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41화
245장 벼를 구하라 (1)
"신두?"
수오미 이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아직 한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는 신두에 관해서 알지 못했다.
"네, 한 번 드셔 보시죠.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아, 그럼……."
수오미 이사는 신두 한 알을 입에 넣고 꿀꺽 삼켰다.
계란 노른자처럼 텁텁할 줄 알았는 데, 생각보다 부드럽게 넘어갔다.
맛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간식이라고?'
하지만 딱 그 정도.
특별히 나쁘지 않고 먹기에도 편하다.
그게 전부일 뿐인데, 한창 인기를 끈다니?
적어도 뭔가 혀에 착 감기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맛이 참 부담이 없군요. 심심할 때 입에 넣기에는 부담이 없겠습니다."
"그렇지요?"
"반대로 입이 심심할 때 굳이 찾아서 넣을 정도는 아닌 거 같습니다만."
"맛이 아쉬운가 보군요?"
"예. 간식이라면 그래도 혀에 쫀득하게 감기는 그런 맛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이건 맛을 크게 고려한 간식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방금 드신 그거 한 알의 열량이 약 1,000 kcal입니다."
"이게 1,000 kcal라고요?"
이사는 저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빠르게 돌렸다.
'이게 1,000 kcal라면, 그렇다면 하루 3알이면 식사가 필요 없는 수준인가?'
"탄수화물이 가장 많지만, 그 외에도 지방,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 이소류신, 리신, 메티오닌, 페닐알라닌, 트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비타민 A, B, C, 무기염류인 나트륨, 인, 칼륨, 칼슘, 심지어 약간의 식이섬유까지 포함돼 있는 만능간식이죠."
"……."
"사람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그냥 다 갖추고 있습니다. 평생 이것만 먹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노소프트 이사는 환한 미소를 유지하며 말을 계속했다.
"오죽하면 미군에서 특수전투식량으로 전격 도입을 했을까요?"
"미군에서 도입했단 말입니까?"
"예. 매년 1억 5,000만 달러어치를 납품받고 있습니다."
"허어."
"뿐만 아니라 한국의 병원에서도 이미 인기 있는 보양식입니다. 특히 암 환자들에게 매우 좋습니다."
"암 환자 식단?"
"네. 항암 부작용으로 입맛이 없고 구토가 심한 암 환자들도 신두는 쉽게 잘 먹거든요. 식사가 원활히 잘되다 보니 투병 효과도 좋습니다."
"으음, 이게 정말 1,000 kcal라면……."
나노소프트가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성분 조사 한 번 해보면 금방 나오는 스펙이니까.
수오미 이사는 이 신두라는 간식이 어떻게 인기를 끌지를 상상했다.
'아니, 이건 간식이 아니다!'
중국은 한창 산업화를 이루고 있는, 세계의 공장이다.
밥 먹는 시간까지도 아까가면서 일을 하려는 훌륭한 인민 노동자.
밥 먹는 시간까지도 절약해서 일을 시키려는 훌륭한 인민 기업가.
신두야말로 그들을 위한 최상의 식품이 아닌가?
"보다시피 보관과 운반, 섭취까지 모든 게 유용하죠. 맛이 다소 아쉽지만, 오히려 그게 장점입니다."
"다소 아쉬운 맛이 오히려 장점이라고요?"
"만약 몇 초면 삼킬 수 있는 간식에 중독성 있는 맛까지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수오미 이사는 퍼뜩 깨달았다.
"한 끼에 1알이면 충분할 것을, 정말 과자 먹듯이 손으로 마구마구 집어 먹을 수도 있겠군요."
"네, 그런 점 때문에 맛 자체는 혀에 거부감 없을 정도로만 세팅한 겁니다. 약간의 감미료만 첨가하면 끝날 것을, 뭐하러 굳이 생략을 했을까요?"
원래는 생선 낙찰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라는 사은품.
하지만 이사는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이거 가격이 얼마나 됩니까?"
"한국에서는 1,000 kcal짜리 스탠더드 1알이 1,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약 5위안이로군요."
"네, 소매가가 그 정도입니다."
"10만, 아니, 100만 알을 정식으로 발주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100만 알이나 말입니까? 오늘 처음 보신 제품을요?"
나노소프트 이사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물론 전부 계산된 연출.
수오미 이사도 눈치챈, 서로가 알면서도 맞춰 주는 짧은 연극 같은것.
"이 식품, 단순히 간식으로 팔기에는 너무 아까운데요. 우리 중국에서 놀라운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100만 알이라…… 이번에 사은품으로 가져온 물량이 500만 알이니, 굳이 발주는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네? 사은품으로 500만 알이나 생각하셨단 말입니까?"
"그럼요. 중국의 인구가 어디 좀 많습니까?"
수오미 이사는 자존심이 팍 구겨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처음 본 걸 100만 알이나?' 하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데 사은품을 500만 알이나 가져왔다니.
아마 속으로는 '겨우 그거? 수오미도 별거 없네?'라고 비웃으며, 겉으로는 놀란 척 기만한 게 아닌가.
"사은품치고는 너무 많군요. 500만 알이라니. 한국에서 꽤나 팔리나 봅니다."
"그래 봐야 한국 반나절 매출입니다."
"바, 반나절 매출? 설마 한국에서 하루에 천만 알 이상씩 팔린다는 겁니까?"
"그 정도 팔립니다."
"……."
수오미 이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다섯에 한 명은 매일 먹는다는 뜻 아닌가.
'그럼 한국 소매시장만 일 년에 36억 5,000만 알. 그 정도면 500말 알은 정말 판촉으로 뿌릴 만한 물량에 지나지 않겠군.'
수오미 이사는 자존심이 팍 상했다.
'우리 수오미의 체면을 구길 수는 없지.'
곧 죽어도 체면은 유지해야 한다.
하물며 수오미는 중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전자 회사.
주요 거래처인 나노소프트 앞에서 절대로 명예를 손상시킬 순 없었다.
"5억 알을 발주하겠습니다."
"네? 5억 알이나 말입니까?"
"네. 어디까지나 판촉 행사를 위한 테스트 물량이라는 점을 알아주십시오. 생선 낙찰업자뿐만 아니라 우리 수오미 제품 구매자들을 상대로 큰 행사 한 번 열어보겠습니다."
수오미 이사는 한껏 으스대는 표정을 지은 채 우쭐해서 말을 이었다.
곧 죽어도 체면 유지를 해야 한다.
"중국에서 미끼용 사은품이라면 이정도는 뿌려야 합니다. 500만 알 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런, 저희가 실수했군요. 500만 알이면 판촉용으로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만."
"우리 중국 인구가 몇 명인데 겨우 그거 가지고 되겠습니까? 공식적으로는 14억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15억 명 이상은 될 겁니다."
수오미 이사는 한껏 남자답게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한 사람이 네다섯 번 정도는 먹어 봐야 사은품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5억 알이라고 해봐야 몇 명이나 골고루 돌아가겠습니까?"
"그렇지요."
"마음 같아서는 20억 알도 하고 싶지만, 제 권한으로는 5억 알 정도가 한계라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직권으로 5억 달러를 집행할 수 있다니, 이사님이 수오미에서 받는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됩니다."
"하하, 저는 수오미의 창업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함께 했죠."
***
그렇게 수오미는 엉겁결에 5억 달러의 추가 지출을 떠안게 되었다.
계약을 물고 온 이사는 부회장 앞에서 크게 혼이 났다.
"내가 생선에 집중하랬지, 그런 간식 따위에 큰돈을 쓰라고 한 적은 없네!"
"부회장님, 제가 한국 상황을 좀 알아봤는데 이거 정말 대단합니다. 사람들이 거의 주식처럼 먹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처음에는 화를 냈던 부회장은 설명을 들을수록 표정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기업가들이 좋아할 거다?"
"그럼요. 요즘에는 회사에서 식대를 제공해야 하는 게 기본 의무 아닙니까?"
"그렇지."
공산당은 정책적으로 근로자들의 복지에도 제법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먼, 열악한 근로 환경이었지만.
"구내식당 하나 운영하려면 그거 돈이 다 얼마입니까? 조리사 고용해야지, 식자재 보관시설도 갖춰야지, 식사할 공간도 만들어야지. 운영비도 제법 나갈 테고요."
"음, 그건 그래."
"하지만 신두를 점심으로 제공하면 그 문제가 간편하게 끝납니다. 기업가들 입장에서는 싸고 간편하게 직원들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거죠."
"흐음, 그럴듯한데?"
"게다가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공장 같은 곳은 어떻고요? 직원들 점심시간도 1분 이내로 짧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야, 기업 하는 사람들이 참 좋아하겠어."
"그리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는 일 중독자들이 좀 많습니까? 1위안이라도 더 벌겠다고 악착같이 일하는 근로자들도 좋아할 겁니다."
"확실히 그럴 수 있겠어.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있네."
어느 정도 넘어왔다 싶었는데, 부회장이 돌연 꺼낸 말에 이사는 의아했다.
"무슨 문제입니까?"
"지금 당은 한국산 식품에 점점 규제 강화를 하고 있어. 수영농장을 견제하는 거 같은데."
"예?"
"잘나가던 엘릭서 드링크도 당에서 하도 뜯어가려고 달려드니까 물량을 줄여버렸고 말이야. 생선이야 인민폭동이 날 지경이니 눈감아주는 거지만, 이 신두라는 것까지 봐줄까?"
부회장의 진지한 말에 이사도 고심하는 표정이 되었다.
"으음, 확실히 신두가 주식을 대체할 위험이 있긴 합니다만……."
인민의 식탁이 송두리째 넘어갈 위협이 있다면, 당에서 칼을 뽑아 들위험이 있다는 설명.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진행해야 할 걸세. 안 그럼 공안이 쳐들어올 수 있어."
"그럼 일단 사은품으로 뿌리기 전에 먼저 분위기를 살피겠습니다."
"그동안 나는 당 인사들을 만나보지."
자칫 무산될 수도 있는데 부회장이 화를 안 내는 것에, 이사는 안도했다.
"나도 설명 들으니까 이 신두를 밀어보고 싶어졌거든. 이건 분명히 대박 날 상품이야."
"모든 회사들이 신두를 사내식사로 제공한다면, 능률이 더욱 오를 겁니다.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이 효율이 솟구치는 겁니다."
수이창 부회장은 조심스럽게 당 인맥에 접촉해서 분위기를 알아봤다.
***
중국의 무역제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풀렸지만, 식품 등 몇 가지 품목은 아직도 강력한 제한이 걸려 있었다.
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뽑은 칼날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
신두는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보니, 당국에서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리라.
'그래도 우리가 생선을 수입하고 있으니까 당국에서도 제재를 하진 못할 거다.'
생선 부족으로 인한 인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었다.
중년 이상은 전 세계적인 어획대란이라고 보도를 해도 잘 믿지 않는다.
당이 인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이상 보도통제를 해왔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농업부 마유샹 부부장이 어떻게 알았는지, 수이창 부회장을 조용히 찾아왔다.
"한국의 신두라는 상품을 수입하기로 하셨다 들었습니다."
"아, 어디까지나 생선 구매자들을 위한 사은품일 뿐입니다. 정식 유통을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요? 겨우 사은품을 25억 위안어치나 구매한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아아, 긴장 푸십시오. 나쁜 이야기를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마유샹 부부장이 서늘하게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25억이 아니라 250억 위안 이상 구매하십시오. 가능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