 건 어디서든지 채워야 하네."
식량이 모자라게 되면, 결국 그 책임은 농업부장이 진다.
방법이 주석의 마음에 들던 그렇지 않던, 일단 해결책은 만들어놓고 채점을 기다려야 한다.
"신두 1,000억 알, 반드시 확보해 둬야 하네."
"알고 있습니다."
***
북경 호텔에 체류 중인 발머 스틴은 마유샹 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내내 미소를 띤 얼굴을 유지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메뚜기떼에 모든 농작물을 잃은 농부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프더군요."
"그렇기에 비상식량을 충분히 갖춰둘 필요가 있는 겁니다."
"이런 큰 재해를 어찌 보고만 있겠습니까? 신두 1,000억 알은 반드시 확보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드렸다시피 당에서 허가가 나오기 전까지는……."
"입장은 이해합니다. 계약서 문제는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신두는 다른 곳에 팔면 되니까요."
"감사합니다."
대화가 생각보다 잘 풀리자 마유샹은 보이지 않게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