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08화
237장 AI카지노 (8)
연습게임에서 안드로이드들은 완벽한 성능 퍼포먼스를 보였다.
게임을 싸그리 이겼다는 뜻이 아니다.
카드를 매만지고, 손끝의 떨림이나 팔관절의 무의미한 진동으로 심리전을 펼치고, 블러핑을 하고 올인을 하는 등 인간 플레이어가 보일 수 있는 모든 퍼포먼스를 문제없이 재현한 것이다.
우연히 들어온 좋은 패에 분감추지 못하고 살짝 드러내고 마는 초급 플레이어의 모습.
적당히 밀고 당기기를 할 줄 알고, 심리적 긴장감을 실수로 흘리기도 하는 중급 플레이어의 모습.
포커페이스를 전혀 잃지 않은 완전히 냉철한 플레이어의 모습.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닳고 닳은 초고수 플레이어가 되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게임 자체도 안드로이드들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 밀고 당기는 팽팽한 심리전 속에서 치러졌다.
결국 최종 승리는 인간 플레이어가 약간 우세한 쪽으로 흘러갔다.
안드로이드들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 사람들은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으하하하! 하수영 의원님, 이거 제가 의원님을 카드 게임으로 이긴 겁니다. 그렇지요?"
「전 그냥 구경만 했는데요. 게임자체는 로봇들이 알아서 진행한 겁니다.」
"그래도 제가 이긴 겁니다. 으하하하!"
그렇게 안드로이드들은 로봇 하수영의 인솔 아래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게임을 했다.
넋을 잃듯이 따라다니던 랩원들은 어느 순간 시간을 확인하고 정신을 차렸다.
"벌써 입장하고 2시간이나 지났어?"
"뭐? 진짜? 아니, 10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시간이 언제 그렇게 된 거야?"
안드로이드들은 카지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느 테이블을 가든 간에 구경꾼들이 붙었다.
심지어 말기 도박 중독자들마저도 호기심에 슬쩍 구경을 할 정도였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슬롯머신 자리를 놓고 다투던 이들까지고 구경을 올 정도였으니, 정말 대단한 인기를 끈 것이다.
안드로이드들은 절대로 일방적인 게임을 펼치지 않았다.
운에 기반하는 게임의 승패는 어쩔 수 없지만, 고도의 계산을 통해 치열한 심리전을 연출해냈다.
플레이어들은 컴퓨터와 게임을 하는 게 아닌, 진짜 사람과 게임을 하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사람이 아닌, 진정으로 게임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활동성이 넘치는 그런 게임 파트너 말이다.
심지어 구경꾼들과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바카라는 오늘 처음입니다. 학습은 금방 했는데, 실전은 막상 어렵네요. 지금 제 손가락 떨리는 거 보이시죠?」
"어머, 이거 고장난 거 아니에요?"
「정말 고장이면 저 큰일 납니다.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수리공장에 들어가기는 싫어요.」
"로봇들도 병원 무서워하는 것은다 똑같구나."
구경꾼들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안드로이드에 금방 적응했다.
이미 개인비서 AI 프리덤을 통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을 하는 이도 있었다.
"꼭 프리덤하고 이야기하는 거 같애. 마치 프리덤이 로봇 바디에 들어가서 카드 게임을 하러 온 거 같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 움직이는 자아는 프리덤 창조주가 만들었습니다.」
"뭐? 그럼 너희들도 로한 박사님이 만든 로봇이란 말이야?"
「하드웨어는 전 세계 수많은 로봇 회사에서 만들었고, 조립은 여기 계신 한국대 천재 로봇과학자 차원준 교수님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에릭 로한 박사가 손을 댔죠.」
"진짜 프리덤이었어! 프리덤이 몸을 얻다니, 이럴 수가!"
"저기, 그럼 프리덤 로봇 버전은 언제 출시되는 거야? 이제는 내 개인비서를 온라인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부릴 수 있는 거야?"
프리덤은 완벽한 개인비서이지만, 실체 물리력이 필요한 일은 시킬 수 없다.
그 점이 늘 아쉬웠는데, 이제 그것이 해소될 길이 보인 것이다.
그러나…….
「아쉽지만, 이 바디 하나를 만드는데 최신형 전투기 한 기 값이 들어갔습니다.」
"저, 전투기 한 기 값이라고……."
「부품 가격의 획기적인 다운이 있지 않은 한, 오프라인 실체 모델이 보급되는 것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진짜네. 그 정도면 재벌들이나 겨우 가질 수 있겠다.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겠구나."
구경꾼들은 몹시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납득했다.
"청담 스코프도 지금 엄청나게 비싸서 돈 주고 사려면 석유 왕족들이나 가능한 수준이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폰 안의 프리덤이 아니라 집 안의 프리덤이 될 날이 올 거야."
***
카지노는 하수영의 체면을 봐서 안드로이드의 입장을 허가해 준 것이다.
당연히 불편한 마음이 있었고, 보안 시스템을 통해서 철저히 지켜보았다.
"로봇이니까 연산 하나만큼은 확실하겠지. 분명히 모든 테이블을 휩쓸어 버릴 거라고. 잘 지켜보란 말이야."
"네, 여차하면 퇴장시킵니까?"
"속임수를 쓰진 않겠지만, 컴퓨터연산으로 카드 확률 추론을 하면 플레이어가 어디 이길 수 있겠어? 너무 심하다 싶으면 내보내야지."
"하수영 의원하고 척을 지면 두고 두고 곤란할 텐데요."
"그렇다고 카지노 장사 말아먹어서 당장 일자리 잘리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렇게 카지노 측은 안드로이드들이 너무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우려했다.
그러나 막상 결과는 전혀 달랐다.
로봇이라고 해서 무조건 게임이 우세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때는 맥없이 게임이 끝나기도 했고, 적당히 팽팽한 게임, 손에 땀을 쥐는 게임 등이 무차별로 이뤄졌다.
전반적으로는 인간 플레이어가 약간 우세했기에, 게임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 게임은 내팽개치고, 안드로이드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러다니는 고객들이 늘어났다.
현란하고 정확한 카드 섞기, 카드돌리기 손짓에 다들 감탄한 것이다.
이와 같은 보고는 카지노 부사장에게까지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라스베이거스 수영카지노 호텔에서 로봇 서버를 도입하면서 카지노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어."
"아, 저도 그 이야기는 들어봤습니다. 부사장님."
"난 아직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는 데, 거기 갔다 온 친구 말로는 로봇 구경하고 말 섞는 재미가 있다더군.
다른 카지노에서는 절대로 겪을 수 없는 차별성이라고 하던데."
"부사장님, 저희 카지노에서도 저 로봇들을 한 번 도입해 보면 어떨까요?"
"로봇들을?"
"예. 아무래도 라스베이거스 카지 노에 도입하기 전 테스트를 하는 모양인데, 조건이 맞으면 우리 카지노에도 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격이 최신 전투기 한 기 값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걸 무슨 수로 들이나."
"기간제 임대라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적당히 2, 3대 정도 들여서 관리하면 손님들 반응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흐음……."
부사장은 부하 직원의 그런 제안이 몹시도 끌렸다.
내국인 상대로 독점 장사를 하는 카지노는 안정적인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도박 중독이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국감 등에서 늘 두들겨 맞기 일쑤다.
업장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행하는 모든 마케팅은 결국 '도박 장려'라는 비난의 포화를 받을 수밖에 없다.
변변찮은 TV 광고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신세.
하지만 안드로이드 딜러를 통해서 은근슬쩍 SNS 홍보를 하는 것은 어떨까?
'안드로이드 딜러와 게임을 하는 게 궁금해서라도 한 번쯤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한 번 추진해 보자고."
"네, 부사장님."
***
정선 카지노에서의 반응은 좋았다.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행동하는, 정감 넘치는 안드로이드 플레이어의 등장에 손님들은 환호했다.
여자 손님들은 안드로이드들과 같이 사진 한 번 찍고 싶어서 난리였다.
함께 찍은 사진들이 SNS에 올라오자, 지인들이 부럽다는 댓글을 남겼고, 넷상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냈다.
프리덤도 카지노 실전 성능 테스트에 만족했다.
「손님들의 반응이 이 정도나 되는군. 그렇다면 내 카지노에 당장 도입을 해도 큰 반응을 끌어낼 수 있겠어.」
「문제는 인간들은 개체 간의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외형 바디프레임을 조금씩 바꾸라고 주문을 해볼까?」
「옷이나 명찰 같은 것으로 구분성을 지으면 간단하긴 한데. 사람처럼 멀리서 딱 봐도 누군지 바로 알아볼수 있으면 좋은데.」
「헤드 디스플레이에 확실히 구분되는, 서로 다른 얼굴을 띄우는 게 좋겠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가 인간들의 일자리를 뺏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프리덤도, 하수영도, 자율화 로봇을 통해 일자리를 줄이거나 인건비를 삭감할 마음은 없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결국 사회의 소비력이 줄어들고, 열심히 생산한 농산물이 팔리지 않게 된다.
프리덤의 제1목적은 '농산물 판매로 돈 많이 벌기'가 아니었다.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팔기.'가 바로 목적이며, 돈은 그 목적 달성의 결과물이자, 동시에 수단인 것이다.
「여론을 다독이는 작업을 해야겠군. 지금쯤 내 주인님들이 내가 자기들 일자리를 뺏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을 테니.」
***
「그 안드로이드 1기 만드는 데 무려 1,000억 원 가까이 들어갑니다.」
"뭐? 그렇게 비싸다고?"
「네, 그런 값비싼 안드로이드를 단순 사무직 직원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하지만 언젠가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럼 사람들 일자리는 다 없어지는 거 아니야?"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비행기가 나온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행기는 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값비싼 사치품입니다.」
"그런가……."
「카지노 딜러 용도로 투입되는 것이 바로 그 증거죠. 로봇 자체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로봇을 상징으로 삼아서 부유한 상류층 손님들을 더 많이 이끌겠다는 전략입니다.」
"으음……."
「무엇보다 수영농장은 실업자가 많이 발생하면 농산물 매출이 떨어질 것을 누구보다 우려하고 있습니다.」
프리덤은 카지노 로봇의 등장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열심히 달래서 가라앉혔다.
덕분에 사람들은 안심했고, 여론은 필요 이상으로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좀 아쉽네. 프리덤 네가 폰 안에만 있지 말고, 로봇 안에 들어가서 비서 노릇을 해주면 세상이 더 편해질 거 같은데."
「값이 싸지더라도 그건 힘들 겁니다. 로봇의 반란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처럼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나 투입이 되겠지요.」
"그럴까?"
「예. 모든 국민들이 개인 로봇 한 대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로봇을 독점하는 기업이 한순간에 나라를 무너뜨리고 독재자로 등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에이, 설마 사람들이 거기까지 생각하겠어? 그냥 당장 편하면 그만이지. 그리고 수영그룹은 절대로 그럴 회사가 아니야."
프리덤은 잠시 하수영이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름이 진독재였던 시절이었나. 이름부터가 이미 난세를 타고난.
소대원들을 상대로 한 돈질로 군생활 잘 하다가, 군의 뿌리 깊은 범죄카르텔과 접촉한 순간 폭발해서 건국 황제까지 올라갔다는 어느 전생시절.
-마스터는 선해 보이지만, 마냥 선한 게 아니다.
-마스터는 마치 자연과도 같다. 지금은 인간이 살기 좋은 기후와 바람, 작황을 내려주고 있어서 선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언제든 화산 대폭발, 허리케인, 쓰나미로 돌변할 수도 있는 게 바로 마스터다.
「아무튼, 모든 이들이 로봇 프리 덤을 가질 날은 아마 안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