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21화
240장 한 번 해병은 영원한 (4)
중령은 고민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와이프한테 말했더니 그냥 말뚝 박으라고 하더라고. 어차피 민항기 파일럿 해도 해외 싸돌아다닐 테니, 지금이 더 자주 집에 들어올 거 아니냐고."
"그럼요. 민항기 기장 하다가 여승무원과 바람나는 것보다는 낫죠."
"너 우리 와이프하고 통화했냐? 안 그래도 그 이야기도 하더라."
소령은 그만 웃고 말았다.
"역시 사람 생각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너라면 어떡하겠냐?"
"저라면 말뚝 박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군 분위기가 요즘 많이 다릅니다."
"그렇지?"
"중령님은 떠나오셔서 잘 모르겠지만, F35C 300기 구매계약 체결 이후 공군 뒤집어졌습니다."
"그걸 모르는 군인이 어디 있냐?"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뒤집어졌다 이런 뜻입니다.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중령의 표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 정도야?"
"네, 대령 이상부터는 완전히 초상분위기였습니다. 특히 해군에서 한 그 말 있잖습니까."
"국민 여러분, 이제 대한민국의 하늘은 안심하십시오. 이거?"
"네. 그겁니다."
"그거 실제로 해군에서 공식적으로한 말도 아닌데. 기자와 SNS에서 떠들어댄 말 아니냐?"
"아무튼 대령 이상부터는 초상집입니다. 그 밑은 완전히 다르구요."
F35C 300기를 들여오면, 어떤 식으로는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
국방부에서는 결국 공군에 뼈아픈 양보를 요구하지 않을까?
함재기용 F35를 공군으로 배치하는 것보다, 공군 파일럿을 해군에 옮기는 게 더 나을 테니.
무엇보다 공군은 하수영을 상대할 오성장군 방패 카드가 없었다.
계급과 돈, 인맥으로 찍어 누르는데 무슨 재주로 감당하겠는가.
"저도 빨리 짬 차서 해군으로 발령받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안 되겠다. 네 말 들으니까 그냥 청담함에 말뚝 박아야겠어."
"잘 생각하셨습니다. 민항기 파일럿 연봉에, 말년에는 대장급 연금에,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이 어딨습니까?"
부산항에서 만난 파일럿들은 그렇게 정보를 교환하면서, 부지런히 수송 작전에 임했다.
23명의 파일럿들끼리 99기의 F35B를 옮겨야 하기에, 여러 번 왕복을 해야 했다.
부산항에서 해군기지가 그리 멀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공군 대위가 소령에게 물었다.
"그런데 선배님, 지금 청담함 파일럿들이 전역 안 하고 말뚝 박으면 거기에 우리 자리는 안 생기는 거 아닙니까?"
"안 생기긴 왜 안 생겨. 지금 당장 들어온 F35B만 99기다. 일단 자리 99개는 생긴 거야."
"아, 그렇네요."
"그리고 F35C도 나중에 300기 들여오잖아? 그럼 해군 파일럿 자리만 대체 몇 개냐."
"이거 확실히 파일럿이 모자라겠는데요."
"그래도 서둘러야 해. 수영비행교육원에서 지금 파일럿 엄청나게 육성하는 거 알지? 거기서 파일럿 배출되기 시작하면 현역 파일럿들도 어찌 될지 모른다."
"에이, 민항기 모는 것과 전투기 모는 게 어디 같습니까? 그리고 민항기 파일럿 갈 수 있는 친구들이 뭐하러 군대에 재입대합니까?"
"정년 보장되는 해군 파일럿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돈과 노후만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이 훨씬 낫거든."
소령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영농장이 망하는 미래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수영사채 수신액이 2,500조 원이 넘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본인 돈이나 다름없고…….'
그런 사람이 망한다면, 전 세계 대공황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아닐까?
***
"반갑다. 내가 명예군수인사과장이다."
작대기 4개를 단 병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수영은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그래, 다들 전역을 3개월도 안 남겨놓은 민간인(진) 병장들이라고?"
"예, 원수님!"
"아아, 지금은 그냥 명예군수인사과장이라고 부르면 된다."
하수영은 부드럽게 말했지만, 해군 병장들은 여전히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자신들과 나이가 비슷한 눈앞의 해군 원수는 전역하면 모르는 아저씨가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전역을 하더라도 이 나라에서 사는 한, 평생 이 남자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당장 국민 앱이라 불리는 프리덤만 해도 이 사람이 소유권자니까.
"간담회 목적은 들어서 알겠지? 해군은 여러분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 전역 대신 부사관 진급을 진지하게 고려해다오."
"……."
병장들의 눈빛에는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징병제하에서 강제로 끌려와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군 생활이 좋을 리가 없다.
이제 드디어 끝이 보이고, 자유로운 사회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계속 군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은, 누구라도 원치 않을 것이다.
2년이 약간 안 되는 복무 기간 동안, 그들은 완전한 자유에 그야말로 목이 말라 있었으니까.
"설명을 들었는지 모르는데, 명예군수인사과 영입으로 군에 남으면 대우가 제법 좋다. 전역한 지 2년이 안 된 예비역들도 지금 한창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이야기는 병장들 역시 들었다.
물론 그들은 아무리 사회에서 할게 없어도 다시 군에 들어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면 뭐 설마 할 게 없겠어? 뭘 해도 여기 군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낫지!'
라는 게 전역을 앞둔 이들의 공통된 생각인 것이다.
"월급은 군에서 나오는 것 외에, 명예군수인사과에서 100만 원씩 매달 붙여줄 거다. 그럼 추가수당 제외하고 기본급이 연 3,300만부터 시작하는 거지."
생각보다 큰 숫자에 병장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취직도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기본급이 3,300이라면 대단한 수준이다.
"각 함정마다 인원은 넉넉하게 갖춰서 주에 3일은 쉴 수 있도록 할 거다. 바다에서 근무하는 입장이니 주3일은 쉬어야 그래도 한 달에 한번이라도 집에 갈 여지가 생기겠지?"
병장들의 귀가 조금씩 쫑긋거렸다.
"군에 남기로 결정하면 그 즉시 하사로 진급시켜 주고, 바로 집으로 보내준다."
"집으로 보낸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말년휴가를 3년 같은 3일이나 앞 둔 어느 말년병장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하수영은 물고기에 가장 먼저 낚인 월척을 보듯이 흐뭇하게 쳐다보며 대답해 주었다.
"20개월 가까이 고생했으니 그래도 실컷 놀아는 봐야지? 두 달 휴가 준다. 물론 유급으로."
"명예군수인사과장님, 저 하사 진급하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집에 가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다, 하사. 지금 당장 집에 가도 좋다."
그리고 하수영은 곧바로 오늘 날짜가 적힌 휴가증을 말년 병장에게 내밀었다.
앞으로 3년 같은 3일에 더 고통받지 않아도 되는 말년 병장의 얼굴은 환했다.
휴가증을 받아든 말년 병장은 얼른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때 하수영이 말했다.
"잠깐, 정소욱 하사. 몇 분만 더 머무르지 않겠나? 자네가 받게 될 대우는 마저 다 듣는 게 낫지 않을까?"
이제 하사로 신분이 바뀐 말년 병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자유를 누리고 싶었지만, 하수영의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수영은 병장들을 둘러보며 다시 존대로 말했다.
"아까 초봉이 3,300만 원쯤 될 거란 말, 다들 기억하고 있지?"
"……?"
"3,300만 원이면 월 얼마지?"
"275만 원입니다, 원수님!"
"명예군수인사과장이라 부르라니까. 지금은."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하수영은 별로 탓하지 않는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동안 용돈도 안 되는 수준의 월급 받으면서 고생 많이 했다. 그간 복무한 월수에 월급 275만 원으로 맞춰서, 휴가증과 동시에 즉시 지급 해준다."
순간 하사 진급이 확정된 말년 병장이 눈을 치켜뜨며 온몸을 부르르떨었다.
사회에 나가도 생존의 지옥이다.
요즘 들어 주변에서 듣는 말이 많기에 걱정도 많았고, 그래서 두 달휴가도 준다기에 미련 없이 군복무연장을 결정했다.
3,300만 원이라는 괜찮은 연봉이면 집 가계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
"며, 명예군수인사과장님! 제가 20개월을 복무했는데 그럼……."
"5,500만 원이 오늘 즉시 입금될 거다. 아, 세금은 제하니 참고하도록."
"저 하사 하겠습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저도, 저도 하겠습니다."
병장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손을 들면서 복무 연장을 하겠다고 나섰다.
오늘 즉시 두 달간 휴가를 출발하는 데다가, 지난 세월 동안 고생했던 것을 정당한 근로 대가로 셈해서 일시불로 받을 수 있으니.
몇천이 지금 당장 생기는데, 20대 초반의 남자들로서 그 유혹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자, 받아라. 휴가증이다!"
"감사합니다, 명예군수인사과장님!"
휴가증을 받으며 기뻐하던 중, 어느 병장 한 명이 문득 질문했다.
"그런데 저희 월급이 그래도 60만 원은 되는데, 그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따로 계산은 안 한다. 이건 어차피 내 사비로 주는 거라서 상관없다."
개인 돈이라는 말에 병장들은 하나 같이 우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60만 원이라고 해봐야 시급으로 치면 833원인데, 그거 얼마나 된다고 공제를 하겠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명예군수인사과장님!"
"군에 남아줘서 오히려 내가 고맙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지금 해군은 엄청난 인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니까."
그렇게 병장들은 휴가증을 든 채 희희낙락해서 집으로 출발했다.
저들은 군 복무기간 동안 우수병사로 나름 검증이 된 이들이었다.
아무리 인원이 부족하다고 해도, 아무나 마구잡이로 받을 마음은 없었다.
"좋은 병사 인재들이 전역하는 걸 최대한 막으면 점점 나아지겠지. 이제 이지스함도 3척이나 취역하고, 전투기 때문에 육상기지 주둔 병력도 늘려야 하니까. 갈 길이 멀구나."
「마스터, 해병대 사령관이 도착했습니다.」
"음, 역시 시간 하나는 정말 칼 같군."
하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 중장 계급을 단 중년의 군인이 들어서며 경례를 했다.
경례를 받은 뒤 자리에 앉은 하수영은 해병대 사령관의 얼굴에 가득찬 궁금증을 볼 수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리 멀지 않고 가까웠습니다. 아참, 밝은 얼굴로 나가는 병사들을 봤습니다."
"아아, 군에 계속 남기로 한 병사들입니다. 그래서 두 달 휴가를 줬습니다."
"그래서 다들 표정이 그리 밝았군요. 우수한 병사병장들 위주로 인력 풀을 확보한단 건 들었는데, 원수님께서 직접 권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원래 재미있는 첫 단추는 꼭 제 손으로 꿰려고 합니다."
두 번째 단추부터는 조금 많이 흥이 시들어서 남에게 맡겨 버리곤 하지만…….
해병대 사령관의 얼굴에는 여전히 궁금증이 가득했다.
왜 하수영이 자신을 콕 집어서 불러서 독대를 하려는지 의아한 것이다.
"왜 불렀는지 궁금한 모양이군요."
"네,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군령권도, 군정권도 없는 무늬만 원수인 제가 불렀으니 당황했을 겁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령관은 조금 당황해서 얼른 말했다.
아니, 무늬만 원수라니?
이 정도면 겸손이 아니라 사실왜곡선동날조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만 록히드마틴 전투기 인수 때문에 바쁘실 줄 알았는데, 이런 시기에 저를 불러서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그거 때문에 부른 겁니다. 이야기할 게 많아서요."
"저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F35B, 그거 미군에서는 원래 해병대 전투기라는군요."
사령관은 저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설마 F35B를 해병대에……."
"전부 배치하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