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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17화 (1,017/1,270)

프랜차이즈 갓 1017화

239장 프랑스 멀티농장 (6)

장효주는 하수영이 오늘따라 표정이 밝은 것을 보았다.

평소에도 생글생글 밝은 표정을 줄곧 유지하는 이지만, 오늘은 특히 더 밝다.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소심한 임차인 한 분이 층간소음 때문에 윗집에는 항의를 못 하고 저한테 하소연을 하셨거든요."

장효주는 '그게 좋은 일인가?' 하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제가 대신 윗집에 찾아갔죠. 윗집 딸이 이십 대 초반인데 뇌경색 때문에 다리를 못 써서 휠체어를 타더군요. 쿵쿵하는 소리는 휠체어가 문턱 넘어갈 때마다 나는 소리였고요."

"아, 그럼 아랫집 임차인분도 어쩔 수 없겠네요."

"그래서 설득해서 제 병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통상 치료와 재활시작하고 일주일 좀 넘었는데, 이제 목발 짚고 다닐 수 있게 됐어요."

"그래요? 우와, 완전 기적 아니에에요?"

"기적인지는 상관없고, 제 임차인이 이제 불가항력적인 층간소음의 고통에서 해방됐으니 기분이 좋네요."

"기분이 좋은 포인트가 이상한 거 같은데요? 그런 상황에서는 아랫집도 소음 해방보다는 윗집 딸이 차도를 보인 것에 기뻐해 줄 거 같은데."

"임대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한 게 기쁜 겁니다."

장효주는 살짝 웃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뇌경색이 그렇게 쉽게 차도가 보여요? 말 들어보면 발병한 지 오래된 거 같은데."

"그만큼 제 병원이 좋다는 거죠."

"그저 좋다는 말로만 넘어가기에는 너무 신기한 점이 많은데…… 알았어요."

청담수영병원은 아직까지도 죽은 사람이 없다는 점, 입원한 이는 모두 퇴원했다는 점에서 기적의 병원이라 불린다.

신체 절단 등의 복구 불가능한 외상 같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내과 적 질환은 모두 완치가 돼서 퇴원했다.

"아참, 이거 한번 먹어봐요."

하수영이 하얀 가루가 담긴 통을 내밀었다.

장효주는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서 먹어보고는 평가했다.

"이거 설탕이잖아요? 맛은 깨끗하네요. 다른 설탕보다 훨씬 더 단 거 같고."

"많이 달아요?"

"네, 요리 같은 거에 쓰려면 아주 조금만 써야겠어요. 근데 설탕은 갑자기 왜요?"

"수영설탕이라고 이름 붙여봤습니다. 이번에 준비하는 신상품이죠."

"그래 봤자 설탕인데 무슨 신상품씩이나……."

"조금 특이한 곡물에서 추출한 탄수화물로 만들었거든요. 나중에 본 상품이 나오면 다시 보여 드리죠."

자신감이 보이는 얼굴에서 장효주는 혹시 하는 느낌을 받았다.

"뭔데요? 말해줘요. 너무 궁금하잖아."

"단맛은 강한데, 소화기관에서 흡수가 잘 안 되는 설탕입니다. 대부분 직장에서 그대로 배출되죠."

사실 '전혀 안 되는' 이지만, 하수영은 '대부분'이라고 굳이 조미료를 쳤다.

장효주가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영양소로서는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먹어도 소용이 없는 데…… 아!"

"왜 소용이 없나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데."

"다이어트 식품으로 딱이겠어요!

단맛은 그대로인데 살은 안 찐다니, 우와, 우와."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좋죠. 소비자들을 비만과 건강의 위험에서 구원해 줄 조미료가 될 겁니다."

"다이어트 콜라는 도저히 적응이 안 돼서 힘들었는데. 그럼 수영콜라에서 이제 다이어트 콜라는 사라지는 건가요?"

"그렇죠. 수영콜라는 그 자체로 무가당 식품이 되니까, 굳이 다이어트콜라로 카테고리 분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진짜 대박이에요. 전 세계 사람들이 환영할 거라고요."

자기 일처럼 한참을 방방 뛰며 좋아하던 장효주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만들었어요?"

"가문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농장 특제 비료를 포도에 주어서 길렀죠. 그리고 그 포도에서 추출한 겁니다."

"비료를 조금 다르게 줬다고 이런 성질이 막 생겨나고 그러는 건가요?"

"보통은 그게 아니니까 제 비료가 특제 비료가 되는 겁니다. 특허권을 경매에 부치면 아마 1조 달러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하네요."

사실 1조 달러도 굉장히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엘릭서의 진정한 가치를 인류가 안다면,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가지고 싶어질 테니.

"그럼 이제 수영농장에서 이 특별설탕도 출시하는 거죠?"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네?"

"이번에 프랑스에 3호점을 냈잖아요. 3호점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거기에 생산을 밀어주려고요. 어차피 본점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생산이 가능하니까."

포도나무를 이제부터 키워도 와인용 포도를 얻으려면 5년은 지나야 한다.

물론 엘릭서 비료를 사용하면 시간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지만, 주변에서는 이상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저 포도농장은 5년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와인을 만든다고?'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설탕을 압출해서 팔면 그런 의심을 살 우려는 없어진다.

포도로 겨우 설탕이나 만들어서 파느냐고 비웃음을 당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프랜차이즈 주인인데, 3호 점 오픈 선물로 이 정도는 해줘야 죠. 우리 코즈펠트 이사님이 마음에 들어 하려나."

***

새 이웃을 축하하는 만찬은 이틀이나 이어졌다.

어젯밤도 농장 별장에서 실컷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낸 이웃 농부들은 잠에서 일어났다.

보통 이 정도 마셨으면 머리가 깨질 듯한 숙취가 느껴져야 하는데, 찬물로 씻어낸 것처럼 정신이 말끔하고 개운하다.

"역시 안주가 좋으니까 숙취가 없군."

"비행기로 공수해 왔다고 하지 않나. 배송료 따지면 도대체 그램당 가격이 얼마야."

"그런 비싼 걸 먹었으니 숙취가 없는 거지. 이게 바로 플라세보 효과라는 걸세."

"술도 이상하게 비쌀수록 다음 날 숙취가 없는 것처럼 말이지."

기지개를 켜며 별장을 나선 이웃 농부들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뭐야?"

"지금 우리가 어디 잘못 온 건 아니지?"

순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상에라도 빠진 건가 싶었다.

흙만 가득해야 할 밭에는 온통 황금색으로 빛나는 버섯들이 가득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가까이 가서 버섯을 확인한 어느 농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니, 이틀 만에 황비버섯이 이렇게 몽땅 다 자라났다고?"

"채집 가능한 크기까지 자라려면 아무리 짧아도 사나흘은 걸리는데?"

"여기는 포도 키우던 농장이라 황비버섯이 자라기에는 아주 척박한 땅인데?"

"썩은 참나무잎도 안 깔았는데, 버섯이 이렇게 자라날 수 있는 건가?"

놀라워하는 이웃 농부들 뒤에서 코즈펠트 이사가 개운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다들 일어나셨군요. 엇, 벌써 버섯이 이렇게나 자라났네? 이런, 아직 유통망도 제대로 안 알아봤는데."

최고 연장자 이웃이 코즈펠트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며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요?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버섯들이 이틀만에 성장을 마친 건지, 그 비법이나 한번 들어봅시다."

"하하, 특별한 비료를 썼을 뿐입니다."

"특별한 비료? 혹시 우리도 그걸 좀 쓸 수 있겠소?"

"그게 비료가 제 것이 아니라서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한번 알아는 봐드리겠습니다."

대면한 채로 '안 돼' 하고 잘라낼 수는 없으므로, 코즈펠트는 그렇게 부드럽게 넘어갔다.

***

지난 이틀 동안, 코즈펠트는 프랑스 농부들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파악했다.

'수영농장을 전혀 모른다.'

한국에서 막대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수영농장이지만, 여기서는 농부들조차 아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오히려 농업과는 무관한 경제 전문가들이 수영농장을 더 잘 알고 있을 정도였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수영농장은 프랑스에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 않으니까.

흙만 보고 사는 농부들이 9,000km 너머에 있는 나라의 대농장까지 알고 있을 리가.

'우리 미국에는 세계지도에서 미국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널렸는데, 뭐 이 정도야.'

그래서인지 유럽에서는 황비버섯이 아주 비싸게 팔린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하수영이 판매가를 1/10 가까이 떨어뜨렸지만, 이곳에서는 들리지도 않는 먼 나라 이야기다.

'한국보다는 조금 더 비싸게 팔아도 괜찮겠어.'

"프리덤, 이제 채집을 시작해라."

「네, 이사님.」

원래는 성장이 완료되자마자 채집을 해야 하지만, 프리덤은 일부러 기다렸다.

바로 이웃 농부들에게 이 웅장한 버섯밭, 그리고 채집 현장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로봇들이 빠르게 버섯 채집을 시작했고, 그 현란한 채집 속도에 농부들은 혀를 내둘렀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고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황비버섯을 기계로 채집한다고? 그럴 수가! 버섯이 망가지면 상품성을 잃을 텐데!"

"전부 수작업으로 일일이 해야 하는데! 저것까지 기계화시켰다고?"

황비버섯이 비싼 이유 중의 하나.

키우는 것도 어렵고, 키우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채집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내가 직접 봐야겠어!"

포도농장을 메인으로 운영하지만, 취미로 황비버섯도 키우고 있다는 카엘류란 농부가 앞으로 후다닥 달려 나갔다.

카엘류는 로봇들이 차곡차곡 투명하게 포장하는 황비버섯 박스를 훑어보고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럴 수가. 흠집 하나 없어. 거친 기계로 채집을 했는데 어떻게 상처하나 없이 멀쩡할 수 있는 거요?"

어느새 그의 옆에 다가온 코즈펠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것이 우리 농장 로봇들의 기술력입니다. 사람의 손끝보다 더 정확하고 섬세하며, 빠른 작업이 가능하죠."

"나는 이해가 안 되오. 이 로봇들은 다 합치면 수억 유로 이상이라고 들었소. 그럼 대체 수확물을 몇 년을 팔아야 원금을 건질 수 있는 거요?"

"어차피 본사 렌탈 지원이라서 로봇 투자 비용은 생각 안 해도 됩니다."

"……미국 농업계는 정말 무시무시한 발전을 이뤄냈군. 이제는 농장에서 사람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체제를 만들었어."

"수억 유로 이상을 들여서 인부를 전혀 쓰지 않는 농장을 만들다니. 과연 자본주의의 총본산다운 방법이야."

"우리 프랑스 농업계는 절대로 따라갈 수 없을 거야."

여기저기서 들리는 탄식마저, 코즈펠트의 귀에는 즐겁게 들렸다.

'수영농장의 위대함을 모르는 가여운 이웃들 같으니라고, 내가 이곳 프랑스에서 하수영 원정 깃발을 높이 꽂아 그 웅장함을 알려야겠어.'

주말 농장이 앞으로 본업보다 더욱 즐거워질 것 같다.

채집은 순식간에 끝났고, 카엘류가 유통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프랑스 유통망이라면 내가 소개해 주겠네. 외국인이라고 해서 감히 후려치거나 하지는 못할 거야. 가격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나?"

"유통업체에 넘기는 가격은 킬로당 15유로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러면 소비자는 킬로당 30유로 정도에 사 먹게 될 것이다.

하지만 카엘류가 눈을 부릅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내가 킬로당 90유로에 넘기는데도 없어서 못 팔정도야! 황비버섯이 스튜 요리에 얼마나 필수인데!"

"농장에서 킬로당 90유로에 넘긴다고요?"

킬로당 9만 원.

옛날 한국에서는 '마트 판매가 가 10만 원이 넘었는데, 여기서는 '농장 공급가'가 9만 원이라고 한다.

'그럼 여기 소비자가격은 대체 얼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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