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35화
243장 강의 것은 바다에게로 (3)
싼샤 댐.
장강의 중류에 설치된 세계 최대의 수력 발전소로, 길이 2,335m, 높이 181m를 자랑하는 초대형 댐.
390억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으며, 발전설비 용량이 통상 원전의 20배가 넘는다.
강우가 닥칠 때마다 심심하면 '싼샤 댐이 무너지면 중국 도시들의 피해는?'이라는 썰 대립을 낳는 댐이다.
원인을 불문하고 정말 댐이 무너졌을 시, 장강 하류의 대도시들에서 수천만 명 이상이 수장되고, 중국경제도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을 거라는 예측만큼은 이견이 없었다.
회복 불가능한 경제 타격을 입고 국가의 존재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다.
그랬던 싼샤 댐이 정반대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
"통상 저수 방수량에 변화가 없었는데도 수위가 2미터 이상 낮아졌단 말입니까?"
"고작 2미터 가지고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겁니까?"
"고작 2미터라니요! 싼샤 댐의 2미터는 고작이라고 말할 게 아닙니다! 2미터가 낮아졌다는 것은 10억 톤이 넘는 물이 없어졌단 뜻이라고요!"
대부분의 비전문가들은 '수위가 높아지는 게 문제지, 낮아지는 게 문제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인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댐 전문가들이 왜 저리 호들갑을 떠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
류이엔은 댐을 운영하는 싼샤그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 다리 정도 건너면 인맥으로 엮이기야 하겠지만, 직접적으로 엮인 것은 전무했다.
"회장님, 수위가 2미터 낮아졌다는 것은 거짓, 아니, 축소 보도입니다."
"설마 그 이상이라고? 그럼 대체 얼마나 낮아진 건가?"
"11미터입니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11미터라니."
만수위가 160미터인데 11미터가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양의 물이 증발했다는 뜻이었다.
"수위가 낮아진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건 없습니다. 댐 전문가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시간당 방수량을 너무 늘린 것은 아닌가? 요즘 공업지대가 한창 커지고 있어서 소비전력도 많이 늘었을테니."
수력발전소이다 보니 전기 생산량을 늘리려면 시간당 방수량을 늘려야 한다.
채워지는 물보다 빠지는 물이 더 많으면 수위는 당연히 낮아지게 된다.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통상 방수량은 온도와 습도, 강우량에 근거해서 조절합니다. 댐의 적절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방수량 조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네, 그런데도 수위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어서 방수량을 더 줄이고 있습니다. 지금쯤은 아예 잠가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곤혹스러워하며 보고하던 비서실장에게 비서가 다가와서 조용히 쪽지를 건넸다.
쪽지 내용을 확인하고 비서실장이 추가 보고했다.
"추가 정보입니다. 댐을 완전히 잠근 지 7시간이 지났는데도 수위는 조금씩이지만 계속 낮아지고만 있다고 합니다."
류이엔은 놀라서 물었다.
"그럴 수가 있는가? 장강 상류에서도 지속적으로 물이 내려오고 있을 텐데?"
"그래서 지금 전문가들이 상류를 거슬러서 발원지까지 전수 조사를 기획 중이라고 합니다."
강의 수위가 왜 낮아졌는가, 그것은 류이엔 그룹에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가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황비버섯농장 때문이었다.
"농장 전기 문제는?"
황비버섯농장에 들어가는 전기는 싼샤 댐에서 공급되고 있다.
때문에 류이엔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아직은 별 이상 없습니다만, 수위감소의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당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최악을 대비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비상발전 체계를 갖추는 게 좋겠습니다."
류이엔의 황비버섯농장은 24시간 체제로 돌아간다.
로봇을 쓰진 않고 많은 인부를 쓰지만, 그래도 전기 없이는 농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인부 숙소, 버섯 포장 설비 등은 전기가 없으면 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류이엔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싼샤 댐 발전가동률을 하향하게 되면, 우리 농장은 전력 공급 순위에서 밀려나게 될 거다."
"예? 하지만 우리 농장이 정부에 내는 세금은 엄청난 액수입니다."
당장 농장이 한 달에 내는 소득세만 해도 수백억 위안이 넘는다.
때문에 임원들은 농장을 후순위에 둘 거라고는 상상을 할 수 없었다.
류이엔이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결국 인민들 상대로 장사해서 버는 돈이야. 게다가 수익의 51%를 한국에 갖다 줘야 하지. 당 입장에서는 국부를 크게 유출하는 사업에 지나지 않네."
"그런……."
"그에 비해 다른 공업단지들은 수출품을 생산해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 자, 당이 어느 쪽을 더 우선할 거 같나?"
"……."
듣고 보니 납득이 갔다.
황비버섯농장이 막대한 세금을 내긴 하지만, 결국 14억 인민들의 호주머니에서 긁어낸 돈이다.
"그래도 앞으로 10년간은 한국에 나가는 돈은 없지 않습니까?"
하수영이 수영사채를 만들 때 약 10년치 이익을 선금으로 가져갔기에, 당분간은 그쪽에 나가는 돈은 없다.
즉 당장은 국부 유출을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이미 먼저 빠져나가 버렸으니까.
"그랬으면 우리야 좋지만, 어쨌든 당장 틀어막아도 이 나라 경제에 큰 상관은 없지 않나?"
"……."
당분간 인민들이 버섯 좀 못 먹게 한다고 해서 경제에 큰 문제가 생길리가 없다.
류이엔 그룹의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기겠지만, 그거야 중국 전체 입장에서는 티끌도 못 될 일이고.
하지만 수출품을 생산하는 다른 공업단지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당국에서 내일, 아니, 오늘 당장에라도 우리 농장에 전력 통제를 할 거라고 상정하고 대책을 세우도록해."
"네! 회장님!"
***
류이엔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당에서는 긴급 전력제한공급 방침을 시행했다.
수출공업단지처럼 국가경제에 주요한 역할을 하거나, 군 기지, 행정기 능수행에 필수적인 지역 우선으로 전력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농업 지역은 후순위에 배치되었고, 즉시 전력 공급이 끊겼다.
공업단지도 순차적 송전을 하는 터에, 농업 지역에 보내줄 전력은 없었다.
-혹시 황비버섯 농장을 저격하는 건 아닌가요?
통화 중 하수영이 우려하자, 류이 엔은 당치도 않다는 듯이 부정했다.
"그건 아닙니다. 우리 말고 다른 농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지뿐만 아니라 필수지역이 아닌 곳은 모두 후순위로 밀려나서 전력 공급을 못받고 있습니다."
당장 수출공단 등 필수 지역만 해도 전기가 모자라서 자체발전기까지 돌리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전 또 제 농장만 콕 집어서 저격하려고 저수지에서 물 빼고 그러는 줄 알았죠.
"절대 그건 아닙니다.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적어도 10년간은 수영농장에 돈나갈 일도 없는데, 중앙정부가 그런 자작극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제가 워낙에 이런저런 공작을 많이 당해서, 제 주변에 이런 일이 생기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봅니다.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그럼 저수지 수위가 낮아진 게 자작극이 아니라 정말 사실이라는 겁니까?
"네, 사실입니다."
싼샤 댐의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자작극을 벌일 이유는 없으니.
"문제는 지금도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발전량도 줄어들겠네요.
"네, 수위가 50미터 미만으로까지 떨어지면 방출을 완전 중지할 수도 있습니다. 수력 발전이 멈추는 겁니다."
-장강 일대에 안개는 줄어들겠군요.
류이엔은 쓴웃음을 지었다.
390억 톤에 달하는 막대한 물이 고여 있다 보니, 장강 일대는 언제나 심한 안개가 자욱했다.
댐 일대는 물론이고 하류 지역의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언제나 손꼽히곤 한다.
'댐 수위가 낮아진다고 그게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그럼 농장 운영에 타격이 있는거 아닙니까?
"전기를 쓸 수 없다 보니, 디젤발전기를 설치하기 전까지는 농장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인부들이 머무를 수가 없어서요."
-저런.
"농기구야 기름으로 돌아가니 문제없지만, 포장시설도 문젭니다. 그것도 전기로 돌아갑니다."
-결국 인부 숙소, 그리고 전기 쓰는 시설들이 지금 문제라는 거군요.
"네, 공용전기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렇습니다."
-대책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평소 농장 운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하수영이 먼저 전화까지 걸어서 꼬치꼬치 캐묻고 있다.
류이엔은 그만큼 염려가 돼서라고 생각하며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고출력 디젤 발전기를 다수 들이기로 했습니다. 유류 탱크도 충분히 배치해서 당분간 싼샤 댐의 전력 없이도 문제없이 농장을 돌릴 체제를 만들 생각입니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발전기나 유류 탱크도 품절 상태라서 구하기 힘드실 거 같은데.
"네, 맞습니다. 그래도 구해야지요."
아닌 게 아니라, 앞으로 전기가 더욱 부족해질 거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때문에 지금 중국에서는 디젤 발전기와 유류 탱크는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물건이 되었다.
수요가 폭증한 것뿐만 아니라, 이 틈에 한몫 벌어보자는 사재기 세력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수요보다 사재기 세력이 10배 이상일 거라는 예상까지 있었다.
류이엔은 그 점도 설명을 해줬다.
"부끄럽지만 이런 위기 상황이 생기면 사재기 세력들이 기승을 부립니다. 때문에 저희는 국내 구매는 포기하고, 아예 해외에서 전량 구매해서 들여올 생각입니다."
-되팔렘들은 진짜 어디에나 있다니까요. 그런 놈들은 전부 다 잡아 들여서 영원히 아무것도 구매 못 하게 해야 해요.
"한국도 사재기 세력이 만만치 않나 보군요."
-여기도 기승 부리는 게 장난 아닙니다. 가만있자, 그러니까 지금 발전기와 유류 탱크만 씨가 마른 거죠? 기름 자체는 쉽게 구할 수 있고요?
"네, 그렇습니다."
-발전기 아무것도 사지 말고 기다려 보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예?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황비버섯농장이 정상화가 되어야 저도 빨리빨리 선매출 깔 거 아닙니까? 10년 걸릴 거, 8년이나 7년 안에 까면 더 좋은 거죠.
"혹시 디젤발전기에 여유가 있으신 겁니까? 몇 대나 갖고 계신 겁니까?"
류이엔은 반색을 했다.
고출력 디젤발전기는 지금 중국에서는 없어서 못 구한다.
해외에서 구매해서 반입을 하려 해도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다.
하지만 하수영이 갖고 있는 걸 보내준다면, 넉넉하게 이삼일이면 설치할 수 있으리라.
'유류 탱크는 아예 유조차를 여러 대 동원하면 될 거 같고, 이거 되겠는데?'
-여유분은 아니고요, 쓸 데가 있어서 만들어놓은 게 좀 있는데 거기서 한 개 정도는 빼서 써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한 개…… 출력만 어느 정도 보장되면 당장 아쉬운 대로 농장을 굴릴 수는 있을 거 같습니다."
한 개라는 말에 류이엔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것만 해도 어디인가 하고 생각했다.
발전기가 도착한 날.
류이엔은 여러 대의 트레일러에 분해된 채 실려 온 발전기가 농장에서 조립되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발전기라고?"
"백두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23,000TEU 컨테이너선 발전기 하나를 빼왔다고 합니다……."
"회장님, 살았습니다. 이 발전기 하나면 인부 숙소는 충분히 돌리고도 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