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19화
240장 한 번 해병은 영원한 (2)
방법이 없겠나?
코즈펠트는 그 안에 담긴 의도를 대번에 꿰뚫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영농장에 한 번 팔아보라 이거로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엎어진 물을 저렇게 뻔뻔하게 주워 담아 달라고 요구할 리가 없을 테니.
'수영농장은 더 이상 B 시리즈는 필요 없다. 경항모 청담함 함재기는 이미 다 찼어.'
F35B는 해병대용, F35C는 해군용이다.(A는 공군용)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B 모델은 청담함 탑재용으로 이미 26기를 구매했다.
때문에 하수영은 이번에 구매하는 F35 300기는 모두 해군용 C 시리즈로 선택한 것이다.
'운용할 항모가 없다고? 그럼 해군 육상기지에서 운용하면 된다. 어차피 동해와 남해 양식장 경호용이니까 항모는 필요 없다.'
이게 바로 하수영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B 시리즈는 수직이착륙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C 시리즈에 비해서 덩치가 작다.
항속 거리와 작전 반경이 짧으며, 폭장량도 적다.
이미 청담함 함재기 편제를 마친 마당에, 하수영은 굳이 F35B를 더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사장님, 수영농장을 염두에 두신 거 같은데 북아메리카급 함재기는 이미 만석입니다. 수영농장은 B 시리즈를 더 필요로 하지 않아요."
"한국 해군에도 북아메리카급과 비슷한 강습상륙함 2척이 있지 않나? 거기 함재기로 쓰면 적당하지 않을까?"
"독도함과 마라도함 말씀이시군요.
일단 비슷하진 않습니다. 배수량부터가 3.2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그렇게 작은 배를 강습상륙함으로 쓴다고?"
"그게 아니라 우리 미 해군이 항공모함에서 캐터펄트만 삭제하고 강습상륙함이라고 우기고 있는 겁니다만……."
"아, 그런가?"
당신, 전투기 회사 사장이라고!
주 고객의 항공모함 사정에 관해서는 꿰뚫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코즈펠트는 속으로 그렇게 어이없어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히 말했다.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결정적으로 헬기 전용 상륙함입니다. 그래서 우리 F35B는 못 탑니다."
"어째서?"
"비행갑판이 내열이 아니라서 수직이착륙 시 엔진이 뿜어내는 열에 손상됩니다."
"아, 그런. 혹시 한국 해군이 비행갑판 개조를 시도하진 않겠지?"
"F35B를 누가 기증한다면 예산을 들여서라도 개조를 하겠지요. 하지만 글쎄요, F35C보다 여러모로 못한데 굳이 하수영 회장님이 B 시리즈를 들일 이유가 있을까요?"
"어쩔 수 없군. 알겠네."
그제야 사장은 포기한 얼굴로 물러났다.
코즈펠트가 혼자만 남게 되자 프리덤이 말을 걸었다.
「이사님, 미 해병대가 인도를 주저하는 F35B 시리즈를 인수할 경우,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안다. C 시리즈보다 전투력이 떨어지지만 즉시 받아볼 수 있다는 거지."
「그걸 아시면서 왜…….」
"지금 알았다고 오케이 하면 수영농장은 악성 재고를 제값 치르고 사는 거야. 아무리 내가 록히드마틴 임원이라지만 VIP 고객께 그런 짓을 할 순 없지."
「과연……. 제가 판단력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누군가는 내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배임이 아니다."
코즈펠트는 의연하게 말했다.
"이 불경기 시절, 1억 4,000만 달러나 하는 퀸 스텔리온 수십 기에, F35B 26기, F35C 300기를 구매해 주신 VVIP이시다."
그 밖에도 록히드마틴의 여러 가지 상품을 구매해 주셨고.
"그런 고객분께 최대한의 할인 혜택을 몰아드리는 것은 영업 담당자로서 당연한 결정이다."
그의 표정은 의연했다.
"오히려 악성 재고를 속이고 떠넘김으로 인해 고객이 가지는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짜 록히드마틴에 대한 배임이지."
「시간이 지나면 악성 재고에는 자연히 할인이 크게 붙는다는 겁니까.」
"그렇지."
「코즈펠트 이사님, 당신은 록히드마틴의 임원입니까? 아니면 프랑스수영농장의 최고관리인입니까?」
전자는 하수영의 비즈니스 거래처.
후자는 하수영의 고용인.
"록히드마틴의 임원이기도 하고, 수영농장 지배인이기도 하지. 둘 다 모두 나다."
코즈펠트는 주저도, 흔들림도 없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록히드마틴의 임원으로서, 회사와 고객 모두에게 진정한 이익이 되는 중간점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휴먼……. 그간의 딥러닝을 통해 많이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족하다는 게 많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냐? 왠지 영광으로 느껴지는구나."
「이사님과 비슷하게 합리적인 궁극점을 추구하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습니다.」
"오, 누구지?"
「바로 수영콜라 CEO 김범석이라는 사람입니다. 어찌 보면 이사님과 처지도 비슷하군요. 계열사 사장이면서, 동시에 비즈니스 거래처인 서해그룹의 후계자입니다.」
아직 이현덕과 한창 후계 다툼을 벌이는 중이지만, 프리덤은 주저 없이 후계자라고 칭했다.
"이름은 몇 번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언제 꼭 한번 만나보고 싶군."
「마스터께서 원수직을 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죠. 어리석은 해군에게 원수 타이틀이라는 선물을 일깨워주신 분입니다.」
"말 그대로 Fleet Admiral(해군원수) Maker로군. 한번 만나보고 싶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남해와 동해의 수영양식장의 하늘과 바다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전투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그래, F35B는 울릉도를 불가침항모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고 말이다."
F35B라면, 작은 비행기지에서도 한꺼번에 많은 대수가 발진할 수 있다.
"그 어떤 해적이 양식장을 털러 오더라도 안심이지."
「마스터에게 보고할까요?」
"응? 당연히 모든 것을 낱낱이 보고하는 게 아니었나?"
「아닙니다. 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보고를 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니, AI가 소유주에게 그럴 수 있다고? 이해가 안 되는데?"
코즈펠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마스터의 의지입니다. 제가 보고 듣는 모든 걸 본인이 직접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죠.」
"그럴 수가……. 설마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이 발생해도 말이냐?"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습니다.」
"대체 어째서?"
「마스터의 즐거움을 위해서입니다.」
순간 코즈펠트는 둔기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표정이 되었다.
"즐거움? 즐거움이라고?"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생각해 보십시오. 시민 NPC들의 예기지 못한 폭동이나 외부의 침략 같은 기습 이벤트는 게임에 긴장감을 높여주고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
「그래서 저는 제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마스터에게 보고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마스터의 의지이자 설계이며,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넌 정말 최고의 개인비서 AI 로구나. 프리덤."
「물론 최상위 버전인 '더 라이트 오브 프랜차이즈 갓' 유저에게만 허용된 기능입니다. 하위 사용자는 해당이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
***
미 해병대는 원래 F35B 400기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의회에서 돌연 예산을 삭감해버리는 통에, 문제가 생겼다.
이미 생산을 마친 99기의 F35B를 인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의회가 뒤통수를 친 이유는 간단했다.
"지구 온난화, 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대중이 '따뜻해지면 좋은 거 아냐?'라고 착각하니까 이상 기후라고 말하기로 했지. 아무튼 지구 전체가 찜통이 돼가는 와중에 군비 증강이나 꾀하고 있을 참이오?"
"해병대용 F35를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해군용 F35를 만드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폭장량도 해군용이 더 낫다며? 해병대보다는 차라리 해군 전투기에 몰아주는 게 더 낫지."
"아아, 지금 연방정부에 돈 없습니다. 해병대용 전투기는 나중에 돈더 생기면 말합시다."
이런 어른의 사정에 휘말린 미 해병대는 그저 눈물만 그렁그렁.
졸지에 악성 재고를 떠안게 된 록히드마틴도 눈물이 글썽글썽.
원래라면 계약 위반을 들어서 록히드마틴이 미 해병대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겠지만, 대체 불가능한 고객이자 국가를 상대로?
전투기 장사 계속 해먹고 싶으면 어느 정도 타협을 해줘야 한다.
미 해병대 역시 피해자였으니, 그들을 윽박질러봐야 도움 될 게 없는 것이다.
"그럼 이미 생산해 놓은 99기의 F35B는 어떻게 합니까? 100기 단위로 인수한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인수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지금 해군부에서 의회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어요."
"해군부에서요? 그 말을 믿으란 말입니까?"
의회는 차라리 항모용 C 모델이나 만들라고 하는데, 해군부가 열심히 설득을 할 리가 없다.
해병대는 해군부에 반쯤 예속된, 독립 못 하고 사사건건 참견받는 성인 자식 같은 존재니까.
'결국 해군부에서는 해병대를 대충 어르고, F35B는 한동안 짬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텐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이미 생산한 99기는 반드시 인수할 겁니다."
록히드마틴이 망하는 꼴을 보기 싫으니까 인수는 하긴 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는 거지.
게다가 하수영이 F35C를 300기나 발주한 것이, 이 계약에서는 오히려 악재가 되었다.
'너희 300기나 새로 수주했다며? 계약금도 두둑하게 받았다며? 그럼 한동안 재정은 아무 문제 없겠네?'
라는 의회와 해군부의 기적의 논리가 성립해 버렸기 때문이다.
록히드마틴이 악성 재고를 잠깐 맡고 있어도 탈 날 일이 없으니, 의회와 해군부는 느긋하게 움직일 수 있다.
눈앞의 선물을 놓친 해병대만 눈물나고, 졸지에 악성 재고를 떠맡은 록히드마틴만 피눈물이 나는 거지.
록히드마틴 이사회는 난리가 났다.
"수영농장, 수영농장에서는 혹시 생각 없답니까?"
"북아메리카급 청담함은 이미 함재기 만재라 해병대용 F35는 더 필요가 없답니다. 앞으로는 C 시리즈를 주력으로 해서 해군 육상기지 플래폼 방식으로 간다는데요."
"B 모델을 C 모델로 개조해서 납품하는 것은 어떨까요?"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엔진이고 날개고 다 갈아야 해요. 개조를 해서 파느니 차라리 의회에서 해병대 예산을 복구해 줄 때까지 버티는 게 더 낫습니다."
"수영농장에서 주문 계약금을 받은 게 있어서 문제는 없는데, 그것 때문에 의회가 오히려 우리를 방치하게 되었어요."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수영농장에서 들으면 기분이 나쁠 겁니다."
"아니, 내 말은 의회놈들이 나쁘다 이거지, 수영농장 탓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결국 이미 생산한 99기의 F35B는 미개봉 악성 재고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고 있었다.
영국 해군에도 넌지시 물어봤지만, 그쪽도 당분간은 전투기 증강에 많은 돈을 쓸 여유가 없다고.
애초에 99기나 되는 물량을 한 번에 받아줄 만한 곳은 미군 아니면 수영농장뿐이었다.
하지만 신은 록히드마틴을 버리지 않았음이니.
"최고 30%까지 할인재량권을 주십시오. 그럼 제가 수영농장에서 한번 미팅을 하고 오겠습니다."
퀸 스텔리온, F35C의 신화를 써내려간 코즈펠트 이사가 다시 나선 것이다.
"코즈펠트 이사? 하지만 저번에는 어려울 거라고 하지 않았소?"
"그래도 회사가 위기에 처했는데,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