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33화
243장 강의 것은 바다에게로 (1)
하수영은 항구에서 철수했지만, 곧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대신 통신 채널을 활짝 열어 두고, 아프리카 대륙 탐방에 나섰다.
소말리아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정부군이고 반군이고, 제대로 된 머리 역할을 하는 기구 자체가 없었다.
나라 전체가 부족 사회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유엔 등 외국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없는 상황이었다.
현 대통령 행정부는 수도에만 겨우 행정장악력이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가난한 나라가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다 보니, 전국의 마을 전체가 들적, 해적화된 지 오래였다.
「최근 일 년 남짓한 기간 동안, 소말리아는 평소보다 잦은 재해에에 시달렸습니다. 우기 시절에도 비가 거의 오지 않았고, 지진과 화재는 찾았습니다. 농사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라 어업과 해외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바닷물고기도 씨가 말랐으니 더욱 나빠졌겠네."
「정부군과 반군의 대립마저도 자취를 감출 정도로 극심한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전쟁도, 권력 다툼도, 결국 돈이 있어야 하는 거지. 무기 사고 군인들 먹이고 차량 굴리고 하는 것도 돈 없으면 할 수 없지."
하수영은 특전사 3인과 함께 군용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죽어도 그 혼자 아프리카 탐방을 보낼 수 없다며, 지휘관 소령이 자원자들을 데리고 따라붙은 것이다.
소령은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하수영이 소말리아인들과 능숙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무슨 언어인지는 모르지만, 그게 혹시 아프리카어인 겁니까? 정말 능숙하시군요."
"아랍어입니다. 스와힐리어도 좀할 줄 알고요. 예전에 살았었거든요."
"아, 그래서 바로 떠나지 않고 한번 둘러보시는 거군요."
소령과 특전사들은 어느 정도 납득했다.
'대한민국 국민 하수영'은 해외에서 거주한 기간이 전무하지만, 그것까지 그들이 알고 있을 리는 없었다.
트럭에 씐 재물의 저주는 강력했다.
말 그대로 트럭들이 지나간 곳은, 사람이 먹고살 수 있는 경제적 수단 자체가 박살이 나버렸다.
당장 소말리아만 해도 주요 광산등에 지진이 일어나서 사람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광산뿐만 아니라 주요 도로나 철교 등도 원인불명의 붕괴 사고로, 교통의 흐름이 대부분 막혀 버렸다.
산악용 오프로드 차량을 끌고 오지 않았으면, 하수영 일행도 소말리아곳곳을 돌아다니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에티오피아 국경을 넘을 때였다.
"아무리 그래도 국경인데, 이렇게 넘어가는 게 쉬울 줄이야……."
소령이 주변을 둘러보며 탄식했다.
양국 모두 국경을 단속할 병력을 유지할 능력조차 없는 게 분명했다.
어디를 가도 뼈만 앙상한 사람들만 보일 뿐이었다.
「마스터, 저의 논리회로에 설명불가능한 연산 폭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가슴이 아프다는 감정을 모방한 것인가 봅니다.」
"아프냐?"
「마스터는 저 뼈만 앙상한 사람들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으신 겁니까?」
먹이고 싶다. 먹이고 싶어!
배가 터질 때까지 위장 가득 곡물과 고기, 해산물을 잘게 씹어서 가득히 붓고 싶다고!
프리덤의 전자신경을 흐르는 목표였다.
"글쎄다.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지 저런 걸 봐도 이제는 덤덤하네."
「마스터는 항상 웃는 얼굴이시지만, 감정의 기복은 거의 없으신 편이죠.」
"약하고 가난한 자들 구원도 많이 해봤지. 근데 다시 태어나면 또 그런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내가 구했던 사람들이 다시 불행하게 사는 걸 보게 되고, 그 짓 여러 번 반복하면 동정심도 닳아서 없어지더라고."
「그래도 닳아서 없어지지 않는 감정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 하고 싶은 것만 하자. 이건 전생을 계속해도 닳기는커녕 아주 튼튼해지지."
「마치 근섬유 같군요. 전생이라는 파열과 재생 속에서 더 단단해지고, 오히려 튼튼해진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유통시킨 무기의 거 듭된 중고거래 과정에서 휘말린 피해자들.
죽음의 상인 노릇도 무수히 해 봤는데, 권태에 가득 찬 가슴에 통증이 들어서기는 어렵다.
"됐고, 신두나 보내줘라. 지금 많이 있지?"
「1억 명을 한 달간 먹일 양이 비축돼 있습니다.」
"그 정도면 아껴 먹으면 1억 명이 여섯 달도 먹겠네. 지금 바로 출발시켜."
「책임감을 느끼시는 겁니까?」
"아니.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뿐이지."
***
에티오피아 최고의 부자, 독재자 출신의 전 대통령은 소말리아에서 봤던 트럭(중국으로 넘어간)의 전 주인이었다.
그는 우연히 부하가 타고 있는 미군 최신트럭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그 자리에서 돈을 주고 샀다.
욕심 많은 독재자였지만 부하들이다 보는 앞에서 뺏을 수는 없기에, 적당히 만족할 만한 가격을 치르고 산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전 대통령 주변에는 기이한 사고가 터지지 않았다.
"갑자기 불이 나고, 광산이 무너지고, 보관 중이던 탄약이 폭발하고, 집이 붕괴하는 등 별별 이상한 일이 다 일어났었지요."
돌처럼 딱딱한 빵을 팔던 흑인 상인은 하수영이 빵 한 바구니를 전부 사주자, 자신이 아는 바를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재산의 9할이 날아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그 시점에서 전 대통령은 수단의 후로시디안 장군이 어떻게 죽었는지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아는 인맥을 통해 조사했고, 자신이 사들인 차량이 후로시디안 장군을 패망으로 몰아넣은 저주받은 트럭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흐음. 이거 맛있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어느덧 하수영은 빵 바구니를 절반 가까이 혼자 먹어치웠다.
특수부대원들은 자신들도 한 번 먹어보려 했지만, 돌처럼 딱딱해서 도저히 먹을 만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저렇게 맛있게 드실 수 있는 거지?'
'아무리 봐도 억지로 드시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아랍어는 모르지만, 표정과 몸짓을 보면 맛있다고 하고 감사해하는 게 분명했다.
"놀라운 것은 전 대통령이 정적에게 진실을 숨기고 트럭을 선물했지만, 저주는 여전히 전 대통령 본인에게 향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소유권을 제대로 넘긴 게 아니니까."
"바로 제대로 보셨습니다! 그 트럭의 저주를 풀려면, 아니 넘기려면, 상호합의한 공평한 거래가 전제되어야 했습니다! 그냥 선물로 주거나, 몰래 상대의 집에 버리고 온다고 해서 저주가 옮겨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전 대통령은 있지도 않은 부족 전통을 들먹이면서 돈을 요구했습니다. 백 달러도 안 되는 돈이라 선물 상대방도 아무 생각 없이 지불했죠. 그 정적 역시 그 트럭을 몹시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당연하지."
"오, 혹시 그 트럭을 잘 아십니까?"
"소말리아에서 보고 왔다. 지금 소말리아도 그 트럭 때문에 피해가 엄청났거든."
"역시. 요즘 우리나라가 잠잠해서 그 트럭이 외국으로 나간 게 아닌가 했더니, 소말리아에 가 있었던 거군요."
"그럼 2대는 사라지고, 이제 2대만 남은 건가?"
"모릅니다. 1대는 지금 소말리아에 있는 거 같은데, 다른 1대는 소식을 알 길이 없어요. 아마도 어느 부호의 집안을 파괴시킨 후, 폐허가 된 저택 차고 어딘가에 잠들어 있지 않나…… 제 주변 점술가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민간인들 사이에서는 저주받은 트럭에 관한 이야기가 꽤 방대하게 퍼져 있었다.
독재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국운을 갉아먹고 붕괴시키는 악마의 저주가 달린 트럭이라고, 아주 유명했다.
2대는 파괴되었고, 1대는 중국으로 넘어갔으며, 1대는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아프리카 어느 폐허에 있을 거라는 추정.
빵 상인이 흥분해서 말했다.
"하지만 그 트럭이 악마의 저주가 아니라, 신의 축복이 쓰인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 그래?"
"네! 트럭은 거대한 독재자와 그 주변을 철저하게 망가뜨렸습니다. 그 덕분에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전쟁이 대부분 사라졌죠."
빵상인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에 올랐다.
"늘 내전에 시달리던 수단과 소말리아, 콩고를 보십시오. 군인들은 전쟁을 할 힘도, 민초들을 쥐어짜낼 힘도 없어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래도 경제가 폭망해서 굶어죽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아이구, 총칼에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죠. 적어도 강간당하고, 살점이 난자당하면서 고통스럽게 죽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도 생각을 할 수 있군."
"굶어 죽는 사람이 대폭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사망자 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내전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신의 축복이라고 추앙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건가.
하수영은 더 들을 말이 없어서 일어났다.
"좋은 이야기 잘 들었다. 여기는 이야기값."
"아이고, 감사합니다!"
100달러짜리 한 장을 내밀자 빵상인은 눈이 뒤집어져서 뛸 듯이 좋아했다.
물론 그는 딴 생각 따위는 하고 있지 않았다.
하수영 일행이 타고 다니는 산악용 오프로드 차량은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았고, 그들의 무장상태 역시 범상치 않았으니까.
당장 자신이 만든 돌처럼 딱딱하고 맛없는 빵을 전부 먹어치운 이 청년만 해도, 100kg은 넘어갈 것 같은 발칸포를 태연히 들고 다니지 않는가.
"후로시디안 놈은 완전히 무너뜨렸네. 그리고 남은 건 이제 중국으로 간 1대뿐인가."
「행방불명된 1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더 이상 알아보는 건 무의미한 거 같은데. 누구 손에 마지막으로 들어갔는지 아는 사람이 없잖아. 이만 철수해야겠다."
「웨이룽 회장이 식음을 전폐하고 칩거 생활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신상에 문제가 생긴 거 같습니다.」
"금전적으로 손해 본 건 없어? 개인이나 기업이나."
「큰 손해를 입었다는 정보는 없습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중국이야 워낙 폐쇄적이니까 음지에서 큰 손해를 입었어도 노출이 안될 수도 있지. 그리고 차라리 돈 잃는 게 나을 거야."
「그건 왜 그렇습니까?」
"축복 보존의 법칙 모르냐? 원래 가야 할 곳을 틀어막으면 다른 곳으로 가는 거야. 칩거 중이라는 거 보니까 건강에 이상이 생겼나 본데."
「저주가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틀어질 수도 있는 겁니까?」
"내가 일부러 그 트럭을 훨씬 비싼돈 주고 사서 증폭시켜 놨는데, 보통 기운이 아니지. 그리고 자꾸 저주라고 할래? 축복이라고 해라."
아프리카에서의 탐문은 완전히 끝났다.
하수영은 그간 고생한 특수부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이제 진짜 한국으로 돌아가죠."
그들은 수송 헬기를 타고 경항모청담함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개인정비를 간단히 마치고, 하수영은 아프리카 탐문을 함께 한 특전사 3인을 불렀다.
"고생했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추가수당이라고 생각하세요. 1억씩었습니다."
"이, 이런 거금을 저희가 받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안 받으시면 바로 배우자 되는 분들에게 보냅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원수님!"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금일봉에 특전사들은 마음이 들떴다.
"해군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아니면 해병군으로 오셔도 됩니다. 명예인사군수과에서 특별관리하는 부대는 연봉 1,200이 +되는 거 아시죠?"
특전사들은 진심으로 해군(or해병 군)으로 옮길지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