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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09화 (1,009/1,270)

프랜차이즈 갓 1009화

238장 다큐에 진심인 농부 (1)

CVN 케이블에서는 수영농장 특별편성 다큐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었다.

시사국장은 벌써 1시간 넘게 쉬지 않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수영농장의 모든 것을 시간 순서 대로 정리해서 국민들에게 널리 알린다, 이게 바로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이야."

"특히 좋은 거, 장점들 위주로 강조해서 플롯 짜는 거 잊지 말고."

"독과점 소리는 들어도 상관없다고 하셨으니까, 이왕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크게 수영농장에 기대고 있는지를, 시청자들이 널리 알렸으면 좋겠어."

"1부는 일단 이런 국내 파트로 가고, 2부는 이제 해외 파트로 가는 거지."

"수영농장이 지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다양한 나라에 진출해서 외화를 엄청나게 긁어모으고 있잖아?"

"그 외화들이 수영사채에 고스란히 모여서 우리나라 중소기업 금융, 서민금융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고 말이야."

"또 이거 봐. 수영농장이 농사에 필요해서 들여온 여러 가지 장비들, 여러 가지 벌인 사업들, 이게 우리 나라 산업에도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어?"

"당장 얼마 전 고리 원전사고를 보라고. 그거 수영농장 로봇들이 폐기를 무릅쓰고 원전 정리작업 안 했으면, 부산 일대 지하수는 모조리 방사능에 오염됐을걸?"

"그리고 뭐더라? 뭐 농장에서 토지 제염할 때 쓰는 물질로 원전 주변 완벽하게 제염해서 방사능도 안 나오잖아?"

"로봇도 제염해서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데, 원전사고 수습에 투입된 로봇으로 다시 농사짓는 건 소비자들이 찜찜해할 거라고 과감하게 모두 폐기해 버렸고 말이야."

"이렇게 수영농장이, 하수영 회장님이 우리나라에 전반적으로 얼마나 크고 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낱낱이, 그리고 최대한 담백하게 드라이 하게 편집하란 말이지."

시사국장의 말을 열심히 받아적던 피디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국장님, 다 알겠는데요. 여기 수영농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시청자들이 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부분말입니다."

"응. 그것도 중요하지. 뭐 더 물어볼 거 있어?"

"청담동 부동산 보유 내역도 언급 할까요?"

"……."

"아니, 하수영 회장님이 보유하신 부동산 다 합치면 15조 원은 족히 될 텐데, 그거 건물 사진 지상이고 항공이고 멋지게 꽉 찍어서 일렬로 세우면, 아주 사람 압도할 거 같지 않습니까?"

그 말에 국장이 버럭 화를 냈다.

"너 이 새끼! 지금 회장님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아가려는 거야, 뭐야!"

"아니, 무슨 투기꾼이에요. 정당하게 농산물 팔아서 번 돈으로 모은 부동산인데. 세금도 착실하게 다 내셨구먼."

"야! 시청자들이 그렇게 좋게만 생각하겠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서 내장이 뒤집어지는 게 한민족인 거 몰라! 땅 집착이 얼마나 큰데, 땅 가지고 장난을 치려고 들어?"

"전 안 그러는데요. 청담동 들릴 때마다 와 이게 회장님 건물이구나 생각하면서 한없는 존경심을 품습니다."

"빌딩 자랑은 안 돼!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거는 실컷 자랑해도 된다."

"국산은 안 되고 외국산은 된다는 겁니까? 뭐가 이래요?"

"외국 부동산은 반발심이 없을 거 아냐. 그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회장님 거 됐다는 거 아직도 모르는 사람 엄청나게 많더라. 이참에 제대로 알려보자고."

수영농장 특별 다큐 편성 회의실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원래 시사 파트는 방송국에서 그리 반기는 부서가 아니다.

돈은 돈대로 잡아먹고, 시청률은 그다지 나오지 않으니까.

CVN에도 원래 시사 파트는 그저 구색만 갖추고, 숨결만 간신히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반전을 맞이한 것은, 프라임컴퍼니에서 온 연락 덕분이다.

프라임컴퍼니 정서희 부회장은 수영농장 관련 정식 다큐 제작을 의뢰했다.

-이쯤에서 우리 하수영 회장님이 맨주먹 하나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결과를 이뤘는지, 전 국민들에게 널리 한 번 되짚어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한 해 광고비만 몇조 원씩 지불하는 초대형 VVIP 광고주의 일인데, 어떻게 감히 거절을 하겠는가.

곧바로 그룹 회장까지 보고가 올라갔고, 회장은 온 힘을 다해 최고의 특별 다큐를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시청자들이 수영농장 하면 아주 벌벌 떨면서 우러러볼 만한 그런 내용으로 한 번 멋지게 만들어보라고! 케이블을 송두리째 팔아도 좋으니까!

물론 정말 방송국을 팔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한 각오를 가지고, 돈이든 인력이든 아무런 제한 없이 마음껏 만들어보라는 뜻이다.

다큐 방송에 붙을 광고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수영그룹에서 지불한 광고료는 아직도 다 집행하지 못한 게 산더미처럼 많았으니까.

"근데 우리 방송국 이거 괜찮은 건가요? 요즘에 우리 방송국을 수영그룹 홍보방송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늘고 있는데."

"야! 수영그룹 홍보부면 어떻고 사내 방송팀이면 뭐 어때! 우리가 X 뺑이 치면서 일할 때 방송 매출 다 합쳐봐야 2조도 안 됐어! 지금은?"

"아아, 압니다. 저도 알아요. 수영그룹에서 광고료 팍팍 줘서 직원들 월급 복지도 늘어나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제작하고, 그래서 시청률도 전체적으로 껑충 뛰었고, 됐죠, 계속해요?"

"잘 외우고 다녀, 인마. 어디 가서 쓸데없는 헛소리 하지 말고."

"예, 예. 알겠습니다."

피디도 수영그룹에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다.

다만 꼰대 취급을 받는 시사국장이 허구한 날 '수영수영수영' 타령을 하고 있으니, 비꼬아주고 싶었을 뿐.

피디는 작가진과 구성회의를 시작했다.

시사국장이 늘어놓은 연설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간 순서대로? 아무리 시사다큐라지만 이렇게 천편일률적으로 하면 시청률 안 나와요. 같은 다큐라 해도 좀 재밌고 볼 만해야 시청률도 나오고 그러는 거지."

"좋은 생각 있어, 박 작가?"

"피디님. 미드도 그렇고, 요즘 드라마들 보면은요. 1화에 정말 모든 혼을 다 쏟아부어요. 2화는 없는 것처럼 말이죠. 제작비든, 연출이든, 편집이든, CG는 간에."

"그거야 나도 알지. 1화가 엄청 중요하다는 거 왜 몰라."

"여기 보면 하수영 회장님이 당시 농산물 유통업하던 전성렬 회장님을 만나서 송이버섯 장사로 시작한 게 시작이네요."

"전설의 시작이었지."

"그리고 전설의 시작치고는 너무 밋밋하고요. 그렇지 않나요?"

"그런가? 근데 당시에 송이버섯 하나로 마케미야 트러스트에서 수백억원을 단번에 땅긴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성과라고 보는데."

수백억, 어디 말이 쉬운 돈인가.

하물며 첨단 전자기기도 아니고, 사람이 먹는 송이버섯 하나로 말이다.

"이래서는 1화에서 쫄딱 망해요. 기껏 큰돈 들여 다큐 제작해 놓고 쫄딱 망하면, 나중에 우리 방송국 무슨 면목으로 하수영 회장님을 보겠어요?"

"그럼 박 작가는 다른 생각 있어?"

"자극적인 순서로 가야죠. 시간 순서는 나중에 대충 끼워 맞추면 되고, 송이버섯 장사로 착실하게 밑천을 모아서 지금의 기반을 닦았다?"

박 작가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피디님,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에서 판타지를 보고 싶은 거지, 다큐가 보고 싶은 게 아닙니다."

피디는 하마터면 '박 작가, 우리 지금 특별 다큐 찍고 있는데?'라고 말할 뻔하려던 걸 참았다.

"그러니까 1화 오프닝은 무조건 이걸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박 작가는 두툼한 노트의 어느 부분을 손가락으로 탁 짚었다.

피디의 눈이 살짝 커졌다.

"금?"

"네, 금만큼 인간이 좋아하고, 자극적이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또 어디 있겠어요?"

"금, 금이라……."

"농사지으려고 사는 땅마다 족족금이 쏟아져 나오는 행운의 사나이! 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무더기로 나오는 금보다 더 많은 돈을 농작물 재배로 벌고 있었다는 반전이 있다면?"

"오, 이거 자극적인데, 딱 우리 와이프 음식 맛이야. MSG 듬뿍듬뿍쓰거든."

"진실이란 건 말이죠. 순서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MSG 듬뿍이 될 수도 있고, 밍숭밍숭한 병원환자식단이 될 수도 있어요."

"좋았어!"

피디는 쾅 소리가 나도록 탁자를 거칠게 짚었다.

"금 때문에 농지를 뺏긴 비운의 사나이! 이걸 1화 테마로 간다!"

CVN 케이블은 16회 다큐라는, 다른 방송국에서 '미친 거 아냐?' 소리가 나올 편성을 기획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것도 1부였다.

「1화 : 금, 행운인가, 불운인가.」

「2화 : 웰빙의 기적」

「3화 : 인술의 재림, 청담수영병원.」

「4화 : 시작된 프랜차이즈 신화」

……중략……

「15화 : 해적을 위한 방패, 스텔스 경비함.」

「16화 : 흙의 은행.」

"음, 소제목과 구성은 괜찮은 거 같은데, 이러면 2부에 들어갈 해외파트 내용도 어느 정도 섞여서 무분별해지지 않나?"

"수영농업그룹 자체가 워낙 여기저기 가지가 뻗어 있어서, 뭘 조금만 다루려고 해도 우르르 딸려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렇긴 하지."

"지금으로서는 해외 파트에 나올만한 내용은 최대한 간단하게 언급하거나 하는 식으로 넘어가고, 나중에 2부에서 제대로 다루는 수밖에요."

"그래도 시청률이 두 자릿수는 나오겠지?"

그러자 작가들은 어처구니없다는듯이 피디를 바라보았다.

"피디님? 이거 다큐예요, 다큐. 그것도 지금 현역으로 활동 중인 실존인물 다루는 다큐."

"두 자릿수 시청률이라니, 바랄 걸 바라셔야죠. 3%만 넘어도 다행인 줄 아세요."

"그냥 그동안 받아먹은 광고료에 대한 감사 의미로 헌정하는 프로그램 하나 만든다 생각하셔야지, 이걸로 시청률 장사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알지. 알아.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렇게 쉽게 되나. 그래도 내가 만진 프로그램 시청률 잘나왔으면 하는 마음은 늘 똑같다고.

그게 다큐든, 예능이든, 드라마든 간에 말이야."

"저희도 너무 밋밋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대본 구성 해볼게요."

"하수영 회장님도 보실 거라 생각하고, 차라리 톡톡 튀는 가벼운 느낌으로 가보려고요."

"그렇게 했다가 이게 다큐인지 예능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라도 나오면 큰일인데."

"그런 소리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죠. 너무 심하게 나오지 않도록 조절 잘할게요."

"그래, 부탁해. 내가 박 작가 다큐대본 만드는 실력 하나는 정말 믿으니까."

"지금 그 말 섭섭하네요. 제가 드라마국 얼마나 가고 싶어 하는지 잘 아시면서."

아무튼 그렇게 수영농장 특별 다큐가 제작에 들어갔다.

***

"음, 여기서 자연스럽게 전에 하듯이 황비버섯 재배를 하면 된다고요?"

하수영이 묻자 대본을 쥐고 있던 피디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회장님. 전에 하시던 기억을 떠올리시면서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편하게 하시면 저희가 편집은 알아서 하겠습니다."

피디는 기분이 좋았다.

다큐 제작 기획이 알려지자, 어떻게 알았는지 하수영이 먼저 출연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정중하게 인터뷰 출연 정도나 딸 생각이었는데, 본인이 직접 재연까지 해준다고 하니, 신이 날수밖에 없었다.

"오늘 찍을 씬은 첫 농지에서 농사를 짓다가 금 문화재를 발견하게 된 그 날입니다. 그 날의 감정을 최대한 생생하게 살려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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