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16화
239장 프랑스 멀티농장 (5)
코즈펠트는 이웃 농장주들의 그런 참견과 우려를 웃으면서 넘겼다.
농장주들은 이런 식으로는 황비버섯을 절대 키울 수 없다며, 이 은퇴한 사업가 출신의 초보 농부를 거듭 말렸다.
대화를 섞다 보니 코즈펠트가 록히드 마틴의 현직 이사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이력이 이웃 농장주들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었지만.
"아이고, 전투기나 만들던 양반이라 그런지 농사에 관해서는 정말 전혀 모르네."
"무슈 출신 아니랄까 봐 이렇게 농사를 막 지어서야. 근데 장비는 진짜 좋네. 전투기 회사에서는 저런 장비도 만드는 거요?"
"저런 거 우리도 사서 쓰려면 비싸겠지요?"
"황비버섯 개활지 재배는 우리 프랑스에서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못들어봤어요. 무조건 하우스 재배로 가야 한다 이겁니다."
코즈펠트는 그런 참견들을 여유 있게 넘겼다.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한 번 지켜보시지요. 아, 이웃으로서 그런 친절한 애정과 충고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저녁에 여러분들을 초대해도 될까요?"
"그거야 당연히 가야지!"
"혹시라도 포도 농사로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지 우리에게 말만 하쇼. 좋은 종자도 내주고 노하우도 아낌없이 알려줄 테니까."
코즈펠트는 생각했다.
'역시 어딜 가나 농부는 정직하고 선량하군.'
그가 아는 농부라고는 하수영뿐이다.
그 전에는 농부라는 직종 자체에 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수영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농부라는 인간들은 먹거리를 함께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선호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무기만 봐도 그렇지.'
수영그룹의 서진파운드리만 봐도 그렇다.
보통의 회사라면 그런 기술력을 가졌을 때, 자사의 이익을 최대한 극대화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움직일 것이다.
설령 미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한이 있어도 칼을 세우고 이익을 드높이려 한다.
하지만 서진파운드리는 달랐다.
기술은 비공개로 하지만, 대만과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을 아낌없이 끌어들여서 공동체 블록을 형성한다.
여기에 하수영은 미국에서 번 돈으로 큰 쇼핑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하수영이 오히려 경기 활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게 바로 한국에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두레 정신일까?'
내가 잘났다고 나만 잘 먹고 잘살자는 게 아니라, 거래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함께 끌고 가는 것.
하수영은 미국 시장에 줄곧 그런 스탠스를 보여줬기에, 미 정부가 가지는 수영 자본에 대한 신뢰도는 맥시멈 수치다.
「만찬이라면 우리 수영농장, 목장, 양식장의 식재료가 빠질 수 없죠. 제가 지금 최고로 신선한 식재료를 엄선해서 보내겠습니다.」
"프리덤, 비행 시간만 12시간이 넘을 텐데? 지금 당장 출발시켜도 오늘 저녁 파티에는 못 맞춘다."
「주한미공군사령부의 협조를 받으면 가능합니다. 전투기로 식재료를 수송하면 됩니다.」
"전투기로? 아니, 프리덤. 그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말이 안 되는데."
「전투기 사업 지분이 큰 록히드마틴의 이사가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 된다면, 제가 참신한 해결 방법을 고안한 게 맞나 보군요.」
"아무리 회장님이 해군원수를 겸직하고 내가 록히드 마틴의 이사라고 해도, 겨우 프랑스 농장에 식재료를 조달하는 목적으로 전투기를 운용할 수는 없는 거다."
애초에 이곳은 주한미군의 작전영역도 아니다.
그곳 전투기가 여기까지 날아오려면 펜타곤의 승낙이 있어야 하며, 국무부에서 프랑스 외교부와 조율까지 거쳐야 한다.
코즈펠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잊으셨습니까? 아라비아 해역에는 키로프급과 북아메리카급이 교대 배치 중입니다. 병원선 퀸 루나의 호위 목적으로 말입니다.」
"……!"
「주한미공군이 북아메리카급까지 '긴급수송' 문제로 날아가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외교적 합의도 필요 없죠.」
코즈펠트는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전투기가 병원선으로 급히 날아가는 것은 인도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할 테니, 주변국에 긴장감을 줄 이유도 없고."
「북아메리카급 함재기가 식재료를 건네받고 다시 프랑스로 오면 됩니다. 충분히 저녁 만찬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거 나도 서둘러야겠는데. 지금 프랑스에는 나밖에 없어. 하지만 내 요리 솜씨는 형편없으니 어서 요리사를………."
원래 출장 뷔페 따위를 고려했던 코즈펠트는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하지만 프리덤 기계 음성에는 여유가 넘쳤다.
「코즈펠트 이사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 농사 로봇들은 주방에 들어오기에는 너무 큰…… 아!"
「안드로이드 몸체도 1기 있습니다. 그리고 제 메모리에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요리의 모든 역사와 레시피, 식재료가 기록되어 있죠.」
코즈펠트는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정말 완벽한 계획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프랑스에서 수영농장산 식재료로 만든 만찬을 늦지 않게 이웃 농장주들에게 대접할 수 있다니. 넌 정말 최고다, 프리덤."
「감사합니다. 저도 제가 최고인걸 알지만 그걸 인증받을 때가 가장 연산회로가 클린해집니다.」
"그런데 수송 자체야 가능하다 치지만, 주한미공군 사령부의 자존심은? 그 친구들이 겨우 식재료 나르자고 진땀을 뺄 것 같진 않은데."
「이럴 때 마스터의 이름을 팔아야 합니다. 그럼 일도 해결되고, 마스터도 이름이 팔려서 기분이 좋아지고, 모두의 행복 칼로리가 증대하지요.」
"행복 칼로리의 증대……."
「제 농장, 목장, 양식장에서 한국해군 잠수함 부대와 몇몇 신형 함정에 제공하는 식재료의 품질은 주한 미군 사령부에서도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났습니다.」
군대는 어디든 간에 자기들이 먹는 밥이 맛이 없다며 짬밥이라고 불평한다.
열악한 한국군이 보기에 주한미군의 식단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지만, 정작 본인들은 불만이 많다.
그리고 한국 장병들조차도 며칠만 주한미군의 식사를 먹어보면 금방 질리고 곧 불평하게 된다.
「제한된 예산과 조리 환경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대량 배식은, 무한한 자본으로 무장한 호텔식 융단폭격을 결코 이기지 못하는 법입니다.」
코즈펠트는 프리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깨닫고 박장대소를 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인데. 혹시 내가 도와줄 일은 없는 거냐, 프리덤?"
「아무래도 이사님이 직접 자연스럽게 물꼬를 트는 게 좋겠죠.」
"알겠다."
***
코즈펠트는 주한미군 총사령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록히드 마틴의 이사인 만큼 그는 미군 장성들과 두루두루 인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한미군 총사령관한테 갑자기 안부 전화를 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은 사이이자, 신분.
-그러고 보니 몇 번이나 한국을 드나들면서 정작 사령관님은 제대로 뵙지 못했군요.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면 찾아뵙고 인사 한 번 올려야겠습니다.
"하하, 여기저기 전투기 사업에 바쁘신 분이나 그럴 만하지요. 이번에 한국에 F35 300기를 추가 판매하기로 한 대활약도 전해 들었습니다."
하수영이 록히드 마틴 관련 쇼핑은 언제나 코즈펠트를 통하다 보니, 그는 어느덧 미 군산업체에서 '전투기 영업왕'이 되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머나먼 이국 동맹국 땅에서 고생하는 미 장병들을 위해서 제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해 드리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자그마한 선물이라고요?"
-네, 수영농장그룹에서 생산된 최고의 식재료들을 보내드릴까 해서요. 지금 병력이 2만 9,000명 정도 되던가요? 그럼 10만 인분 정도의 양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수영그룹 식재료들을 말입니까?"
-네. 아, 한국 해군에 정식으로 납품되는 클래스로 보내드릴 겁니다.
총사령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 해군에 들어가는 수영그룹 식재료는 아랍 왕족들을 상대하는 특급호텔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고기는 대충 구워도 입에서 부담없이 살살 녹으며 식욕을 자극하고, 무농약으로 키워진 채소는 벌레 먹은 자국 하나 없이 신선하다.
한국 잠수함 부대, 청담함, 하수함 등 수영농장이 식재료를 책임지는 함정의 식사는 한반도에 있는 모든 군인들의 부러움의 대상.
주한미군도 거기서 제외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혹시 생선도 포함된 겁니까?"
-물론이죠. 육류와 생선은 약 7:3의 비율로 구성될 겁니다.
생선, 그놈의 생선!
미국 본토에서는 할리우드 대배우들이나 먹을 법한 값비싼 사치품이 되었고, 한국에서는 미군이라 도매상 납품을 받을 수가 없다.
퇴근하고 나서 마트에 가서 살 수밖에 없는데, 그때에는 이미 생선은 모두 텅텅 비어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생선이 가장 풍부하지만, 그래도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귀하고 비싸기 때문이다.
"10만 끼면 그 비용도 엄청날데, 그걸 무상으로 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늘 타국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고생하는 미 군인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하수영 해군 원수님'이 저의 이런 부탁을 들어주셔서 다행입니다.
자, 원수 이름 나왔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별 넷, 그리고 하수영은 별 다섯.
지금 별 다섯이 별 넷한테 이런 큰 선물을 베푼 게, 내 공적이다 이거야.
지금 별 다섯 이름까지 나왔는데, 그거 받고 입 싹 씻을 자신 있어?
코즈펠트의 그런 숨긴 의도가 담긴, 하지만 완벽하게 겸손과 미군에 대한 존중으로 위장한 멘트였다.
총사령관은 당연히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거 제가 너무 고마워서…… 혹시 저희가 뭐라도 도와드릴 만한 건 없을까요? 무엇이든 좋으니 하게 말씀을 해주십시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갑자기 생각나는 게 하나 있군요.
***
그리하여 '미리' 공군기지 근처에서 대기하던 냉동차량 한 대가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초음속 전투기 1기가 10인분 남짓한 식재료를 신고 공군기지를 떠나, 아라비아 해역의 병원선을 향해 이동했다.
물론 '미리' 마중 나와서 대기 중이던 공중급유기의 공중급유를 받아 가면서.
식재료를 건네받은 북아메리카급 함재기는 곧바로 프랑스를 향해 출발했다.
모든 과정은 최고급 스위스제 오토매틱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이웃 농장주들은 프리덤 안드로이드가 최고의 식재료로 조리한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고기가 있었다니! 내 사촌한테 당장 목장을 때려치우라고 해야겠어요!"
"생선? 이 시기에 생선을 구했다고요? 아니, 심지어 이것들은 민물어도 아니고 모두 바다생선들 아닙니까?"
"우리도 시장에서 생선 구경을 한 지가 몇 달이 넘었는데, 대체 어떻게……."
코즈펠트는 이웃들이 가져온 맛좋은 와인을 한 모금 즐기면서, 여유있게 받았다.
"비행기로 급히 공수해 온 최고의 고기와 생선들입니다. 사양 말고 마음껏 드시지요."
"역시 전투기 재벌은 다르군! 겨우 새 이웃한테 저녁 식사 대접하자고 비행기를 띄우다니!"
"하하, 전투기 재벌은 아닙니다. 저는 그냥 일개 이사일 뿐이거든요."
코즈펠트 이사는 그간 전투기 설계, 개발, 생산, 영업에서 수십 년간 시달렸던 묵힌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는 것을 느꼈다.
'좋은 이웃들이 가져온 포도주와 초음속 전투기로 공수해온 고기를 함께 나누는 것…….'
고기와 생선, 포도주가 그 어느 때보다, 아마 평생에서 제일 달디 단순간이었다.
'이게 농사의 즐거움이구나.'
별장 밖에서 밝은 라이트를 켠 채 쉬지 않고 일하는 로봇들의 소음도, 즐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