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20화
240장 한 번 해병은 영원한 (3)
코즈펠트가 다시 나섰다.
이사회는 9회 말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나선 180km/h의 좌완 파이어 볼러의 등장처럼 그를 반겼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으니 뭐라도 해야 한다 라! 그 말이 정말 가슴을 울리는군."
"최대 30% 할인재량권? 그 정도 카드만 있으면 정말 해결이 될 거 같은가?"
"부족한 게 있으면 더 말하게. 전장을 나서는 장수에게 겨우 항모함대 하나만 쥐여줄 순 없지."
"하늘과 육상, 모든 면에서 이사를 지원하겠네. 뭐가 필요한가?"
그러자 코즈펠트는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 하나를 세울 뿐이었다.
"30%까지 할인해 줄 수 있는 재량권, 일단 그거 하나면 됩니다. 그 외는 전장의 유동 상황을 보면서 즉각 대응하겠습니다."
"음, 그렇지. 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그때 가봐야 아는 법이지."
"좋아. 코즈펠트 이사, 자네에게 30%의 할인재량권을 내어주지."
모처럼 이사회에 참석한 회장은 엄숙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만약 이 거래를 성사시킨다면, 이사를 부사장에 임명하지. 그러니 최선을 다해 주게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렇게 코즈펠트는 록히드마틴의 기대를 한 몸에 안은 채, 한국을 향해 떠났다.
과연 99기나 되는 악성 재고를, 그는 처리할 수 있을 것인가?
록히드마틴 이사진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심정으로 그의 귀환을 기다렸다.
사흘째 되는 날, 마침내 한국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공시책정가의 20% 할인된 가격에 전량 인도받기로 합의했습니다.
그 순간, 이사회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회장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모두가 듣는 가운데 스피커모드로 코즈펠트와 통화를 나눴다.
"할인 30%에 기술 이전항목 추가까지 각오하고 있었는데, 겨우 20%로 틀어막다니! 역시 대단한 수완이네, 코즈펠트 부사장."
회장은 그 자리에서 부사장이라고 인정했고, 이사회 어느 누구도 이견을 표하지 않았다.
설령 코즈펠트를 견제하는 이가 있더라도, 이 자리에서는 반대 의견을 낼 수 없으리라.
코즈펠트는 록히드마틴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최고의 영업왕이었으니까.
-고객께서 하루빨리 받아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니 인도를 가급적 서둘러 달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그야 물론이지. 즉시 인도를 시작하겠네."
99기나 되는 전투기 인도 작업이다.
쉽게 볼 수 없는 만만치 않은 작업.
20%를 할인해 줬지만, 록히드마틴은 여전히 이익이 남는다.
원가 비공개 방침상 손해인지 이득인지조차 밝히지 않는 거래가 되겠지만.
코즈펠트가 통화를 끊자, 프리덤이 말했다.
「처음부터 20% 할인을 생각하셨으면서, 일부러 30%까지 할인재량권을 받으셨군요.」
"그래야 내가 회사를 위해서 최대한 이익을 사수했다는 느낌을 줄 테니까."
「20%가 최선입니까?」
"그래, 회사와 고객의 이익 모두를 균등하게 추구하기 위한 절충점이었다."
「록히드마틴의 코즈펠트가 아니라, 수영농장의 코즈펠트였어도 20%로 했을까요?」
코즈펠트는 픽 웃었다.
"수영농장의 코즈펠트였으면 할인 따위는 요구하지 않았을 거다. 대신 앞으로 생산라인 모두를 F35C 전용으로 해달라고 요구했겠지."
「그럼 300기를 더 빨리 받아볼수 있겠군요.」
"수영농장의 코즈펠트로서는 그게 더 나은 사은품이니 말이야."
코즈펠트는 2척의 병원선, 나디아호(포드 1번함)와 나미호(포드 2번 함)를 떠올렸다.
두 척의 항공모함은 병원선으로 운용 중이기에, 전투기는 모두 빠져 있다.
최소방어를 위한 무인기와 수송헬기, 대잠헬기 같은 것들만 실려 있을 뿐이다.
F35C는 이제 막 제조를 시작했고, 납품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는 함재기라고 할 만한 게 없다.
해군 항공부대라고 해봐야 헬기 위주다.
북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인 청담함에 편제된 F35B 26기가 유의미한 해군 전투기 전력이다.
하지만 이제 F35B 99기가 즉시 추가된다.
이만한 전력이면, 포드 항모 2척은 언제든지 '진짜 항공모함'으로 변신 할 수 있으리라.
긴급한 상황에서 한국은 '병원선' 을 징발해서 '항모'로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 것이다.
물론 병원 항모 2척은 미군이 모두 운용하기에,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겠지만,
'포드 항모마저 필요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면, 미 정부도 일시적으로 운용권을 넘겨줄 수 있겠지.'
즉 주변국이 보기에, 한국은 실질적인 항모 2척 보유 국가가 된 셈이다.
여기에 항모함대와 맞짱이 가능한 러시아 미사일 순양함에, 북아메리 카급 경항모까지.
그 모든 이유가 농장과 양식장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과연 일본이나 중국이 믿을까?
'앞으로 동아시아가 더욱더 재미있어지겠어.'
***
미국은 당장 이득이 없는 해병대용 F35B를 킵하는 길을 택했다.
그렇다고 록히드마틴을 죽이겠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은 버틸 만하니까 너희가 좀 참으라는 뜻.
여건이 나아지면 그 문제를 다시 해결해 줄 생각이었다.
이른바 당장 미 정부가 빚을 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빚이 탕감이 돼버렸네?
"수영농장에서 F35B를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고요?"
"네, 그래서 의회 승인을 바란다는 요구입니다. 백악관에서 빠른 절차진행을 원하고 있습니다."
"아아, 이런 거라면 얼마든지 승인을 해줘야지요. 저번처럼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을 하면 되겠지요?"
전투기는 한국 해군에 넘어가며, 하수영이 대금을 지불하고, 그 대신 폐기처분권을 갖는다.
한국 해군이 소유주이지만 하수영이 언제든 말 한마디로 전투기를 폐기할 수 있기에, 당연히 그의 눈치를 본다.
그리고 미 정부는 이 폐기처분권을 중간에서 보증한다는 내용.
"아, F35B가 큰 골칫거리였는데 잘 해결이 돼서 다행입니다."
"한국의 전력 증강은 장기적으로 우리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니, 뭐 나쁠 게 없지요."
"나쁠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좋기만 한 거지요. 일본이 조금 난리를 피우긴 하겠습니다만……."
"좀 사이좋게 지내라고 일본에 한 마디를 해야겠습니다. 아니, 똑같은 미국의 동맹인데 한국 공군력이 강해지면 얼마나 좋습니까?"
"공군력이 아니라 해군력입니다만."
"의원님들, 그리고 록히드마틴에서 신속한 전투기 인도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전투기 수송에 미 해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니미츠급 항모를 동원하면 한 번에 수송을 마칠 수 있습니다."
그제야 상원의원들은 백악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니미츠 항모 1척을 아예 수송선으로 쓰자?"
"함재기를 모두 비우고 갑판까지 F35B를 가득 채우면, 99기를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미 항모함대가 실행하는 수송 작전이다.
심지어 화물은 수영농장의 구입품.
"적어도 러시아가 신경 쓰게 만들 일은 없겠군요."
"중국 정도만 신경을 쓰겠지만, 대양에서 감히 우리 해군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는 못할 겁니다."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수송작전.
"그런 거라면 의회 승인은 필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전례가 없는 일이니만큼 상원의 구두 양해를 바란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
그리하여 99척의 F35B를 갑판까지 가득 실은 니미츠 항모가 이지스 호위함 5척을 거느리고 먼 길을 떠났다.
이번 수송 작전을 위해서 니미츠항모 1척의 격납고를 깨끗이 비워야 했기에, 해군으로서도 대단한 작업이었다.
워낙 위에서 HURRY UP을 외쳐 댔기 때문이다.
항모함대는 순항속도(절약속도)가 아닌, 최고 속도로 바다를 질주했다.
덕분에 항모함대는 일주일 만에 부산항에 입항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산항에서 해군기지까지는 한국 공군 파일럿들이 수송을 맡았다.
직접 전투기에 타서 해군 육상기지까지 비행으로 옮긴 것이다.
청담함 함재기 부대로 파견 나간 공군파일럿 중 일부도 여기에 가담했다.
"앗, 김재석 중령님. 오랜만입니다."
"어, 반갑다. 최 소령, 너도 F35옮겨주려고 파견된 거냐?"
"예, 그렇습니다."
"우리 쪽은 6명만 왔어. 나머지 2명은 함에서 대기 중이다."
"상시출전 가능 상태는 24시간 유지되어야 하니까요."
"아무튼 이 수송 작전 때문에 수송헬기 타고 아라비아에서 급히 날아왔다. 오랜만에 이렇게 보니 반갑네."
"지금은 북아메리카급 청담함이 퀸루나호를 호위 중이죠?"
"응, 키로프급은 쉬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 우리 청담함이 비번이었으면, 쉬는 날에 꼼짝없이 전부 여기 왔을 텐데."
러시아함과 미국함은 번갈아가면서 3호기 병원선 퀸 루나의 호위를 맡고 있었다.
"청담함 근무는 좀 어떻습니까? 자세한 이야기 좀 들려주십시오."
"말할 게 뭐 있냐. 그냥 최고다."
중령의 덤덤한 대답에 소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정도입니까?"
"그래. 최고다. 군대인데 군대 같지가 않아."
"그건 보통 안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습니까?"
"군기, 일과, 훈련은 확실한데 그 외에는 정말 노터치다. 일과 끝나고 퇴근하면 다들 퀸 루나로 넘어간다. 놀 게 많거든."
"바다 위의 특급호텔이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고, 떠다니는 종합미디어유흥지라고 보면 돼."
"뭔가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카지노, 수영장, 영화관, 오페라까지 있으면 말 다 한 거지. 퀸 루나가 청담함보다 훨씬 크거든. 체급이 비교가 안 돼."
"그래도 전역하시기 전에 편안한 보직 받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청담함은 해군 소속이지만, 해군은 전투기 파일럿이 없다.
그래서 F35 파일럿을 공군에서 파견받아서 운용하고 있었다.
한편 공군 입장에서는 일부러 짬이 찰 대로 찬 파일럿들 위주로 파견했다.
전역 후 민간항공사 취역만 벼르고 있는 고인물들 위주로 파견한 것이다.
"글쎄, 굳이 전역을 해야 하나 요즘 고민이 많다."
"네? 전역을 안 하신단 말입니까?"
소령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연봉이 몇 배가 차이가 나는데 전역을 주저할 정도라고?
아무리 군 생활이 편해도 그건 아않나?
"어, 그게 말이야. 전역 안 하고 해군 파일럿으로 옮기면 민항기 기장 호봉에 맞춰서 주겠다고, 해군 명예군수인사과에서 제안이 왔어."
"네? 해군 명예군수인사과? 그런과도 있었습니까?"
"거기 과장직이 하수영 원수님이 겸직으로 하시거든."
"……."
"아무튼 국내 민항기 최고 대우에, 정년도 보장해 주겠다고 하니까 마음이 흔들리네."
"정년 보장이요? 근데 전투기 계속 타려면 비행G 때문에 연령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원수님이 알아서 하겠대. 탈 수 있을 때까지만 전투기 타주면 그 뒤에는 연봉 유지하면서 정년 보장해준다고."
"우와, 그럼 좋은 거 아닙니까? 정년 마치시고 퇴역하시면 군인연금도 꽤 될 테고요."
"대장 계급 수준으로 연금 맞춰준다니까 조금 흔들린다. 100세 시대 아니냐, 이제."
"아유, 그럼 무조건 해야죠. 정년까지 연봉 두둑하게 받고, 퇴역하고 죽을 때까지 대장 수준으로 연금 받으면 이건 뭐 민항기 기장 전혀 안부러운 수준 아닙니까?"
"그래도 오래 군 생활을 해서 그런지 이제 좀 자유로운 삶도 누려보고 싶어서……."
"지금도 충분히 자유로우신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