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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31화 (1,031/1,270)

프랜차이즈 갓 1031화

242장 용왕의 진노 (6)

현장 지휘관 소령은 극구 말렸지만, 끝내 하수영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결국 부대 전체가 하수영과 함께 항구로 이동하기로 했다.

'배를 구했으니까 컨테이너 19개쯤은 포기해도 될 텐데.'

그러나 진범을 잡지 못하면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게 하수영이 포함된 특수부대는 항구를 향해 이동했다.

중간중간 검문이 있었지만 돌파는 수월했다.

심지어 아예 대놓고 무장한 채로 접근해서 돈을 내밀자 활짝 웃으며 통과시켜 주기도 했다.

국가 치안 시스템이 철저히 붕괴했다는 방증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장한 군인들을 돈만 받고 이렇게 통과시켜 주다니, 이게 정말 나라인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무장한 군인들이니까 돈 주고 곱게 지나쳐주는 게 오히려 감사할 일이 아닐까요?"

"……그렇게도 생각할 수가 있군요."

지나치면서 그들은 거리에 감도는 망조의 향기를 수도 없이 맡았다.

군인을 제외한 민간인들은 앙상하게 뼈만 말라 있었고, 웃음은 커녕 빈곤의 기운만 가득했다.

차량이 이동하는 걸 보고 비쩍 마른 아이들이 다가와서 손을 내밀며 구걸을 했다.

어느 부대원이 전투식량을 꺼내려고 하자 하수영이 냉정하게 말했다.

"넣어 두세요. 그러라고 제가 싼값에 군납한 거 아닙니다."

당연하지만, 전투식량은 바로 수영농장에서 출시한 신두였다.

"지금 실전 작전 중입니다. 나중에 그 신두 몇 알이 없어서 전투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군사법정에 서야 할지도 모릅니다."

"원수님 말이 맞다. 괜한 동정심은 넣어두고 전투력을 유지해라.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부대원들은 너무하다는 생각 대신, 하수영의 군인다운 냉정함에 조금씩 놀랐다.

마음이 약해지는 저 불쌍한 아이들 앞에서 전투력 유지부터 생각할 수 있다니.

정말로 군사훈련 3주로 병역 의무를 모두 끝낸 게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마을을 3번째로 지나치며 하수영이 말했다.

"저번에 수단에 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소말리아 상황이 정말 안 좋은가 보군요."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전에는 어땠는지 저희가 잘 몰라서……."

"상황이 이러니 돈 몇 푼으로 해적 움직이는 거야 일도 아니었겠죠. 어쩌면 해적이 아니라 소말리아 정부 군일 수도 있고요."

망조가 짙은 국가에서 군대는 곧 도적이나 다를 바가 없어진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서 본 것들만 해도, 소말리아는 국가 틀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도착했습니다. 저 항구입니다."

"모두 내린다."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차에서 내린 뒤 자리를 잡았다.

하수영은 발칸포에 장착된 스나이퍼 망원경으로 죽 훑어보았다.

"지휘관님, 군인으로 보이는 동양인 몇 몇이 보입니다."

"정말입니까?"

"네, 외모를 보면 중국 계열로 보이는데요. 어? 저 사람 즈천 대교잖아? 와, 내 이럴 줄 알았다. 중국맞네요."

"아는 분입니까?"

"네, 인민해방군 군인입니다. 역시 일본 아니면 중국인데 50% 확률에서 찍기가 틀릴 수가 없지."

뭔가 잘 아는 듯한 눈치이기에 소령 지휘관은 더욱 의아해졌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어떻게 아시는 사이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심심해서 일본과 중국의 영관급 이상 인물들의 얼굴과 신상을 훑어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기억이 나네요."

"설마 그 많은 인물들을 전부 다 기억하신다는 겁니까?"

"전부는 아니고, 웬만큼은요."

"……."

"역시 얼굴을 기억해 두니까 이렇게 도움이 된다니까요. 안 그랬으면 국적 가지고도 긴가민가해서 시간만 잡아먹었을 거 아냐. 어, 잠깐만?"

하수영이 묘한 탄성을 터뜨리자 지휘관은 긴장해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저 트럭이 왜 수단이 아니라 여기 소말리아에 있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예전에 수단 유엔 지원 나갔을 때 제가 반군에 약탈당한 트럭 중 한 대가 저기에 있네요."

"그걸…… 기억하십니까?"

"네. 저놈들, 번호판 교체도 안 하고 그냥 막 쓰는구나. 막장도 이런 막장도 다 있네. 아, 그럼 혹시 소말리아가 힘들어진 게 저 트럭이 여기로 흘러들어와서인가?"

「마스터, 잊고 계셨군요.」

"후로시디안 그 친구는 어떻게 됐냐? 저 트럭이 여기 있는 거 보면 좋은 처지는 아닌 거 같네."

「후로시디안은 수단의 내전을 종식시키고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했지만, 부하한테 암살당해서 죽었습니다.」

"원래 반군들은 불쌍하지도 동정하지도 않지만, 아무튼 그렇게 됐었구나."

「제가 찾아볼 수 있는 정보는 그 정도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디지털화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 제가 조사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튼 그놈 죽긴 했네. 그리고 저 트럭이 여기 수단에 있다……."

하수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감히 이 용왕의 저주가 붙은 물건을 훔쳤으니, 도둑이든 장물아비는 간에 무사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훔친 게 아니라 강탈입니다. 그리고 저주는 그 후에 걸지 않으셨습니까?」

"내 재물운이 아직도 안 휘발되고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네. 아무튼 습격합시다."

하수영이 돌아보며 말하자 지휘관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저 많은 인원을 겨우 이 숫자로 말입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원수님. 신원도 확인했으니 그냥 여기서 물러나시지요?"

"얼굴 봤다고 소용없어요. 나중에 잡아떼면 그만이니까요. 그렇다고 위에서 시킨 대로 했을 뿐인 즈천 저놈 내놓으라고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것도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여기서 도난품 회수하고 살인멸구하는 게 국제법상 올바른 자력구제입니다."

날카로운 눈빛에 부대원들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사람한테 주먹 한 번 안 휘둘러봤을 청년이 아무렇지 않게 살인멸구를 입에 담고 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전쟁과 전투, 죽임이 뭔지 모르는 애송이가 객기를 부리는 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들은 혼자서는 들고 이동할 엄두도 못 내는 발칸포를 겨눈 채 저리 냉정하게 말하니, 설득력이 가득 넘친다.

"알겠습니다. 전원 전투 준비."

"후방 기관총 지원은 확실하게 해드릴 테니, 화력 걱정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하수영은 예열을 위해 발칸포 포신을 위이이잉 빠르게 돌렸다.

그때였다.

"잠깐만요, 저놈들 지금 뭐 하는 거지? 저 트럭을 가져간다고?"

하수영이 갑자기 분위기를 끊었고, 지휘관은 저격 지시를 내리려던 것을 멈췄다.

하수영은 몸을 낮추고 뚫어져라 망원 렌즈를 들여다보았다.

컨테이너를 실은 상선에, 자신이 '축복'을 실었던 트럭도 같이 오르고 있었다.

"원수님, 중국 지휘관이 배에 오르기 전에 공격해야 합니다. 더 지체하면 소말리아 잔챙이들만 남게 됩니다."

"잠시만요. 아주 중요한 문제라서요."

지휘관은 순간 줌왈트를 떠올렸다.

완벽한 스텔스 성능을 갖춘 줌왈트라면 흔적 없이 저 상선을 격침할 수 있으리라.

혹시 하수영은 아예 상선 격침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철수해야겠습니다."

"예? 지금 철수라고 하셨습니까?"

지휘관은 다른 의미에서 크게 놀랐다.

이 양반이 정말로 줌왈트 끌고 와서 레일건 몇 발로 슥삭 묻어버리려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숫골 23호를 폭탄으로 침몰시키려고 한 것에 대한 보복인가?'

디테일을 모르는 지휘관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스터, 쏘즈팡 해운회사의 상선으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웨이룽그룹의 자회사 중 하나입니다.」

"웨이룽이라면, 중국 농장에 가장 깔짝댄다던 그 친공산당 재벌 기업인가?"

「현 중국 서열 4위가 간접 소유하고 있는 재벌 기업입니다. 중국황비버섯 농장을 탐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때로는 소문이 실체를 관통할 때도 있지……."

「중요한 건 마스터의 저주가 실린 저 트럭이 중국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다. 단어 왜곡하지 마라."

여기서 습격을 하면 상선을 벌집으로 만들고 중국 군인들을 체포하는 것쯤 어렵지 않으리라.

하지만 소말리아를 더욱 폭망시킨, 용왕의 노여움이 담긴 저 트럭이 중국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전쟁은 게임과 비슷하지. 그리고 게임의 가장 큰 전략적 목적은, 승리의 즐거움을 누리는 게 아니라 적이 빡치게 만드는 거지."

「까짓거, 그깟 포도나무 19개쯤 그냥 줘버리시죠. 어차피 열심히 분석해 봐야 결국 포도나무 아닙니까.」

"그러게. 내가 그깟 포도나무 컨테이너 19개 때문에 이 먼 길을 올필요가 없었어."

지휘관은 하수영과 프리덤의 대화를 몰랐다.

그래서 주섬주섬 철수 준비를 하는 그의 태도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원수님, 혹시 줌왈트로 저 상선을 격침하시려는 것은……?"

"상선 격침 잘못했다가 국제적으로 큰 욕을 먹겠죠. 그냥 놔둡시다. 제가 다른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아서 그러는 거니까 안심하세요."

"알겠습니다."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았다니, 지휘관은 왠지 안심이 되었다.

중요 인사가 포함된 전투부대를 이끌고 다수의 해적들(중국군이 포함된)을 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여기는 하수영. 줌왈트, 응답 바랍니다."

-여기는 줌왈트, 말씀하십시오.

"상황 끝났습니다. 줌왈트는 청숫골 23호를 데리고 수에즈를 통과하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화물선을 예정목표항까지 호위하겠습니다.

***

웨이룽 회장은 포도나무 컨테이너를 다수 확보했다는 소식을 듣고 뛸듯이 기뻐했다.

"절대로 흔적을 남기진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들어오는 대로 유전자 연구실로 보내. 식물세포 하나까지도 낱낱이 분석해라."

"예, 회장님."

충분한 양의 연구 샘플을 확보했다.

거액으로 황비버섯 농장 인부들을 고용해 비료가 살포된 흙이나 조금 빼돌리던 것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양의 샘플이다.

그것도 모두 완성품.

'유전자 조작이든 종자 개량이든 특제비료든, 이제 수영농장이 가진 생산력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 비서실장이 조용히 다가와서 작게 보고했다.

"회장님, 한국 해군에서 눈치를 챈거 같습니다. 소말리아 항구를 급습해서 화물선을 구조했다고 합니다."

"뭐야? 증거는?"

"안심하십시오. 즈천 대교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폭탄도 암시장에서 구매한 조잡한 것을 썼다고 합니다."

"그럼 어서 몸값을 요구하라고 하게. 인질이 달아난 줄도 모르고 이제야 몸값을 요구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네, 그리하겠습니다."

막판에 변수가 발생했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물증은 남기지 않았을 테니.

'한해살이 곡물로는 부족했지만, 포도나무는 최대 15년 이상을 산다. 깊이 파헤치면 수영농장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을 거다.'

그것도 샘플이 컨테이너로 19개나 된다.

마음 같아서는 배를 통째로 가져오고 싶었지만,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하기에 눈에 띄지 않는 숫자만 딱 빼돌렸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회장님, 화물선이 항구에서 그만 불이 났습니다."

"뭐? 불이 났다고? 원인은?"

"원인은 아직 모르겠고, 지금 한창 화재 진압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안 돼! 컨테이너만이라도 우선 빼돌려! 지금 화재 진압이 문제가 아니라고!"

"그게,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불가능한 게 어딨다고!"

그리고 실시간 영상을 본 웨이롱회장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배에서부터 번진 불은 이미 항구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몇 대 안 되는 작은 소방차는 거대한 불꽃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했다.

잠수함까지 동원한 대규모 첩보작전은 그렇게 잿더미로 돌아갔다.

애꿎은 항구까지 모두 다 태워 버린 채.

항구에 정박한 수십 대가 넘는 배들도 불이 붙어 모조리 고철이 되고 말았다.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컨테이너와 함께 타고 온 4인승 미국제 군용트럭 한 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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