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07화
237장 AI카지노 (7)
정신을 차려보니 수영농장 로봇조립자가 되어 있더라.
한국대 로봇공학 차원준 교수의 랩상황을 잘 요약한 말이다.
원래 차원준 랩은 실험실 용도로 개발한, 가성비 나쁜 로봇 부품이나 모듈을 수영농장에 팔았었다.
어느 순간부터 하수영이 로봇 조립을 하나둘 맡기면서 짭짤하게 조립료를 받아 챙겼고, 랩 운영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차원준 랩은 철강회사들에 바디프레임 설계도를 보내서 로봇의 외형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로봇 회사들에서 보내온 부품 컨테이너가 한국대 로봇공대 건물 뒤편 공터에 쌓이기 시작했다.
미관을 더럽히는 풍경이지만, 학장이나 총장은 감히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차원준이 이렇게 말했으니까.
"저거 전부 농대 하수영 학우가 발주한 부품들입니다. 모두 다 합치면 200억 달러가 넘습니다. 20조 원이라고요, 20조 원."
"이, 이십조 원이라고! 아니, 그런 비싼 걸 저렇게 막 쌓아뒀다가 누가 훔쳐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그리하여 한국대 측에서는 밤낮으로 24시간 경비까지 붙이며 컨테이 너를 지키는 데 애썼다.
프라임건설 자회사 철강업체들에 주문한 바디프레임이 차례차례 제작되어 한국대로 발송되었고, 차원준 교수 연구팀은 드디어 본격적인 카지노 안드로이드 조립을 시작했다.
"다들 고생했어."
"교수님도 수고하셨습니다."
랩 팀원들은 땀을 닦으며 서로를 치하했다.
다들 지친 표정이지만, 눈빛만큼은 밝았다.
눈앞에는 외형 조립을 마친 카지노안드로이드 3기가 서 있었다.
기본적인 골격은 인간을 닮았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로봇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굴곡을 갖고 있었다.
키는 170cm 정도로, 사람에게 강한 위압감을 주지는 않는다.
손가락, 팔다리 관절도 사람보다 통통하여 다소 귀엽다는 느낌을 준다.
배는 구체를 위아래로 살짝 늘린 형태이며, 목이 없고 그 위에 배와 비슷한 형태의 헤드가 얹혀 있다.
눈코입은 당연히 없고, 밋밋한 크롬색 헤드는 디스플레이로 표정을 연출하게 된다.
사람을 앙증맞게 본 딴 유아용 로봇을 크게 키운 느낌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관절은 제대로 되어 있어, 정상 제어만 한다면 웬만한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덤이 농장 로봇들 제어하는거 보면 이런 팔다리 달린 안드로이드도 문제없이 제어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교수님, 근데 이 로봇을 농장에서 쓰는 건가요? 지금 있는 로봇들로도 농장은 잘 굴러가는 거 같던데요."
"글쎄. 수영그룹에서 주문했으니까 당연히 농장에서 쓰지 않을까?"
"포스코 광운제철소에서 반수성 금속처리 할 때 보안공정 파트는 안드로이드를 쓰던데요. 아마 거기로 가지 않을까요?"
"음, 지금 농장에 인간 형태는 전혀 없긴 하지. 그럼 이건 농장으로 안 가려나?"
그들은 지금 첫 기동을 위해서 하수영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 후, 캠퍼스에 상주하는 로봇 하수영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사실은 하수영이 아니라 프리덤이지만, 허락을 받고 움직인다.
'나 프리덤인데.' 라는 복잡한 설명보다 원격 하수영인 척하는 게 모두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또 하수영이 없는 곳에서 로봇 하수영 행세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당연히 하수영 지시), 익숙한 것도 있다.
「준비가 다 됐군요. 지금 바로 기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학우님."
사각 모니터를 헤드로 달린 로봇 하수영은 앙증맞은 로봇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잠시 등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랩 팀원들은 차원준을 포함해서 모두 등을 돌렸고, 로봇 하수영은 곧바로 작업을 개시했다.
복부의 개폐구를 열어 확장 슬롯이 드러나게 한 뒤, 무선 전기 수신칩을 그 자리에 꽂았다.
작업을 모두 마치고 가동 버튼을 누르자, 헤드 디스플레이에 불이 들어왔다.
곧 웃는 이모티콘을 닮은 표정이 떠오르며, 3기의 안드로이드들이 몸을 일으켰다.
「이제 바라보셔도 됩니다.」
"오오!"
"우와."
3기 안드로이드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에 팀원들은 감탄사를 냈다.
온갖 복잡한 부품과 센서 모듈들을 힘겹게 덕지덕지 조립하면서, 그들은 내심 걱정을 했었다.
'이거 전부 활용하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기는 한 걸까?'
'결국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제자리걸음도 제대로 못할 텐데.'
'모터형 관절이 아니나 인공근섬유형 관절이라서 더 정밀하고 방대한 연산 과정이 필요할 텐데. 진짜 이거 3기만 굴리려 해도 보급형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 우려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안드로이드 3기는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팔다리 관절을 움직이고, 헤드를 이리저리 회전시키며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심지어 노트북을 열어 열 개의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하기도 했다.
"어디 보자…… 타자 연습하고 있네? 타수가…… 흐이익! 사, 사천타라고?"
놀랍게도 분당 4,000타수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전송 입력이야 초당 10억 자를 입력해도 별 거 아니겠지만, 10개의 손가락 관절을 정밀하게 제어해서 키보드 타이핑 4,000타 이상을 내다니.
심지어 오타도 전혀 없고, 속도가 변하지도 않는다.
"우와, 이 정도면 책 필사하거나 사람 대화 듣고 적는 것은 일도 아니겠는데요? 이거 속기사들은 일자리 잃는 거 아닌지 몰라요."
"설마 안드로이드를 가지고 겨우 속기사 대행을 하겠어? 그냥 음성인식해서 텍스트로 변환하면 되고, 책 같은 것은 이미지 센서로 스캐닝변환하면 그만인데."
"아, 그렇구나."
「이건 손가락 관절 움직임의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현재 하드웨어로는 분당 4,000타 정도가 한계군요. 그 이상 속도를 내면 중간 중간 오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0.1%입니다.」
"저, 학우님. 그 정도면 그냥 무의미한 수치가 아닌가요?"
「사람 손작업에서 0.1%는 0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로봇에서 0.1%의 오류 가능성은 99%와 같습니다.」
"아아."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을 거 같은 손가락이군요.」
"한 사람이 아니라 네 사람 몫은 거뜬할 거 같은데요?"
"……."
"아니죠, 교수님. 사람은 지치기도 하고 중간중간 오타도 내고 하니까, 적어도 열 사람 몫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타이핑만 놓고 봤을 때요."
그 후에도 로봇 프리덤은 안드로이드 3기를 가지고 이런저런 테스트를 했다.
책을 뽑아서 쌓거나, 책장을 부드럽게 넘기거나, 무거운 가구를 옮기거나, 컴퓨터를 완전히 분해해서 다시 조립을 하거나.
특히 값비싼 모니터를 완전히 분해 해서 까뒤집었을 때는, 차원준 교수도 기함을 할 뻔했다.
"내 1,200만 원짜리 어도비 모니터가!"
"교수님? 디자이너도 아니시면서 그런 값비싼 모니터가 왜 필요한 거예요?"
"야야! 데이터 수치를 수많은 그래픽 색상별로 제대로 구분해서 한눈에 확인하려면 색감 캘러브레이션이 완벽하게 된 전문프로용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최근 출시된 포비든 웨스트 게임, 4K HDR로 플레이하시려고 주문하신 거잖아요. 랩원들 다 알고 있다구요."
「성능 좋은 모니터 장비는 공학 연구에 적극 권장됩니다. 수영그룹에서는 이런 것을 연구비 착복이라고 보지 않으니, 안심하십시오.」
어느덧 모니터 분해를 마친 뒤, 다시 빠르게 재조립을 마쳤다.
랩원들이 보기에 입이 떡 벌어지는 속도요, 정확성이었다.
손가락 끝의 미세한 감도를 어떻게 체크하고, 또 어떻게 움직임에 반영하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원격 무선제어로 이런 정확하고 정밀한 움직임 통제가 가능하다고? 약간이라도 통신 딜레이가 발생하면 바로 관절 움직임이 꼬여 버릴 텐데.'
'다른 로봇 회사들은 절대 엄두도 못 낼 움직임이잖아, 이건.'
'일본 로봇 회사 연구원들이 이걸 봤다가는 울면서 자기들 연구품은다 때려 부술지도 모르겠는데.'
어느덧 3기의 안드로이드들은 보드게임 젠가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딜레이 없이 바로바로 나무토막을 빼내고 위에 얹는 것을, 3교대로 빠르게 반복한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제가 높이는 2미터를 돌파했다.
팔을 더 이상 높이 뻗어도 이제는 더 얹을 수가 없다. 발판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그러자 안드로이드들은 나무토막을 무너뜨리고는, 다시 처음부터 젠가를 시작했다.
2미터까지 돌파하는 데 매번 1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순식간이었다.
「이 정도면 양호하군요.」
그 다음은 요리였다.
안드로이드들은 랩에 갖춰진 빈약한 휴대용 가스버너, 냄비, 조리칼, 라면, 계란, 기타 잡식재료를 가지고 조리를 시작했다.
파를 균등하게 썰어대는 속도는 30년 베테랑의 총주방장 같다.
계란을 손에 쥐고, 딱 한 번 모서리에 부딪쳐서 알맞게 깨뜨리고 노른자와 흰자를 국물 위에 떨어뜨린다.
그렇게 완성된 라면을 그릇에 균등하게 덜어서 랩원들에게 나눠주었다.
「비록 간단한 라면이지만, 한 번 맛을 봐주십시오.」
"오, 딱 좋은데요? 업장용 라면처럼 아주 맛있게 잘 익었습니다."
"계란 반숙 정도도 좋고, 딱 좋은데요?"
"라면 하나만 봐도, 다른 요리는 뭐 더 볼 것도 없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한 프리덤은 마침내 확신을 품을 수 있었다.
로봇 하수영(프리덤)이 말했다.
"이제 하드웨어 성능 테스트는 더 이상 무의미한 거 같습니다. 직접 실전에 투입해서 실제 반응을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실전이라면, 농장으로 가는 겁니까?"
차원준은 아직도 이게 농장용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하는 상태였다.
「정선으로 갑니다.」
"네? 정선이면 강원도…… 혹시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감자 농사를 지으려고 만든 겁니까?"
가파른 산악지대면 하우스에서 일하는 농사 로봇들이 접근하기 힘들 수는 있겠다.
그런 지대라면 이런 2족보행 안드로이드가 농사에 더 유리할 수도 있으리라.
겨우 산밭에서 감자나 심고, 캐자고 이런 값비싼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것은 조금 의아하지만…….
「감자밭이 아니라 카지노입니다. 감자가 아니라 칩을 캐러 갑니다.」
***
게임 플레이만을 생각하면, 굳이 먼 강원도까지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테스트는 실전에서 가장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법.
한국대 캠퍼스 로봇 하수영(프리 덤)은 이곳에 남고, 인솔을 위해 다른 로봇 하수영이 시간에 맞춰서 캠퍼스에 도착했다.
물론 닥터헬기, 퀸 스텔리온을 타고,차원준 교수와 랩원 일부가 현장확인을 위해서 헬기에 동행했다.
"네? 안드로이드라고요?"
카지노 입장 시에는 잠시 논란이 있었다.
'안드로이드 플레이어를 손님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결국 카지노는 '모든 것은 하수영이 책임진다.' 라는 조건하에 입장을 허가해주었다.
안드로이드들은 딜러와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손님으로만 구성된 테이블에서 주로 카드 게임 위주로 플레이를 했다.
플레이어 모두가 동의했기에 문제는 없었다.
"로봇하고 카드 게임이라니. 진짜 두고두고 추억이 되겠는데."
"하수영 의원님, 의원님은 한 게임안 하십니까? 며칠 전에 한바탕 쓸고 가셨다면서요?"
「이 로봇은 원거리 대화에 적합한 모델이라 카드 게임은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제 로봇들이 상대를 해줄 겁니다.」
먼저 연습게임 몇 판에서는 안드로이드들이 돌아가면서 카드를 섞고, 배분을 해주기로 했다.
덱을 뜯고 현란하고 빠르게 카드를 섞자 중재를 맡은 딜러와 플레이어, 그리고 구경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손이 저렇게 빨라? 저게 사람 손, 아니지, 로봇이구나."