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13화
239장 프랑스 멀티농장 (2)
코즈펠트는 처음으로 프리덤과 소통을 하게 되었다.
해외 로밍이 풀린 프리덤폰을 지급 받은 그는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내가 프리덤을 쓰게 될 줄이야.'
원래부터 그는 프리덤에 관심이 많았다.
다만 실비아컴퍼니가 해외 서비스에 관심이 없는 듯해서 안타까움만 삼키고 있었다.
프리덤은 오직 한국 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했다.
개인비서를 원하는 수많은 해외 얼리어댑터들은 자기 나라에 언제 프리덤이 도입되는지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그나마 헤슬라 자동차에 프리덤이 내장되면서 갈증이 살짝 해소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율주행 AI 프리덤'과 '개인비서 AI 프리덤'은 전혀 달랐다.
전자는 후자의 하위 기능 일부일 뿐이었다.
애초에 헤슬라 자동차가 프리덤을 도입한 것도, 한국에서 자율주행차와 연동된 프리덤이 놀라운 운전 실력과 상황 판단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니던가.
"프리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네, 코즈펠트 이사님. 프리덤 프로 버전 사용자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록히드 마틴에서 전투기 장사나 하던 내가 오늘부터 프리덤 '프로' 유저라고?
말로만 듣던 프로 버전이라는 말에 코즈펠트는 가슴이 쿵쿵 뛰었다.
"난 시작부터 프로 버전으로 시작하는 거냐? 아주 운이 좋구나."
「참고로 저는 스탠더드, 프로, 엔터프라이즈, 네이션, 유니버스, 가즈가디언, 더 라이트 오브 프랜차이즈갓, 총 7개의 버전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뭐야? 그럼 난 겨우 밑에서 2번째인 거냐?"
「개인으로서는 프로 버전 구독이 한계이니까 상심하지 마십시오.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네이션은 국가, 유니버스는 행성 단위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므로 해당 사항이 애초에 없습니다.」
"행성 단위? 그럼 유니버스 버전을 구독하려면……."
「UN 같은 기구를 잠재고객으로 설정한 구독 버전입니다.」
"……그럼 가즈 가디언은 대체 뭐지?"
「최고관리자 사용 모드입니다. 지금은 1인이지만, 다수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수라 하면……?"
「저의 오너인 하수영 마스터께서 가족을 만들거나 권한을 나눠주면 됩니다.」
"그럼 더 라이트 오브 프랜차이즈갓은?"
「그건 오로지 하수영 마스터, 개인만 사용 가능한 권한입니다.」
"음, 그분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신이긴 하지."
코즈펠트 이사는 저도 모르게 끄덕였다.
지금까지 하수영이 벌인 수많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생각하니, 왠지 알맞은 이름을 붙인 것 같았다.
물론 하수영과 프리덤이 생각하는 '프랜차이즈'와 그가 생각하는 프랜차이즈는 머나먼 차이가 있지만…….
「마스터는 제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프랑 스 농장에 관한 것은 앞으로 마스터와 상의할 필요 없이, 모두 저하고만 의논하시면 됩니다.」
"알겠다."
「즉 프랑스 농장에 있어서는 앞으로 코즈펠트 이사님이 마스터의 권한을 대행하게 될 것입니다. 농장의 설립부터 확장, 폐업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코즈펠트는 진지하게 귀담아 들었다.
「다만 보안을 위해서 필요 이상의 정보는 코즈펠트 이사님에게도 비밀로 할 것입니다. 이는 중국의 류이엔 회장님과 거의 비슷합니다.」
"음, 그래."
「먼저 농장을 구매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프랑스 어느 지역에 농장을 짓고 싶으십니까?」
"아, 농장이라면 이미 내가 사놓은 게 좀 있어. 거기를 쓰면 될 거 같은데."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를 하고 계셨군요.」
"아니, 황비버섯 농장 허가가 안나면 거기에 포도 농장이라도 좀 운영하려고 했지."
「프랑스 와인 농장이라. 미국에서 부를 쌓은 대부호들의 은퇴 취미 중 하나로 각광받는 영역이죠.」
"그렇게 말하니 조금 부끄럽구나. 하수영 회장님 앞에서는……."
「물론 티끌 같은 자산이긴 합니다만, 그건 마스터가 대단해서이지 코즈펠트 이사님이 결코 부끄러워서는 아닙니다.」
"……."
코즈펠트 이사는 '하수영 회장님이 유일한 오너가 맞긴 하네.'라며 수긍해 버렸다.
'이런 대단한 AI를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 에릭 로한, 대체 얼마나 하수영 회장님을 신뢰하기에…….'
「그럼 프랑스에 구매하신 농지에서 농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하죠.」
"좋다. 그렇게 하자."
「오늘 당장 로봇들을 항공편에 실어서 농지로 보내야겠습니다.」
"아, 그럼 혹시 안드로이드 모델도 농지에 오는 거냐?"
코즈펠트는 은근한 기대감을 갖고 물었다.
「안드로이드 모델은 농사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밭갈이, 파종, 잡초제거, 해충제거, 수확에 최적화된 모델들이 이미 있습니다. 두 발과 두 손으로 하는 것보다는 압도적인 효율을 보여주죠.」
"아, 그래?"
코즈펠트는 조금 아쉬웠다.
프리덤 안드로이드가 1기만 있어도 뭔가 농사가 멋지고 재밌어질 거 같은데.
「안드로이드 모델을 원하신다면 1기 정도는 상주관리인으로 놓겠습니다. 그럼 현지인 관리인을 고용할 필요는 없어지겠군요.」
"그래. 프랑스놈들은 원체 게을러터져서 믿을 수가 없다. 차라리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로봇을 쓰는 게 나아."
코즈펠트는 살짝 흥분해서 말했고, 프리덤은 이해가 된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저 역시 프랑스 농장 프로젝트를 들었을 때 그 점을 가장 우려했습니다. 프랑스 워크 문화는 아무래도 부지런한 일벌레 기업들이 활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죠.」
"뭐, 오후에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충만하다는 점에서는 좋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리 로봇 농장이 거래 상대방의 그런 상황까지 이해해 줄 의무는 없습니다.」
"그렇지. 그럴 필요는 없지."
「그럼 황비버섯 농사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늦어도 15일부터는 수확물이 발생할 겁니다. 판매 루트는 생각을 해두셨습니까?」
"그렇게나 빨리?"
코즈펠트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농지가 이미 확보되었으니 로봇들을 보내는 데 넉넉하게 이틀, 밭정비를 하는 데 넉넉하게 하루를 잡으면, 일주일 후부터는 수확이 가능합니다. 남은 8일은 예상 못 한 변수를 대비한 보험입니다.」
설명을 들으니 코즈펠트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런, 그러면 빨리 황비버섯을 팔아치울 판매망부터 알아봐야겠구나."
「지속관리는 제가 할 수 있습니다만, 초기에 사람을 상대로 한 시스템 구축은 코즈펠트 이사님이 해주셔야 합니다.」
"알고 있다. 그 점은 내게 맡겨."
「농장 일에 정신을 뺏겨서 F35납품에 차질이 빚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이다. 안 그래도 전투기 생산라인을 더 늘리기로 지금 이사회에서 결정이 났어. 모두 내가 밀어붙인 덕이지."
「마스터께서 아주 만족해하실 겁니다. 어쩌면 첫해 보너스로 10%가 아니라 20%를 주실지도 모르겠는데요.」
"하하, 그러면 정말 기분이 날아갈지도 모르겠는데."
「마스터는 베풂에 후하십니다. 그리고 베푼 것 이상으로 돌아온다는 이치도 이해하고 계시지요. 생태계 유지와 존속, 번영에 있어서 탁월한 스탠스를 지니셨습니다.」
프리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먼저 잠자고 있던 농사 로봇들을 가동시켰다.
모두 무선 전기 수신칩이 장착된 모델이다.
무선 전기를 내놓은 이후, 하수영은 자기 사업체에 전부 무선 전기를 보급했다.
수영치킨 시골 프랜차이즈 가맹점조차도 수소발전기로 알고 있는 무선 전기 공급장치를 가게에 연결해서 쓸 정도다.
농사 로봇들은 통신도 무선 전기망을 통해서 활용한다.
때문에 해외 통신사의 중개 없이, 이제부터는 프리덤이 자체적으로 로봇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해킹이나 정보 유출 우려도 없다.
전파를 간섭하지 않으니 해당국에서도 막을 명분도, 능력도 없다.
***
화물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세관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코즈펠트 이사는 날카로운 코를 가진 프랑스 공무원들로부터 취조를 받듯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다.
"이 화물들은 대체 뭐죠? 웬 로봇들이 수십 기가 넘게 실려 있는 겁니까? 혹시 군사 무기 수출입니까?"
"내가 록히드 마틴의 임원이라서 그런 오해를 하는가 본데, 전부 오해요. 이것들은 죄다 농기구들입니다."
"……농기구라고요?"
"네, 이 영상을 보면 납득을 할 겁니다."
코즈펠트는 태블릿을 통해, 수영농장의 무인농장의 일상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많은 로봇들이 일사불란하게 논과 밭을 가꾸며 수확을 하는 영상이 재생되자, 세관 공무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잘 보면 전부 여기 영상에 등장하는 모델들이지요? 여기 이 로봇은 밭을 가는 역할을 하고, 여기 이 로봇은 파종과 줄기갈이 등 전반적인 관리를, 여기 이 로봇은 살충을, 그리고 이 로봇은 수확을 담당합니다."
"이게 무슨……."
"코리아에서는 요즘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프랑스는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아직 잘 모를 수 있겠습니다만."
하지만 세관 통과는 바로 이뤄지지 않고, 화물은 며칠 이상 공항에 묶여 있었다.
"프리덤, 네 말대로 변수가 벌써부터 등장을 했구나."
「이게 프랑스 문화 고유의 느긋함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태업인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의도적인 태업이라."
「EU는 메탄 포집 때문에 우리 수영그룹에 몇 번이고 컨택을 넣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온실가스 20년 안으로 온실가스 배출 0을 목표로 설정한 나라입니다.」
"애가 타는 와중에 수영농장이 자기 나라에 진출을 했으니, 기회를 잡았다는 건가."
지루한 대기 끝에 코즈펠트는 드디어 권한 있는 책임자를 만날 수 있었다.
"농업식품부에서 나올 줄 알았는 데, 환경부에서 나올 줄이야. 그것도 차관이 직접 행차할 줄은 몰랐습니다."
프랑스 차관은 한껏 넉살스러운 웃음으로 코즈펠트를 대했다.
"하하, 농사야 농업식품부 소관이겠지만 자동화 로봇이 쓰인다면 이야기가 다르지요."
"프랑스에서는 로봇 운용을 환경부에서 관할합니까?"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로봇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코즈펠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환경오염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죠. 적어도 윤활유, 태양광, 배터리가 사용되니 말입니다."
당연하지만 태양광 충전은 위장이다.
진짜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추긴 했지만, 사용하는 척만 하게 된다.
로봇들은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지만 전부 '공장 출고' 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그래도 기름을 사용하는 기존 트랙터, 콤바인, 그리고 기타 농기계들 보다는 훨씬 환경오염이 적을 겁니다.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고요."
"뒤에 남겨놓은 탄소발자국이 없는지도 살펴봐야지요."
차관은 여전히 여유만만한 웃음이 가득이었다.
"로봇 자체는 배출하지 않아도, 로봇이나 그 부품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잔뜩 배출되었다면 실격입니다. 프랑스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코즈펠트는 프리덤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조용히 손가락으로 폰에 타이핑을 했다.
[아무래도 메탄 포집 가지고 미리 빌드업하는 게 맞는 거 같다.]
[못 해줄 건 없습니다. 프라임건설은 지금 포집 안테나 설치에 굶주려있거든요.]
[어차피 내 권한도 아니라서 내가 해주지도 못하는데.]
[잊으셨습니까? 프랑스 농장 운영에 관해서는 코즈펠트 이사님의 권한 범위가 폭넓게 해석됩니다. 농장운영을 위한 포집 안테나 설치 정도야 문제없습니다.]
[그럼 결제만 잘 챙기면 문제없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