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25화
241장 포도와 설탕 (3)
수영설탕은 인공 감미료 따위가 아니다.
포도에서 추출한, 인류가 수백만년 이상 추구해 온 진정한 에너지원그 자체. 다만 장내 흡수가 되지 않고 배출이 될 뿐.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을까?'
코즈펠트는 그 점이 무척 궁금했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마음은 없었다.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먹이를 풍성하게 공급하기만 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콜라 시장 정복은 시작일 뿐이지.'
식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설탕을 필요로 하는 요리는 가짓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수영설탕은 아무리 많이 넣어도(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맛을 버리겠지만)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된다.
웰빙 다이어트를 생각하면, 기존의 설탕 대신 수영설탕을 쓰게 될 것이다.
'전 세계 설탕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놀라운 아이템이 아닌가.'
혀에서 느끼는 맛은 똑같은데, 흡수되지 않으니 몸에 부담은 없다?
건강은 지키고 싶고 맛있는 건 또 먹고 싶은, 부유한 국가 시민들이 미친 듯이 찾을 것이다.
여기에 프랑스 농장에서 키운 포도에서 추출했다는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면, 소비 욕구는 더욱 폭발하리라.
'할 수 있다. 설탕 시장, 다이어트 식품 시장 접수. 그 모든 걸 할 수 있어.'
직접 혀끝으로 확인하니 더욱 단단한 확신이 생긴다.
코즈펠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치 로마 귀족들의 식문화를 현대에 재림시키는 것만 같군.
과거 로마 귀족들이 맛있는 걸 무한히 먹기 위해서 토하고 또다시 먹었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
그보다 더 우아하고 합리적으로 소비자들의 열량을 조절해줄 수 있으리라.
불현듯 패닉룸을 열심히 설명하며 신나 하던 하수영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절대 해적을 마주쳐서는 안 돼.'
코즈펠트는 화물선이 아라비아 해역을 무사히 통과하도록 속으로 빌었다.
***
해병군 분리와 창설이 한창 진행중이던 와중, 하수영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상륙함 가지고 또 말이 나왔다고요?"
"네, 원수님, 면목이 없게 됐습니다."
해군은 느긋하게 해병대를 놓아주었지만, 상륙함만큼은 놔주지 않았다.
당장 해병군이 함정을 운용할 여건이 안 되기에 하수영도 그 점에는 수긍을 했었다.
"신임 해병군 총장이 은근히 욕심을 내면서 분위기를 만드는 거 같습니다."
공군 출신 신임 총장이 다시금 바람을 집어넣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 해병대사령관이자 현 작전사령관 역시 은근슬쩍 동의하고 있고, 다른 장성과 장교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역시 대충 봉합을 하려고 하니까 이렇게 뒷말이 또 나오네."
"아무래도 원수님이 중재를 해주시는 게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국방부 차관의 말에 하수영은 피식거렸다.
"해병군 독립할 때 한 건 그럼 중재가 아니고요?"
"……."
"뭐, 재산 가지고 형제끼리 칼부림도 나올 수 있는 세상인데, 수십 년 살림을 분리하는 데에 웃음만 나올 순 없겠죠. 알겠습니다. 양쪽 모두 불러주세요."
"네, 원수님."
***
양 군부 사이에 일어난 갈등 해결을 위해, 하수영이 양측 참모총장을 모두 불렀다.
서울 국방부 청사에 해군과 해병군의 참모총장 일행이 모두 모였다.
하수영은 대형 회의 테이블 양쪽에 각각 앉힌 뒤 입을 열었다.
"F35B는 해병에게, 배는 해군에게, 이미 그렇게 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에 양은 모두 바짝 긴장했다.
해병군 참모총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원수님, 저희 해병군은 단지 더 많은 전투 자산을 보유하고 싶다고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닙니다."
"말씀하세요."
"상륙 작전은 해병군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작전의 주요 수단인 상륙함을 해병군이 통제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듯싶습니다."
"……."
"현장에서의 운용 효율을 따져봤을 때도, 장기적으로는 해병군이 운용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배 운용 능력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병군 총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당장 여건이 안 된다고 손을 놓고만 있으면 계속 해군이 관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게 관성이 되고, 나중에는 고치려고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겁니다."
"음, 그건 일리가 있습니다. 이왕 해병군을 창설할 거면 상륙함을 해병군에 배치하고, 해군은 항해와 상륙 호위로 분리하는 길로 가야겠죠.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압니다."
해병군 참모총장의 안색이 밝아졌다.
이상한 것은, 해군 참모총장의 안색도 그리 어둡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수영은 이번에는 해군 참모총장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아봤다.
직시당한 해군 총장은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멈췄다.
"상륙함을 해병군에 모두 내주면, 제가 해군에 사출식 항모를 새로 사줄 것이다. 그런 말도 나오고 있다.
면서요?"
하수영은 해군 참모총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딱딱하게 물었다.
"이거 해군에서 여론을 만드는 겁니까?"
해군 측은 바짝 긴장했고, 총장이 눈빛을 단단히 굳히고는 대답했다.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물밑에서 연기 피우는 거 안좋아합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부딪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자 동행한 해병군 작전사령관이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수님, 해병군은 독자적인 상륙함 보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더욱 더 전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거요."
해군 총장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제었다.
"정말로 아닙니다. 그런 말들이 나도는 건 사실이지만, 해군 장성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단도리를 치고 있습니다."
"흐음."
"다만, 상륙함을 내주더라도 항모에 그에 준하는 전력이 보강될 거라는 기대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솔직한 대답, 감사합니다. 그래서 상륙함을 주니 마니 해도 총장님의 얼굴이 어둡지 않았던 건가요?"
"……예. 어느 쪽이 되든 손해는 안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총장은 목청을 가다듬고, 신뢰가 가득한 음성으로 말했다.
"원수님께서 우리 해군을 챙겨주려 하시는 그 마음을 무한히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이거 참.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또 마음이 너그러워지잖아요."
하수영이 살짝 웃자 분위기가 다소 풀렸다.
해군측 인물들은 속으로 '역시 우리 총장님! 별 넷은 거저 딴 게 아니네.'라면서 흐뭇해하고 있었다.
"사실 제 입장이 조금 난처해요. 이 갈등에 관해서 권한은 전혀 없으니까요. 중재나 발언할 자격이 없죠."
어떻게 보면 하수영은 군부에서 명예만 있고, 권력이나 권한은 전혀 없이 의무만 지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푼 돈이 많다 보니, 나이와 상관없이 크나큰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고 있었다.
"원수님이 자격이 없다니요.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원수님의 중재라면 해군과 해병군 모두 아무 말 없이 진심으로 따를 겁니다."
군에 거액을 헌납하는 애국자의 조언을, 국방부는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좋습니다."
하수영은 기분이 살짝 풀어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일단 지금 당장 해병군이 상륙함을 운용할 여건은 못 되죠? 함 운용, 보급, 기항까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으니까요."
"예, 그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무리하지 말고 해군에 남기자고 제안을 했던 거고요."
하수영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고, 회의 참석자들은 긴장해서 얼굴 근육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함 운용은 해군이 하고, 군령은 해병군이 합참을 받들어 수직행사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이러면 너무 지저분해지는데. 군 체계에서 이런 따로놀음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조용한 중얼거림에, 차관은 물론이고 양측 군부 인사들도 모두 열심히 끄덕거렸다.
금방 생각을 정리한 하수영이 좌우를 각각 돌아보았다.
"두 분 총장님만 남으시고, 나머지는 모두 자리를 비켜주세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
잔뜩 굳은 표정에 다들 바짝 긴장해서 일어났다.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이기에 원수님이 저런 표정까지 지으시는 걸까.
셋만 남게 되자 두 총장은 더욱 긴장해서 이를 꽉 깨물었다.
"청담함을 빼고 모든 상륙함을, 장교와 부사관, 장병까지 해병군 편제로 옮기는 걸로 합시다. 배만 주면 운용을 못 하니 배에 딸린 사람까지 다주는 걸로, 항구는 당분간 같이 쓰면 되고 보급은 조금 도와주면 되겠죠."
"워, 원수님! 그렇게 되면 저희 해군은 인원이 너무 줄어들어 버립니다!"
해병군 총장은 안색이 환해졌고, 해군 총장은 창백해졌다.
하지만 하수영의 말은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그렇게 하신다면 제가 이번 달 안에, 해군의 모든 잠수함을 '핵잠수함처럼' 바꿔드리겠습니다."
"예?"
해군 총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지금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잠수함을 모두 '핵잠수함으로 바꿔준다고?
총장은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
그것도 이번 달 안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대체 어떻게 한다는 거야?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상륙함과 승조원까지 모두 양보해도, 해군 입장에서 그리 큰 손해는 아닌 거 같은데요."
"그게……."
"어차피 내년에 제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이 추가해 주잖아요. 함정 전력 면에서는 절대로 축소가 아닙니다."
해군 참모총장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 말씀이 정말이십니까? 지금 있는 20척의 디젤함들을 전부 핵잠수함으로 바꿔주신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현재 해군은 디젤함 20척, 그리고 미국이 제공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2척을 보유 중이다.
그런데 디젤함을 전부 '핵잠수함으로' 바꿔 준다?
어차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이지 스함 3척도 추가되는 상황이 아닌가?
해군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이득이다.
"지금 2척 있는 오하이오급 이상의 잠항, 항행, 연료유지 능력을 갖추게 될 겁니다. 퇴역할 때까지 연료 보충도 필요 없고, 잠수함에서 가상화폐 채굴해도 될 만큼 전기에너지를 펑펑 쓰게 될 겁니다."
이제 해군 총장은 놀라움에서 벗어나 기대감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이번 달 안에 해주신다는 말씀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선물은 이미 오래전에 준비해 뒀는데, 깜박하고 묻어두고 있었어요. 이참에 시원스럽게 개봉하기로 했습니다."
해군 총장은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다.
역시 원수님이시다!
원수님만 믿고 따라가면, 해군의 앞날에는 꺼지지 않는 광영만이 있으리라.
한편 하수영은 생각했다.
'핵잠수함이 뭐 별거야?'
디젤잠수함에 무선 전기만 달아주면 그게 바로 핵잠수함이지.
함체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도 들어내고, 산소발생장치를 만들어 달면 무한한 잠항이 가능하다.
원자로를 가동할 필요도 없으니 소음에서도 안전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침묵의 잠수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게 핵잠수함보다 훨씬 낫지.'
약간의 각색은 포함돼 있지만, 아예 거짓말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